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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과조경』 총목차 001–400
    『환경과조경』 총목차 001–400 11982. 07. 창간에 즈음하여 오휘영 조경수상: 전통적인 환경과 오늘 박용숙 나무 그리고 인간: 만수원 김명원 정원기행: 성북동 B 화백 외 보여주고 싶은 경관: 보길도 특집: 조경이란 무엇인가 조경이라는 것 유병림 좌담: 대학의 조경 교육 그 밖의 문제점 권상준 외 5인 조경 분야로서의 사회적 인식 정충식 외 3인 조경, 실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조경과 도시설계, 터전을 가꾸는 두 일손 황기원 건축과 조경의 해후 윤승중 원예와 조경의 협력 염도의 명작 속에 나타나는 경관 천승세 옥외 환경 조각의 기능과 역할 엄태정 도시벽화 환경적 커뮤니케이션 김정헌 도시 환경의 발전을 위한 슈퍼그래픽 노려 해외 조경, 중동 조경 중동 조경의 진출과 그 전망 고성하 외 3인 중동 지역의 조경 심우창 중동 지역의 식물별 특성 전통 조경 양식의 탐구 한국인의 얼이 담긴 장소에 관한 고찰, 마당론 이규목 인간·자연, 교섭과 융화의 장소, 정자 정영선 우리들의 평범한 경관: 시작 사진으로 본 경관: 자연 속에 나타나는 경관 조경용 식물의 개발과 이용 정순오 2 1983. 02. 조경수상: 소쇄원, 그 품격 있고 남루한 이조거인? 조동화 정원기행: 제주도 동감녕리 정원 외 나무 그리고 인간: 한림농원 한태현 보여주고 싶은 경관: 충남 예산군 고택 이재근 특집: 관광지 조경 실태와 현황 관광 개발의 허실과 과제 김사헌 수도권 국민 관광 개발의 방향 이장춘 관광지 조경의 실태와 개선방향 이영희 국립공원 종합개발계획 우리들의 평범한 경관: 제주도 사진으로 본 경관: 자연 속에 나타나는 경관 강운구 세계의 조경: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파리 이대우 나무시장의 실태: 조경 산업의 증가와 조경 수목 재배 붐 라성숙 세계 조경가 시리즈: 밀러의 작품 세계 프로젝트: 서울대공원 조경 / 금호도 개발 기본계획 주거 환경과 실내 조경 조성열 실내원예 송순이 전통 조경양식의 탐구 윤국병 환경과 조각 유근준 옥외 공간속에서의 조각 최민 조경용 식물의 개발과 이용 정순오 3 1983. 06. 조경칼럼: 양적인 팽창보다 질적인 성장을 정영선 정원기행: 삼선동 우씨 정원 외 특집: 올림픽을 위한 조경 동경올림픽, 뮌헨올림픽, 몬트리올올림픽, LA올림픽 올림픽과 달라질 환경, 달라져야 할 디자인 황기원 ’88서울올림픽 준비 상황 류동주 좌담: 올림픽을 전후한 서울의 도시 구조 개편 강병기 외 5인 특별기획: 우리들의 도시, 어떤 문제를 안고 있나? 사진에 나타나는 도시 경관 정동석 도시 환경–대단히 둔감한 서울 시민 홍사중 회색화된 도시, 그 위협으로부터 해방 안봉원 우리는 싫건 좋건 간에 시각 환경의 홍수 속에서 헤매고 있다 이대일 도시화에 따른 환경 녹지 문제 김장수 나무 그리고 인간: 나무할아버지 김이만 명화로 본 경관: 몽유도원도 원동석 ’83프로젝트: 춘천호반 관광지 개발계획 보여주고 싶은 경관: 성낙원을 찾아서 박문호 전통 조경양식의 탐구: 한국담장의 문양 임영주 세계 조경가 시리즈: 버얼 막스의 작품 세계 이춘홍 스스로 꾸미는 가든아이디어: 여름철의 수경 (이하 후략) *환경과조경400호(2021년 8월호)수록본 일부
  • [『환경과조경』 400호 돌아보기] 어떤 잡지의 존재감
    “‘400호 돌아보기’란 숙제를 끌어안고 시작된 고민은 쉽게 해결되었다. 일단 나눴다. 그래서 8과 50이란 숫자를 얻었고, 나누기를 먼저 주장한 탓에 첫 스타트를 끊게 되었다. … 나는 역으로 편집부 막내인 윤정훈 기자를 적극 추천했지만, 편집주간이 나를 지목하자 윤기자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던 것 같다.”(남기준, “4.12m 이어달리기”, 2021년 1월호) 부하 직원을 꿰뚫어 보는 상사의 눈이 이렇게나 무섭다. 400호 돌아보기 순서를 정한 때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올해 초. 편집부는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 너머의 내 표정이 어떻게 읽혔는지 알 수 없지만 그때의 나는 웃고 있었다. 천연스러운 눈에 그렇지 못한 입꼬리. 그래도 스타트는 편집장이 끊어야 하지 않냐는 편집주간의 말은 대학 시절 과제 제출 기한을 연장해주는 교수님의 은혜로운 선언처럼 들렸다(할렐루야). 단지 순서가 미뤄져 기쁜 건 아니었다. 태어나지도 않은 1980년대의 잡지를 리뷰하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막막했으니까. 그리하여 돌아본 호수는 301호부터 350호까지(2013년 4월호~2017년 6월호). 공교롭게도 이 시기의 나는 한창 퀭한 눈으로 설계실을 드나들던 조경학과 대학생.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나마(?) 조경에 가장 관심이 많던 때였다. 국내 최초의 국제정원박람회 2학년 1학기. 지방으로 가는 첫 답사였다. 학교 정문에서 단체로 버스를 타고 순천으로 향했다. 당시만 해도 정원박람회는 낯선 말이었다. 국내 최초의 국제정원박람회이자 ‘국가정원’이라는 거창한 타이틀 때문이었을까? 