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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자 아카이브 Shadow Archive
    기록물을 만들기 위한 여정의 기록 계속 걷기: 단서가 생각이 될 때까지 1. 선유도는 한강이라는 물이 만든 섬이며, 물을 정화하던 정수장이었고, 물이 풍부한 공원이 되었습니다. 선유도는 ‘물의 기록’입니다. 2. 물을 정수하기 위해서는 화학 약품이 필요합니다. 미세 입자들을 응집시키거나 소독하는 과정에 몸에 해롭지 않은 여러 화학 약품을 씁니다. 3. 섬은 햇빛이 풍부합니다. 고층빌딩의 간섭 없이 햇빛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으니까요. 4. 햇빛은 세상의 무언가를 만나 그림자를 만듭니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생각납니다. 그림자는 누군가의 분신이자 정체성이기도 하지요. 햇빛과 그림자는 한 쌍일 텐데, 우리는 만져지지 않는 그림자를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공모전을 시작할 무렵, 몇 개의 단상이 머릿속을 떠돌아 다녔습니다. 디자인 초반은 추리소설 같습니다. 몇 개의 단서를 발견하지만 아직 그 조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런 파편들이 몇 개의 생각 덩어리로 응집되어 침전될 때까지 선유도를 꽤 자주 오래 걸었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선유도에서 목격한 풍경들과 개인적인 기억들이 떠올라 몽글몽글해졌습니다. 수생식물원의 남측 산책로를 멀리서 영화 장면처럼 지켜본 적이 많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많은 연인이 자작나무 사이를 오가며 꽃을 건네고 웃었습니다. 아이들은 줄을 지어 소풍을 나왔습니다. 노년의 부부가 손을 잡고 천천히 산책을 했습니다. 강아지들은 먼저 다녀간 친구를 찾아 나무 밑동을 킁킁거립니다. 자작나무 사이로 매일, 매 순간 단편 영화의 푸티지(footage)가 펼쳐집니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필름처럼 이어지는 이 40m의 산책로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러나 정작 이곳에 가면, 원래 설계도에 없던 못생긴 안전 난간과 아무도 앉지 않는 조악한 벤치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물을 등지고 앉지 않습니다. 난간을 없애면 몸을 돌려 근사한 수생식물원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네 벤치에서 흔들거리는 한가로운 풍경도 선유도의 일부가 되어 있습니다. 오랫 동안의 관찰과 발견과 느낌과 상상은 이런 무위(無爲)의 풍경을,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자라는 생명을, 오늘의 잠깐을, 물과 햇빛과 약품이 만나는 새로운 방식으로 기록하고 싶다는 바람이 되어갑니다. 선유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의 경관을 바라보는 아주 긴 정자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공부하기: 생각이 개념이 될 때까지 사람들이 가끔 물어봅니다. 어떻게 개념을 만드냐고요. 대단한 방법은 없습니다. 두뇌에 땀이 나도록 생각할 수밖에요. 햇빛, 물, 기록, 그림자, 화학 약품 이런 키워드를 가지고 열심히 검색을 해봅니다. 그 과정에서 제 눈에 들어온 하나의 이미지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애나 앳킨스(Anna Atkins)가 해조류와 수생 식물을 기록하기 위해 사용한 시아노타입(cyanotype) 기법입니다. 앳킨스는 세계 최초의 사진집을 만든 여성입니다. 그녀의 시아노타입 기록 작업은 사진사, 식물학자, 예술가의 교차점에 위치한 선구적인 시도입니다. 대학 시절, 학과사무실의 꾸릿꾸릿한 냄새의 원흉이던 청사진 기법이 같은 원리입니다. 너무나 익숙했던 청사진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추억 여행은 잠깐, 이제 시아노타입에 대해 공부합니다. 구연산 제2철암모늄과 페리시안화칼륨을 적정 비율로 물과 섞어 숙성시킵니다. 액체를 종이나 천에 바른 뒤 잘 말려 감광지 혹은 감광천을 만듭니다. 물론 햇빛을 완전 차단해야 하니 암실에서 작업해야 합니다. 이미지를 얻고 싶은 물체나 OHP 필름 뒤에 이 감광지를 대고 햇빛에 20~30분 정도 노출시켰다 물로 세척하면 이미지가 나옵니다. 햇빛을 받은 부분은 파랗게, 빛을 받지 못한 부분, 즉 그림자에 해당하는 부분은 흰색이 됩니다. 태양광에 감광되는 화학 처리된 천에 실재하는 사물의 외곽선과 그림자를 깊은 푸른색으로 인화하는 햇빛 프린팅(sun printing), 즉 시아노타입으로 선유도의 풍경을 기록하고, 그 위에 매일의 그림자가 중첩되며 선유도의 시간을 쌓아간다는 그림자 아카이브의 개념이 드디어 명료해지기 시작합니다. 실험하기: 개념이 실체가 될 때까지 공공미술 심사와 심의 때 몇몇 위원이 묻습니다. 시아 노타입을 다른 작품에서 해봤냐고요. 당당하게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의심의 눈초리 가 쏟아집니다. 오랜만에 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제 작업이 잘 안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과 의심이 제기됩니다. 아마 제가 ‘미술’이라는 말에 너무 심 취해 있었나 봅니다. 새로운 시도에 너그러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1/3의 책임감, 1/3의 오기, 1/3의 호기심 으로 수많은 테스트의 시행착오를 거칩니다. 직사광선 에 파란 빛이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 약품과 물의 비율 을 어떻게 해야 할지, 흐린 날과 맑은 날은 노출을 얼마나 해야 되는지, 얼마나 밀착해야 이미지가 선명해지 는지, 어떤 천이 적절할지. 여러 번 실패하고 다시 해봅 니다. 납작한 식물 표본이 아니라 현장에서 입체를 다루니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3차원의 공간감이 그라데이션으로 나타납니다. 광량, 햇빛의 각도와 강도, 화학약품의 배합과 숙성 시간, 세척에 걸리는 시간 등 여러 변수로 인해 하나도 같지 않은 푸른색의 스펙트럼으로 펼쳐집니다. 버리는 시간만큼 자신이 생깁니다. 이러한 수고로운 경험지(經驗知)를 소중히 여깁니다. 보통의 조경 일에서는 실패나 실수를 거듭할 사치를 부리기 어렵습 니다. 그래서 ‘미술’이라는 말이 감사했습니다. 제작하기: 실체가 작품이 될 때까지 생각이 정리되고 테스트를 열심히 한다고 작품이 저절 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작업의 취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솜씨 좋은 파트너들이 필요합니다. 수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림자 아카이브에는 그들의 노력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4월에 개장을 해야 하니 모든 테스트 작업을 겨울에 해야 합니다. 지난겨울 흐린 날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 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매일 매일 햇빛의 강도에 그토록 예민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나의 젊은 팀원들과 해가 나오면 뛰어나갔습니다. 햇빛이 참 귀하다는 생각을 자주, 어쩌면 처음 한 것 같습니다. 2월의 맑은 며칠 동안 선유도의 곳곳을 누비며 햇빛 프린팅을 진행합니다. 빛에 취약한 감광천 은 첩보원처럼 검은 천으로 휘감아 조심스럽고 민첩하 게 다뤄집니다. 가장 조바심 나는 시간은, 낮에 햇볕을 쪼인 천들이 세탁기 안에서 돌고 있는 그 한 시간입니 다. 가장 경이로운 순간은, 좁은 세탁실에 쪼그리고 앉 아 푸른색으로 인화된 이미지를 비로소 처음 마주하 는 시간입니다. 정수장에서 정수된 물을 통과해야 비 로소 정수장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니. 말장난을 하 면서 혼자 재미있어 합니다. 