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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의 도시공원 이야기] (B급의) 뉴욕 공원 문화 향유기
에피소드 1. 싱클레어로부터의 탈피
얼마 전 박사과정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 동기의 연락을 받았다. “여기 애들은 뭐 하고 놀아요?” 도시화율 80%에 빛나는 대한민국에서 살다 미국 중부로 떠났으니 무얼 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인지 궁금한 게 당연하다. 이는 필자가 ‘자유’를 찾아 뉴욕 시로 간 이유와도 일맥상통하다.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곳은 아름다운 대자연이 숨 쉬는 캐나다 벤쿠버 섬. 운동을 장려하는 학교 분위기에서 학생들은 뛰어다니고, 다람쥐와 토끼와 사슴이 뛰놀고, 연어도 뛰어오르고, 덩달아 불곰도 앞다리를 휘두르는 아름다운 경관이 창밖으로 펼쳐지는 정말 심심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심심해서 운동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었고, 필자 역시 심심함에 몸부림치다 지치면 숲길로 나가 정처 없는 산책을 하곤 했다. 봄이 되면 곰이 나올 수 있으니 숲에 들어가지 못해 책 한 권 들고 기숙사 앞 잔디밭에 누워 뒹굴거리기도 했고, 그마저도 신경이 쓰이면 방 안에서 공부했다. 데미안이 남겨두었던 메모를 읽고 세상이 흔들려버린 싱클레어에 몰입한 이유다.(각주 1) 유흥 거리가 없으니 자아의식이 강해지고 혼자서 또는 주변 친구들과 세상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다. 그래서 뉴욕으로 갔다. 세상의 기원에 대한 자기성찰적 질문으로부터 자유를 구하고 인간이 만들어낸 유흥 거리(각주 2)로 회귀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갔고, 그곳에서 완전히 다른 자연을 만났다.
여기가 뉴욕대학교 입구인가요? 워싱턴 스퀘어 공원
곰과 사슴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순수한 인공 환경 속에서 한창 밤낮이 바뀌어 뉴욕을 쏘다니던 필자에게 어떤 신사가 말을 걸었던 것이 기억난다. 대형 버스가 공원을 둘러싸고 있어 어느 아시아계 지역에서 단체로 대학 투어를 다니고 있구나 싶었다. 작은 아시아 사람을 보고 반가웠는지 그가 물어보길, “이곳이 뉴욕대학교 입구인가요(Is this the door to NYU?)” 순간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맨해튼 그리니치 지역의 워싱턴 스퀘어 공원(Washington Square Park)은 캠퍼스 없는 대학으로 잘 알려진 뉴욕대학교 정중앙에 위치해 있어 캠퍼스의 중심에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필자가 뉴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공공 공간 중 하나다. 멍하니 다른 사람들을 구경하기에 최적의 공원이다. 거대한 개선문 형태의 워싱턴 스퀘어 기념비 앞으로 여름을 알리는 분수가 뿜어져 나오고, 그 주변에 사람들이 앉아 시간을 보낸다.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반려견 놀이터와 녹지가 있고 수목 천개가 잘 펼쳐져 있어 아주 작은 사이즈의 센트럴파크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로 공원이 조성된 건 1870년인데, 시기상 옴스테드의 센트럴파크 영향을 크게 받았을 테다.(각주 3)
하지만 뉴욕대학교와의 연결 고리는 ‘지리적 가까움’에서 끝난다. 워싱턴 스퀘어 공원은 말 그대로 조지 워싱턴을 기리는 공원이다. 조지 워싱턴이 1789년 뉴욕 시에서 미국의 첫 대통령으로 취임했고, 워싱턴 스퀘어 공원은 1826년부터 군사 퍼레이드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됐다. 1827년이미 공원으로 지정되어 번잡한 뉴욕 다운타운을 피해 공원 주변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여럿이었다. 공원 주변의 신고전주의 건축 양식이 그 당시의 산물이다.
조경 측면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2007년의 재설계다. 2000년대 중후반에 뉴욕 시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조경가 조지 벨로나키스(George Vellonakis)의 설계로 2007년부터 재구조화가 진행됐는데, 녹지가 넓어지고 수목이 더 다양해졌다. 하지만 당시 공원 이용에 제한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기억하는 건 단 한 가지다. “2년 동안 공사해서 분수대를 중앙으로 옮겼다.”
*환경과조경438호(2024년 10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헤르만 헤세의 1919년 소설, 『데미안』의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를 말한다. 성장과 인간의 초월적 가능성을 다루었는데, 기숙사형 고등학교 출신들을 보면 대다수 싱클레어에 과몰입했던 경험이 있다.
2. 이 연재의 여러 부분에서 드러났듯, 필자는 컴퓨터 게임과 애니메이션 문화에 푹 절은 학창 시절을 보냈다. 창밖으로 펼쳐진 숲과
3. 수석 엔지니어 M. A. 켈로그(Kellogg)와 수석 조경 정원사 I. A. 필라트(Pilat)가 1870년 워싱턴 스퀘어의 재설계를 수행했다. 뉴욕 시 공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공원의 분위기부터 마차 길을 연장하는 것까지 옴스테드가 큰 영향을 끼쳤다.새소리보다 2.5인치 화면 속 포켓몬 숲이 훨씬 더 친근하다.
