수평적 깊이와 트멍경관
상부 공원은 덮개가 아니다. 현재 공원 부지를 덮고 있는 흙을 걷어내면 응고된 지구의 속살이 수평적으로 드러난다. 고고학자의 자세로 섬세하게 표토를 걷어내어 수직 경관으로만 바라보던 주상절리를 맨발로 걷는 일은 대자연과 내가 만나는 가장 친밀하고 근원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수직은 수평과 관계 속에서 극적으로 경험된다. 우리가 제안하는 ‘수평적 깊이’로서 상부 공원은 주상절리의 수직성을 만나는 조형 언어이자 대지의 존재 방식이다. 인간의 고유한 자세를 특징짓는직립 보행으로 수평선에 직각으로 선 인간은 비로소 세계와 관계에서 새로운 지위를 획득한다. 그러나 거대한 수직 경관을 마주한 인간은 집단적으로 또 다른 수평선을 이루며 지질학적 숭고미를 생성한다.
주상절리는 하나의 액체 상태의 덩어리가 고체로 성상이 바뀌면서 발생하는 틈의 경관이다. 틈은 빈 공간을 만들고 빈 공간은 새로운 생명이 점유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우리는 지질학적 시간이 만든 틈새를 서서히 메꿔가는 생태계와 문명의 시간을 수평적 공간으로 번역하고자 한다(설계공모 당선작 ‘수평적 깊이와 트멍경관’ 작품설명서 일부).
수평선에 가장 가까운 절벽 끝에 다시 선다. 설계공모를 시작하며 방문한 지 꼭 5년만이다. 설계공모를 관통했던 생각이 얼마나 유효했으며 어느 정도 살아남았는 지 돌이키는 마음이 쓸쓸하다. 공모 당선안과 비교하면 절반의 완성이라 부르기도 부끄럽지만, 지질 유산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시작하는 첫걸음이라는 믿음에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고민을 대표해 그 과정을 짧게 기록하고 공유한다.
자연으로 되돌리는 7년 여정의 기록
제주도 기념물 제50호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는 2005년 1월 6일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 제443호로 승격됐다. 주상절리대 경관 개선 사업의 시작은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2012년 제주도의 문화재 안내판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제주도 문화재의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하는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제주에서 개최된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 초대된 건축, 조경,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들은 주상절리대를 방문해 혼잡한 상부 공원과 관람 데크를 돌아보고 문화재와 유리된 디자인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토론했다.
2017년 아름지기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자연 및 문화유산 공공디자인 개선 업무협약을 맺고,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에 관련된 주요 보존 및 정비 사업, 디자인 관련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상호 협력을 약속하고 첫 대상지로 주상절리대를 선정한다. 주상절리대가 가장 개선이 시급한 문화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같은 해 ‘중문 주상절리대 관람로 개선 및 주변환경 정비사업 종합계획’을 수립하며, 분야 책임을 맡았던 정욱주 교수(서울대학교)와 이민아 소장(건축사사무소협동원)을 이후 과정의 MP로 위촉한다. 종합계획을 통해 아름지기와 연구진은 주상절리 상부 공원의 구성과 시설이 지질 유산의 잠재력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공원의 방향성을 재설정하는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단언한다. 이에 기초해 국제설계공모를 실시하고, 2018년 11월 30일 당선작인 ‘수평적 깊이와 트멍경관’을 선정한다. 2019년 4월 본격적으로 설계를 시작, 2021년 2월 1일 문화재심의를 조건부 통과하며, 2021년 11월 실시설계를 완료한다. 다음해 2022년 10월 1단계 사업에 대한 공사를 시작해 2023년 9월 개장했다.
주상절리대는 중문관광단지 2단계(동부) 조성 사업 부지에 속한 유원지로서 ‘씨가든’이라는 이름으로 지정된 곳이었다. 이 사실이 나중에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에 대해 과업을 시작할 당시 전혀 알지 못했다.
디자인의 초점과 방법론
과업의 목표는 제주 고유의 원경관을 회복하고, 자연 유산의 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관람 환경을 조성하고 시설물을 개선하며,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제주도 천연기념물 일대 경관 개선 사업의 선례를 만드는 것이다. 설계 팀은 당선 직후 앞으로 펼쳐질 지난한 과정을 예상하며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수정 요청에 대처하며 설계의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다짐하는 다섯 개의 계획 방향과 15개의 설계 원칙을 수립했다.