수도권에서 거리가 상당함에도 사람들이 바 글바글했다. 조경 내부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판단했는지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그해 『환경과조경』에 줄기차게 등장했다. 그야말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모든 것을 다뤘다. 세 달(300호~302호)에 걸쳐 박람회장 실시설계안을 소개했고, 별도의 특집을 꾸려 301호(2013년 5월호)와 302호(2013년 6월호)에 나눠 수록했다. (보는 사람은 영 부담스럽지만) 조충훈 순천시장이 단독으로 302호 표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4월 초부터 기자들은 현장을 찾아 다양한 관계자를 인터뷰했다. 정원 조성에 참여한 조경가는 물론이고 시공을 담당한 조경 회사 직원, 박람회 조직위원회 소속 화훼관리팀장까지, 다양한 역할에 고루 주목했다(‘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시공일지’라는 꼭지가 있을 정도다). 박람회장의 메인 공간을 설계한 찰스 젠크스Charles Jencks 인터뷰가 눈에 띄었다. 그 나선형의 언덕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순천호수정원’에 대해서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는데, 좀 생뚱맞다고 생각한 순간 방문객들이 빙글빙글 돌며 언덕을 올라가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즐기고 있었다. 좋은 공간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잠깐 생각했던 것 같 다. 다가오는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다시 열린다. 10년 만에 찾는 박람회장은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잡지가 예뻐졌다 “예쁘면 다야.” 괜히 발끈(?)하게 되는 말이지만, 어떨 땐 순순히 인정하게 된다. 전공 수업 시간, 한 친구가 발표를 하다 교수님에게 파워포인트 디자인도 설계의 일부라며 한 소리를 들었다. 디자인이라는 게 타고난 감각이 따라야 하는 법이라, 조경학과에서 이 ‘감’이 없는 학생들은 상당히 애를 먹기도 했다.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대학 4년 동안 얻는 건 PPT 만드는 스킬이라고 할 정도로 디자인은 힘이 셌다. 청중의 시선을 잡아끌고 그 속에 담긴 내용을 더욱 근사하게 보이게 해주었기 때문이다(덤으로 교수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 수 있고). 책도 그렇다. 2012년도에 조경학과에 첫발을 들였지만 『환경과조경』을 제대로 펼쳐본 건 잡지가 예뻐졌을 때부터다. 2014년 1월호(309호)부터 판형, 서체, 콘텐츠, 표지 및 내지 디자인이 확 바뀌었다. 특히 표지에 박힌 ‘laK’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이 강렬한 제호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는 ‘환경과조경’보다 ‘엘에이케이’라고 불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만 ‘락’이라고 부르는 애도 있었다). 이따금 잡지를 펼쳐보며 생각했다. 이런 멋진 잡지를 열심히 보다 보면 나도 근사한 설계를 할 수 있겠지? 슬프게도 헛된 기대였지만. (후략) *환경과조경399호(2021년 7월호)수록본 일부
  • [『환경과조경』 400호 돌아보기] 조경의 매운맛
    『환경과조경』은 나에게 특별한 잡지다. 성경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손에 쥔 책일 것이고, 심지어 나이도 같다. 요즘엔 조경을 스마트폰으로도 배울 수 있지만, 조경을 책으로만 배울 수 있었던 시기를 (아마도) 마지막으로 겪은 세대이기에 더 의미가 크다. 입대 후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다 나온 일병 휴가 때, 스스로도 믿기지 않지만 처음으로 찾은 잡지가 『GQ』나 『맥심』이 아닌 『환경과조경』과 『토포스Topos』였다. 20년 묵은 불평이지만, 조경학개론 수업조차 조경이 무엇인지 절대 쉽고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았었다. 조경이 무엇인지 가시적인 감을 잡아준 첫 길잡이는 『환경과조경』이었다. 그 후에도 매달 수록된 이미지와 텍스트가 전해주던 뉘앙스가 내가 느끼는 한국 조경의 온도와 색채에 큰 영향을 주었다. 태평양 건너편에서 10년간 머무르면서도 『환경과조경』을 한국 예능이나 드라마만큼 자주 돌려봤다. 한국 조경에 대한 향수와 관심, 때로는 동경과 선망이자 비판과 아쉬움을 모두 원격으로 바라보게 해준 채널이었다. 