신명진은 뉴욕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뒤 서울대학교 대학원 생태조경학과와 협동과정 조경학전공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친 문어발 도시 연구자다. 현재 예술, 경험, 진정성 등 손에 잡히지 않는 도시의 차원에 관심을 두고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도시경관 매거진 『ULC』의 편집진이기도 하며, 종종 갤러리와 미술관을 오가며 온갖 세상만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 @jin.every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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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네트워크와 도시 네트워크: 갈등에서 공존으로
박근수·김소은·이세연·김아영, ASLA 학생 어워드 우수상 수상
지난 9월 박근수·김소은·이세연·김아영(가천대학교 도시계획·조경학부 조경학전공, 지도교수 곽윤신)이 ‘철새 네트워크와 도시 네트워크: 갈등에서 공존으로(Migratory Bird Networks & Urban Networks: From Conflict to Coexistence)’로 2024년 ASLA 학생 어워드 분석 및 계획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ASLA 학생 어워드는 미국조경가협회(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가 주관하는 공모전으로, 매년 조경 및 도시계획 분야에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을 선정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시상식은 2024년 10월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ASLA 컨퍼런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수상작은 인천시 연수구의 철새 서식지와 도시 확장 문제를 해결하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 환경을 제안했다. 철새 이동 경로와 도시 네트워크의 갈등을 해결하고 공존을 모색하는 혁신적 접근법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주제에 대한 논리적 접근 방식과 생태학에 대한 높은 이해를 우수한 점으로 꼽았다. 수상작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환경과조경438호(2024년 10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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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향한 그리움을 자아내는 숲, 세컨포레스트
성수동, 8월 31일~9월 7일
성수동의 생태가 바뀐 지 오래다. 전에는 지역 고유의 카페와 음식점, 공방이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에 밀려나고 심지어는 주거지가 상업지로 변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걱정했다면, 이제 성수동은 팝업 스토어의 격전지가 되었다. 길가 부동산에서 팝업 전용 공간을 임대한다는 문구를 손쉽게 볼 수 있다. 새로 들어서고 곧 사라지는 팝업 스토어로 인해 성수동 거리 풍경은 일주일 단위로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팝업 스토어는 이제 단순히 제품을 선보이는 공간이 아니다. 소비자의 호기심을 일으키고 만족시키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제공하고, 고객과 브랜드의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디지털로 만나는 자연
지난 8월 31일, 성수동 연무장길에서 열린 ‘세컨포레스트’는 독특하게도 가상의 자연을 만나볼 수 있는 팝업 스토어다. 두나무와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주최한 이 전시는 산림청의 한 사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22년부터 산림청과 두나무는 가상 나무 심기, 숲 가꾸기 및 멸종 위기 식물 보전을 위한 NFT 발행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숲과 정원을 가꿔왔다. 한 예로, 두나무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세컨블록(2ndblock)에 가상의 숲을 마련했다. 이 숲에서 참가자들은 자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산림 복원 관련 미션을 수행하며 나무 심기 활동을 했고, 이곳에 심긴 나무는 산불 피해지인 경북 울진 지역에 실제로 식재됐다.
여러 감각이 제한되는 디지털 세상 속 자연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두나무는 이러한 숲과 정원은 시간, 장소, 장애 등 상황에 관계없이 누구나 휴식과 위로,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한다고 설명한다. 신체가 불편해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도, 바쁜 일상에 쫓겨 자연을 찾을 수 없는 사람도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세컨포레스트는 이 같은 자연의 힘을 맛볼 수 있는 전시다. 디지털 자연에 푹 빠져들 수 있도록 미디어 파사드 형식의 가상 숲, 정원, 자연 요소 등이 마련됐다.
*환경과조경438호(2024년 10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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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웃거리는 편집자] 지구 위험 경보, 지속 발령 중
1999년, 2012년. 이 해를 어떻게 기억하는가. 1999년은 한 세기를 끝낸다고 분주했다(어려서 명확한 기억은 없지만 커서 본 뉴스나 드라마를 통해 그 분위기를 알았다). 2012년은 런던올림픽으로 응원 열기가 가득했다. 오심으로 분노를 샀던 한 경기가 기억난다. ‘멈춘 1초’의 펜싱 경기다. 신아람은 개인전 4강에서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을 상대로 승기를 잡았으나, 마지막 1초가 오랫동안 지나지 않으면서 끝내 패배해 국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밤낮 바꿔가며 올림픽을 보고 선수들과 같이 환호하고 화낸 해였다.
이 두 해가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은 건 누군가 지구 멸망을 예언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는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다”며 1999년을 지구 종말의 해로 예언했다. 그는 히틀러 출현,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일본 원자 폭탄 투하, 1963년 케네디 미국 대통령 암살 등을 예언했다고 주장(각주 1)한 사람이기에 많은 이의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한 세기가 끝나는 해라 각종 종말론과 가설이 극성했다. 이로 인해 사기, 살인 등의 다양한 사건‧사고가 일어났다. 하지만 흉흉했던 분위기를 뒤로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무사히 2000년, 21세기를 맞이했다.
잠잠하던 종말론은 2012년에 다시 들끓었다. 2012년 12월 21일까지 표기된 고대 마야인의 달력과 “2012년 지구는 종말을 맞이한다”는 글귀는 지구 종말론을 다시 부상시켰다. 특히 2009년에 개봉한 영화 ‘2012’는 이 가설을 더 믿게 했다. 영화는 고대 마야 문명에서부터 회자되어 온 인류 멸망의 해인 2012년을 배경으로 한다. 전세계 곳곳에서 지진, 화산 폭발, 거대한 해일 등 각종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지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망의 2012년, 런던올림픽과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 열풍에 휩싸여 지구 종말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우연히 다시 보게 된 영화(2012년이라 이 영화가 방영됐던 것 같다) 덕에 지구 종말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학생이었던 나에겐 2012년의 종말론은 공포감보단 억울함을 안겼다. 공부만 하다 죽을 순 없다. 종말 전에 무얼 해야 기똥찰까 고민하며 (그래도 살고 싶었는지) 비상시 행동 요령을 습득하기도 했다. 다양한 망상을 안겼던 2012년도 안전하게 잘 지나갔다.