물을 경관적, 놀이적, 관리 적 요소로만 생각하던 오랜 습관에 균열이 가는 느낌 이 듭니다. 그렇게 세탁한 천은 매끈하게 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천을 발수 가공하기로 합니다. 공장으로부터 기계 작업하기 위해 천들을 1.5m×25m 롤로 만들어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프린트 이미지 하나는 여 백을 포함하여 고작해야 60~70㎝ 에 250㎝ 정도이니, 발수 가공 기계에 들어가려면 20개를 재봉질로 이어 하나로 만들어야 합니다. 퇴근 후 밤마다 제 아이와 번갈아 미싱을 돌립니다. 발수 가공이 끝난 천은 다시 낱 개로 분리하여 다림질을 또 해야 됩니다. 다림질이 끝난 천은 폴리카보네이트 투명 패널에 부착되고 철재 프레임에 조립됩니다. 자외선 차단 스프레이도 골고루 뿌려줍니다. 빨래, 바느질, 다림질. 우리 어머니들이 지 루하게 했던 가사 노동을 집약적으로 반복합니다. 천이 라는 재료를 선택한 순간에 내정된 일이었을 텐데, 당 시에는 이 고단함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구조체는 어떤가요. 자작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있던 터라 모든 작업은 장비 없이 나무를 피해 한 땀 한 땀 진행됩니다. 경사진 땅을 사람들이 편하게 앉을 수 있 게 평평하게 만들고 선유도공원 원 식재 도면의 붉은 인동과 홍자단을 섞어 식물을 심어봅니다. 패널 조립 과정도 놀랍습니다. 그들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창의 성과 숙련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참 많 은 사람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갔습니다. 협업하기: 작품이 생태계가 될 때까지 그림자 아카이브의 또 다른 주인공은 그림자 캐릭터입니다. 물과 식물이 있는 곳에는 늘 곤충이 찾아오지요. 곤충은 꽃가루받이, 유기물 분해, 먹이망 유지 등 생 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해충을 조절하고 토양 을 건강하게 만들며, 다양한 생물의 먹이로서 생물 다 양성을 지탱합니다. 또한 환경 변화에 민감해 생태계 건강을 알리는 지표종이기도 합니다. 곤충이 사라지면 생태계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벌레 포비아가 만연해 있죠. 잘 알지 못하면 싫어하거나 무서워하기 십상입니다. 우리 생태계에 중요 한 곤충 친구들을 친근하게 표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작가들에게 도움을 요청 합니다. 우선 곤충 전문가와 추운 겨울날 흔적을 찾아 선유도에 사는 50여 종의 곤충을 발견합니다. 따듯한 날이었다면 훨씬 더 많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선유도에 사는 곤충 탐사 결과를 캐릭터로 개발하고 3D 프린 팅해 패널 안팎에 숨깁니다. 낮의 햇빛, 밤의 조명을 받아 벌레들은 그림자로 나타나고 사라집니다. 밤의 불빛이 살아있는 곤충들을 더 불러 모으겠죠. 사람들이 민원을 넣을까봐 걱정이 앞섭니다. 터파기를 하는 어느날 잠자던 두꺼비 커플을 깨웠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물가로 조심스럽게 옮겨주었습니다. 그림자 아카이브를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줄 거라 현장의 여 러분이 즐거워합니다. 그렇게 두꺼비가 또 다른 그림자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모두가 선유도의 친구들입니다. 검증하기: 작품이 시설이 될 때까지 공사가 끝나고 드디어 개장을 합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건 오산이었습니다. 선유도의 풍경과 생태계의 기록이라는 작품의 의도는 이미 과거의 일이 되 었습니다. 사람들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난간을 더 조밀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햇빛에 파란색의 천이 바래가는 햇빛 탈색(sun bleaching) 역시 작품의 일부라고 항변해 보지만, 얼마나 바래면 교체할 거냐는 끊임없는 질문에 아직 명확한 대답을 가지고 있지 못 합니다. 처음이니까요. 작품은 개장과 동시에 하자 교체 대상의 시설물이 됩니다. 사람들은 사진을 잘 찍기 위해 식물을 밟습니다. 힘 좋은 청소년들이 패널과 그 네 벤치를 미친 듯이 흔들어댑니다. 그네의 기초 공사를 더 깊고 더 강하게 해야 합니다. 목재에 얼룩이 생긴대서 색이 있는 오일 스테인을 덧대야 했습니다. 모든 것이 공원 시설로 존재하기 위해 부족해 보였습니 다. ‘공공’의 무게감이 타협을 요구합니다. 공사가 끝나면 즐거울 거라 생각했지만, 작품의 개장은 걱정과 우 려와 보수 공사의 시작을 의미한다는 것을 빠르게 인정합니다. ‘안전’이라는 단어는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압도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수년 전 해외 놀이터 답사에서 매우 가파른 언덕 위 야외 데크에 안전 난간이 없는 게 너무 놀라워 담당자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애들 떨어지면 어떡하냐고요. 담당자가 얘기합니다. 난간이 없어야 엄마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고 아이들을 계속 지켜본다고요. 참 다른 문화입니다. 공급 자가 어떻게 해도 떨어지지 않는 장치를 만드는 사회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이용자가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사회의 차이는 오랫동안 축적된 어떤 태도의 차이 일까요. 보수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잊었던 그 난간 없는 놀이터가 불쑥 생각났습니다. 기다리기: 작품이 사라지기까지 사라지지 않는 것을 싫어합니다. 사라지지 않음을 욕망하는 것은 인간뿐입니다. 지구상에 태어난 누구나 태어나서 언젠가 사라져야 하는데, 왜 그렇게 악착같이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할까요. 얼마 못 버티는 것에 공공의 예산을 쓰는 것은 낭비라고 볼 수 있죠. 그러나 모든 것은 언젠가 정해진 생애를 마치면 겸허히 퇴장해 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기록 이 의미가 있겠죠.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영속된다면 기록할 필요가 없겠죠. 그냥 가서 보면 되니까요. 아카 이브는 사라지기 싫어하는, 혹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기꺼이 보낼 수 있는 가볍고 아름다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순간은 돌이킬 수 없고 찰나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습니다. 그림자 아카이브는 선유도 풍경의 순간적 단면 위에 하루의 낮과 밤의 빛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들의 기록입니다. 그림자 아카이브는 선유도의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 기록과 소멸 사이의 관계를 시각화한 풍경적 필름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어느 시점의 인상을 펼쳐놓은 병풍입니다. 선유도에서만 볼 수 있는 물의 경관을 바라보는 긴 정자입니다. 여기서 시민들의 일상과 계절의 변화가 겹치면서 새로운 그림자가 계속 수집 되겠지요. 이 작품이 완결된 오브제로서의 공공미술이 아니라 진행형 아카이브, 혹은 공동의 아카이빙 실천이길 바랍니다. 그림자 아카이브는 선유도공원에 대한 오랜 학습과 흠모의 결과이자 선유도를 찾는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소소한 연대의 기록물입니다. 선유도의 기억을 조금 더 푸르고 충만하게 축적할 수 있도록, 그림자 아카이브는 그 기록 장치로 행복한 삶을 살다 서서히 사라지기를 희망합니다. 