계획 방향: 첫째, 열린 박물관 구현. 하나의 열린 박물관으로서 지질 경관의 공감각적 체험과 정보의 습득, 그리고 주체적인 탐구가 전역에서 펼쳐질 수 있도록 핵심 기반 시설을 제공한다.
둘째, 시간성의 공간화, 원경관의 회복. 지질학적 시간성과 용암의 흐름, 응고 등 주상절리대의 형성 과정을 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원시적 지질 경관을 회복한다.
셋째, 제주 고유 경관의 중첩과 전개. 대자연과 지질경관의 바탕 위에 주상절리대 기반의 지역 문화 경관과 자연 발생적 식생 천이 과정 등 생태 경관을 조화롭게 재구성하여 전개한다.
넷째, 인공과 자연의 대비와 조화. 인공 구조물은 주상절리대의 체험과 감상의 차원을 높일 수 있도록 지질 경관에 보다 적극적이고 수평적이며 가역적인 방식으로 개입한다.
다섯째, 공공성 강화. 유료 구간을 재편해 주상절리대의 공공성을 확대하고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강화하며 구역 간 시각적·공간적 단절을 최소화한다.
원칙의 구현: 원칙을 지키는 과정에서 뿔소라, 돌고래, 테우 조형물과 각종 포토스폿 시설물이 사라지고, 올레길과 주상절리를 가르는 담장이 낮아졌다. 외래 식물을 제거했고, 복잡한 포장과 휴게 시설이 단순하게 정비됐다. 기존 110m 길이의 관람 데크는 140m로 연장되며 주상절리대의 다채로운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점이 추가됐다. 비로소 몽돌해안을 관람 데크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면서 용암이 만들어낸 다양한 제주 해안 경관의 지질학적 일체성을 시각적으로 연결하게 됐다. 진입하면서 마주하는 첫인상은 용암이 만들어낸 제주의 돌들과 해안 식생이 대경관으로 자리 잡는 시간의 풍경으로 대체되었다. 관람 데크와 펜스는 경관의 수직성을 훼손하지 않고, 주상절리와 재료적 대비를 통해 원래의 고유한 것과 인공적으로 덧댄 것을 명확히 구분했다. 각종 시설물에 압도당해 있던 지질 경관의 품격을 서서히 되찾아가는 과정을 시작한 것이다.
지질 탐사와 설계: 가장 큰 설계 개념은 이질적인 상부 공원의 덮개를 없애 주상절리로 이어지는 용암 덩어리의 속살을 수평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불가피하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암반층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했고, 통상적인 레벨 측량과 더불어 지질 탐사를 시작했다. 암반 측량을 위해 처음 채택한 방법은 굴절법 탄성파 탐사다. 굴절법 탄성파 탐사는 탄성파를 인공적으로 발생시켜 각 수신점에 도달하는 직접파와 선두파의 초동주시를 통해 작성된 주시곡선에 나타나는 직선들의 기울기로부터 지층의 속도를 결정해 지층경계면까지 깊이를 계산하는 원리를 적용한다. 이를 토대로 노출 구역에 대한 중간 설계안을 도출해 문화재 심의에 접수했다. 허가 조건으로 노출 구간에 대한 추가 탐사가 요청되어, 실시설계 과정에서 지표투과레이더(Ground Penetrating Radar)(이하 GPR) 탐사를 추가적으로 수행한다. GPR은 10~100cm 파장의 극초단파를 물체에 발사시켜 반사되는 전자기파를 수신해 물체와의 거리, 방향, 고도 등을 알아내는 레이더를 이용하여 지표, 지반상태, 매설물 등을 탐사하는 것이다. GPR 탐사로 추정한 암반의 깊이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탄성파와 GPR 탐사 결과의 차이를 설계 과정에서 냉철하게 검토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공사 과정에서 표토를 제거하고 암반을 노출하는 과정에서 암반이 매우 깊어 관람로 레벨과의 차이를 현장에서 해결하기 어렵다는 서귀포시의 의견이 있었다. 일부 노출된 암반을
활용하고 레벨 차이를 이용한 굴곡 있는 지형으로 연출할 수 있다는 설계팀의 입장과 달리, 지역 전문가들의 자문을 근거로 다시 복토해 평탄 지형을 만들고 암석 경관을 연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주상절리 덩어리를 수평적으로 노출시키는 개념은 희석됐지만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현무암과 그 사이를 점유하며 천이를 진행할 해안 식생 경관의 대경관을 처음 상상에 가깝게 조성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검은돌밭은 이렇게 탄생했다.
