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신하 ([email protected])
사진 찍는 일은 저에게는 주로 기록이 목적입니다. 답사를 다니면서 본 것을 기록을 해 놓아야 다음에 강의를 하거나 글을 쓸 때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기억을 대신해 주기도 하고 말이죠. 제가 많이 보고 느껴 봐야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을 거라는 게 제 생각이기도 합니다. 하여간 그래서 사진은 주로 기록이 목적인 셈이죠. 그런 면에서 디지털 카메라는 제게 축복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셔터 누를 때 부담감이 전혀 없잖아요. 마구 찍어도 필름 값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요.
그런데 사진을 찍다 보면 가끔은 뭔가 의미 있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도 있습니다. 기록이 가장 기본적인 목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더 멋지게 보이고 싶고, 뭔가 의미를 담고 싶고,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표현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생기더란 말이지요. 거창하게 표현하면 이 순간이 바로 예술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해 봅니다.
미국 출장을 갔을 때였습니다. 해외 사례 조사를 목적으로 리버워크Riverwalk를 보기 위해 미국 샌안토니오를 방문하게 되었죠. 리버워크는 원래 홍수 조절을 위해서 만든 수로였는데, 지금은 수로 주변에 레스토랑, 카페, 기념품 판매점 등 각종 시설들이 가득 들어서서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 넣는 매력적인 장소가 된 그런 사례였습니다. 낮은 수심에도 관광객을 가득 태운 유람선이 수로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수변공간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제 눈에는 아주 신기해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공간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도시건축 소도 등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분야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신구대학 환경조경과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 주로 조경 계획 및 경관 계획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