글 김아연 사진 유청오 작가 김아연 그림자 캐릭터 디자인 김소연, 토드헴커 디자인팀 스튜디오테라(안형주, 김선주, 박근우, 박인경, 이한슬, 유다연) 디자인 지원 서울시립대학교 조경설계연구실(김소영, 김진현, 박형근, 신나경, 장계용, 적우예) 제작 및 설치 총괄 초록선(배용은, 이환명) 디자인 감리 안형주, 박근우 금속 각재 기원(이원길) 패널 금속 및 스윙 벤치 제작 선철제작소(김선철) 목재 가공, 패널 조립 및 설치 김승봉, 김명수 목재 천일우드(조상현) 도장 미도페인트(이명례) 전기 및 조명 다온태화이앤씨(주은성) 패브릭 발수 가공 비트패브릭 폴리카보네이트 패널 제작 흥왕(김경희, 이승우) 구조 설계 케이엔지니어링(권우현) 구조 자문 황경주 곤충 탐사 손윤한 영상 제작 이동웅 전시기획 및 시행 시월이앤씨 주최·주관 서울특별시 디자인정책관 재료 아연도각관에 도장, 옥스퍼드천, 목재, LED조명, 식물 등 위치 서울시 영등포구 선유로 343 규모 W364×H307.5×L4,475㎝ 완공 2025. 4. 23. 김아연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동대학원,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건축대학원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조경설계 실무와 설계 교육을 넘나드는 중간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도시 속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담당해 왔으며 동시에 자연과 문화의 접합 방식과 자연의 변화가 드러내는 시학을 표현하는 설치 작품을 만들고 있다. 자연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아름다운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조경 설계라고 믿고, 이를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일을 중요시한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이자 스튜디오 테라 대표다.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번 그림자 아카이브를 기획, 제작했다.
    • 김아연
  • 소메슈 리버프런트 Someș Riverfront
    루마니아 클루지나포카(Cluj-Napoca)시를 가로지르는 15㎞ 길이의 소메슈강은 도시의 역사 중심지, 산업 및 주거 구역을 관통한다. 수세기 동안 도시는 강과 밀접했지만, 20세기 후반부터 유대가 점차 약화됐다. 강은 단순히 물과 에너지를 운반하는 인프라 시설로 여겨졌고 수변을 활성화하는 프로그램도 전무했다.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수로는 강과 도심 사이에 단차를 발생시켰고, 결과적으로 강과 도시를 물리적, 시각적으로 단절시켰다. 2017년 클루지나포카시는 소메슈강(Someș River) 재생과 시민 참여 활성화를 위해 국제설계공모를 개최했다. 당선안으로 선정된 프락티카(PRÁCTICA)의 설계 목표는 중요한 생태 통로로 기능할 수 있는 대상지의 잠재성에 주목하는 동시에 단절됐던 소메슈강과 도시 사이의 연결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녹색 연결축 소메슈강을 인근 녹지 공간과 연결하는 생태 통로로 디자인했다. 시미온 버르누치우 중앙 공원(Simion Bărnuțiur Central Park)과 체타추야 공원(Cetățuia Park)을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를 통해 수변과 연결했다. 모래 해변, 수변 스탠드 공간과 함께 기존 주차장을 개조해 강을 조망할 수 있는 광장을 조성했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수변 공간을 두텁게 하는 동시에 공공 공간의 활성화를 꾀했다. 궁극적으로 강변을 거닐며 수경관을 감상하며 사색과 여가를 즐기고, 야생 동식물을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공 공간으로 기능하게 했다. *환경과조경446호(2025년 6월호)수록본 일부 글 PRÁCTICA Architects PRÁCTICA(Jaime Daroca, José Mayoral, José Ramón Sierra) Landscape Architecture Landlab Local Architects Planwerk Collaborators Blanca Ámoros, Raúl Brito, Cesia Campos, Amanda Castellano, Gonzalo Cortes, Elisabetta Gravina, Andrea Navarro, Iglesias Palomares, Alonso Rosa, Costan Svinti, Sofía Valdivia, Beatriz Whithman Engineering AquaProciv, Costin si Vlad Birou de Proiectare & EuroBB Energy Construction ACI Cluj, Socot, Simacek&Nord Conforest Coordination Execution Baseli Drum Consult Client Cluj-Napoca Municipality Location Cluj-Napoca, Romania Area 332,137㎡ Completion 2023 Photograph Imagen Subliminal(Miguel de Guzmán+Rocío Romero), Adrià Goula, Sergiu Razvan, Cluj-Napoca Municipality 프락티카(PRÁCTICA)는 하버드 GSD 출 신의 건 축가 하 이메 다 로카(Jaime Daroca), 호세 마요랄(José Mayoral), 호세 라몬 시에라(José Ramón Sierra)가 설립한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다. 스위스, 영국, 미국 등에서 다양한 국제적 경험을 쌓았으며 헤르조그 앤 드 뫼롱(Herzog & de Meuron),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 등 유명 건축가들과 협업했다. 건축, 도시계획, 디자인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다학제 디자인을 추구하며 다양한 관점을 기반으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인 해결법을 제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PRÁCTICA
  • 블라사커 생태 공원 Ecological Urban Park Vlasakker
    블라사커 생태 공원(Ecological Park Vlasakker)(이하 블라사커)은 코르트레이크(Kortrijk)의 오픈스페이스 네트워크의 중요한 생태적 연결축이다. 이 공원은 과감한 정책적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완성될 수 있었는데, 본래 과학 기술 단지 용도로 지정된 대상지의 오픈스페이스를 활용해 호흐 코르트레이크(Hoog Kortrijk)의 녹색 허파로 만들었다. 도심 한복판의 블라사커는 약 17헥타르의 규모로 에티엔 사벨란(Etienne Sabbelaan), 만다흐베흐(Maandagweg), 타르베펠트/클라버펠트(Tarweveld/Klaverveld) 주거 지역, 비베스대학교(VIVES University College), KU 뢰번 퀼라크 코르트레이크 캠퍼스(Leuven Kulak Kortrijk Campus) 사이에 위치한다. 2024년 6월 완공된 공원은 호흐 코르트레이크의 녹색 오아시스로 기능하며 새로 심은 수백 그루의 교관목을 통해 풍성한 녹지 공간을 시민들에게 선사한다. 또한 굽이진 산책로, 다양한 휴식 공간과 놀이 구역은 방문객이 쾌적한 환경에서 편히 쉬고 머무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원 캠퍼스 모델 블라사커는 생태 공원으로서 대상지의 여러 교육 기관을 위한 녹색 전략의 일환으로 그린 인프라를 구축하는 원 캠퍼스 모델(one campus model)의 토대가 된다. 설계 과정에서 시정부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협업하는 동시에 워크숍, 프레젠테이션, 설문조사 등을 진행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최종 설계안을 도출했다. 기존의 경관과 생태적 특성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목초지가 풍부한 북쪽의 유서 깊은 농업보호구역과 기존 저류지 인근의 주변 숲을 보존하거나 강화했다. 