해외리포터로 시작해 이제 편집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종종 두렵디두려운 원고 요청이 오면 졸고를 올리긴 했으나, 지난달 최혜영 편집위원의 고백처럼 나 또한 그리 성실한 애독자가 되지는 못했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변을 한마디 붙이자면 종이 잡지는 3분도 안 걸려 눈으로 스캔하듯 훑어본 적이 있어도, 적어도 환경과조경 홈페이지(lak.co.kr)는 다른 포털 사이트 방문 빈도 못지않게 하루 세 번 이상은 접속한 지 오래다.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그냥 넘긴 적도 없다. 사실 이것은 변명 삼을 일도 아닌, 동시대 종이 잡지의 현주소이자 어쩌면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임을 누구나 동감할 것이다. ‘400호 돌아보기’라는 이번 기획도 아마 『환경과조경』이 조경 분야에서 보여준 고유한 매력과 추억들을 되새기면서, 예전과 다른 위치일 수밖에 없는 『환경과조경』의 미래를 그려볼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리라 믿는다. 400권을 50권씩 끊어놓은 분절 주기에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돌아보기의 첫 호인 351권이 발간된 2017년 7월경을 돌이켜본다. 고 박원순 시장의 긴 임기 중 7년 만에, 대통령과 서울시장의 뜻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되기 시작된 때다. 351호는 서울로 7017에 대한 꽤나 묵직한 문제제기로 시작한다. 서울로의 정치적 수단화와 절차적 문제는 잠시 덮고 당시 원고를 되짚어본다. 비난 일색의 상황에서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글을 읽기 시작했지만, 약 2년 안에 광속으로 설계와 시공을 진행했던 설계 팀과 진행 부서의 내막과 고충을 듣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다 이유가 있고, 다 계획이 있는 법. 흥미로웠고 지금도 이따금 생각하는 논점은 서울로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 ‘서울로는 정작 무엇인가?’ 연결 통로? 목적지? 육교? 식물원? 도시숲? 높이도 여건도 맥락도 판이하게 다른 뉴욕 하이라인의 벤치마킹을 강요한 결과로 서울로 7017는 유별난 점박장하며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다. 서울로 7017는 구도심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전에 없던 경험을 주는 공중 보행로이자 오랜 시간 안정화된 도시 조직의 상부 층위에서 새로운 개발 계획을 따라 진화해가는 서울만의 길, 서울만의 보행 네트워크다. 이 시기에는 서울로 7017을 비롯하여 광화문광장, 용산공원 등 랜드마크의 위상을 갖는 오픈스페이스의 조성 및 재조성에 대한 논의를 이끄는 시도가 있었다. 367호의 “광화문광장 설계공모에 참가하는 조경가들에게”(배정한, 에디토리얼, 2018년 11월호)와 “새 광화문광장에 관한 풍문들”(최정민, 2019년 3월호), “광화문광장에 대한 논의, 이제 시작이다”(박상현, 2019년 3월호) 등의 다양한 비평과 설계공모 당선작 및 참여작을 실은 371호의 목차만 훑어보아도 뜨거운 비평 의식과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다. 당시의 또 다른 특징은 환경과조경이 ‘2016 서울정원박람회’의 주관사로 선정되었고, 각종 정 원박람회가 조경계의 중추적인 행사 중 하나가 되었다는 점이다. 정원 연출이 가장 화려한 시점이 봄의 끝자락이나 가을의 시작점이다 보니, 정원박람회의 시기가 고정되어 매해 11월은 코로나 이전까지 서울정원박람회를 꾸준히 담는 데 할애했다. 355호의 칼럼에 쇼가든의 한계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우려와 의견이 담겨있는데, 꾸준히 긍정적인 진화를 해오고 있다고 본다. ‘2017 서울정원박람회’가 여의도공원으로 그 무대를 옮기고 쇼가든의 존치가 일반화되면서 작가정원과 근린공원의 공생이 본격화됐다. 2018년에는 ‘피크닉’이란 주제로 공원과의 더 적극적인 동거를 달성하며 여의도공원을 방문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어 주었다. ‘2019 서울정원박람회’는 도시의 한복판으로 침투하여 도시재생의 도구로서 정원 조성과 주민 참여를 실험하고 황화코스모스의 오렌지색을 각인시켰다. 최근 코로나 상황에서도 적잖은 호응을 이끌어낸 394호의 서울국제정원박람회SIGS에 이르기까지, 『환경과조경』이 정원에 대한 콘텐츠를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지면에 소개한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후략) *환경과조경399호(2021년 7월호)수록본 일부 최영준은 『환경과조경』과 나이가 같은 조경가다. 『환경과조경』 통해 조경을 이해하게 되었고 오랜 팬이다. 지금은 종이 잡지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조경을 섭취하기도 한다. 서울 근교에서 랩디에이치(Lab D+H) 서울 사무실을 운영하며, 한국과 중국의 다채로운 프로젝트와 새로운 성과물을 통해 조경설계를 매번 다르게 보려고 애쓰고 있다.
