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에코스케이프 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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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당서 나오당 다쳐시녜” 바당밭으로 들어가는 길 위 이씨 삼춘(삼촌의 제주 방언)의 한 팔이 굽어 있었다. 푸른 깁스가 무심히 그의 팔을 감쌌다. 수확한 물건을 들고 오던 삼춘은 젖은 현무암에 미끄러졌고. 그 와중에도 삼춘은 성한 한 팔로 갈퀴를 쥐고 사락거리는 검붉은 톳을 바당밭 앞 시멘트 도로에 펼치고 있었다. 해녀는 바다와 땅을 오간다지만 인간�…
- 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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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의 시작 사무실을 시작한 건 설계를 하다 보면 장소가 지닌 정체성을 단순히 컴퓨터 화면과 종이의 결과물로 구현할 수 없다는 갈증 때문이었다. 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게 디자인 빌드였다. 사무실 개소 후 첫 디자인 빌드 프로젝트는 보리(Voree)였다. 보리는 서해라는 서사가 담긴 랜드스케이프와 농경 문화가 스며 있는 장소다. 이 지역이 가진…
- 홍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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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용산공원에서 내셔널 몰까지 12시간 15분 오전 5시 10분, 우려와 달리 눈이 번쩍 뜨였다. 몇 달을 기다려온 출장이다. 올해 ASLA(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미국조경가협회) 대회가 워싱턴 DC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으쌰으쌰 발표 자료를 만들어냈다. 동료 발제자들과 용산공원의 시민 참여에…
- 신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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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경복궁역이었다. 경복궁역에서 지하철을 탄 게 분명한데, 아직 열차가 출발하지 않은 걸까. 다시 잠에 빠졌다. 온몸에 흘러내리는 식은땀에 다시 눈을 떴다. 또 경복궁역이었다. 시계를 보고 그제야 깨달았다. 깊은 잠에 빠져 3호선 구간을 세 번이나 왕복한 것. 닷새 밤 꼬박 새워 겨우 마무리한 졸업 작품 패널을 경복궁역 지하 전시장에서 열린…
- 배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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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 되었으니 고백을 해야겠다. 지난 여름에 양산을 쓰고 다녔다. 정확히는 몇 해 전부터고, 우산을 양산 용도로 써먹은 것이지만 나와 친밀한 이들도 이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30대 성인 남성이 양산(다시 말하지만 우산이다)을 쓴다는 걸 이상하게 여길까 봐, 약속 장소 3분 거리에 다다르면 우산을 가방에 쏙 넣고 시치미를 뗐으니까…
- 조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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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는 바다와 땅을 하나로 일군다. 그들은 물 아래 바당밭에 소라나 전복, 톳이나 미역을 보살피고 수확한다. 땅 위 우영팟에서는 쌈 채소, 당근, 마늘, 호박 등을 키워 자신과 가족의 끼니를 해결하거나 판매한다. 물때와 날씨에 따라 바당밭이나 우영팟에 나가며 해녀들은 각 환경에 필요한 영양분을 물에서 뭍으로 혹은 그 반대로 이동시켜 여러 생물에 이로운…
- 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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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환경을 더 풍요롭게 창작을 업으로 하는 조경가로서 처음에는 멋지고 이상적인 공간을 상상하지만, 실제로 그리다 보면 현실의 여러 가지 제약에 부딪힌다. 예산, 공간, 환경 등 여러 제약은 그 구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을 더욱 크게 만들며, 때론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는 그 과정 자체가 깊은 의미와 가치를…
- 노용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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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싱클레어로부터의 탈피 얼마 전 박사과정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 동기의 연락을 받았다. “여기 애들은 뭐 하고 놀아요?” 도시화율 80%에 빛나는 대한민국에서 살다 미국 중부로 떠났으니 무얼 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인지 궁금한 게 당연하다. 이는 필자가 ‘자유’를 찾아 뉴욕 시로 간 이유와도 일맥상통하다.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곳�…
- 신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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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표지 그림에서 20여 년 전의 강렬한 기억을 다시 호출한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2001년 12월, 50년 넘게 뉴욕 맨해튼의 욕망과 배설물을 받아낸 거대한 쓰레기 산, 센트럴파크 세 배 면적의 초대형 매립지를 공원으로 전환하는 장기 계획의 밑그림이 발표됐다. 22년이 흐른 지난해 10월, 2036년 완공을 목표로 단계별로 조성되고 있는…
- 배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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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진행한 북토크에서 정원이 생긴다면 어떤 식물을 심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다. 식물원에 다닐 때마다 “나중에 정원이 생기면, 이 친구와 저 친구는 꼭 키울 거야!”라는 말을 했었고, 분명 마음 속 위시 리스트에는 식물 이름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런데 오래된 지층 속 화석처럼 굳어버린 걸까. 하나 꺼내 보이기가 쉽지 않았다. “늘 정원을…
- 조현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