또한 대상지 내 수로를 보강하고 교목 식재를 통해 다양한 공간을 연출하고자 했다.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여러 협의 과정을 통해 더 발전된 형태의 공원을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공원은 지역 생태계 발달과 함께 완성도 높은 공원의 기능을 결합했다. 다양한 녹지 공간은 일관성 있는구조를 만들어내는 투과성 포장 산책로로 연결된다. 여러 휴식 공간이 공원 입구부터 내부까지 곳곳에 배치됐다. 산책로 데크는 다채로운 색감을 선사하는 초지를 가로지르고, 저류지 인근의 목재 데크에서는 수경관을 독특한 시점에서 조망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이곳에서 서식지를 형성하면 방문객들과 자연 애호가들의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생태 도시공원의 정체성 강화 생태 녹지 공간 구조의 보존과 강화, 편안한 휴식 공간과 레크리에이션 공간의 결합을 통해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고 미래지향적 공원으로서 입체적 공원 경험을 제공했다. 자연 소재를 최대한 활용해 산책로를 투수성 석재로 포장하고, 기존 저류지 산책 데크와 휴게 플랫폼을 팀버 목재로 제작했다. 벤치나 공원 입구 안내판, 자전거 방호벽 등 작은 디자인 요소에도 목재를 활 용했다. 이러한 자연 소재는 생태 도시공원이라는 정 체성을 강화한다. 그린 오픈스페이스 블라사커는 코르트레이크의 도시 오픈스페이스를 위한 그린 네트워크의 한 부분을 구성한다. 코르트레이크 지역 내 비서헴(Bissegem)시의 시티그린 겔링크(Citygreen Ghellinck) 생태 공원에도 블라사커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생태 녹지 공간이 마련됐다. 둘 다 동일한 포장 재료와 공원 인프라 요소들을 활용해 설계됐다. 이처럼 시민을 수용하며 디자인적 일관성과 통일성을 갖춘 생태적 공공 오픈스페이스는 자연과 도시의 조화를 꾀하는 도시공원으로 기능하게 된다. 글 OMGEVING Main Assignment HolderDesign OMGEVING Main Works Contractor Roadworks Ockier Project Partners Hesselteer(Ecologist) Arborist/Supplier of Plants Boomkwekerij Schepers Manufacturer/Brand of Pavement Nobre Cal Manufacturer/Brand or Distributor Street Furniture Grijsen Manufacturer Water Elements/Fountains Roadworks Ockier Client City of Kortrijk Location Etienne Sabbelaan, Kortrijk, West Flanders, Belgium Area 17㏊ Completion 2024 Photograph Karel Debedts, Karel De Kesel 옴헤빙(OMGEVING)은 건축가, 조경가, 도시계획 및 환경 계획 전문가와 함께 다학제 디자인을 추구하며 회복탄력성이 있는 도시 경관과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마을과 도시, 오픈스페이스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규모의 복잡한 공간 문제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을 시도한다. 시민들의 생활 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기후 위기에 대응한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연대를 이끌어내며 미래지향적인 해결법을 도출한다. 이러한 지향점은 연구를 비롯한 디자인 전 과정에 담겨 있으며,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고자 한다.
    • OMGEVING
  • 스카이스타칼니스 공원 Skaistakalnis Park
    공원의 역사 스카이스타칼니스 공원(Skaistakalnis Park)은 리투아니아 파네베지스(Panevėžys)시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이다. 네베지스(Nevežis)강을 따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공원에는 언덕과 숲, 작은 개울, 연못이 있다. 사실 이곳은 19세기 말 무렵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닌 저택의 일부였다. 20세기 초반 공원 내에 있던 시인의 저택이 문화생활의 중심지로 쓰이기도 했다. 이후 다양한 체육 시설이 추가되며 공원은 훈련과 운동 경기의 무대가 되었다. 1970년대에는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운동 시설이 다른 곳으로 이전되었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그 결과 공원은 수십 년간 방치되었고 잡초가 무성해졌다. 파네베지스에서 가장 오래된 녹지의 재활성화 변화가 시작된 건 2016년, 파네베지스 시정부는 스카이스타칼니스 공원을 비롯한 공공 공간, 예술, 문화에 투자해 도시 이미지와 삶의 질 향상을 꾀하겠다고 발표했다. 2017년 공원과 역사적 유산인 저택을 재설계하는 공모가 개최됐고, PUPA/라이프 오버 스페이스(PUPA/Life Over Space)의 안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주요 목표는 공원의 자연적인 숲 성격을 유지하면서 엔터테인먼트와 레저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저택 내 아트센터 인근에는 모임과 문화 행사를 위한 공간 을, 중앙 다리 옆에는 운동과 활동적인 액티비티를 위한 구역을 조성했다. 공원 곳곳에 벤치가 있는 작은 모임 공간이 마련됐다. 새로운 다리와 보행로는 그간 숨겨져 있던 지역으로 사람들을 이끈다. 새로운 액티비티 구역, 보식으로 풍성해진 녹지와 그로 인해 향상된 생물 다양성은 시민들이 스카이스타칼니스 공원을 한층 더 즐겁게 이용하도록 만든다. 다리 다리는 스카이스타칼니스 공원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로 조성된 다리는 나무판자를 수직으로 세운 난간으로 독특한 경관을 형성한다. 리모델링된 네베지스강을 건너는 중앙 다리에는 휠체어, 유모차, 자전거 이용자도 사용할 수 있는 경사로와 휴식과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됐다. 소규모 하천에 놓은 작은 다리들은 공원의 경관에 매력과 즐거움을 더한다. *환경과조경446호(2025년 6월호)수록본 일부 글 PUPA/Life Over Space Architect PUPA/Life Over Space(Tadas Jonauskis, Justina Muliuolytė, Ignas Račkauskas, Lukas Kulikauskas, Augustas Makrickas) Landscape Architect Terra Firma LT(Ramunė Baniulienė, Linas Ūsas) Playground and Sport Equipments Kompan playgrounds Collaborator MUTUUS Client Panevežys City Municipality Location J. Biliūno g. 3, Panevėžys, Lithuania Area 29.7㏊ Design 2017~2019 Completion 2023 Photograph Aistė Rakauskaitė, Norbert Tukaj PUPA/라이프 오버 스페이스(PUPA/Life Over Space)는 리투아니아빌뉴스시를 중심으로 국제적 활동을 펼치는 도시·조경 스튜디오다. 수십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각적으로 훌륭할 뿐 아니라 사회·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 공간을 설계하고 있다. 조경, 도시, 리서치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조경은 단순한 녹지 공간이 아닌 커뮤니티, 질 좋은 삶, 회복탄력성을 길러내는 활력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라 믿는다. 아름다움 이상의 가치를 배양하기 위해 꼼꼼한 연구, 컨설팅을 통한 커뮤니티 참여, 장기 활용성을 고민하고 있다.
