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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집 안에 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과 오래 관계를 맺는 ‘반려정원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활환경에 맞는 식물 선정과 전문적인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시민정원문화협회와 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는 지난 7월 13일 오후 2시 서울 도곡아트홀 Space LACH에서 ‘반려정원문화 포럼’을 열고 반려정원의 모델과 반려식물의 조건 및 관리 방안, 반려정원사의 역할 등을 논의했다. 이번 포럼은 단순한 식물 소비를 넘어 식물과 사람이 건강하게 교감하는 반려정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식물이라는 ‘대상’, 식물을 돌보는 ‘사람’, 관계를 지속시키는 ‘관리 시스템’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데 주목했다. 한승호 시민정원문화협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혼자서는 높이 자라지 못하고 지지대에 기대어 열매를 맺는 포도나무에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빗댔다. 그는 도시와 아파트는 점점 높고 편리해졌지만 사람의 마음은 오히려 외로워졌다며, 작은 화분을 돌보고 새순과 꽃을 기다리는 과정은 식물뿐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려식물은 키우는 식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동반자”라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이 각자의 생활방식과 환경에 어울리는 식물을 찾고, 이를 오래 건강하게 돌보기 위한 반려정원사의 역할과 관리체계를 함께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첫 번째 발표에서는 이병욱 시민정원문화협회 사무국장이 ‘발코니 반려정원 모델’을 제시했다. 협회는 오는 10월 매헌시민의숲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산업전에 ‘발코니 반려정원 모델’ 출품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 거실과 발코니를 재현한 모델하우스에 조립형·회전형 플랜터와 벽면녹화를 적용하고, 식물 소개와 상태 진단 등 관리 상담을 제공하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협회가 발코니에 주목한 데에는 도시의 고립과 과밀, 주거 스트레스가 커지는 가운데 발코니 확장으로 생활 속 자연공간까지 사라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발코니를 단순히 화분을 놓는 공간이 아니라 식물과 사람, 관리가 연결되는 생활정원으로 되살려 자연 접촉과 주거 정서를 회복하자는 취지다. 이 사무국장은 “발코니는 남아 있는 공간이 아니라 도시민에게 가장 가까운 정원”이라며, 발코니 반려정원이 지속적인 돌봄문화를 확산하고 반려식물 선택과 관리 교육, 주거관리 서비스와 연계되는 생활정원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영 시민정원문화협회 이사는 반려식물을 단순한 장식물이 아닌 ‘초록색 가족’, 즉 사람이 돌보며 정서적 교감과 위안을 주고받는 동반자로 정의했다. 식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애착과 정서적 안정이 형성되고, 공기정화와 습도조절 등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런 관계를 지속하려면 유행이나 외형보다 거주자의 생활방식과 공간 조건에 맞는 식물을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물마다 필요한 빛과 온도, 습도, 통풍, 토양 조건이 다른 만큼 식물을 둘 장소가 양지·반양지·음지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먼저 살피고, 물도 정해진 날짜보다 흙의 건조 상태와 식물의 반응을 관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태평 초록에서 대표는 식물병원 운영과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광량과 식재 용토를 반려식물 관리의 핵심 조건으로 꼽았다. 전 대표는 식물이 시들면 물주기를 원인으로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실내에서는 부족한 광량이 식물의 생육과 생사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밝다고 느끼는 공간도 식물이 광합성을 하기에는 어두울 수 있고, 이런 상태에서 물을 계속 주면 흙이 오랫동안 젖어 뿌리가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용토도 모든 식물에 동일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식물이 자라온 환경과 뿌리 특성에 따라 필요한 배수성과 보수성이 다르므로 재료의 성질을 이해하고 배합을 달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개별 식물의 관리법을 하나씩 외우기보다 식물분류에 따른 공통적인 생육 특성을 이해하면 빛과 물, 토양 조건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정춘미 시민정원문화협회 이사는 반려정원사를 식물을 심고 관리하는 기술자를 넘어 식물과 사람, 자연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정원 기반 복지 전문가’로 제안했다. 정 이사는 반려정원사에게 식물 생리와 정원관리 기술뿐 아니라 사람과 소통하는 공감 능력, 생명의 성장 주기에 맞춰 꾸준히 돌보는 인내심과 지속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물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원인을 진단하는 역할과 함께 식물과 사람, 자연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중재자 역할까지 담당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활동 영역으로는 식물 클리닉과 커뮤니티 가드닝, 원예치료, 정원 도슨트 등이 제시됐다. 