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당
입수와 출수
못에 물을 넣고 물을 빼는 것은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수량을 일정한 수준으로 확보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이렇게 수질을 유지하고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물의 순환작용이 제대로 일어나야 하는데, 물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입수되는 물의 수량이 일정하여야 함은 물론 입수구의 높이를 출수구의 높이에 비해 높게 하여야 하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지당에서 물이 들고나는 시설인 입수구와 출수구는 물의 순환을 가능케 하는 장치이며, 물속에 산소를 공급하여 물의 생태적인 균형을 유지하게 만들고, 수량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풍수지리서인『지리오결』에는 향향발미론(向向發微論)이 소개되어 있다. 향향발미론은 ‘향에 따라 발복이되고, 발복이 되지 않는 미묘한 원리를 논한 것’인데, 이 향향발미의 원리 가운데에는 물이 들어오는 것은 보이나 나가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는 내용이 제시되어 있다(김두규, 2005:571~575). 이러한풍수적 개념을 충실하게 따른 탓인지, 우리나라 옛 정원에 나타난 입수구와 출수구의 위치를 살펴보면 입수구는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었으나 출수구는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설치하는 것이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또한, 입수시설은 남동쪽에 두고 출수시설은 북서쪽에 설치한 경우가 많았다. 우리 조상들은 동쪽의 물을 남쪽으로 받아 서쪽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 순류(順流)라고 생각하였으며, 서쪽에서 동쪽으로 나가게 한 것은 역류(逆流)로 보았기 때문이다(민경현, 1991:223).
영양의 서석지를 경영한 석문 정영방(鄭榮邦, 1577~1650)은『석문논집石(門論集)』에서 서석지의 입수구와 출수구에 대해 언급하면서 입수구는 맑은 물을 받아들인다는 뜻에서 읍청거(揖淸渠)라 하였고, 출수구는 오염된 물을 빼낸다는 의미로 토예거(吐穢渠)라 하였다(민경현, 1991:222에서 재인용). 입수구를 눈에 띄게 만들고 출수구를 보이지 않도록 만든 것은 이와 같이 입수구를 통해서 들어오는 물은 맑고 깨끗하나, 출수구를 통해서 나가는 물은 탁하고 더러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찰에 조성한 지당에서 살필 수 있는 입수구와 출수구를 살펴보면, 불국사 구품연지, 청평사 영지,선암사 삼인당과 곡지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 형태가 독특한 것들이 다수 있어 지당의 입수와 출수를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하지 않고 미적요소로 생각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