  • 연재, 끝나지 않은 이야기
    다음이 더 궁금해지는 결말이 있다. 『환경과조경』에는 짧게는 두세 달, 길게는 4~5년간 다양한 연재들이 머물며 독자와 함께 호흡해왔다. 오는 8월 맞이할 통권 400호를 기념해 지나쳐간 연재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살피는 지면을 마련했다. 모든 연재는 글이기 이전에 필자들이 세상에 던지는 화두였다. 그들은 당시의 이슈를 말하기도 했고, 시대를 분문하고 마음속에 넣어둔 채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을 건네기도 했다. 어떤 질문들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 있다. 콘텐츠가 범람하고 트렌드가 시시각각 변하는 지금, 지난 이야기를 들추어보는 이유는 못다 한 이야기를 계속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된 이야기들이 시간이 흘러 흐릿해진 질문을 다시 또렷하게 드러내고, 새로운 논의를 촉발하는 도화선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시 읽고 싶은 연재는?’ 설문 조사(과정과 결과는 다음 장 참조)에 보내준 독자들의 의견을 토대로 몇몇 연재 꼭지를 다시 지면에 올린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에는 얼라이브어스를 이끄는 강한솔, 김태경, 오승환과 그람디자인의 최윤석을 초청했다. 새로운 그들이 설계하는 법은 도면 속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룹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방식, 누군가를 설득하는 태도, 일정 조율 역시 설계의 영역이라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생각보다 실용적 정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요.” 한 독자가 보낸 의견에 지난 목차를 한참 뒤적였다. 식물 정보, 조경 법규 등 실무 정보를 다룬 여러 연재가 있는데, 제도판과 연필 대신 컴퓨터가 새로운 설계 도구로 떠오른 뒤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 연재가 연이어 계속됐다. ‘조경 분야에서의 마이크로 컴퓨터 응용’(김성균), ‘피라네시를 이용한 2.5차원 이미지 제작’(김충식), ‘스케치업으로 하는 3D 조경설계’(김영표)가 그 예다. 다양한 설계 프로그램을 떠올려보다가 ‘...으로 하는 조경설계’라는 새 꼭지를 상상했다. 그래픽 툴을 이용한 설계 작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서브디비전의 나성진과 CA조경의 조용준에게 이 빈칸을 채워 주기를 요청했다. 이들의 글에서 그래픽 툴이 재현의 도구를 넘어 설계 도구 그 자체로 작동하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스튜디오 101, 설계를 묻다’는 김아연과 정욱주가 번갈아 쓴 글이다. 두 필자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연재를 통해 던졌던 설계에 대한 질문들이 지금도 가치를 갖는지, 그에 대한 답변 역시 유효한지 되짚었다. 조경설계를 막 배우기 시작한 학생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주고자 설계 스튜디오를 들여다보던 둘은 이제 설계 스튜디오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다양한 키워드 위를 예측할 수 없는 경로로 오가는 대화를 통해 좋은 조경 프로젝트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민은 ‘스튜디오 201, 설계를 다시 생각하다’를 읽은 학생 독자들이 이제 설계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조금은 삐딱하고 남들과는 다르게 설계하는 법을 알려주는 대신 동료 조경가로서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의 말처럼 “어쩌면 이 글은 연재를 다시 돌아보는 글이 아니라, 그때 미처 끝내지 못하고 미루어두었던 연재의 마지막 원고”인지도 모른다. 좋은 도시를 탐구하는 김세훈의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들이 꿈꾼 도시, 우리가 사는 도시’가 끝난 후, 5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2021년, 그는 “좋은 도시란 다양한 변화에 활짝 열려 있는 도시”라고 정의한다. 과거에 개발이 완료되어 구조와 외관, 즉 겉면은 바삭하지만 안은 말랑말랑해 지금보다 좋아질 여지가 큰 ‘겉바속촉’의 도시. 이 새로운 도시 탄생의 가능성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대미술과 도시, 건축, 조경을 매개한 전시를 연구하며 ‘떠도는 시선들, 큐레이터 뷰’를 쓴 심소미는 지난해부터 팬데믹 이후의 도시 공간과 공공 공간의 재구성을 리서치하고 있다. 공간이 변화하면 그에 담기는 프로그램 또한 달라지기 마련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 공간뿐 아니라 그곳에서 일어나는 전시 경험을 전혀 다른 형태로 바꾸어 놓았다. 이를 한계로 인식하지 않고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으로 탐색하는 심소미의 관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시네마 스케이프’의 서영애는 여전히 영화에 푹 빠져 지낸다. 그를 사로잡은 영화 속 경관 이야기를 통해 “일상 속 자잘한 행복을 위해 지천에 널려 있어야 하는 소박한 공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조경을 경험하고 도시를 탐험하며 다양한 글감을 모아 온오프라인으로 출판하는 그룹 ‘유엘씨프레스’를 ‘공간 공감’의 새 필자로 초대했다. 용산공원 부분개방 부지를 답사한 그들은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지점에 시선을 두고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을 만끽한다. 이 글을 통해 “설명할 수 있는 설계 어휘를 사용하여 장소 애착의 이유를 들어내는 것은 다양한 측면에서 유의미한 작업”(2014년 1월호)이라는 ‘공간 공감’의 취지를 되새겨보기 바란다. 진행 김모아, 윤정훈 디자인 팽선민
  • [연재, 끝나지 않은 이야기] 다시 읽고 싶은 연재는?