도시 곳곳의 작은 정원은 곤충과 새의 서식처를 연결하는 생태적 징검다리가 될 수 있고, 주민이 함께 식물을 돌보는 과정은 고립감 해소와 공동체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이사는 반려정원사가 고령화와 사회적 고립에 대응하는 융합형 녹색복지 전문인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이재석 한국정원단체연합회 회장은 반려정원 문화가 자리 잡으려면 식물이 주변 환경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빛과 토양, 수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정리했다. 여기에 사람이 식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이를 문화로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호 회장은 반려정원과 일반 정원의 차이를 개인이 직접 가꾸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에서 찾았다. 아파트 단지에 정원이 조성돼 있어도 이용자가 손대거나 관리할 수 없다면 ‘나의 정원’으로 느끼기 어렵다며, 반려동물을 직접 돌볼 때 애착이 형성되는 것처럼 반려정원 역시 개인이 지속적으로 돌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파트 발코니를 이를 실현할 현실적인 공간으로 제시하고, 발코니를 생활정원으로 되살리기 위한 건축·조례·산업 측면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주현 한국정원문화협회 회장은 모든 정원이 본래 사람과 자연이 관계를 맺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별도의 ‘반려정원’ 범주를 제시하려면 기존 정원과 무엇이 다른지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려식물과 반려정원, 발코니 반려정원 등의 범위가 분명하지 않고 치유·치료·돌봄 등의 용어도 혼용되고 있다며, 반려정원 문화를 확산하기 전에 개념과 범주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식물은 반려정원의 구성요소 중 하나이며, 정원에는 식물뿐 아니라 공간과 시설, 이용자와 관리체계가 포함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여러 정원사 교육과정이 전문자격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상 역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태식 수프로 부사장은 반려식물 논의가 실내 관엽식물에 집중되는 데 대한 한계를 제기했다. 실내는 냉난방과 부족한 광량 등으로 식물을 장기간 건강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옥상과 아파트 공용정원, 공원, 지하철 역사와 가로수 등 시민이 함께 돌볼 수 있는 공공영역으로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그는 공공공간으로 범위를 확장하면 반려식물이 개인적인 취미에 머물지 않고 도시생태와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관리 구조를 마련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봤다. 외래 관엽식물 중심의 소비에서 벗어나 국내 환경에 적응한 자생식물을 중심으로 반려식물을 구성하는 방안도 적극 제안했다. 한재춘 한스메디팜 대표는 서울시 반려식물 관련 조례 제정 과정에 시민대표로 참여한 경험을 토대로 제도와 현장의 간극을 짚었다. 예산과 사업이 마련됐지만 수행인력의 전문성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아 실제로는 반려식물 사업이 단순한 화분 나눔이나 분갈이에 머무르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식물 보급을 일회성 지원으로 끝내지 말고 돌봄의 관점에서 대상자의 생활조건을 고려하며 관계를 이어가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반려정원 분야도 연구와 논문을 축적해 정책과 제도로 발전시키고, 가정에서 키운 식물의 판매와 창업, 관리서비스까지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등으로 관련 제도와 사업이 나뉜 현실을 지적하며 분야 간 통합과 융합도 주문했다. 김성심 행운을 드리는 화원 대표는 독일의 클라인가르텐과 영국의 교육정원 사례를 소개하며 반려정원 문화가 일회성 사업이 아닌 생활문화로 정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도심 안에 시민을 위한 작은 텃밭과 정원을 공급하는 제도가 19세기부터 이어지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유아교육 과정에서 정원을 교실처럼 활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 같은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에서는 반려정원이 단순한 식물 보급이나 실내 화분 관리에 머물러서는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반려식물과 반려정원, 반려정원사의 관계를 분명히 하고, 발코니와 공공공간 등 다양한 생활공간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마련하는 한편 전문인력과 사후관리, 제도적 지원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포럼은 반려정원을 완성된 개념으로 제시하기보다 앞으로 다듬어야 할 질문을 꺼내놓은 자리였다. 어떤 식물을 선택할 것인지뿐 아니라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돌볼 것인지, 관리 비용과 전문성은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 것인지가 반려정원 문화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시민정원문화협회는 이날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반려정원 모델과 식물 관리, 반려정원사의 역할을 구체화하고 사람과 식물이 건강하게 교감하는 반려정원 문화의 정착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하현 · 2026-07-17 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