설계의 전개와 변형: 설계 초기, 기념물과 유적의 보존 및 복원에 관한 국제 헌장인 ‘베니스헌장’을 탐독했다. 자연유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복원의 태도에 대한 시사점이 컸다. 한편으로 문화재 현상 변경의 5대 경관 지표인 장소성, 일체성, 조망성, 마루선, 왜소화의 관점에서 우리의 과업을 되짚어보았다. 원경관을 회복하여 장소성을 강화하고, 주상절리대를 왜소화시킨 불필요한 시설을 제거해 지질 경관을 극대화한다.
다양한 주상절리 유형과 해안 식생대를 조망하도록 시선을 다각화하고, 현 건축물들의 불규칙한 마루선을 상부 공원의 수평적 경관과 조화되도록 간결하게 만든다. 그리고 용암의 흐름을 가시화하고 마을과의 연계성을 존중해 문화재의 맥락과 일체성을 제고한다. 주상절리대에서 지켜야 할 원칙들을 도출했고 이 원칙이 디테일까지 연결되도록 노력했다. 그중 가역적 구조와 재료의 구분, 주상절리의 수직성과 해안 경관의 수평성은 디테일까지 가져가야 할 중요한 원칙 중 하나였다.
원칙을 디테일까지 가져가는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수많은 논의와 쟁점이 노출됐으며 상충되는 의견들 사이에서 대안을 선별하는 작업은 갈등을 초래했다. 현장에서의 의사결정은 긴박했고 모두의 상황이 절박했다. 제주도이니 건축물과 관람 데크에 현무암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문 의견이 많았다. 중간 설계까지 데크재 대안으로 검토했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는 예산과 시공성의 문제로 무산되었다. 강두훈 주무관이 대안으로 시멘트를 주 성분으로 쓰는 관급 자재를 제안했는데, 기성품으로는 색과 마감이 현장과 맞지 않았다. 다행히 주상절리대의 중요성을 공감한 해당 업체가 우리가 원하는 색, 마감, 규격을 커스텀 제작해줄 수 있다고 해 공장 테스트를 거쳐 현장에 설치했다. 펜스 역시 골칫거리였다. 펜스 디자인의 원칙은 최소한의 디자인을 통해 주상절리의 수직성과 대경관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었다. 염분에 의한 부식 때문에 철재에 대한 우려가 컸다. 다시 목재로 가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기존 관람 데크에서 경험한 것처럼 목재를 쓰면 부재가 두꺼워져 경관을 압도하기 때문에 좋은 대안이 아니었다. 유지·관리의 어려움을 서귀포시가 기꺼이 받아들여 철재로 결정하고 변경된 데크재와 하부 구조에 맞는 디테일로 변경 설치했다. 올레길과 검은돌밭을 가르는 낮은 콘크리트 담장은 검은돌밭의 간결한 바탕이자 대비를 위해 도입된 것이지만 지역 전문가의 의견에 의해 돌담으로 수정됐다.