    다시 읽고 싶은 연재는? 오늘 8월, 『환경과조경』은 통권 400호를 맞이합니다. 새로운 시작에 앞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문득 독자 여러분이 즐겁게 읽었던 연재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매달 1일을 설렘으로 기다리게 했던 연재, 유용한 정보가 많아 늘 메모장을 꺼내게 만들었던 연재, 나른한 주말 오후 휴식이 필요할 때면 생각났던 연재, 영화의 속편처럼 꼭 한 번 보고 싶은 연재, 그 이유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지난 3월 15일부터 4월 5일까지, 독자 여러분이 가장 애정한 『환경과조경』의 연재가 무엇인지 묻는 “다시 읽고 싶은 연재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1983년부터 2020년까지 『환경과조경』에 실린 63개의 연재를 후보로 올리고, 최대 8개를 고를 수 있게 했습니다. 188명이 설문 조사에 귀한 시간을 내어주었습니다. 그 결과, 1위부터 20위를 차지한 연재를 가나다순으로 소개합니다. 연재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독자들이 남긴 코멘트 하나를 뽑아 함께 수록합니다. 1983년 명화로 보는 조경(명화로 보는 경관) 원동석 1988년 조경용 수목 김영두 1989년 조경분야에서의 마이크로 컴퓨터 응용 김성균 1990년 조경수의 보호관리 강전유 1990년 한국의 옛조경(한국의 고정원) 정재훈 1994년 전통조경구조물 박경자 1995년 조경설계 시공시 고려해야 할 재료별 특성 황용득 1996년 잃어버린 서울을 찾아서 손기찬, 정충식 1996년 조경사적 외국정원 강철기 1997년 공원따라 발길따라 장태현 1999년 세계의 공원순례 김홍규 2000년 우리나라 근대 조경 태동기의 숨은 이야기 오휘영 2001년 동시대 조경 이론과 설계의 지형 배정한 2001년 쉽게 익히는 조경설계프로그램 정태영 2001년 쉽게 풀어쓰는 조경 이야기 진양교 2001년 월별 조경수 관리 강전유 2001년 조경설계의 철학과 방법론 찾기 변찬우 2002년 가로환경 읽기 홍형순 2002년 세계도시문화산책 원제무 2004년 Designer’s Garden 윤상준 2004년 유럽정원산책 김인수·조경진 2004년 이규목 교수가 본 세계의 도시경관 이규목 2004년 정기호의 전통조경이야기 정기호 2005년 릴레이비평 조경비평 봄 2005년 스케치업으로 하는 3D 조경설계 김영표 2005년 피라네시를 이용한 2.5차원 이미지 제작 김충식 2005년 한국의 명원 이석래, 최종희 2006년 터무니 없는 조경 황기원 2008년 우리는 누구나 놀이터가 필요하다 김연금, 유다희 2009년 구조로 보는 조경이야기 유승종 2009년 스튜디오 101, 설계를 묻다 김아연·정욱주 2009년 우연한 풍경은 없다 김연금, 유다희 2009년 조경가 인터뷰 남기준 2010년 Competition Review 김영민 2010년 고정희의 식물이야기 고정희 2010년 이야기 따라 밟아본 삼국지 유적과 경관 이규목 2011년 Garden Story 박원순 2011년 소통+장소, 조경 김연금 2012년 Something in the Place 현경아 2014년 100장면으로 재구성한 조경사 고정희 2014년 공간 공감 김아연, 김용택, 박승진, 이홍선, 정욱주 2014년 스튜디오 201, 설계를 다시 생각하다 김영민 2014년 그들이 설계하는 법 박승진, 김현민, 김아연, 차태욱, 박윤진+김정윤, 오형석, 조리나, 김연금, 서예례, 안세헌, 진양교, 박준서, 이수학, 백종현, 전진현, 이재연, 최영준, 김호윤, 최재혁, 이호영+이해인 2014년 시네마 스케이프 서영애 2014년 유청오의 이 한 컷 유청오 2014년 조경의 경계를 넘어, 조경 속으로 최이규 2015년 그들이 꿈꾼 도시, 우리가 사는 도시 김세훈 2016년 떠도는 시선들, 큐레이터 뷰 심소미 2016년 조경의 경제학 민성훈 2017년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 안동혁 2017년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최이규 2017년 명사의 정원 생활 성종상 2017년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11가지 방식 진나래 2017년 이미지 스케이프 주신하 2017년 정원 탐독 오경아 2019년 공간의 탄생, 1968~2018 김충호 2019년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 나성진, 조용준, 김기천, 이홍인, 김창한 2019년 당신의 사물들 박경탁, 김상윤, 윤일빈, 안연수 2019년 그리는, 조경 이명준 2020년 공간잇기 서준원 2020년 북 스케이프 황주영 2020년 비트로 상상하기, 픽셀로 그리기 나성진 2020년 풍경 감각 조현진
  • [연재, 끝나지 않은 이야기] 그림은 거들 뿐
    변방의 설계가 서울이 아닌 경기도 부천에 사무실이 있다. 공동 주택 조경보다 도시공원 및 녹지를 주로 설계한다. 신규 대형 공원 설계보다 중소형 공원을 리모델링하는 일이 많다. 녹지 정비에 관한 설계도 한다. 공원 설계공모에 참여하고 싶은데 참여 조건도 못 맞추고 기회도 별로 없다. 종종 건축 설계공모에 포함되는 조경 공간에 대한 의뢰가 들어온다. 조경에 대한 심사나 배점도 없으니 적당히 하려 한다. 정원 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정원이 유행하면서 공공 정원 일이 많아졌다. 민간 정원은 가급적이면 클라이언트 본인의 취향대로 직접 가꾸기를 권한다. 정원 설계부터 시공까지 책임지는 디자인 빌드design-build를 추구한다. 설계만으론 먹고살기 힘들다.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운영이나 전시 기획에도 이따금씩 관여한다. 그들이 설계해 준다, 우리가 설계하는 법 어떤 발주처 담당자가 핀터레스트에서 찾은 멋진 이미지를 들이민다. 순발력을 발휘해 이 그림 같은 설계를 실현할 수 없는 이유를 풀어 놓지만, 결국 되는 이유나 당위성을 만드는 것이 우리 몫이다. 어떤 자문위원 혹은 심의위원이 당연한 말을 시작으로 이상한 결론을 내준다. 정면 반박은 일을 복잡하게 만드니 당연한 말을 시작으로 최소한으로 수정하며 ‘부분 반영’이라는 결론을 낼 방안이 있는지 머리를 굴린다. 어떤 건축가가 조경 공간에 대한 계획을 그려온다. 공감하고 이해하기 어려워도 선부터 다듬어줘야 한다. 처음엔 식재 수종에 관한 전문성만 요구하지만 건물 밖에 해당하는 부대 토목, 설비, 조명 일체를 다 우리가 해결하길 바라는 눈치다. 외주 설계비가 머릿속에서 맴돌고 “그런 건 우리도 잘 몰라요” 해도 잘 안 믿는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아”라는 듯한 대화가 오간다. 그래도 대부분 일의 시작엔 설렘이 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빨리 끝내고 싶다며 내려놓기 시작한다. 의욕적인 디자이너에서 무욕의 엔지니어로 전환하는 기분이다. 우리의 디자인이나 아이디어가 ‘까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네 글자로 압축하면 ‘실력 부족’이다. 다른 이들과 비교하는 상대적 기준이 아니라 스스로 자책하는 절대적 기준에서다. 그럼에도 좋은 발주처, 좋은 파트너, 좋은 설계비, 가슴 뛰는 대상지는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마주할 때 떠오르는 몇 가지 생각을 나열하고자 한다. 정해진 법칙 같은 것은 없다. 그때그때 다르다. 정리하려니 뭔가 특별한 게 없는 것 같아 자신감이 하락하고 있다. 내가 가진 디자인 철학은 ‘쉽고 명쾌하게’. 일단 쉽게 가보기로 한다. (후략) *환경과조경399호(2021년 7월호)수록본 일부 최윤석은 경희대학교에서 환경조경디자인을 전공하고 선진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혀 2008년 그람디자인(gramdesign)을 설립했다. 정원 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작업을 통해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장소 만들기를 추구하는 집단 정원사친구들에서 2011년부터 활동해 오고 있다. 조경설계도 하고 정원 시공도 하며 어떠한 장소나 소재의 가치를 발견해 돋보이게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명쾌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추구한다.