지구 종말하면 영화처럼 진도 1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고, 100m 이상의 해일이 육지로 밀어닥친 풍경을 떠올린다. 소설 『달의 아이』(포레스트북스, 2023)는 지구 멸망의 원인이 기후 말고 우주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했다. 어린 딸의 생일날 밤에 벌어진 사건으로 소설은 전개된다. 슈퍼문을 보기 위해 산책을 나간 부부와 딸은 어떤 힘에 의해 몸이 뜨기 시작한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아이가 먼저 하늘로 떠오른다. 엄마는 두둥실 떠 있는 딸을 잡기 위해 손을 뻗지만 아이의 손이 닿지 않고, 아이는 계속해서 떠오르며 밤하늘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허망한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는데, 한발 늦게 온 긴급 재난 문자. “관측 이래 달의 크기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평상시보다 1.27배 큰 상태이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시민분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길 바랍니다.” 달의 크기가 커지면서 중력이 약해져 일정 무게 이하의 것들이 우주로 올라간 것이다. 달이 점차 커져 이 세상 모든 것이 떠오르게 해 인류가 멸망한다는 것이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종말 원인. 우주로 간 아이의 생사도 궁금했지만, 소설이 진행될수록 뜨는 범위가 어린 아이에서 초등학생까지 넓어지는 걸 보니 무서워졌다. 언젠가 나도 달의 힘에 못 이겨 몸이 뜨고 우주로 날아가겠지? 우주에서는 얼마나 살아남을수 있을까?
아침저녁으로 싸늘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처서와 보름달에 소원을 비는 추석이 지났지만, 폭염 경보 재난 문자가 아침마다 날라 온다. 최장 기간 폭염이다. 누군가의 예언, 과거의 글귀가 아니라 지구가 직접 자기가 많이 위험하다는 걸 기나긴 무더위로 알려주고 있는 것 같다. 말로만 지구를 구하자고 할 때가 아니라 이제 진짜로 더 큰 기후 위기가 오기 전에, 달이 더 커지기 전에 지구의 아픔을 보살펴 줘야할 때다.
**각주 정리
1. 이광표, ‘노스트라다무스 ‘1999년 지구종말’ 예언’, 「동아일보」 2009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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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아무튼 너무 심심하니까 세상이 다 자세히 보이는 거야
대부분의 물건과 공간이 막 만들어졌을 때 가장 윤이 나는 반면, 조경의 진짜 모습을 보려면 기다림이 필요하다. 식물 때문이다. 채 자라지 못한 그라스가 맨땅을 다 가릴 정도로 풍성해질 때까지, 앙상해서 쓸쓸해 보이기까지 하는 나무들이 잎을 틔우고 줄기를 단단하게 키울 때까지. 그래서인지 갓 태어난 조경 공간, 특히 식물이 두드러지는 곳에서는 허전함을 느끼기도 한다. 식물이 주인공인 정원에서는 그 영향이 더 커진다.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이하 정원박람회)의 본행사가 끝나고 상설전시가 진행 중이다. 뚝섬한강공원에 갈 때면 그 사이 확연히 달라진 정원의 모습에 놀라곤 한다. 궁금했다. 과연 심사위원들은 정원이 이렇게 변할 거라는 걸 알았을까. 정원의 만듦새를 평가해야 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되어야 적절할까.
정원박람회 작가정원 설계안들이 발표되었을때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이 하나 있었다. 아슈라 풀 아자드(Md Ashraful Azad)의 ‘심심해지다 | 명상하다 | 고마워하다(Be Bored|Meditate|Appreciate)’(2024년 6월호 78~81쪽)가 그것. 맥락을 알 수 없는 형용사와 동사의 나열이 궁금해 들여다봤는데 내용이 흥미로웠다. “우리는 항상 디지털 기기에 사로잡힌 채 지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심심할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심심함은 정신 건강에 필수적입니다. …… 정원을 통해 이러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앉으면 스크린이 시야를 가리며 나뭇잎, 하늘 또는 땅만 볼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땅에는 검정개관중만을 식재합니다. 여러 식물로 이루어진 정원에서는 각각의 식물에 집중하기 어려워 모두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하나의 식물로 구성된 정원을 만들고 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식물의 아름다움을 더 잘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습니다.”
아자드는 적당히 심심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명상하게 하고 이로써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는 목표를 단순하지만 명쾌한 형태의 정원으로 이루려 했다. 정원 바깥의 것들을 잊게 만드는 띠 형태의 스크린이 타원형의 영역을 형성하고, 내부에는 곡선형 벤치를 놓는다. 동그란 디딤돌이 벤치에 이르는 길을 안내하고, 나머지 땅에는 한 종류의 식물만이 심긴다. 망망대해 위 쪽배에 탄 것처럼 벤치에 앉아, 파도처럼 일렁이는 식물의 바다에 발을 담근 내 모습을 상상했다. 아직까지 그런 정원을 만나본 적이 없기에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조성 과정에서 검정개관중이 수크령 ‘하멜른’으로 바뀌었지만, 주제를 뒤흔들 만한 변화는 아니었다. 중요한 건 하나의 식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니까. 일반적으로 검정개관중보다 크게 자라는 하멜른이 더 인상적인 풍경을 만들 것 같아서 오히려 좋았다. 부푼 마음을 끌어안고 정원을 찾았을 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초록으로 넘실거리는 풍경은커녕 뙤약볕에 노출된 땅이 이글이글 끓고 있었다. 하멜른이 충분히 자라기에는 정원 조성 기간이 턱도 없이 짧다는 걸 잊고 있었다. 허옇게 드러난 맨땅에 괜히 내가 머쓱했다.
