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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의 아름다움, 의정부 일식당 삿뽀로 실내조경
  • 환경과조경 2003년 4월

- 설계 및 시공 : 태백그린원(대표 방성원, 소장 김수천)
- 시공기간 : 2002년 12월 10일 ∼ 27일

거대한 자연을 고스란히 축소하여 자기집 앞마당에 조성하기를 즐겼던 일본의 정원에서는 바위 하나가 섬이 되고, 모래위를 지나쳐간 갈퀴의 흔적이 계류가 되는 등 디테일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바다건너 이상향을 그리기도 하고, 우주의 이치를 표현하기도 하였으며, 정원을 이루는 사물 하나 하나에 대해 자연의 뜻과 의미를 담아서 감상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정원을 신성하고 정갈한 장소로 여기기도 했다. 수목과 돌을 이용하여 교묘한 비례와 배열을 통해 신비함과 독특함을 연출함으로써 일본의 정원은 세계적인 극찬을 받고 있다. 정원과 일본이라는 연관은 오늘날 사람들에게 조화로운 표상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식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며 비교적 규모있는 실내 조경을 느낄 수 있는 삿뽀로는 의정부에 위치한 일식당으로, 실내 조경의 디테일한 설계·시공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절제된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독자들의 실내 조경에 대한 관심에 부응하는 매우 좋은 사례이다.

이곳은 건축물로 진입하면서부터 연못과 1층 높이의 대나무 몇그루가 밀식되어 있는 것을 보게된다. 입구뿐만이 아니다. 실내의 어디를 가더라도 조경 공간을 접할 수 있도록 풍부하게 조성되었다. 이것은 건축을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조경에 대한 배려를 하였고, 객실이 적어지는 것을 감수하면서 넓은 공간을 조경 공간에 할애하였으며, 실내조경 설계·시공업자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하는 등 상당한 지원속에서 작업이 진행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절제의 아름다움>
"일반인이 보기에는 많이 심으면 좋은 줄 알지만 그렇게 되면 정제된 미가 떨어진다. " 외부조경과 달리 실내조경은 디테일에 대한 감상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나무 한 그루를 심어도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이곳에는 1층과 2층 모두에 친수공간을 마련하고 그 주변으로 실내조경수가 식재되어 있는데 크고 작은 나무들이 세심한 배치를 통해 조화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주변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나 주변 객실의 시선이 차단되지 않도록 연못 주변의 조경수목들의 높이를 계획하였으며, 분재와 측면배치를 하면서도 공간의 조화로움도 잃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자연미를 유지해 주는 소재 선택>
연못의 호안은 애초에 호박돌로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자연미를 살리기 위해 호박돌을 대신 하여 제주도의 화산석을 직접 사들여와 사용했다. 호박돌의 매끈한 질감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 화산석의 비교적 거친 질감에 의해 극복되었다. 연못의 바닥은 혜미석으로 깔렸고, 연못 주변의 식재지 일부도 혜미석으로 채울 계획이었으나 흰색의 돌이 도드라져 인위적인 느낌을 줄 것을 우려하여 화산석으로 대체 하였다.
건물 입구에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실내 조경수는 조화를 배제하고 실제 살아있는 식물을 식재하였다. 또한 식재된 모든 식물의 천장에는 조명을 설치하여 식물의 생육을 돕는 기능을 하며, 아울러 외부보다 비교적 어두운 실내에서 식물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보조 기능도 하고 있다.

<실내조경 재료>
이곳에 식재된 식물종은 산호수, 스파티필름, 황금사철, 콤펙타, 파초일엽 등 총 38종이며, 내음성과 관상가치가 수종선택의 필수조건이 된다. 토심은 약 25㎝ 정도를 확보해 주었는데, 이것은 실내라는 특성상 깊은 토심의 확보가 힘들기 때문이다. 실내조경에 사용될 식물들은 옮겨심기 전에 화분 식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실내의 식재 토양보다 더 힘든 생육조건을 가지는 좁은 화분에서 자라게 되면, 실내에 식재할 때 충분한 토심의 확보가 되지 않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대나무는 이런 실내조경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았다. 한 외부조경 업체에서 시공한 것인데, 현재 잎이 마르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외부 공간과는 달리 실내에 대나무를 식재하기 위해서는 우선 화분 식재를 하고 옮겨심어 주어야 하며, 동해방지와 수분의 급격한 증발을 억제하기 위해 잎에 클라우드커버를 살포해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늘어나는 실내조경 시장에 맞추어 전문적인 실내조경 인력이 중요한 실정임을 느끼게 한다.
식물 외에 석물의 도입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식물재료의 자연성에 인공성이 가미되어 단순한 재료구성을 극복하는 역할을 하고있으며, 무엇보다 전통적인 요소로서의 기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도입된 석물에는 물메, 석등, 현미석, 대나무 화석 등이 있다.

<디테일에 대한 관심을 키울 필요성>
어떤 식물이냐고 물어오는 경우도 있고, 이곳을 배경으로 가족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직접 체험하기 전에는 잘 모르다가 실제 조성된 사례를 보면 반응이 달라지더라는 것이 실내조경을 하고 계신 분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우리나라도 점점 실내조경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곧 이 분야의 시장확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조경 디테일에 대한 관심도 부족하고 실내조경에 관한 책이나 시공사례를 찾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외국의 좋은 사례들을 보면서 관심을 키워온 일반 사람들의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는 한국의 실내조경업계가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화분과 꽃꽂이 정도의 실내조경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실내조경업의 가능성을 위해 세심한 관심과 개발 및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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