    • PUPA/Life Over Space
  • 라이언산 공원 Lion Mountain Park
    라이언산 공원(Lion Mountain Park)은 중국 쑤저우(Suzhou) 지역 역사와 신화에 자주 등장했던 라이언산의 아름다움과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조성됐다. 고대 신화에 따르면 인근의 타이거산(Tiger Mountain)을 마주하고 있는 라이언산은 지역 마을을 수호했다고 전해진다. 한때 놀이공원이었던 대상지를 산과 호수가 조화를 이루는 산수 개념을 적용한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랜드마크로 복원했다. 순환 프롬나드는 산과 새로 조성된 호수를 하나로 묶어주며, 자연과 문화의 정신이 어우러진 경관을 완성한다. 라이언산의 복원 쑤저우의 장엄한 라이언산은 오랜 세월 도시를 지켜온 역사적이고 자연적인 상징물이다. 지역의 여러 산봉우리 사이에서 타이거산을 향해 우뚝 솟은 이 산은 예로 부터 지역 마을을 보호하는 수호신으로 여겨졌다. 고대의 지역 문인들은 산의 가파른 탐방로를 따라 놓인 바위에 ‘18경’이란 시를 새겼다. 그러나 롤러코스터를 포함한 놀이공원의 각종 놀이 기구, 공중 트램으로 인해 호수의 규모가 축소되는 등 대상지 주변 환경이 많이 훼손됐다. 특히 산의 경사면은 대형 광고판과 현수막으로 도배됐다. 2016년 국제설계공모에 당선된 TLS는 지역 랜드마크인 라이언산의 위상을 복원하고 새로운 호수와 공원, 문화 지구를 조성하기 위한 설계를 시작했고, 9년의 긴 작업 끝에 공원을 완성했다. 설계의 목표는 호수의 확장 및 개발을 통해 빛을 반사하는 아름다운 호수의 개성을 드러내고, 산과 조화를 이루는 풍성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도시에서 흘러온 유출수는 습지 테라스와 사이프러스 숲을 통과하며 정화된다. 덕분에 물놀이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호수의 수질이 개선됐고, 소형 보트 체험 등 놀이공원을 대신할 수 있는 여가 프로그램이 활성화됐다. *환경과조경446호(2025년 6월호)수록본 일부 글 TLS Landscape Architecture Lead Landscape Architect Tom Leader Project Manager Zheng Huan, Fan Wei Competition Team Chen Wei, Pablo Alfaro, Mario Accordino, Zhong Xin, Su Hang, Chen Yi-Shan, Robert Cabral, Zhang Wenmo Detailed Design Team Yu Yang, Ye Shuping, Kathryn Drinkhouse, Huang Dawei, Yu Zhaowei, Kushal Lachhwani, Zheng Si, Sun Chen, Xing Xiaoye, Zu Wanpeng, Li Qianyu, Chen Jiawen, Bao Aiai, Wei Ying, Xing Mengyao, Shi Xiayao, Li Chunjin, Ivan Valin, Thor Anderson, Scott Getz Landscape Architect of Record Suzhou Architecture Gardens Landscape Planning Design Sponge City Design Consultant Jiangsu Zhuyan Design & Consulting Pavilion Design Kuth Ranieri Architects Client Suzhou Shishan Plaza Development Location Suzhou, Jiangsu, China Area 72㏊ Completion 2024 Photograph Xi Chen, TLS Landscape Architecture TLS(TLS Landscape Architecture)는 2001년 톰 리더(Tom Leader)가 개소한 조경설계사무소로 캘리포니아와 상하이에서 활동하고 있다. 도시계획과 공공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독창적이고 실체적 경험을 디자인으로 구현하기 위한 실험적인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에 접근하고, 물질적이고 자연적인 세계의 매력을 탐구한다. 규모와 상관없이 가치 있는 실험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주로 아시아에서는 문화적 뿌리를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도시 성장을 이끌어내고자 하며,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라이언산 공원, 항저우 스틸워크 공원 등이 있다.
