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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 자원을 활용해 지역의 가치를 드높이다 허태정 대전시 유성구청장
    매년 10월이면 대전시 유성구 유림공원 일대가 노란 물결로 일렁인다. 201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열리는 ‘유성 국화전시회’를 빼곡히 채운 국화꽃들이다. 지난 10월 14일부터 29일까지 유성구 공원녹지과는 “또 하나의 상상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는 주제로 ‘제8회 유성 국화전시회(이하 국화전시회)’를 열었다. 올해의 테마는 ‘빛’으로 다양한 조명이 밤에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고, 유성천에 새로 조성된 섶다리 옆으로는 LED 물고기가 헤엄쳤다. ‘국향천리 인향만리’를 주제로 개최된 작년과는 확 달라진 풍경이다. 이처럼 매번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기 때문일까, 국화전시회는 이제 유성구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도 방문하는 관광 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실 국화전시회는 유성구 양묘장에서 청사 환경 개선과 가로 환경 조성 사업을 위해 직접 기르던 국화를 유성구청사에 조촐하게 전시한 데서 출발했다. 이렇게 작은 행사가 어떻게 유성구민을 넘어 다른 지역 사람을 끌어들이는 축제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허태정 대전시 유성구청장을 만나 그 성공 비결을 들어보았다. 직접 재배한 국화, 손수 제작한 조형물 허태정 구청장은 국화전시회의 차별화 전략으로 ‘직접’ 재배한 국화와 ‘직접’ 만든 조형물을 꼽았다. 실제로 공원녹지과 직원들은 매년 외부 용역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국화를 재배할 뿐만 아니라 전시에 필요한 조형물도 손수 제작하고 있다. 이로써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행사에 애착을 갖게 되었으며, 예산 절감 등 행사의 효율성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식물을 다루는 행사인 만큼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 무더위와 가뭄이 심해 걱정이 많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과 저녁에 물을 주고 방제도 했지만, 조형물에 전시해 놓은 생육 상태가 좋은 국화가 7~8월에 갑자기 고사하는 바람에 새로운 국화로 바꾸는 작업을 밤새 진행하기도 했다. 다행히 잘 마무리되어 성공적으로 전시회를 시작할 수 있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55호(2017년 11월호) 수록본 일부
  • [편집자의 서재]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왜 ‘건설왕’이라 하지 않고 ‘건축왕’이라 했을까? 책장을 덮고 든 첫 번째 의문이다. “식민지 경성을 뒤바꾼 디벨로퍼 정세권의 시대”라는 부제목처럼 정세권은 1920년대에 북촌, 익선동, 창신동 등 경성 전역에 한옥 대단지를 건설한 부동산 개발업자다. 그가 지은 한옥 단지의 규모가 크지 않았다면 한옥 집장사로 불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의 활동은 단순한 집장사와는 거리가 멀다. 전통 한옥에 근대적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개량 한옥을 대량 공급하여 조선인의 주거지를 확보하고 주거 문화를 일대 개선했으니, 그 업적이 결코 폄하되어선 안 될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의 적지 않은 분량은 조선물산장려회를 기반으로 한 그의 민족운동에 할애되어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그가 건축왕일까? 사라지지 않는 의문을 안고 북촌의 한옥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이 한옥도 정세권이 지은 것일까를 궁금해하면서…. 안국역에서 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계동 골목의 한옥 게스트하우스는 생각보다 컸다. 마당이 꽤 넓었고, 한옥의 고풍스러움도 느껴졌다. 대문에서 보았을 때 마당의 왼편에는 유리 통창이 시선을 끄는 사랑방이, 오른편에는 별채가 자리 잡고 있다. 전면의 본관 건물에 안방, 큰방, 건넌방이 있으니 객실만 다섯 개에 이른다. 각 객실마다 별도의 화장실이 딸려 있고, 거실과 부엌은 물론 사무실도 별도로 있을 정도로 작지 않은 규모다. 우리가 머문 곳은 별채다. 