건축물의 상실: 설계안의 핵심은 지질 유산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와 체험의 방식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건축물은 설계안의 핵심이었다. 설계 과정에서 방문자센터와 판매동의 2개 신축 건축물이 사라졌다. 1차 실시설계까지 완료된 상황이었다. 문화재심의 과정에서 건축물이 해안선에서 후퇴하고 규모는 축소됐지만 주상절리로 나아가는 체험의 시퀀스와 살아있는 지질학적 풍경을 건축물 내부로 가져오는 방법은 살아남아 있었다. 경관적, 교육적, 운영적 차원에서 건축물이 갖는 중요성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했다. 문화재심의 조건부 통과 후 인허가 절차를 밟는 동안 서귀포시로부터 절망스러운 연락을 받았다. 중문관광단지 개발사업시행승인(변경) 검토 협의 과정에서 ‘씨가든’으로 지정된 대상지가 중문관광단지 2단계(동부) 지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의한 환경보전방안 검토서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1996년에 작성된 환경보전방안 검토서는 주상절리층의 균열 또는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해안선에서 100m 이내 시설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협의를 통해 변경의 여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위원들의 불가 의견에 따라 건축물 없는 설계 대안을 다시 마련해야 했다. 대상지 대부분 영역이 해안선 100m 이내였기 때문이다. 실시설계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성찰적 경관과 성찰적 과제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고비를 넘어왔다. 이 지난한 과정이 앞으로의 과정, 비단 주상절리대의 2단계 사업뿐만 아니라 제주의 수많은 관광지와 문화재 정비, 나아가 한국 국토의 자연 및 문화 유산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일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장 이후 뿔소라 조형물을 왜 없앴느냐, 아직 검은돌밭은 왜 흙밭이냐, 관람로가 짧다 등 여러 민원에 현장을 지키는 여러 분들이 힘들어한다. 대중의 인식과 태도가 변화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앞으로 유지·관리의 원칙을 가지고 변화에 대처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현장의 부산스러움에서 한걸음 물러나 밟아온 과정을 성찰하고 성과와 한계를 숙고해 과장 없이 기록하는 일이 자연유산을 다루는 다른 과업에 참조점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아름다운 주상절리대를 바라보며 가졌던 첫 마음으로 돌아가 제주 고유의 아름다움, 국토의 품격을 향상하는 데 작은 디딤돌이 되었다는 자부심을 가져 봐도 좋지 않을까. 이 과정에 동참해준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진행 김모아 디자인 팽선민
김봉찬·김아연·송민원·신준호·안형주 인터뷰
덜어내는 설계와 회복하는 경관
컨소시엄이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되었다. 어떤 역할을 기대하며 구성했나.
김아연(이하 연)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공모’(이하 주상절리대 공모)의 독특한 요구사항 중 하나가 디자인 감독이라는 특별한 포지션을 지정해 팀을 꾸리라는 것이었다. 디자인 감독으로서 자연과 지질유산을 철학적으로 다루고 싶었고,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와 지향과 태도를 공유할 수 있는 팀을 꾸리고 싶어 아뜰리에나무와 엠디엘을 초대했다. 건축가 김종규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가 먼저 연락을 주어서 설레고 감사했던 기억이 난다. 최종훈 소장(NIA건축)은 이 지난한 과정을 함께해준 동지다. 제주의 일인 만큼 제주의 경관과 문화를 잘 알고 있는 지역 전문가와 함께하는 게 핵심이겠다는 생각에 김봉찬 대표에게 전화를 했고 흔쾌히 수락해주어 팀을 완성할 수 있었다.
설계의 기본 방향이 묻혀 있던 것을 꺼내 보여주는 것이었다. 보이지 않는 발밑 공간에 대한 확신이 있었나.
연 초반 아이디어 회의 때 김봉찬 대표가 제주도는 조금만 땅을 걷어내면 암반이 잘 드러나고 이 대상지도 그런 상황일 거라고 의견을 던져주었다. 그 순간 팀원 모두가 ‘아 이거다’라는 생각을 했다는 걸 서로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당시 상부 공원을 비롯해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이하 주상절리대)를 뚜껑처럼 덮고 있는 모든 것들이 주상절리대와 이질적이었다.
이를 걷어내 가려져 있던 암반을 드러내고, 용암의 흐름을 일체성 있게 보여주는 것을 설계 핵심 개념으로 삼게 되었다.
김봉찬(이하 찬) 제주에서 여러 프 로젝트를 하며 제주 토양과 용암 지대에 대한 경험이 쌓인 상태였다. 주상 절리대가 있다면 반드시 어딘가에 용암이 흘러나온 모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가벼운 추정에 불과할 수 있는 의견인데도 김아연 교수를 비롯해 팀원들이 보내준 지지에 감동했었다.
신준호(이하 호) 스누피가든의 암석정원을 만들며 비슷한 작업을 했던 터라 걱정을 덜했다. 설계 과정에서 이 암석정원의 시공 사례를 보여주며 토양을 걷어낼 때 암반이 손상되는 걸 걱정하는 문화재위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연 현장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암반이 더 깊이 있어 대책 회의를 한 적이 있다. 더 깊게 흙을 파내다보니 예상보다 주동선과 레벨 차이가 커진 상황이었다. 설계팀은 오히려 드라마틱한 경관이 연출될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서귀포시는 암반을 다시 흙으로 덮기를 원했다.