  • [연재, 끝나지 않은 이야기] 경계에서의 작업
    자문과 자답 ‘그들이 설계하는 법’이라는 주제를 내던지고 구성원들과 함께 우리는 어떻게 설계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공간을 만드는지 자문했다. 어느새 다양해진 구성원들과 주고받은 대화는 글의 탄탄한 단초가 되었다. 얼라이브어스ALIVEUS의 어스US와 우리의 작업 과정이 그러하듯, 이 글 역시 몇몇 개인의 입장이 아닌 디자인 그룹으로서의 기록이다. 당연히 우리에게도 설계를 대하는 자세와 철학, 진행상의 특이 사항, 다수의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궁극의 지향점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아직 완전하게 영글지 않았고, 점차 성숙해질 여정에 놓여 있다. 큰 방향성을 풀어놓기보다는 지금까지의 과정 중에 있던 개별적 장면을 조명하고자 한다. 호흡을 가다듬고 되돌아본 장면들은 몇 가지의 경계선상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때론 무언의 경계를 자유분방하게 넘나드는 방향으로, 혹은 경계선을 극단적으로 신용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경계 하나, 조경과 건축 사이 얼라이브어스는 조경과 건축이 하나의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틀리에 규모에서는 그리 많지 않은 유형의 설계 집단으로, 그만큼 선언적이고 실험적인 동력이 우리를 지금까지 이끌었다. 설계라는 큰 업역 내에서 ‘조경과 건축’ 혹은 ‘건축과 조경’은 항상 논의되는 화제이며, 둘 사이에 상보적 관계를 정립하는 일은 프로젝트의 완결성에 있어서 막중하다. 우리의 협업 구조는 이 관계를 본질적으로 경험하며 작업 일상에 녹아들게 한다. 창을 어디로 내고 구체를 어느 방향으로 놓을지 등의 아주 간단하지만 너무나 중요한 문제부터, 주거 단지에서 어느 부분을 입구로 상정하고 주요 건축물을 어디에 배치할지, 단지 전체에 대한 통합 계획 등 중요 골격을 논하는 일까지, 수많은 단계에서 건축과 조경이 협력한다. 전화기를 들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서로가 있어 효과적 협업이 가능하다. ‘C사 플래그십 스토어’는 조경과 건축이 사업 극초반부터 병행되었을 때 함의할 수 있는 설계적 가치를 확인한 프로젝트다. 부천의 공장 단지에 입지하기에 외부의 거친 도시로부터 공간을 닫고자 하는 조경과 건축 두 주체 간 합의로부터 출발했고, 이후 건폐율과 용적률의 문제로 접어들었다. 몇 해 전 ‘용적률 게임: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귀국전, 2017)이라는 전시가 있었듯, 건축의 용적률은 설계 전체를 좌우하는 가능성이자 제한이다. 주어진 땅에서 건축을 덜어내야 하는 부분을 조경과 함께 고민했고, 비워 둬야 하는 만큼의 대지를 건물 내부로 끌어안아 공간의 인상을 좌우하는 이색적인 조경으로 해석했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반듯한 건축 매스에서 조경으로 변환할 부분을 빼내는 과정을 통해 내부와 외부가 교차하도록 했다. 건축 공간과 조경 공간이 모호하게 공존하는 제안을 통해 조경과 건축의 업역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었다. 다양한 변수로 프로젝트를 실현하지 못해 그해 가장 아쉬운 손가락으로 남았지만 우리 팀의 작동 방식만큼은 가장 적극적으로 확인할 수 있던 프로젝트였다. (후략) *환경과조경399호(2021년 7월호)수록본 일부 얼라이브어스(ALIVEUS)는 조경, 건축에 기반한 디자이너 그룹이다. 평등한 커뮤니케이션과 유연한 관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공간적 문맥에 대한 디자인 해법을 제시한다. 강한솔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에서 조경을 전공했고 사사키 어소시에이츠, 토마스 바슬리 어소시에이츠, 오피스박김에서 실무를 수행했다. 김태경은 고려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에서 환경생태와 조경을 전공했고 사사키 어소시에이츠, 파멜라 버튼 앤드 컴퍼니, 비오이엔씨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오승환은 고려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으며, 한미파슨스, 현대건설, 이재하 건축사사무소 등에서 폭넓은 건축 업무를 수행했다.