    • TLS Landscape Architecture
  • 스쿠브뤼네트 베이스캠프 Skovbrynet Basecamp
    스쿠브뤼네트 베이스캠프(Skovbrynet Basecamp)(이하 베이스캠프)는 혁신적 주택 콘셉트를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학생, 연구원, 노인을 위한 700여 채의 아파트가 마련됐다. 이 주거 지역의 외부 공간을 자연, 건강, 모빌리티를 강조하며 도시의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숨 쉬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했다. 륑뷔(Lyngby)시의 매력적인 녹지대에 자리 잡은 베이스캠프의 북동쪽에는 소르엔프리(Sorgenfri) 공동묘지가, 서쪽에는 륑비 호수가 있다. 부지 전체를 둘러싼 생울타리와 관목은 풍성한 녹음을 자랑한다. 대상지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도 바람이 통하는 보행 네트워크를 구축해 통일성 있는 경관을 만드는 것이 설계의 목표였다. 공원 같은 경관을 만들면서도 수목을 곳곳에 흩어 심고 변동적인 식재를 통해 다양성을 만들어냈다. 기술적으로 까다로우면서도 포괄적인 외부 공간을 계획했다. 건물 6층까지 이어지는 공공 녹지 보행로를 따라 오르면 구불구불한 건물 옥상의 모습과 륑비 호수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건물 옥상에는 높이 자란 그라스가 우거진 풍경을 연출하고 주변 경관을 감상하기 좋은 보행로를 조성했다. 베이스캠프의 옥상은 아름다움과 지속가능성, 기능이 한데 조화를 이룬 모습을 보여준다. 옥상에서 직조되는 유기적 형태의 구불구불한 소로는 주민과 방문객이 이 공중 경관을 탐구하도록 불러들인다. 경계석 없이 설계된 소로는 건물의 자연스러운 윤곽을 따라가며 외부 공간과 아래 건물 사이를 매끄럽게 전환시킨다. 부드럽고 흐르는 듯한 디자인은 주민들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기억의 남는 경관을 자아낸다. 옥상과 연계된 테라스는 휴식과 사색의 공간을 제공한다. 테라스들은 옥상 정원의 고요함을 즐기기에 이상적이며, 주민뿐 아니라 공공에게 열려 있어 다양한 커뮤니티 구성원에게도 공중 녹지를 거닐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공원 같은 환경, 소르엔프리 공동묘지, 륑비호수를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는 조망점을 제공하는 이 공유 공간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독려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 데 도움을 준다. *환경과조경446호(2025년 6월호)수록본 일부 글 Kragh&Berglund Landscape Architect Kragh&Berglund Landscape Architecture and Urban Design Architect Lars Gitz Architects Collaborator JFP, AFRY Client ST Skovbrynet student Aps, BC Skovbrynet Residential Aps Location Lyngby, Denmark Area 34,000㎡ Completion 2020 Photograph Sofie Cold Ravnkilde, DronePixels 크라그&베릴룬드(Kragh&Berglund Landscape Architecture andUrban Design)는 2003년 한스 크라그(Hans Kragh)와 요나스 베릴룬드(Jonas Berglund)가 설립한 창의적 스튜디오다. 스칸디나비아의 설계 원칙을 기반으로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조경 설계를 실천한다. 건축, 경관, 도시설계를 아우르며 프로젝트의 중심에 항상 사람을 둔다. 코펜하겐, 스톡홀름, 오슬로에 사무소를 두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목표로 다양한 도시, 경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 Kragh&Berglund
  • 선양 재료과학 국가연구센터 Shenyang National Research Center for Materials Science
    융합의 정원 융합의 정원은 선양 재료과학 국가연구센터(이하 선양 연구센터)에 조성된 공공 오픈스페이스다. 선양 연구센터의 남북 축을 이루는 이 정원은 주요 건축물과 센터의 동서 방향을 물이 흐르는 수경 요소로 연결한다. 융합의 정원이 센터 남측 주출입구의 배경을 이루는 만큼, 국가연구센터의 위엄과 상징성을 드러내면서도 일상적 활용을 고려한 경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남쪽 광장 남쪽 주출입구에 위치한 광장은 모든 방향에서 주목할 수 있는 시각적 배경으로 만들었다. 약 3천㎡ 규모의 광장에 몽골참나무 열두 그루를 자연스럽게 배치해 모임과 흩어짐, 지나침과 머묾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몽골참나무 군락은 멀리서 보면 건축물의 규모와 어우러지는 개방적이면서도 녹음이 풍성한 경관이며, 가까이 다가가면 독특한 세부 요소를 살피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곳곳에 배치한 흰 벤치는 구름 형태이며, 수목 보호대에는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사용해 주변 경관과 나무 그림자가 독특한 형태로 맺히게 했다. 수경 시설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수경 시설을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게 만들기 위해 노랑꽃창포를 띠 형태로 식재했다. 이는 건축물 입면이 물에 반사되는 모습을 부드럽고 한층 더 자연스럽게 만들 뿐 아니라, 녹지가 부족한 공간의 단점을 시각적으로 보완한다. 중앙의 넓은 수면에는 원형 수상 플랫폼이 있다. 플랫폼 중심부에 높낮이가 다른 금속 패널을 여러 겹 겹쳐 만든 원형 회랑(파빌리온)과 우주를 은유하는 알루미늄 조각을 설치해 주요 경관 요소로 삼았다. 최소한의 요소만을 사용해 장소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친수 공간 친수 공간은 두 가지 방식으로 조성했다. 동쪽은 포장 면적을 넓히고 점진적으로 수면에 접근할 수 있는 친수 플랫폼을 설치하고, 곳곳에 긴 벤치를 배치했다. 반면 서쪽은 수변에 맞닿은 정박형 공간으로 조성했다. 포장면의 수목 보호대를 안쪽으로 기울인 형태로 디자인하고, 콘크리트 단 위에 등받이를 설치해 공간을 더욱 가볍고 개방감 있게 연출했다. 경직성 완화 건축물과 포장 공간이 만나는 경계 부분에는 두께 8cm 이상의 석재를 사용하고, 리아트리스를 심어 경계의 경직성을 완화했다. 이곳에서는 지피 식물의 색 상과 형태보다는 식물의 존재 여부 자체가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일상 속 비일상 융합의 정원은 과도한 장식, 기이한 형태, 형식적 포장 패턴, 다양한 재료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 표면 처리, 마감, 조합 방식, 단차 등 모든 세부적 요소에 서 비일상적인 정교함을 지향하며 국가연구센터라는 장소의 정체성과 조화를 이루게 했다. 절제 속 자유로 움, 간결함 속 풍요로움이 융합의 정원이 추구하는 일상 속 비일상의 디자인이다. 글·사진 R-land Design R-land Concept Design Zhang Junhua, Zhao Changjiang, Zhang Peng, Li Ruijing, Zhao Yanying, Shi Wanrong Construction Documents Design Zhang Junhua, Zhao Changjiang, Yan Yili, Yu Feng, Jiang Chongjian, Liu Lixing, Ji Qian, Dai Jing, Zhang Wenxu, Zheng Yunfeng, Bai Zuhua, Hu Haibo Architect Song Dongmi Electrical Installation Xu Feifei, Zhang Yali Structure Ma Aiwu, Shen Shiru Construction China Railway 19th Construction Bureau Client Shenyang Wanbo Development and Construction Location Chuang Xin Lu, Liao Ning Sheng, China Area 1.71㏊ Design 2019. 11. ~ 2021. 12. Completion 2024. 5. Photograph R-land 베이징 웬수경관계획설계사무소(源樹景觀規劃設計事務所, R-land)는 2004년 설립된 중국의 환경 전문 설계사무소다. 경관 계획, 공공 공간, 관광·휴양지, 테마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대지 경관 설계와 자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R-land