찬 제주도에서 흙을 파내 암반을 드러내는 조경설계를 할 수 있는 이유는 토양 특성 때문이다. 반도인 국내 육지 지역에서는 흙을 파내면 물이 고여 진흙탕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제주도의 경우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토양이라 일반적으로 배수가 잘된다. 이번 프로젝트에 더 많은 암반을 드러내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무난하게 오갈 수 있는 평지를 만드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아마 가파른 암반 지형을 만드는 데 다들 낯섦을 느낀 것 같다. 결국 기존 레벨로 흙을 덮게 되었는데, 만약 원래 의도대로 흙을 더 파서 일부 암반을 노출했다면 지금보다 극적이고 사면의 풀밭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어 신비스러운 공간이 연출됐을 것이다.
주상절리대 공모에 제출한 작품 이름이 ‘수평적 깊이와 트멍경관’이다. 서정적인 느낌이지만, 달리 보면 희미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송민원(이하 원) 보여주고자 한 것이 명확했기에 다른 작품명 후보는 없었다. 현장 설명회와 답사를 다니며 주상절리대는 물론이고 바다 가까운 곳까지 내려가 볼 기회가 있었는데, 수직 기둥이 주는 깊이감이 예상한 것보다 더 크고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저 먼 바다에서는 그러한 기둥도 수평적으로 보이고 바다의 수평선과 평행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 경험을 통해 수평적 깊이와 틈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설계 개념이 잡힌 뒤에는 땅을 걷어내고 만들어진 틈을 어떻게 잘 채워 나가고 그 틈을 어떻게 잘 보여줄 것인지 고민했다. 한창 고민을 하던 중 신준호 소장이 제주어로 틈이 트멍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틈보다는 트멍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더 제주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 트멍은 실제로 제주도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트멍 국수처럼 가게 이름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골목시장을 트멍장이라 일컫기도 한다. 틈을 트멍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제목이 주는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 예상했다.
연 주상절리는 용암이 공기와 바다를 만나며 틈이 생긴 결과물이니 트멍은 중요한 키워드였다. 그 용암이 수직 형태로 굳기 전까지는 수평으로 흐르게 된다. 따라서 수평과 수직, 이 두 개의 관계를 제목에서 표현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설계설명서는 심사위원을 설득하는 매체이기도 한데, ‘이소케팔리’를 비롯해 철학 용어를 많이 사용했더라. 설계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원 철학적 표현과 글이 중요했지만 현장 사진을 비롯해 심사위원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콜라주, 투시도 등을 많이 사용했다.
연 이 프로젝트에서는 무언가를 주장하는 것보다 땅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감사하게도 심사위원들이 그 의도를 읽어준 것 같다.
호 주상절리대 공모의 특성 중 하나는 대규모 문화재를 대상으로 하는 경관 설계공모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개별 시설이나 구조물을 강조하기보다 대상지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경관이 더 잘 드러나도록 무언가를 덜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설계설명서 역시 그런 태도를 담고 있는 문서이고, 팀원들도 모두 동의해 이견이 없었다. 오히려 나중에 다른 팀의 작품들을 보며 “저렇게 과감할 수도 있구나” 하고 놀랐다.
대상지에서 색이 주는 느낌이 강하다고 느꼈다. 까만 바닥과 파란 바다. 설계팀이 대상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 느낀 감각이 궁금하다. 무엇을 보강하고 무엇을 덜어냈나.
안형주(이하 주) 처음 현장에 간 날 바람이 강하게 불고 비도 좀 왔었다. 밑에서 치는 파도가 상부 공원까지 넘어오는 것을 보면서, 주상절리는 이미 고형화됐지만 그틈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현상들, 변형과 침식, 풍화 작용 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자연의 현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자연이 주는 숭고함도 중요하지만, 주상절리대라는 거대한 자연이 한순간이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졌다는 걸 잘 풀어내고 싶었다.
원 나는 붉은 바닥 포장과 각종 조형물에 시선을 빼앗겼다. 주상절리와 상관없는 야자수, 돌고래와 뿔소라 조형물 등이 오히려 이 공간의 주인공 같았다. 이때의 충격이 뭔가를 더하기보다 덜어내는 설계를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 같다.