  • [연재, 끝나지 않은 이야기] 그래스호퍼로 하는 조경설계
    언어의 설계 뻔한 이야기지만 알고리즘은 언어의 설계다. 양 끝단이 매듭을 맺지 못한 채 다시 만난다는 얘기다. 공학이 싫어 조경을 시작한 내가 알고리즘을 말하다니. 집단이 싫어 도망치던 내가 소속을 원하다니. 불확실함을 참을 수 없어 디지털 소년이 된 내가 언어를 말하다니. 늙은 세상은 반대로 돌아간다. 그래스호퍼를 새로운 솜사탕 만드는 도구쯤으로 생각하던 어른들도, 모든 설계 모델을 스크립트로 만드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면 꼭 막걸리에 파전만이 장날의 정석은 아니라고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맞닿아 있다. 모든 디지털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구이GUI(Graphical User Interface)’를 제공한다. 사람들이 쉽게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입출력 등의 기능을 알기 쉬운 그래픽으로 나타낸 것이다. 언어를 기호화한 것이지. 사람들은 편리를 얻는 대신 이해를 빼앗긴 거다. 등가교환의 법칙이지. 물론 모두가 최소한의 노력으로 그럴듯한 결과를 얻고 싶어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렇게 돌아가나. 스케치업 같은 달콤한 프로그램에 손을 대는 순간 복잡하게 살아야 할 필요는 눈 녹듯이 사라진다. 그깟 살 좀 찌고 말지 뭐. 하지만 여전히 ‘다름’을 위해 기꺼이 ‘워라밸’을 포기하는 건축계의 전사들은 창작과 이해의 자유를 위해 다시 언어로 돌아왔다. 프로그램에 종속되는 삶을 본능적으로 거부한 것. 그리고 그 적절한 능선을 바로 그래스호퍼 같은 그래픽 기반의 프로그래밍 언어Visual Programming Language and Environment에서 찾았을 뿐이다. (후략) *환경과조경399호(2021년 7월호)수록본 일부 나성진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 GSD에서 조경을 전공했다. 졸업 후 한국의 디자인엘, 뉴욕의 발모리 어소시에이츠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CFO)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West 8 로테르담과 서울 지사를 오가며 용산공원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한국, 미국, 유럽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 얼라이브어스(ALIVEUS)라는 그룹을 시작했고, 이후 파라메트릭 기반의 설계를 위해 서브디비전(SUBDIVISION)을 창업했다.
  • [연재, 끝나지 않은 이야기] 곡선으로 하는 조경설계
    대지 위에 물결치는 곡선 지형을 생태적 경관으로 재해석한 하그리브스 어소시에이츠Hargreaves Associates의 ‘사우스 포인트 파크South Point Park’, 산타모니카 시청과 해안 부두 사이를 여러 갈래의 구불구불한 머리카락 같은 동선으로 연결한 JCFO의 ‘통바 파크Tongva Park’, 날카로운 예각과 둥근 곡선이 이어져 마치 꽃잎을 연상시키는 West 8의 ‘거버너스 아일랜드Governors Island’, 곡선과 직선의 절묘한 조합으로 독특한 형태를 만들어낸 EMBT의 ‘다이애거널 마르 파크Diagonal Mar Park’. 이러한 독특한 곡선들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을까? 동선에서 시작된 곡선이 지형으로, 또 수경 시설로 바뀌는 통바 파크의 매끄러운 경관은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단일곡선 단일곡선Simple Curve은 같은 지점을 두 번 이상 지나지 않으며, 시작점과 끝점이 다른 단순 곡선이다. 서울숲 또는 율현공원과 같은 대형 공원에서 통합적 경관의 연출을 의도하거나 분절된 필지 간 동선의 연결을 강조할 때, 공원의 골격선으로 자주 사용된다. 단일곡선은 일정한 방향으로 동선과 시선을 유도하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양측에 서로 다른 경관을 계획하면 좀 더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곡선 끝의 두 지점은 공원의 출입구로 쓰거나 주요한 공간과 연결되어 작동하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후략) *환경과조경399호(2021년 7월호)수록본 일부 조용준은 서울시립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 3년째 새로운 광화문광장 기본 및 실시설계를 이끌고 있으며, 국내외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조제라는 필명으로 아이디어 공모전 참여, 즉흥적인 기획, 조경 야화(夜話), 전시하지 않는 그래픽 작업 등 실무와 동떨어진 취미를 즐긴다.