하지만 9월 중순 방문한 아자드의 정원은 그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벤치가 잠긴 것처럼 보일 정도로 하멜른이 풍성하게 자랐다. 벤치에 앉았을 때의 시야만 가리도록 스크린을 공중에 띄워 설치했기에 그 아래로 넘실거리는 하멜른을 본 사람들은 호기심을 못 이기고 빨려 들어가듯이 정원에 들어선다.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벤치에 앉았다. 기분 좋은 따분함에 젖어 그 감각을 즐겼다. 아자드의 농간에 놀아나는 것 같았지만 정말 자꾸만 하멜른을 뜯어보게 됐다. 지루함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너무 심심해서 세상이 자세히 보였고, 그러다 보니 시를 쓰게 됐다(각주 1)는 김용택 시인이 아자드와 마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그간의 정원박람회가 지나온 도시와 공원의 정원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안부가 궁금해졌다.
**각주 정리
1. 김용택의 에세이 “심심해서 그랬어”(『심심한 날의 오후 다섯 시』, 예담, 2014)의 한 구절에서 제목을 따왔다. “심심해서 그랬어. 공부를 하다가 일을 하다가 이렇게 마루에 혼자 앉아 있으면 너무 심심한 거야. 봐라, 시골이 참 심심하지. 나무도 강물도 하늘도 구름도 풀잎들도 다 심심해 보이지. …… 아무튼 너무 심심하니까 세상이 다 자세히 보이는 거야. 자세히 보니까 생각이 일어났다. 그 생각들이 내 마음의 곡식 같아서 버리기가 아까운 거야. 그래서 그냥 글로 옮겨 써봤어. 그랬더니 시가 되었어. 어느 날 내가 시를 쓰고 있어서 나도 놀랐다니까. 정말 심심해서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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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수직 벽과 석가산의 새로운 조화, 듀얼 석가산
정형의 수직 벽과 자연스러운 석가산의 하모니
일반적인 석가산은 기암괴석과 식물이 어우러진 소규모 산의 형태를 담아낸다. 조경 시설물 브랜드 ‘미담’은 자연과 조화를 꾀하며 석가산의 전형에서 벗어난 현대적인 석가산을 만들고 있다. 특히 듀얼 석가산은 두 가지의 상반된 디자인을 조화롭게 결합해 특별한 경관을 선사한다.
듀얼 석가산은 자연스러운 석가산과 정형화된 수직 벽으로 구성된다. 정형적 디자인의 수직 벽은 인공적인 구조물로서 고정된 형태와 기하학적인 규칙성을 보여주며, 자연의 석가산은 불규칙하고 유기적인 형태를 띤다. 이를 통해 정형적 디자인이 주는 형태미와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게 한다.
디테일도 남다르다. 수직 벽에 사용된 판재는 정형화된 판재가 아닌 석재의 자연면을 강조한다. 채석장에서 석재를 채굴하여 재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자연면만을 가공한 판재를 활용해 일반 판재에서 느끼지 못하는 자연스러움을 선사한다. 단조로운 구성을 피하기 위해서 수직 벽 높낮이를 다르게 했다.
자연과의 조화도 꾀했다. 수직 벽과 어우러지는 식재 포켓 공간을 통해 자칫 외벽의 회색빛으로 인해 삭막해질 수 있는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약 6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와 단을 형성하고 있는 폰드를 통해 역동적인 자연 경관을 연출했다. 수직 벽 뒷면의 석가산에는 크기가 다양한 기암괴석을 자연스럽게 배치하고 그 사이 공간마다 아기자기한 식물을 심어 생동감 있는 자연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다양한 형태의 폭포는 수직 벽과 또 다른 자연의 쾌적함을 제공한다.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듀얼 석가산은 앞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시그니처 시설물로 거듭날 것이다. TEL. 02-6951-1041 WEB. www.mi-d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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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프레시킬스 보고서를 다시 펼치며
이번 호 표지 그림에서 20여 년 전의 강렬한 기억을 다시 호출한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2001년 12월, 50년 넘게 뉴욕 맨해튼의 욕망과 배설물을 받아낸 거대한 쓰레기 산, 센트럴파크 세 배 면적의 초대형 매립지를 공원으로 전환하는 장기 계획의 밑그림이 발표됐다. 22년이 흐른 지난해 10월, 2036년 완공을 목표로 단계별로 조성되고 있는 ‘프레시킬스 공원’ 중 북부 공원 1단계 구역의 문이 열렸다.