설계 주안점 중 하나가 원 경관과 그 가치 회복이다. 누군가는 종려나무와 야자수가 자라고 다양한 조형물이 있던 주상절리를 원 경관이라 여길 것 같은데, 이 회복의 기준 시점을 어떻게 설정했는가. 우리는 흔히 관광지하면 그늘이 있고 앉아서 무언가를 먹고 마실 수 있고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을 떠올리는데, 이런 요소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찬 사실 주상절리뿐 아니라 한국 관광지 대부분이 대상지의 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감동을 끌어내기보다는 대상지와 아무 연관 없는 요소를 둔다. 바꿔야 한다. 기존의 종려나무와 야자수, 포토존 역할을 하던 시설물이 없어지며 많은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크게 소리 내지 않을 뿐 새롭게 바뀐 주상절리대의 모습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다. 부정적인 민원만 고려하는 것은 종합적인 평가라고 볼 수 없다.
원 체험은 주상절리대에서 제법 떨어져 있는 주차장에 들어선 시점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주차장에서부터 주상절리대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관람 데크까지 이어지는 체험의 과정이 중요하다. 관람 데크까지 가는 길 중간에 매점이 하나 있는데, 매출 향상을 위해 사람들이 오래 머무르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여기저기 놓여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사람들은 주상절리대가 언뜻 보이는 관람 데크에 다다르고 나서야 극적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는 관람 데크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경험이 좀 더 연속성을 갖기를 바랐다. 주상절리대까지 걸으며 용암이 흘러 바다에 이르러 주상절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끼기를 바란 것이다. 종려나무, 야자수, 여러 조형물이 이 체험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해 요소이기 때문에 없앤 것이지 싫다거나 한 게 아니다. 지금도 전체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남아 있다. 이곳의 변화가 좋은 반응을 얻게 된다면, 2단계 사업 부지에서도 경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요소를 제거하자고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체험이 중요한 곳인 만큼 스토리텔링이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원 처음 현장 답사를 갔을 때 주차장에서 팀원들을 만났는데, 우리가 밟고 있는 주차장도 사실 주상절리라는 대화를 나눴다. 보이지 않지만 발 딛고 있는 땅부터 먼 바다가 보이는 곳까지 하나의 커다란 주상절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주차장에서부터 주상절리대를 향한 기대감이 점차 커지게 만들고 싶었다. 검은돌밭이나 결국 실현하지는 못한 건축물도 이런 경험의 확장을 생각하며 계획한 것이다. 주상절리가 대경관인 만큼 하나하나의 요소에 집중하기보다 전체적으로 잘 어우지게 만들고 수평적 경관과 그 가치를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주 새로운 경험과 시퀀스에 초점을 맞춰 설계를 했다. 만약 이곳이 공원이었다면 전망대나 관람 데크 디자인에 더 신경 썼겠지만, 주상절리대라는 천연기념물을 바라보는 곳이기에 입구에서 주상절리대에 이르는 과정과 몰입을 위한 배경과 장치에 주안점을 두고 설계를 했다.
연 결국 주상절리는 용암이 흘러 바다로 가는 여정이다. 용암이 흐르는 방향에 맞춰 사람들도 흘러가기를 바랐다. 콘크리트를 주요 재료로 쓰고 싶었던 이유도, 액체 상태가 굳어 단단해진다는 물성이 액체로서 용암이 굳어 고체인 주상절리가 되는 점과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디자인 전략 중 하나가 오래된 것과 새로 생긴 것, 수평과 수직, 어둠과 빛, 가까운 곳과 먼 곳, 높음과 낮음, 밀폐와 개방, 부분과 전체, 작은 것과 큰 것 등의 대비와 반전이었다. 이 대비와 반전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어디라고 생각하나.
호 지금 당장 가장 강한 대비를 느낄 수 있는 곳은 관람 데크라고 생각한다. 검고 거친 질감의 현무암 위를 가로지르는 관람 데크의 날카로운 선이 만드는 시각적 대비감이 뚜렷하다. 새로 조성한 진입 공간 또한 시간이 지나 식물이 자라나면 단단하고 묵직한 콘크리트 포장과 부드럽게 흔들리는 녹지의 대비감이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해안의 식생을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검은돌밭에 암대극(Euphorbia jolkinii)을 주로 심었는데, 일반적인 식물과 달리 여름철에 휴면을 하고 겨울철 생장과 개화를 하기 때문에 그 존재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바위틈 식재를 위해 작은 규격의 식물들을 충분한 간격을 두고 식재했기에 당장은 다소 비어보일 수 있지만, 2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지금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원 설계를 하면서 베니스헌장을 자주 읽고 참고했다. 헌장에 따르면 새로 덧댄 것은 기존의 것과 대비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인공적인 것은 더 인공적으로 표현해야 기존의 것들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을 되새기며 설계했기에 좀 더 명쾌한 대비가 가능했다고 본다.