기역자 형태의 원룸 구조로, 게스트하우스에서 가장 독립적인 공간이다. 목소리가 유난히 큰 어떤 멤버를 위해 굳이 별채를 골랐다고 한다. P가 다음 독회 책으로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를 추천했을 때, 누군가 북촌의 한옥에서 독회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 근사한 계획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2017년에서 1920년대로 잠시 동안의 타임 슬립을 시도했다. 우리는 애써 주인장에게 이 한옥이 언제 지어진 것인지를 묻지 않은 채,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별채의 안쪽에 작은 상을 펴고 둘러앉았다. 대개는 책을 고른 사람의 아주 짧거나 혹은 꽤 긴 발제로 이야기를 시작하곤 했는데, 이 날은 달랐다.누군가 던진 감상평 탓이다. 한마디로 아쉬움! 그러자 일제히 아쉬웠던 점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완연히 다른 전개였다. 오고가는 말들의 처음과 끝에는 “일반 독자였다면 흥미로울 수 있었겠지만”이란 단서가 자주 달렸다. 본문만 199쪽인 두껍지 않은 책인데 “책의 절반 이상이 정세권이 경성을 만드는 스토리가 아니라, 정세권이란 인물에 할애되었다”, “기대했던 경성이란 도시의 개발 이야기가 너무 부족했다”, “물산장려운동에 얼마나 많은 자금을 쓰고 노력했는지, 우리는 궁금하지 않다”, “도면을 더욱 보완해야 했다”, “기대에 못 미쳤다. 얕고 거친 추적이었다. 건축이나 도시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다. 3장은 생뚱맞았다. 그 동기가 도시개발과 연계되었다면 모를까”와 같은 독후 소감이 이어졌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하지만 이 책 덕분에 북촌의 한옥 지붕 아래에 모여 앉은 우리는 서로의 한옥에 대한 추억을 엿보기도 하면서, 이 책의 장점에도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경성 건축왕’이란 단어를 접했을 때의 호기심은 누구랄 것 없이 컸다. “정세권이란 인물을 발굴하고 조사하고 추적해서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저자의 노력은 기억할 만하다.” 어떤 이는 프레시안에 연재될 당시의 글을 읽은 적도 있어서, 한 권으로 묶인 단행본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고 한다. 특히 앞부분에 대한 호감도는 모두 높았다. 한 멤버가 120쪽 밖에 읽지 못했다는 고백을 하자, 필요한 부분은 모두 읽은 셈이라는 다독임이 뒤따랐다. 결국 정세권을 알게 된 점이 가장 큰 수확이란 점에 의견 일치! 게다가 디벨로퍼의 저항 운동이라니! 개인적인 또 하나의 소득은 ‘경성 3왕’의 존재를 알게 된 점이었다. “일제시대 경성의 대자본가들은 ‘왕’이라는 타이틀로 불렸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화신백화점 소유주로 1930년대 조선 최대 갑부 소리를 들었던 박흥식이 있는데, 그는 ‘유통왕’이라 불렸다. 그에 필적할 만한 부를 축적한 인물에 ‘광산왕’이었던 최창학이 있다. 그리고 이들과 더불어 경성 3왕이라 불린 인물이 ‘건축왕’ 기농 정세권이다. 정세권은 한옥집단지구를 경성 전역에 걸쳐 건설하면서 단기간에 대자본가로 성장했다.”(각주1) 토론 중 가장 고개가 끄덕여졌던 대목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일제강점기에도 ‘일상의 삶’이 영위되었다는 엄정한 사실이었다. 이 지점에서 L이 이야기했다. “어려운 사람은 부리는 사람만 바뀔 뿐 어려운 일상은 그대로다. 그대로의 삶을 살아간다. 어떻게든. 토지의 서희처럼 어쩌면 독립운동이나 민족운동보다 일제강점기에 한 경제 행위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처음의 의문에 답할 차례다. ‘건설왕’이 아닌 ‘건축왕’으로 칭한 (대단하지 않은) 까닭은 독자들의 관심을 더 끌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 의문인 우리가 잠시 머문 한옥은 정세권이 지은 집이 아니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지나치게 크고 넓기 때문이다. 멤버 중 한 명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했다. “다섯 살 때 삼선교 장수마을에서 살았다. 도심형 한옥 주택인 ㅁ자 집이었다. 마당에 볕이 한 줌만큼 들어왔다. 지독히 좁고 어두운 마당이었다. 정세권이 지었을 법한 집이다.” 저녁 9시, 우리는 책을 덮고 계동 골목을 빠져 나와 간단한 뒷풀이를 하고 헤어졌다. 남자 사람들은 집으로, 여자 사람들은 다시 한옥 게스트하우스로. 1. 김경민,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이마, 2017, p.55.