세상의 모든 게 변할 것만 같았던 21세기의 새벽, 전 세계 조경계는 두 가지 이유로 프레시킬스 쓰레기 매립지 공원화(Fresh Kills: Landfill to Park) 설계공모에 열광했다. 무엇보다도 프레시킬스 공모전은 도시 곳곳에 버려진 광대한 규모의 탈산업 부지(post-industrial sites)를 경관으로 치유해 재생시키는 설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담론의 영역에서 실천의 장으로 이동시킨 결정적 계기였다. 이 공모전이 조경가들에게 끼친 다른 하나의 영향은 당선작 ‘라이프스케이프(Lifescape)’의 실험적 설계 태도와 방법이다. 매립된 쓰레기, 야생 동물 서식지, 식생 천이, 수문 체계 등 서로 충돌하는 이질적 조건을 다이어그램으로 조정하고 완결적 마스터플랜 대신 과정 중심적 단계별 계획(phasing)으로 설계를 조율해 나간 필드 오퍼레이션스FO의 방식은 이제 하나의 교본으로 자리 잡았다. 20년 넘게 흐른 지금, 프레시킬스 공원은 또 다른 세 번째 이유로 조경가들의 주목을 초대한다.
인류세(Anthropocene)와 기후 위기를 맞은 도시에서 공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공원과 도시 재야생화(rewilding)의 함수 관계를 질문하게 한다. “도시의 경계선은 한자리에 오랫동안 머무르지 않는다”(어니스트 로슨). 1790년 3만 3천 명이던 뉴욕시의 인구는 1900년 348만 명으로 급증했다.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던 맨해튼의 습지와 원지형은 완전히 사라졌다. 맨해튼의 욕망을 마주 보고 있는 스태튼 아일랜드는 수천 년 전 빙하가 녹은 물이 자갈과 모래를 퇴적시키면서 형성됐다. 이 섬 동부의 높은 모래 언덕은 빗물을 프레시킬스의 낮은 습지대로 흘려보냈다. 프레시킬스는 네덜란드에서 온 초기 정착민들이 ‘신선한 개울’이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빙하 토양, 독특한 배수 패턴, 특별한 미기후가 결합된 프레시킬스에는 비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풍부한 생태적 다양성이 만들어졌고 철새들의 목적지가 되었다. 뉴욕의 탐욕은 이 거대한 미개발지를 허락하지 않았다. 저돌적인 성장주의 도시계획가 로버트 모지스는 1940년대까지 손상되지 않고 남은 생태학적 보물창고 프레시킬스에 맨해튼의 쓰레기를 채우기로 결정했다.
1948년 쓰레기 매립이 시작됐다. 1955년이 되자 이미 프레시킬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매립지로 바뀌었다. 매일 쓰레기 3만 톤이 폐기됐고, 평평한 염수 습지는 높이 70미터의 쓰레기 산맥으로 변했다. 『어반 정글』(매일경제신문사, 2023)의 저자 벤 윌슨은 “프레시킬스는 도시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악몽 같은 유적이 되었다”고 일갈한다. “도시는 맹렬한 식욕으로 자연을 삼키고 오염과 폐기물을 배설해서 강과 습지를 오염시키고 자연 서식지를 독성 매립지로 바꾼다.”
2001년 3월 마지막 폐기물을 실은 바지선이 도착했다. 공원화 설계공모 당선작이 발표된 12월 프레시킬스의 문이 닫힐 예정이었지만, 비극적인 9‧11 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의 잔해를 받아내느라 2002년 3월에야 폐쇄됐다. 장기간의 공원 설계와 조성이 진행되는 동안 이미 프레시킬스는 새로운 변화를 겪으며 놀라운 잠재력을 드러내고 있다. 50년 넘는 세월을 거치며 매립지로 쓰였지만 매립 가능한 최대 면적은 프레시킬스 전체의 45퍼센트였다. 비옥한 습지 생태계는 사라졌지만, 역설적이게도 매립지 운영은 나머지 55%의 땅을 도시 개발로부터 피해 가게 했다. 살아남은 습지, 간석지, 초원, 삼림 지대와 함께 유독성 쓰레기 더미 위에는 새로운 생태계가 등장하고 있다. 지하 깊은 곳에서는 미생물들이 반세기 동안 쌓인 쓰레기를 메탄으로 바꾼다. 지하의 가스와 침출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추출되어 인근 지역의 전력원으로 쓰인다. 1억 5천만 톤의 쓰레기가 지표면 아래에서 서서히 분해되는 동안 악명 높은 쓰레기 산은 새로 정착하는 야생 생물의 안식처로, 뉴욕 시민을 환대하는 공원으로 계속 변해갈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프레시킬스에 새로 덮인 풀밭에는 새로운 미생물, 식물, 곤충, 조류, 포유동물이 거주하기 시작했다. 새 개척자들에 의해 복구되고 있는 프레시킬스는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고 역동적인 자연의 과정이 살아 있는 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재야생화는 완전한 방치의 결과가 아니다. 랜드스케이프가 아닌 ‘라이프스케이프’를 목표로 한 혁신적 조경설계, 마스터플랜이 아니라 과정적 계획으로 만들어가는 설계가 재야생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다음 일은 인간의 설계와 조절 범위를 벗어난다. 앞으로 오랜 세월 동안 광대한 프레시킬스는 공원의 새 거주자인 비인간 생명체들에 의해 복구되어갈 것이다. 벤 윌슨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작업은 대부분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 할 것이다.” 도시 재야생화의 거대한 실험실인 프레시킬스는 인류세의 공원이 지향해야 할 좌표를 제시해준다.
이번 호에 담은 북부 공원 1단계 구역은 프레시킬스 공원 전체 면적 2,315에이커의 1/100에 못 미치는 21에이커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재야생화된 매립지의 생태적, 문화적, 경관적 잠재력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기사와 함께 프레시킬스 공원화 계획 보고서를 구해 일독해보시기를 권한다. 보고서의 첫 문장을 옮긴다. “라이프스케이프는 장소이자 과정이다(Lifescape is both a place and a pro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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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감각] 단칸방에 나무를 심는 방법
지난여름 진행한 북토크에서 정원이 생긴다면 어떤 식물을 심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다. 식물원에 다닐 때마다 “나중에 정원이 생기면, 이 친구와 저 친구는 꼭 키울 거야!”라는 말을 했었고, 분명 마음 속 위시 리스트에는 식물 이름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런데 오래된 지층 속 화석처럼 굳어버린 걸까. 하나 꺼내 보이기가 쉽지 않았다.