주 소나무숲이 떠오른다. 소나무숲을 통과하는 산책로를 길고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전망대를 향해 빠져나왔을 때 느끼는 개방감이 더욱 커지게 계획했다. 실제로는 계획했던 것만큼 긴 선형의 산책로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실현되었다면 숲의 안과 밖의 대비감이 더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관람 데크의 높이나 너비, 폭, 색상 등을 어떻게 정했는지 궁금하다.
연 우선 설계공모안에서 매우 많이 바뀌었다. 기존 관람 데크를 철거하고 나니 예상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 시공 팀이 정밀하게 현황을 측량하면서 설계안을 다시 다듬었고, 그때그때 현장에 맞게 결정한 부분도 있다. 많은 고민을 하며 설계했지만 시공을 할 때서야 드러나는 밑의 지형이나 시공의 문제는 예측할 수가 없다. 현장에서 발주처와 시공 팀이 노력해준 덕분에 관람 데크를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다.
원 주상절리로 통칭해 부르고 있지만,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주상절리의 종류를 서너 개 정도로 나눌 수 있다. 검은돌밭에서 시작해 몽돌해안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종류를 순서대로 다 볼 수 있도록 경로를 설계하면서 길이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시공하면서 실제 길이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관람 데크가 주상절리를 감상하는 데 방해 요소가 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단체 관광객이 한번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폭이 넓고 많은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넓은 장소도 계획해야 했다. 그래도 기존의 관광 형태처럼 최단거리로 주상절리를 보고 기념사진을 찍고 바로 돌아 나오는 식의 체험이 이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설계를 해나갔다. 새로운 데크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난간을 철거하고 바닥만 남아 있던 관람 데크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수평의 경관을 아무 방해 없이 바라볼 수 있어 좋았지만, 안전 문제를 고려하면 난간을 세우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소재의 경우 주상절리를 잘 볼 수 있게 하는 것만큼 해안가에서 얼마나 오래 잘 버티고 서 있을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했다. 한꺼번에 여러 학교 학생들이 단체 방문하는 경우도 있으니 관람 데크의 하중과 경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연 목재가 무게는 가볍지만 시각적으로 두꺼운 느낌이 드는 소재라 되도록 쓰지 않으려 했다. 원 소재는 물론 설계 측면에서 최대한 데크가 가볍고 얇아 보이게 하는 데 신경을 썼다. 색도 주상절리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무채색을 사용했다. 특정 각도에서는 관람 데크 난간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정 각도에서는 관람 데크 난간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원 난간의 형태와 모양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아주 많이 했다. 기존 관람 데크의 난간 살이 두꺼워서 주상절리를 온전히 바라볼 수 없었기에 더 세심하게 설계했다. 열 가지가 넘는 대안을 실험했다. 3D 모델링을 한 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며 난간 살이 서로 겹쳐지며 마치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폭과 간격을 조정했다. 난간의 구조가 어느 정도 완성됐을 즈음에는 손에 닿는 부분에 별도의 소재를 올릴 것인지, 소재를 올린다면 어떤 형태로 손에 쥐어지게 할 건지 고민했다. 최종적으로는 단축이 길지 않은 반타원 형태의 목재를 난간에 덧대 손잡이로 삼았다.
주상절리대 공모 당선작이 발표된 뒤 ‘조경이상, 조경 난상’이라는 토크쇼가 열렸었다. 그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두는 조경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당시 김아연 교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남겼다. 그때의 관점은 지금도 유효한가.
연 여전히 유효하다. 건축이 무언가를 만들고 세워 증명해야 한다면 조경은 본래 있던 것을 덜어내면서도 전문성이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디자인 분야다. 특히 주상절리대나 문화재, 천연기념물 같은 자연 유산을 다룰 때, 원래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해 무엇을 없애야 하는지, 인공적인 것을 어떻게 덧대야 하는지는 디자이너만이 고민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하며 도면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증명하려고 하지 말자고 계속 되뇌었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가치이자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찬 지구는 원래 아름답다. 주상절리는 특히 세계적인 지질 유산에 속할 정도의 핵심 경관이다. 무언가를 붙이는 순간 군더더기가 된다는 건 모두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사실인데, 욕심 때문에 자꾸 세우고 눕히는 일들을 벌여온 게 아닐까. 본질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경관’ 설계공모라는 점이 참 독특했다. 일반적으로 주상절리를 대상으로 한 공간을 설계할 경우 ‘지질공원 설계공모’를 열 테니 말이다. 공원 설계와 경관 설계는 어떻게 다른가?
