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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도시 서울
  • 환경과조경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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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도시를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공원이다. ⓒ조경진

 

세계 도시의 공공 아젠다, 공원

오늘날 세계 주요 도시의 공원과 녹지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공원 정책 컨설턴트인 피터 하닉Peter Harnik은 “공원이 주요한 공공 아젠다가 되었다”고 지적하였다. 많은 도시들이 보다 더 좋은 공원 체계를 갖추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세계 여러 도시들은 새로운 공원을 만들고 녹지를 보존함으로써 도시 이미지를 제고하고 도시 경쟁력을 증진시키고 있다. 싱가포르가 그 대표적인 예다. 1960년대 초부터 리콴유 수상의 리더십에 따라 ‘정원 도시Garden City’를 표방하며 도시 녹화에 힘써왔으며, 그 결과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정원 속 도시A City in a Garden’로 비전을 재설정하면서 녹색 공간 확충을 위한 공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략적 개발 부지인 마리나 베이Marina Bay 매립 공간을 상업 공간으로 개발하지 않고, 식물원형 공원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로 조성한 것도 도시개발 패러다임의 큰 변화다. 또한 산지형 공원을 보행교로 연결하거나 건축물에 수직 정원vertical garden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뉴욕, 밴쿠버, 취리히 등 전 세계의 도시들은 공원녹지 수준 향상에 도시 정책의 핵심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은 어떠한가? 지난 30여 년 동안 도시 공원은 양적인 확대뿐만 아니라 질적인 수준도 현격하게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중요한 원인은 1995년 부터 도입된 지방자치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시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시장들은 생활 공간의 변화에 주목하였고, 이는 공원과 공공 공간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경향신문』 2013년 9월 2일자 논설은 서울 시장의 공원 정책에 대한 관심을 다루고 있다. “서울 시장의 공원 사랑은 유별나다. 역대 5명의 민선 시장은 모두 자기 이름표를 단 공원을 하나 이상씩 갖고 있다. (중략) 큰돈 들이지 않고 자기 이름표를 새길 수 있는 사업 중 공원만한 것도 없다.” 이제 서울의 공원녹지는 세계 도시와 비교하여도 손색없는 수준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서울의 공원녹지 정책의 변화 과정과 현재 정책의 지향점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나아가 공원녹지 관점을 투영한 도시 비전인 ‘공원 도시, 서울’의 가능성과 과제를 점검하고자 한다.


서울시 도시 공원 정책의 변화

민선 1기 조순 시장은 취임 후 ‘공원녹지 확충 5개년 계획’을 수립한다. 서울시 공원녹지 최초의 전략 계획인 셈이었다. 소극적인 공해 방지 차원을 넘어서 환경친화적 도시를 만드는 수단으로 공원녹지를 확보해야한다는 취지에서 수립된 계획이다. 산업 시설 이전지를 공원화하는 시도도 이루어져 OB 공장 부지, 파이로트 공장 부지가 공원화되었으며, 양재천에서 자연형 하천복원과 길동생태공원에서 생태 공원의 개념이 구현되었다. 무엇보다도 회색의 여의도광장을 녹색의 여의도공원으로 변화시킨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민선 2기 고건 시장은 ‘생명의 나무 1,000만 그루 심기’를 정책 목표로 삼는다. 도시녹화 사업에서 성과 목표를 설정하고 접근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계획은 광범위한 나무 심기 사업을 통하여 실질적인 녹지량을 증진시켰다는 평가를 할 수 있고, 공공 기관 담장 철거, 학교 공원화, 옥상 녹화 등 다양한 방식의 녹지 확보를 시도했다는 것이 주목할 점이다. 이 시기에는 쓰레기 매립지인 난지도를 월드컵공원화하였고, 정수장으로 활용하였던 선유도를 공원화하면서 공원 설계의 질적인 수준도 향상시켰다. 민선 1기와 2기에는 공원녹지의 양적 확충이 주를 이루었고 도시 산업 재편에 따른 이전적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민선 3기 이명박 시장의 경우 ‘생활권 녹지 100만평늘리기’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공공 공간과 공원녹지를 도시 공간 재편의 전략으로 활용하였다. 서울광장과 청계천 복원은 새로운 유형의 공공 공간이라는 점과 도시마케팅 측면에서 활용하였다는 점이 새로운 시도였다. 문화관광 타운으로 구상한 부지를 서울숲으로 공원화한 것도 개발보다는 환경 가치를 중시하는 시대변화를 잘 반영한 사례다.

민선 4기 오세훈 시장은 ‘생활권 녹지 100만평 확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였으며, 지역적 형평성의 관점에서 강북에 북서울꿈의숲과 강서에 서서울호수공원을 조성하였다. 또한 신규 공원녹지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공원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남산 르네상스 사업을 통한 남산공원의 접근성 개선과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통한 여의도한강공원 등 7곳의 한강공원 리모델링이 그러한 예다.

민선 5기 박원순 시장 역시 이전 민선 시장처럼 도시공원과 공공 공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시장으로 취임하기 이전에 희망제작소를 운영하면서 세계공원연구소를 창립하여 운영하기도 하였다. 민선 5기의 변화는 거버넌스 방식으로, 공원 계획과 운영을 위하여 여러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공조경가 그룹을 출범시켜 정책 개발에 참여하게 한 것이다. 2013년부터는 ‘서울 꽃으로 피다’라는 캠페인을 통하여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생활 곳곳을 녹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선 3기인 2003년 설립된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시민 주도의 도시 공원 및 도시숲 운동으로 시민참여 공원 조성 및 운영이 활착하는 데 기여하였다. 최근 도시 녹화 및 공원 조성 과정에서 시민이나 기업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가 확산되는 추세다.

 

 

조경진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교수이며, 2014년 설립된 한국조경학회 정원학연구센터 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부터 서울시 공원녹지 총감독 및 마곡중앙공원 총괄계획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시 공공조경가 그룹 공원혁신분과 위원장으로 ‘푸른도시 선언 및 전략계획’ 수립을 위한 실무위원장으로 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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