  • 포스코 스퀘어 가든 POSCO Square Garden
    현재 조경가들은 절호의 시기를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 지구적 기후 변화 위기 속 만년 유망주 조경은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주역이 될 것 같기도 하다. 19세기 후반 극심한 도시 문제에 대처하며 일어났던 도시미화운동(City Beautiful Movement)은 현대 조경의 양상과 닮았다. 200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현장에서 실천적으로 활용할 기회가 많아졌다. 조경이 개입하는 모든 유형의 공간에서 이러한 기류가 체감된다. 조경의 가장 큰 무기인 녹색의 자연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이자 기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 전체의 방향성을 지시해야 하는 공공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민간의 영역에서도 조경의 중요도는 나날이 더해지고 있다. ESG를 필두로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은 자연을 향하고 있고, 조경가들은 이를 가장 잘 다루는 전문가다. 포스코는 일을 맡게 된 설계사무소로서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도 여러모로 감사한 기업이다. 그들은 본인들이 소유한 공간을 개방해 가능한 많은 이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사회적, 환경적 기여를 기업의 의무로 요구하지 않았던 시대 때부터 그랬다. 그들은 공공을 위한 다수의 공간을 만들었지만,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기업이 공공을 위한 기회를 마련한다면 어떠한 가치로든 기업에게도 환원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기업 공간을 계획할 때 공공과 기업 모두에게 이로운 순환 고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포스코라는 브랜드 우리는 포스코와 함께 일을 종종 해왔다. 포스코 스퀘어 가든(이하 스퀘어 가든)은 설계 시점 기준으로는 네 번째, 준공 기준으로는 두 번째 맡는 작업이다. 같은 대상을 두고 매번 차별화된 콘셉트와 전략을 계획해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할 때 고민이 깊어진다. 포스코와 함께 한 첫 프로젝트인 파크1538 포항(『환경과조경』 2022년 9월호)은 코르텐이라는 철강 소재를 사용해 기업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구현했다. 포스코 인재창조원 역시 철이라는 기업의 대표 소재를 앞세워 표현했고, 파크1538 광양은 건축과 함께 굽이치는 땅의 움직임을 통해 그들의 역동성을 전달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지주사 분리 등 기업의 내부 구조가 바뀌었고, 포스코는 더 이상 철강만이 아닌 AI, 이차전지, 수소 등 한층 더 미래를 꿈꾸는 산업으로 변모를 시작했다. 그들에게 여전히 철은 중요했지만, 꼭 철이란 재료를 부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못 상충되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철의 유연함과 안온한 산책로 그래서 시선의 초점을 달리하며 철의 강함보다 유연함 에 초점을 맞췄다. 철은 그 무엇보다 단단한 강성의 소재이지만, 무엇으로도 주조될 수 있는 유연한 재료이기도 하다. 테헤란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곳에 미려한 굴곡을 가진 선형의 덩어리를 흘려보내 용융된 상태를 은유하고 그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담아냈다. 최대한 순백에 가깝게 조색해 청정함을 표방하며 친환경적 신사업들을 추구하는 그들의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토심을 확보하는 플랜터인 동시에 걷다가 잠시 앉을 수 있는 벤치이지만 구체성과 지시성 을 덜어냈다. 가능한 추상적인 볼륨으로 이색적인 심상 만을 전달하고자 했고, 독특한 조형물 하나가 도심 사이를 꿰뚫고 나아가길 바랐다. 한국의 상징적 가로 중 하나인 테헤란로에 인상적인 장면을 남기고자 했다. 전체적으로 이용자들이 산책을 즐기며 거니는 공간으로 계획했다. 프로젝트에서 주어진 과제이기도 했지만, 사실 번잡한 도심 한복판에서 분명히 필요한 경험 이기도 하다. 온종일 앉아서 일하는 수많은 직장인,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 빈약한 인근 지역 주민을 고려한다면 답은 꽤 쉬웠다. 산책은 걷는 행위 자체가 목적인 발걸음이기에 공간에서 그 걸음과 심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했다. 길의 선형을 아주 선명하고 명료하게 구성하고, 산책로 주변에 두터운 식재를 더해 서정적이고 안온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건물의 세 면을 감싸고 도는 산책로는 각 면마다 서로 다르게 연출된 식재 구간을 통과하며 서울 한가운데에서 잠시나마의 여유로운 일상을 선사한다. 스퀘어 가든은 크게 네 개 공간으로 이루어지며 문화 예술 산책로, 버스킹 가든, 갤러리 가든, 선큰 가든이 있다. 선큰 가든은 조경의 작업이 거의 더해지지 않았 다. 서로 동시에 바라보이지 않는 공간들이기에 각 면 마다 다르게 기획하더라도 이질적 산만함보다는 차별적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특 정한 공간에 힘을 주는 대신 공간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산책로를 통해 여러 공간을 엮어 완성도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문화예술 산책로 테헤란로에 인접한 전면부의 문화예술 산책로는 모든 공간과 기업의 인상을 보여주는 정면이기에 단단하고 정연한 모습으로 연출했다. 일부 관목과 초화류를 제외하면 소나무와 줄사철이라는 상록의 교목과 지피류, 단 두 켜의 식재로만 구성해 단정하면서도 기품 있는 분위기를 표현했다. 기존에 조성된 공간의 무게감이 인상적이었기에 본래의 식재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되 계절감만 조금 더하는 약간의 변주만 시도했다. 시간과 계절의 변화는 자연의 본질이지만, 전면부 공간만은 겨울 동안에도 스러짐 없이 오롯할 수 있도록 상록 수종 중심으로 계획했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소나무 위치를 옮기지 않고 그 사이 사이를 돌아나가는 산책로를 새로 구성해 대상지가 품 고 있었던 땅의 시간이 계속 유지되게 했다. 백색의 비정형 구조물은 새로운 미래에 대한 지향점을, 소나무와 짙은 녹색의 식재는 지금까지 쌓여온 역사적 과정을 보여줄 수 있게 함께 배치했다. 버스킹 가든 건물 서측 버스킹 가든은 이름의 의미처럼 연중 야외 공연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 객석이 필요했다. 카페와 인접해 산책로 모든 구간에 앉아 쉬며 식음료를 즐기 기에 좋은 외부 공간이 되도록 조성했다. 전면부 문화 예술 산책로 구조물이 상징적인 조형에 가깝다면 버스킹 가든 구조물은 매우 기능적인 앉음벽이다. 산책로 양측의 식재 설계를 달리해 이용자들의 흥미를 유도하고자 했다. 건물에 인접한 부분의 식재 설계는 천리포 수목원과 협업해 드라이 가든으로 조성했다.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관목 및 초화류에 조형석을 같이 배치 해 이색적인 정원의 장면들이 이어지게 했다. 다른 한 측면은 길을 따라 배롱나무를 열식해 건물 정면의 흐름이 따라 들어오게 했다. 전면부의 소나무를 유지한 것과 같이 그 소나무 뒤에 있던 배롱나무도 그대로 존치했다. 이 배롱나무를 따라 이용자의 시선과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버스킹 가든으로 자연스럽게 진입하게 했다. 