주 공간을 설계한다기보다는 원래 있던 것들을 더 잘 보이도록 만드는 일이다.
원 설계를 할 때 타이틀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설계 과정에 큰 차이는 없었지만 공원 설계를 할 때 사람들이 어떻게 쉬게 하고 놀게 할지를 고민한다면, 이 프로젝트에서는 어떤 장면을 보여주고 그 장면을 통해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게 할 것인지 더 고민했다.
호 공원 설계와 경관 설계를 구분지어 생각하지는 않았다. 공원에서는 사람들의 행위와 프로그램을 어떻게 이끌어낼지 설계한다면, 경관 설계는 땅과 하늘 등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로운지 설명하고 풀어내는 과정 같았다.
주상절리대 공모는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열렸다. 그 과정이 설계를 하는 데 도움이 됐나. 가장 도움이 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연 기본계획을 수립한 연구팀이 주상절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뤄야 하는지 원칙을 잘 정리해 공모지침서에 실어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연구 성과를 우리가 구현한 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름지기의 역할도 중요했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을 추적하다보면 아름지기와 만나게 된다. 아름지기는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을 지키고자 하는 비영리 문화재단인데, 주요 사업 중 하나가 궁궐 안내판 디자인 개선 사업이다. 이 사업의 영향으로 궁궐의 안내판이 문화재의 품격에 맞는 디자인을 갖추게 되었다. 문화재를 방문한 사람들을 통해 그 효과가 증명되자 많은 지자체가 벤치마킹을 하기도 했다. 제주도도 이에 관심을 가진 곳 중 하나였고, 제주도 문화재의 안내판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로 출발한 사업이 공공 디자인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그 첫 번째 대상지로 주상절리대를 다루게 된 것이다. 아름지기의 노력과 역할이 우리가 이 주상절리를 떠난 뒤에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디자인 팽선민
글 김아연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사진 연수당, 유다연, 황덕우(이내)
현장 설계 및 지원
디자인 감독: 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엠디엘(송민원, 안형주), 연수당(신준호, 나양현), 더가든(김봉찬)
설계공모 및 1차 실시설계
디자인 감독: 김아연
조경설계: 아뜰리에나무, 엠디엘, 더가든
건축설계: 김종규(한국예술종합학교)+M.A.R.U, NIA건축(최종훈)
발주 서귀포시청 관광지관리소
기획 및 코디네이션 재단법인 아름지기(신지혜, 전수현, 이은정)
MP 정욱주(서울대학교), 이민아(건축사사무소협동원)
시공 세운(박성주, 강주현, 공재복), 일일종합건설(최잠석)
김아연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동대학원,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건축대학원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조경설계 실무와 설계 교육을 넘나드는 중간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 개선사업 설계팀의 디자인 감독을 맡았다. 자연과 문화의 접합 방식과 자연의 변화가 드러내는 시학을 표현하고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일을 중요시 한다.
김봉찬은 제주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을 전공하고, 제주여미지식물원 식물과장을 거쳐 평강식물원 연구소장으로 일했다. 2007년 더가든을 설립해 생태학을 바탕으로 한 암석원, 고층습원 조성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식물원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경력을 쌓아 왔다. 이번 인터뷰에는 줌 화상 회의로 참여했다.
송민원은 동아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시공과 설계를 아우르며 작은 공간부터 큰 경관까지 다양한 스케일을 다루는 데 흥미를 가지고 2015년부터 엠디엘(MDL)을 이끌고 있다.
신준호는 서울시립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조경을 전공했다. 6년간 더가든에 근무하며 김봉찬과 베케, 아모레성수, 모노하한남, 피크닉 어반포레스트가든 등 다수의 정원 작업을 했고, 『베케, 일곱 계절을 품은 아홉 정원』을 공동저술했다. 2021년 연수당(然樹堂)을 설립해 나양현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안형주는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조경을 전공했다. 스튜디오테라 인턴으로 시작해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 설계공모 당선과 함께 스튜디오테라의 소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