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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
불꽃 아이디어로 공터를 공감터로!
  • 환경과조경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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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0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서울시와 한화가 공동 주관한 2017년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본래 최우수작(상금 1,000만 원)을 한 점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심사 기준을 만족시킨 작품이 없어, 한 팀에게 수여할 예정이었던 우수상(상금 500만 원)을 ‘일사천리(1472)’ 팀의 ‘1분의 행복’과 ‘동작補(보)슈’ 팀의 ‘정독도서관 꿈다방을 아시나요?’에 수여했다.

 

한화상(상금 500만 원)에는 ‘레터 엔Letter N’ 팀의 ‘그린 녹턴Green Nocturne’이 선정됐고, ‘일상너머의 풍경’ 팀의 ‘숲의 기억’이 장려상을 수상했다. 박준호 심사위원장은 심사 총평을 통해 “21세기 도시는 군도와 같은 개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도시가 바다라면 큰 건물들은 섬이다.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는 군도 사이의 연결점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이 프로젝트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건강하고 아름다운 도시의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올해 6회를 맞이한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는 “불꽃 아이디어로 공터를 공감터로!”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서울 도심의 소외된 마을마당 세 개소(중구 봉래동, 중랑구 면목동, 노원구 공릉동), 노후 쉼터 4개소(중구 회현동, 광진구 광장동, 강북구 번동,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를 활력 넘치는 쉼터로 재탄생시켜야 했다. 본래 7월 6일 12시에 액션을 시작해 7월 9일 12시에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올해도 작년에 이어 날씨가 변수였다. 6일 오후부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결국 서울시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각 참여팀에게 작업 중단을 권고했다. 결국 72시간의 두 배에 달하는 144시간 동안 액션이 진행됐다. 이에 따른 인건비, 장비 대여료가 추가로 발생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팀도 있었다.

 

구성원이 독특해 눈길을 끄는 팀도 있었다. ‘동작보슈’ 팀은 동작구의 마을 공동체인 ‘마을발전소’ 사람들과 프로젝트에 참여해 계획과 시공을 함께 했다. 참여자 명단에 이름이 없는 주민들도 때때로 현장을 방문해 일을 도와, 주민 참여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진 팀이라는 평을 받았다. 민족사관고등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선생님 등으로 구성된 ‘레터 엔’은 조경이나 건축, 도시 관련 전공자가 없는 팀이다. 설계 기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캐드도 다루지 못했던 항공우주학 전공자, 생물학 전공자, 미학 전공자, 역사 전공자 등이 모여 고군분투한 결과, 불법 주차된 자전거가 즐비한 공간을 야외무대와 자전거 거치대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작품의 심사 기준은 장소성과 지속성, 협동성 등 세 가지다. 특히 올해에는 작품 존치를 위해, 관리가 쉬우며 안전성을 겸비한 계획안이 요구되었다. 작품의 지속성을 위해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요지다. 하지만 그 때문일까,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의 매력 요소인 “불꽃 아이디어”가 다소 약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톡톡 튀는 상상력을 펼친 작품보다 지저분한 공간을 정비하고 활용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 팀이 많았다는 의견이다. 2014년부터 조직위원으로 활동해온 이홍선 소장(Factory L)은 “2012년에 시작된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는 본래 이벤트성 프로젝트였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을 만들었다 해체하는, 화려한 풍선을 불어서 이목을 집중시키다 72시간이 지나면 뻥 터트려 사라지면 다 같이 그 순간을 추억하며 즐거워하는 그런 프로젝트”였다며 초창기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작품 존치를 위해 “지속성과 안전성 등을 강조하면서 학생보다 기성 작가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줄어든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사실 72시간은 오랜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튼튼하고 안전한 구조물을 만들기에는 빠듯한 시간이다. 게다가 시공과 관련한 전문 지식을 요하기 때문에, 학생이나 일반인의 참여를 어렵게 하는 문턱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더불어 시공과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시공 업체에 전적으로 맡기는 팀이 늘어나고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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