  • [CODA] 땐뽀걸즈, 버티는 청춘에 관하여
    민족 최대의 ‘연휴’ 마지막 날.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해외로 나갔는지 ‘도떼기시장’이 되었다는 인천공항의 모습을 뉴스로 보면서, 항공 티켓 한 장 발 빠르게 구하지 못했다고 한탄하며 휴일을 마무리하던 중, 약속 장소인 홍대 근처로 향했다. 정면에 보이는 건 헌팅천국으로 불리는 ‘쏠로포차’. 메르스포비아도 비켜갔다는 청춘사업에 이곳은 여전히 젊은이들로 바글바글. 그들의 젊은 열기가 부럽기도 하면서 얼른 이 시끄러운 곳을 뜨고 싶은 기분이다. 오랜만의 상상마당. 그날 모인 ‘언니들’은 돌아가며 홍대 일대와 얽힌 무용담을 꺼내들지만 10년이 훌쩍 넘은 일들이다. 머쓱해진 어제의 용사들은 서둘러 어두운 영화관으로 몸을 옮겼다. 다큐멘터리란 것만 알고 보기 시작한 영화는 ‘땐뽀걸즈’. 올해 4월 KBS 스페셜로 방송된 거제여상 댄스스포츠반(이하 땐뽀반) 학생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다시 편집한 작품이란다. 따뜻한 성장 영화나 성공한 도전기이겠거니 짐작했고, 전형적인 스토리에 쉽게 감동받지 않을 작정으로 삐딱한 시선을 스크린에 고정했다. 조선소의 도시, 거제도 풍경을 스치듯 지난 카메라는 빠르게 경연 대회에 참가한 땐뽀반 아이들과 이규호 선생을 비춘다. 그리고 다시 몇 달 전으로 돌아간다. 수능철이 되면 그 또래 학생들이 모두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것처럼 온 나라가 떠들썩하지만 상업고등학교 학생들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인문계 고교생에게는 입시가, 실업계 고교생에게는 취업이 지상 과제이련만 지금 이 아이들에게 소중한 것은 댄스스포츠다. 이들은 댄스스포츠를 가르치는 교사와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며 경연 대회를 준비한다. 아니, 거의 반말에 가까운 소녀들의 말을 50대의 선생이 자연스럽게 받는다. 지난 6월호 이 지면에서 윗사람은 공공연하게 반말을 하고 아랫사람은 높임말을 하면서 실질적인 불평등을 되먹임 하는 한국 사회를 진단하며, 아랫사람이 반말을 할 수 있어야 몸에 밴 순종의 문화를 걷어낼 수 있다는 김광식 교수의 주장을 소개한 적이 있다.(각주1) 그러니까 땐뽀반 학생과 교사는 눈높이를 맞춰가며 수평적 관계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카메라는 술도 먹고, 수업도 땡땡이치는 아이들을 불량 청소년이나 문제아로 재단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미화도 하지 않는데,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권위 의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교사는 술을 마신 아이들을 야단치기보단 걱정하며 숙취해소제를 건넨다. 연습이 끝나면 선생은 아이들에게 천 원, 이천 원 버스비를 쥐여주고, 기다리는 동생들에게 나눠줄 빵을 사 손에 들려 집으로 들여보낸다. 그 집 안까지 카메라가 따라 들어가 가정사를 속속들이 들추지 않아도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소녀들에게서 느껴지는 위태로움은 거제도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사실 이 영화의 이승문 감독은 ‘거제시의 조선업 몰락’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기 위해 거제도에 내려갔다가 거제여상의 땐뽀반을 우연히 만나, 방향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한 소녀가 저녁 식탁에서 아버지에게 왜 조선소를 그만뒀냐고 웃으며 묻는다. 다른 일이 해보고 싶었냐고. 아버지는 묵묵히 밥을 먹는다. 그리고 조선소에 취업할 지 묻는 딸에게 니가 원한다면, 이라고 대답한다. 