“늘 정원을 꿈꿨는데, 막상 심을 수 있다고 하니 식물 하나가 바로 떠오르지 않네요.” 조금 뜸을 들이다가 간신히 수련과 연꽃을 떠올렸다. 언젠가 베란다에 작은 크기의 원예종을 아기 욕조만한 그릇에 심은 적이 있는데 꽃을 단 한 송이밖에 구경하지 못했다고, 정원이 생긴다면 당장 연못을 파고 수생 식물을 실컷 심겠다고 했다.
그때 한 말은 분명 진심이었고 정정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걸 안다. 그런데 대답을 바꾸고 싶다. 수련과 연꽃 대신, 오래 전에 그린 ‘단칸방에 나무를 심는 방법’이라는 그림으로. 그림은 시방서나 실시설계 도면이 아니다. 그러니 저 푸른 단칸방 안에 그림 같은 대온실 하나 짓고 사랑스런 기화요초를 그려 넣어도 된다. 그러나 그림 속 작은 방은 텅 비어 있고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나는 이것이 아주 정확한 답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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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킬스 북부 공원 1단계
North Park at Freshkills Park Phase 1
한때 세계 최대 규모의 매립지였다가 2001년 문을 닫은 프레시킬스(Freshkill)는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 서쪽 9.8km2 부지에 다섯 개의 거대한 쓰레기 산을 두고 있었다. 이 매립지를 공원과 녹지로 전환하기 위한 국제 설계공모가 열렸고 필드 오퍼레이션스(Field Operations)(이하 FO)의 작품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FO는 당선안을 기반으로 매립지를 지역을 위한 공원으로 재탄생시킬 마스터플랜을 설계했다.
2012년 프레시킬스 내 슈물(Schmul) 공원 놀이터 개장에 이어 두 번째로 대중을 맞이하게 된 북부 공원(North Park) 1단계 부지는 프레시킬스의 변화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설계공모를 치른 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 북부 공원은 쓰레기 매립지라는 제약을 극복하고 생물 다양성이 높은 생태계를 조성하고 자연 과정을 통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성장한 새로운 공원 유형을 보여준다.
새로운 북부 공원 입구와 프레시킬스 북동 구역 중심부로 이어지는 아크(Arc) 길을 지나면 북쪽 매립지 언덕이 나타난다. 이 언덕의 기슭을 따라 거닐며 메인 크리크(Main Creek) 습지와 윌리엄 T. 데이비스 야생동물 보호구역(William T. Davis Wildlife Refuge)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단면과 평면 모두 완만한 곡선 형태로 설계된 아크 길은 인근 지역에서 출발해 고요하고 평온한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다다르는 여정을 더 극적으로 만든다. 방문객은 이 길을 따라 천천히 보호구역 내부의 새 지평선까지 올랐다가 전망대와 공원 구역으로 내려오게 된다. 와일드 애비뉴에 도착한 방문객을 위한 새 입구와 주차장을 마련했다. 수몰 공원 인근에서 진입하는 이들을 위한 진입로도 조성했는데, 이때 보행로와 고속도로를 분리해 안전한 보행을 꾀했다. 와일드 애비뉴로 진입해 아크 길을 따라 북동쪽으로 이동하면 나무와 꽃이 만발한 습지를 지나 옻나무와 넓은 피크닉 잔디밭이 있는 고원 지대로 향하게 된다. 분지 전망대 인근, 슈물 길과 산책로의 교차점 중심에는 태양광 패널로 구동되어 퇴비를 생산하는 화장실 건물을 지었다. 피크닉 잔디밭 너머에는 전망 데크를, 물가에는 조류 관찰 타워를 조성했다.
북부 공원은 프레시킬스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시발점이다. 750에이커 규모의 공원에는 능동적·수동적 레크리에이션 공간, 공공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산책로가 단계적으로 마련된다. 단계적으로 완성될 공원은 개울, 습지, 광활한 초원, 뉴욕시의 장엄한 경관 등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줄 것이다.
펀딩, 협력, 시설
북부 공원은 시장과 주정부 기금 조합을 통해 설계 및 건설됐다. 미국 국무부의 지역 수변 재활성화 프로그램LWRP(Local Waterfront Revitalization Program)을 통해 뉴욕 주 환경보호기금(New York State Environmental Protection Fund)에서 2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러한 펀딩을 통해 조류 관찰 타워, 습지 전망 데크, 자생 식물 양묘장, 산책로, 퇴비 화장실 등이 마련됐다.
프로그램의 취지에 따라 북부 공원은 뉴욕 시 워터프런트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인 토지 및 수자원 이용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수로 문제를 해결하고, 수질과 자연 환경을 개선하고, 민감한 자연 자원에서 적당한 거리를 둔 인프라와 서비스를 갖춘 지역으로 개발을 유도하고자 한다. 더불어 뉴욕 전역의 수변 커뮤니티와 협력해 수변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고, 활용도가 낮은 워터프런트의 재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기본 프로그램 역할을 하게 된다.