  • [연재, 끝나지 않은 이야기] 설계 스튜디오 안팎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질문들 김아연, 정욱주 대담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릴레이식 글은 『환경과조경』에서 찾아보기 힘든 형태의 연재다. 글쓴이가 여럿이니 쓰는 일의 부담이 줄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혼자서 긴 호흡으로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연재를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고 글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 두어도 쓰다 보면 예정된 길을 벗어나기 일쑤다. 한창 키보드를 두드리던 중 불쑥 떠오른 의문에 길을 잃기도 한다. 혼자만의 판단으로는 궤도를 수정할 수 없다. 함께 달리는 파트너가 있기 때문이다. 2009년 1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연재된 ‘스튜디오 101, 설계를 묻다’는 김아연 교수(서울시립대학교)와 정욱주 교수(서울대학교)가 번갈아 쓴 릴레이 연재다. 14회에 걸쳐 설계에 관한 이야기를 끄집어내 스스로 묻고 답했다. 연재는 끝났지만 그들이 던져 놓은 열두 개의 화두와 그 키워드에서 비롯된 질문들은 아직도 남아있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김아연은 이런 바람을 밝혔다. “101은 과목의 위계상 가장 처음 배우는 ‘입문 과정’을 의미한다. 2학년으로 올라가면 201, 202. 3학년이 되면 301, 302……. 이러한 순차적 교과과목 숫자를 채택한 이유가 후속편에 대한 암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미안하게도 201, 301, 401의 속편들은 설계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생산해야 하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김아연, “에필로그: 연재를 마무리하며”, ‘스튜디오 101 설계를 묻다’, 『환경과조경』 2010년 3월호)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학교)가 2014년 1월부터 ‘스튜디오 201, 설계를 다시 생각하다’를 연재하며 그 논의를 이어나갔지만, 301, 401을 비롯한 속편들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끊긴 이야기에 새로운 불을 붙이고자 김아연과 정욱주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스튜디오 101’에서 스스로에게 던졌던 설계에 대한 질문들은 지금도 가치를 갖는가? 그에 대한 답변 역시 유효한가. 가락동의 한 식당, 테이블에 오붓하게 앉아 나눈 이야기를 이곳에 옮긴다. 연재의 시작, 조경설계 교과서의 부재 김모아(이하 모) 두 분의 인연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요. 김아연(이하 아) 대학교를 같이 다녔어요. 정욱주 교수는 당시 복학생이었죠. 정욱주(이하 욱) 졸업 동기는 아닌데 졸업 여행을 같이 갔어요. 그리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면서 다시 만났죠. 북미한인조경가회에서 창단 멤버로 모임을 자주 했어요. 아 정욱주 교수 집에서 당시 미국 유학 중인 조경학도가 다모였어요. 나는 남부에 있는 학교를 다녔는데 불러줘서 갔죠. 그렇게 가랑비 옷 젖듯 친해졌어요. 모 아무리 친하고 이야기가 잘 통한다고 해도 함께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스튜디오 101, 설계를 묻다’ 연재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아 비슷한 시기에 둘 다 박사학위 없이 조경학과 설계 담당 교수가 됐어요. 상황이 비슷해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동료 의식이 생겼죠. 욱 처음에는 설계 수업에 대한 고민이 생기면 전화할 사람이 김아연 교수 딱 하나였죠. 그래서인지 후배인데도 꼭 동기처럼 느껴져요. 살짝 무서울 때도 있고(웃음). 당시 서울대와 서울시립대에 설계를 하겠다는 학생이 정말 많았어요. 아 당시 학생들의 실력과 열정이 뛰어났어요. 설계를 잘 해보겠다는 분위기가 평생 이어질 줄 알았죠. 그런데 건설 경기가 침체되고 조경설계업의 전망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학생들이 설계를 꺼리기 시작했죠. 정욱주 교수와 이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눴고요. 그 과정에서 설계를 교과서로 가르치고 싶지 않지만, 조경설계에 대해 정리한 텍스트가 없는 것도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마침 같은 자리에 있던 남기준 편집장이 그러면 둘이 함께 『환경과조경』에 글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모 그렇다면 이 연재를 조경설계 교과서는 아니지만 설계 스튜디오를 수강하는 학생들을 위한 글로 보아도 될까요? 아 정확히 말하자면, 설계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설계를 이렇게 하라는 ‘노하우’를 쓰고 싶진 않았어요. 가르치다 보면 설계 과정에서 학생들이 헤매고 힘들어 하는 패턴을 발견하게 돼요. 그런데 그 패턴을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는지 아무도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죠. 우리가 꼽은 열두 개의 키워드는 설계 과정을 해체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학생들이 부딪히는 고비를 넘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추려본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프로그램을 만들어오라고 했을 때 “프로그램이 뭔데요?”하는 식의 질문이 돌아오면 그때마다 일일이 설명하는 일이 힘들기도 했고요. 욱 김아연 교수 말처럼 설계 교육을 하다보면 매년 똑같은 걸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돼요. 가끔은 학생이 질문했을 때 바로 답하지 못하고 “잠깐만 생각하고 이야기해줄게”하는 경우도 생겨요. 정리된 텍스트가 있다면 이런 상황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죠. 모 지금은 교재로 사용하는 책이 있나요? 욱 여전히 설계 교과서는 없어요. 내가 받은 설계 교육의 수업계획서를 토대로 각색하고 매년 보완하는 게 전부에요. 우리 연재의 결과물을 정리해서 책으로 엮자는 말을 남 편집장과 했었는데…….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바뀌는 부분도 생기더라고요.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아닌 이야기도 있고요. 대대적인 수정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10년이 지났네요. 아 연재에서 사례를 들어 설명을 많이 했어요. 책을 엮으려면 최근 사례로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알다시피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죠. 생업이 두 개나 돼서 낮에는 가르치고 밤에는 실무를 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했어요. 욱 이번 대담을 기회로 다시 연재를 읽어봤는데 낯설더라고요. 이걸 진짜 내가 썼다고?(웃음) 물론 지금도 동의하는 내용도 있는데 어떤 글은 읽으면서 이건 좀 아니지, 무슨 확신으로 이렇게 썼을까 생각하기도 했고요. 연재는 당시의 치열한 고민의 기록물이에요. 여담이지만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그런 말을 해요. “내 생각도 매주 변할 수 있어. 컨디션에 따라 갑자기 더 좋은 크리틱이 떠오를 수도 있고.” 사실 설계 스튜디오는 절대적 학문을 배우는 게 아니라 흐름을 익히는 시간이죠. 아 맞아요. 설계 스튜디오를 가르치는 교수는 할 말을 미리 정해두고 수업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발언에 대응하는 대화적 교수법을 쓰거든요. 매주 학생들의 설계 결과물이 달라지고 이야기가 달라지면 교수들이 그에 반응해 크리틱을 하는 거죠. (후략) *환경과조경399호(2021년 7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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