또 한 소녀는 조선소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 교육을 받기 위해 서울로 떠나는 아버지와의 마지막 저녁 식사에 가지 못한다. 늦어진 땐뽀반 연습 때문인데, 원인 제공자인 친구와 갈등을 빚는다. 그 친구는 생계를 위해 땐뽀 연습 대신 아르바이트를 가야 한다. 선생님은 그 친구의 어려운 집안 사정을 모르고 춤을 배우자고 했다고 미안해한다. 산업 구조 변화는 우리 도시와 가정, 그리고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 그 변화가 청춘들에게 그대로 투영된다. 안전판이 부실한 사회에서 학생들이 흔들리는 이 시기를 무사히 통과하기를. 이 감독은 말한다. “사실 옆에서 지켜보면 아이들이 많이 위태롭다는 걸 알 수 있다. 조금만 발을 헛디디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실제로 촬영하는 동안에도 아이들 주변에 그런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그렇다고 어른들이 이 아이들을 구원해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 위태로운 시간을 붙잡아서 버티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각주2) 이아 이들에게 그 누군가는 이규호 선생이고 댄스스포츠다. 갈등과 화해, 걱정과 희망의 시간을 통과한 소녀들은 반짝이는 옷을 맞춰 입고 지역의 큰 문화예술홀에서 공연을 하고 입상도 한다. 영상 편지로 사소한 일에서 느꼈던 감사를 표현하는 아이들, 그 모습을 보며 감동이 번지는 선생의 얼굴이 화면 가득 잡힌다. 경연 대회가 끝나도 학생들을 둘러싼 현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가끔 꺼내보며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추억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사회 변화가 일으키는 파동을 슬기롭게 넘기는 것은 어른들, 우리 모두의 몫이 아닐까. 어두운 영화관을 빠져 나오니 바깥은 불야성이다. 뜬금없지만 이곳의 청춘도 한결 가깝게 느껴진다. 1. 김정은, “말맛과 글맛”, 『환경과조경』 2017년 6월호, p.143. 2. 서지연, “땐뽀걸즈 이승문 감독 ‘결국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IZE Magazine, 2017년 10월 16일.
  • 편안한 휴식과 소통의 장 ‘로툰다’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안락한 공간
    로툰다rotunda는 돔을 갖추고 있는 원형 또는 타원형의 평면을 지닌 건물이나 방을 의미한다. 아파트 단지 내 대표적인 휴식 공간의 자리를 퍼걸러에 내주긴 했지만, 로툰다는 여전히 나름의 구조적 미학과 소통의 장의 가치를 자랑한다. 주거 단지의 고급스러움과 조형적 아름다움을 부각하기도 하지만, 형태적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운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래서 라움하우스는 현재의 트렌드에 맞도록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시도한 로툰다를 꾸준히 기획하고 있다. 대개 무채색으로 디자인되었던 기존 제품과 달리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색을 가미했다. 또한 과다한 장식 대신 조형적으로 아름답도록 비례를 조정해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 기품을 잃지 않은 로툰다를 완성했다. 본연의 기능을 다할 뿐만 아니라 주거 단지의 명품화를 추구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TEL. 02-334-0426 WEB. www.raumhaus.co.kr
    • 라움하우스 / 라움하우스 / 2017년11월 /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