지속가능성
북부 공원의 설계는 환경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뉴욕시 공원여가부의 노력을 보여준다. 주차장 조명과 퇴비 화장실은 공원의 에너지 공급 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태양광 패널을 통해 전력을 얻어 작동한다. 특히 퇴비 화장실은 배설물을 퇴비로 전환해 다시 토양으로 환원하도록 만든다. 공원여가부의 그린벨트 자생식물센터(Greenbelt Native Plant Center)가 운영하는 2만8천㎡ 규모의 자생 식물 양묘장에서는 산책을 할 수도 있다. 북부 공원 개발에는 뉴욕 시 위생부와 뉴욕 주 환경보존부도 참여했다. 2008년 시작된 프레시킬스 프로젝트는 단계적으로 건설되고 있으며 2036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글 Field Operations
Project Lead, Landscape Architecture, Master PlanningField Operations
Structural Engineering Jacobs
Civil Engineering Langan
Electrical Engineering Dagher Engineering
Geotechnical Engineering Geosyntec
Signage Design Wkshps
Permit Expeditor SL Architecture
Client NYC Parks
Location Staten Island, New York, USA
Area 21ac (Total: 240ac)
Construction 2017. 7. ~ 2023. 10.
Completion 2023. 10.
Photograph Field Operations, Mona Miri/SustainablePhotography, Jade Doskow
필드 오퍼레이션스(Field Operations)는 혁신적 공공 공간을 설계하는조경가와 도시설계가 집단이다. 대규모 도시설계와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프로젝트부터 작지만 섬세한 디테일을 요구하는 디자인까지 다양한 규모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모든 프로젝트에서 사람과 자연의 생태를 연구하고, 생기 넘치고 역동적인 공공 영역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후 변화, 생태계 파괴, 급속한 도시화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자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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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인-모이니한 커넥터
High Line-Moynihan Connector
걷기 좋은 도시로 유명한 뉴욕의 한 구석이 수십 년 간 보행 친화적이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뉴욕에서 일일 70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교통 허브인 모이니한 트레인 홀(Moynihan Train Hall)과 연간 8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하이라인(High Lin)e 사이에는 이리저리 뒤엉킨 콘크리트 장애물이 놓여 있었다. 두 공간을 오가기 위해서 보행자는 교통량이 많은 일련의 도로를 통과하고 링컨 터널 입구를 지나 고가도로인 하이라인에 올라야만 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개발(Empire State Development), 브룩 필드 부동산 개발(Brookfield Properties), 하이라인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은 긴밀한 협력으로 하이라인-모이니한 커넥터(High Line-Moynihan Connector)를 조성해, 자동차가 지배하던 환경을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져 도심에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변모시켰다. 스키드모어, 오윙스 앤드 메릴Skidmore, Owings & Merrill과 필드 오퍼레이션스Field Operations가 설계한 이 커넥터는 맨해튼 웨스트 플라자Manhattan West Plaza를 거쳐 하이라인과 모이니한 트레인 홀을 연결하는 약 183m 길이의 고가 통로다. 커넥터 덕분에 보행자들은 이제 단 한 번만 길을 건너면 하이라인과 모이니한 트레인 홀을 오갈 수 있다. 하이라인-모이니한 커넥터는 보행자가 어느 곳이든 안전하고 즐겁게 이동할 수 있고, 사람과 대중교통을 연결하며, 지역 공공 공간과 다양한 커뮤니티 자원을 원활하게 잇고자 한 하이라인의 오랜 비전을 실현하고 있다.
새로운 연결
모이니한 트레일 홀을 나선 방문객과 통근자들은 9번가를 건너 맨해튼 웨스트와 2.6에이커 규모의 공공 광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광장은 다이너 애비뉴(Dyer Avenue)를 따라 놓인 인상적인 트러스 형태의 팀버 브리지(Timber Bridge)와 연결된다. 팀버 브리지와 수직으로 놓은 우드랜드 브리지(Woodland Bridge)는 웨스트 30번가를 따라 이어진다. 나무가 무성히 자란 이 브리지 위를 산책하다 보면 하이라인 스퍼(High Line Spur)에 다다를 수 있다.
팀버 브리지와 우드랜드 브리지
팀버 브리지는 철골 구조물보다 탄소 함량이 적은 글루렘(glulam, 구조용 집성재)을 이용해 워런 트러스(warren truss) 구조로 제작됐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조달할 수 있는 알래스카산 황색 삼나무를 주재료로 삼고, 지반과의 연결부를 최소화해 기존 도로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했다. 워런 트러스 형태의 다리는 과거 산업 지역이었던 첼시의 성격을 보여주는 요소로 그 시대의 강철 철도 교량을 연상시킨다.
하이라인 스퍼와 연결되는 340피트 길이의 우드랜드 브리지는 외부로 노출된 내후성 강철 기둥과 각진 브래킷 암(bracket arm)으로 지지되는 깊고 연속적인 토양층으로 통해 사람들이 한껏 몰입할 수 있는 경관을 연출한다. 하이라인 생태 통로를 확장하는 이 다리는 새와 토착 수분 매개자를 위한 풍성한 터전이 되어주고 소음과 바람을 차단하고 그늘을 제공하며, 새로운 녹지 공간을 통해 보행자를 아래쪽의 차량 통행으로부터 보호한다.
다리 가장 깊은 지점의 V자 구조로 1.2~1.5m 깊이의 토심을 확보했다. 넉넉한 토심 덕분에 뉴욕 숲에서 영감을 받아 계획한 대규모 나무숲을 구현할 수 있었다. 또한 V자 구조는 추위와 바람 등 도심의 가혹한 여건에서 식물들이 건강하게 생육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통행로를 이 플랜터의 토양에 바로 닿지 않도록 띄워 배치함으로써 식물의 뿌리 성장을 촉진하고 생장을 저해하는 열로부터 토양을 보호하는 등 토양의지속가능성을 꾀했다. 산책로 바닥에는 군데군데 구멍을 내고 개방형 조인트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빗물이 토양에 스며들어 자연스러운 관수가 이루어진다.
두 다리는 고유한 건축적 표현과 경험 요소를 지니고 있지만, 강철 데크와 청동 난간 같은 따뜻한 소재를 통해 미학적으로 통합된다. 우드랜드 브리지의 식재는 서서히 높아지는 다리의 구조에 맞추어 계획되어 방문객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할 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다. 이 역동적인 경관 덕분에 보행자는 서서히 위로 솟아오르는 목재 구조물을 느낄 수 있으며, 맨해튼 웨스트 매그놀리아 코트(Magnolia Court)에 자라나는 나무들과의 시각적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이러한 해법은 커넥터 양쪽에 새로운 장소감을 만들어내고 보행자를 그들의 목적지까지 안내한다.
자연과 인프라
하이라인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 커넥터는 건축 구조물에 자연을 불어넣는 독특한 방식을 선보인다. 팀버 브리지는 우드랜드 브리지와 함께 자연을 인프라와 도시 구조 속에 매끄럽게 통합시키고, 새로운 보행 경험을 창출하며, 보행자의 안전을 꾀하며, 미국 장애인법에 근거해 보행 약자의 접근성을 향상시킨다. 또한 보행자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소음과 바람을 막아주며, 역동적인 경관을 통해 도시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뉴욕 시민과 방문객 모두를 위한 연결 인프라 역할을 한다.
식재
커넥터는 10번가, 9번가, 매그놀리아 코트에서 접근할 때 만나게 되는 일련의 녹색 관문이 된다. 동부 낙엽수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커넥터의 나무숲은 강력한 녹색 감각을 선사한다. 여러 층을 이루는 산림처럼 캐노피 나무 층, 중층 나무 층, 관목 층, 하층 나무 층으로 구성된 다층 식재 계획을 세웠다. 더불어 뉴욕의 계절을 고려해 겨울에는 탁 트인 전망과 충분한 햇빛과 열매를, 봄에는 중층 나무 층에서 피어나는 다채로운 꽃을, 여름에는 수목이 만들어내는 위요감과 신록이 우거진 그늘을, 가을에는 풍부한 색상과 단풍을 즐길 수 있게 했다. 교목 63그루, 관목 90그루, 초본과 다년생 식물 5천2백 본 이상이 식재됐다.
도전 과제
기후 변화라는 시대의 맥락 속에서,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는 재료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 중 하나다. 설계를 진행하며 대형 목재가 팀버 브리지에 적합한 재료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탄소 목재는 탄소 효율이 높기 때문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커넥터는 맨해튼 최초의 목재 인프라다. 대형 목재를 주재료로 선택한 이유는 유지·관리 비용이 더 적을 뿐 아니라 강철보다 환경적으로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교량에 강철을 사용하면 목재를 사용했을 때보다 탄소 배출량이 두 배가량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목재를 사용하려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만 했는데, 도시 건축 법규와 목재 산업이 그것이다. 철강 및 콘크리트와 비교했을 때, 목재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맞게 개발되고 표준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커넥터를 위한 목재 공급 및 제조 회사를 찾기 위해 설계 팀, 계약 회사, 클라이언트가 고도의 협업을 이뤄내야 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커넥터는 대형 목재를 도시 환경에 들여왔을 뿐만 아니라 대형 목재를 강철이나 콘크리트처럼 건축 자재로 사용하는 선례를 만들어냈다. 앞으로 이 프로젝트는 대형 목재에 대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불러일으키고, 뜻밖의 방식으로 대형 목재를 사용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영향
커넥터가 개장한 뒤, 약 8개월 간 출퇴근 시간대에 약 10만 명이 넘는 보행자가 커넥터를 이용했고 매일 수 천 명의 방문객이 다리를 건너고 있다. 수백 개의 언론과 미디어, SNS가 이 프로젝트에 주목했고 그 영향으로 수백만 명이 커넥터의 소식을 접했다.
커넥터는 예술 설치물을 위한 새로운 장소로서 영감을 주고 있다. 한 예로, 하이라인 커넥터 인근에 위치한 사용률이 낮은 상업용 광고판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커넥터에서 영감을 얻은 광고판시리즈를 통해 하이라인의 예술 프로그램은 보행로의 경계를 넘어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글 Field Operations
Design Skidmore, Owings & Merrill, Field Operations
Design Structural Engineer Skidmore, Owings & Merrill
Design-Build Contractor Turner Construction
Structural Engineer Thornton Tomasetti
MEP & Civil Engineer WSP
Vehicular Traffic & Pedestrian Modeling Engineer Buro Happold
Lighting Design Tillotson Design Associates
Soil Science Craul Land Scientists
Irrigation Northern Designs
Security Consultant DVS Security
Geotechnical/Foundations Mueser Rutledge Consulting Engineers
Expeditor & Code Consultant Vitacco
Client Empire State Development, Brookfield Properties, Friends of the High Line
Location New York, New York, United States
Area 1,016m2
Long
Total: 182.88m
Woodland Bridge: 103.63m
Timber Bridge: 79.248m
Construction 2022. 2. ~ 2023. 6.
Completion 2023. 6.
Photograph Field Operations, Andrew Frasz
- Field Operations+Skidmore, Owings & Merr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