공연 시 관람 시야를 방해하지 않게 하부 식재는 최소화했다. 갤러리 가든 동측부 갤러리 가든은 곳곳에 산개됐던 조형물을 재배 치한 조각정원으로 계획했다. 개별적으로는 주목할 만 한 조형물들이었지만 체계 없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빛을 발하지 못했다. 한 장소에 모아서 각 조형물뿐 아니라 그것을 담아낸 공간도 함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 산책로와 식재, 조형물이 조화를 이루며 연계될 수 있게 고민했고, 한번에 모든 작품이 보이지 않게 했다. 한 가지 요소를 감상한 뒤 언뜻 보이는 다음의 요소가 호기심을 자극하되, 전체가 한꺼번에 노출되 어 걸음의 흥미가 떨어지지는 않도록 시퀀스를 조율했다. 조형물 배면에는 벽을 두어 다른 요소들로 흩어질 수 있는 시선을 붙잡아 작품 자체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분비나무, 귀룽나무, 노각나무 등 한국 자생종 중 심으로 식재를 구성해 또 다른 매력의 장면을 선사하면서 우리 본연의 숲 경관을 보여주는 정원으로 표현 했다. 다간형 교목과 대관목을 활용해 조형물로 시선을 조정하는 동시에 주어진 규모보다 더 깊은 공간감을 부여하고자 했다. 수수하고 청초하다는 누군가의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리듬감을 만드는 콘크리트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소재의 선정이 중요했다. 현재까지 이어온 가장 굳건한 정체성이 더 소중한가. 새로운 출발을 알리며 생신한 야심이 더 앞서야 하는가. 양단의 가치에 대해 기업 내부의 의견이 분분했고 그 어느 하나 틀린 것은 없었기 때문에 결국 두 가지 모두를 담아야 했다. 틀에 담아 형태를 만드는 제작 방식은 철의 주조와 유사하지만, 질감과 색 상은 전혀 다르기에 철을 연상시키지 않는 콘크리트를 활용했다. 이 재료와 맞붙을 상록수 식재 구간의 짙은 초록색을 고려해 색채적인 대비도 의도했다. 앉음벽 역 할을 해야 했기에 앉는 구간과 기대어 설 수 있는 구간의 단면을 작성한 뒤 평면의 선형과 연동시켜 3차원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단면과 평면, 구간의 관계를 조작해 조형의 움직임과 형상을 조정했다. 시공사와 협의 후 현장에서 타설하며 디자인적 의도뿐 아니라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에 대응하며 기다란 리듬감을 다듬어 나갔다. 브랜딩 스케이프 각 기업은 고유한 유무형의 가치와 자산들을 지니고 있다. 이미 겉으로 드러난 것들도 있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듣는 이야기에서 채집하는 것도 있다. 이는 머리와 마음에 담겨있는 추상적 개념일 수도 있고, 시간이 쌓여 축적된 철학적 태도일 수도 있으며, 우리가 다 루는 공간과 무관한 산업적 생산물일 수도 있다. 이를 잘 듣고 읽어내며 해석하여 실재하는 땅에 공간으로 내려놓는 게 조경가의 역할이다. 누군가가 마음에 품고 있는 비전과 내러티브를 공간으로 구현해 인상을 만들 어내고 이용자들이 다가올 수 있게 계획한다. 새로운 장소의 경험은 방문자에게 다시금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직간접적으로 그 너머에 있는 브랜드의 존재를 인식하게 한다. 이처럼 우리는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브랜딩 랜드스케이프’를 추구하며, 지금도 현재 진행형에 있다. 글 얼라이브어스 조경 설계 얼라이브어스 건축 설계 포스코A&C 시공 포스코E&C 발주 포스코 위치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440 면적 17,454.80㎡ 완공 2023. 8. 사진 김종오 얼라이브어스(ALIVEUS)는 현대 도시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건축, 조경, 도시재생 및 문화 계획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이너 그룹이다. 단단한 기준, 관철하는 감각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풀어나간다. 우리는 서로의 특성을 인식하고 평등한 소통과 유연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융합을 통해 지속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가며 균형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통해 학제간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하이엔드 디자인을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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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블릭 가산 Publik Gasan
    대상지는 가산동의 산업 단지로 서울에서 손꼽히게 북적이는 지역 중 하나다. 가산동과 G밸리 사이에 위치한 복잡한 대상지에 자연을 통해 사람들의 숨통을 틔어줄 공간을 제공해주고자 했다. 삶의 터전이자 문화, 예술, 자연이 공존하는 모두의 공원과 나만의 정원을 함께 계획함으로써 퍼블릭 가산이 도심 속 모두를 위한 숲의 섬이 되기를 기대했다. 도심에서 찾기 어려운 대규모 녹지, 높고 자연스러운 수형의 나무들이 형성하는 깊은 숲을 먼저 떠올렸다. 숲은 도심에서도 여유롭고 편안한 휴식을 가능하게 한다. 좁은 숲길을 걸으며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며 안락함을 느끼는 시간, 사색과 치유의 시간 등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조경 공간을 구성했다. 두 개의 공개공지 퍼블릭 가산의 남쪽과 북쪽에 위치한 공개공지는 방문객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공간이다. 일종의 진입 광장의 역할을 하는 두 공개공지를 세 가지 기능에 주목해 설계했다. 첫 번째 기능은 오픈스페이스다. 가로변과 접한 전면 공간을 활용해 도심 내 열린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두 번째는 활기 넘치는 공간이다. 각진 건물 사이를 관통하는 곡선형 산책로를 통해 공간에 활기를 부여하고, 주변으로 계절마다 변화하는 다양한 식생을 배치해 생동감 넘치는 경관을 연출하고자 했다. 세 번째는 숲과 그늘이다.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울창한 숲이 드리우는 넉넉한 그늘을 제공하고자 했다. *환경과조경445호(2025년 5월호)수록본 일부 글 이승주 팩토리 엘 실장 크리에이티브 디렉팅/브랜딩 제이어드바이저리(JAD) 조경 설계 팩토리 엘(factory L) 건축 설계 제이어드바이저리,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조명 설계 이온SLD 위탁 가산웰스홀딩스 시공 현대건설 위치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60-26 면적 연면적: 258,868.69㎡ 대지 면적: 30,180㎡ 사진 최용준, JAD, 팩토리 엘 팩토리 엘(factory L)은 2006년 이홍선이 창립한 설계사무소다.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건축과 조경이 결합된 공간 창출을 시도하고, 디자인과 시공을 연계한 조경을 실현해왔다. 대표작으로는 시몬스 팩토리움, 시몬스 테라스, 현대지식산업센터 퍼블릭 가산, 씨엔씨티에너지, 플레이스 캠프 제주, 산운 SK아펠바움, 논현 아펠바움, 유엔빌리지 루시드하우스, 유엔빌리지 빌라드그리움, 루시드에비뉴, 경희대학교 걷고 싶은 거리가 있다.
    • 팩토리 엘
  • 유원재 Youonejae
    유원재는 잊힌 한국식 온천 문화 부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사명을 안고 태어났다. 유원재 조경은 전통과 지역에 기반을 둔 경관이 어떻게 21세기 한국식 온천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은유적 대답이다. 유원재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의 핵심은 온천에서 어떻게 전통과 지역 감각을 녹여내고 우리 삶의 일부가 될 수 있게 하는지다. 의미를 넓히면, 근대가 순수를 찾기 위해 삭제한 시공간을 되찾는 방법에 대한 실체적 연구이기도 하다. 너무나도 인간적인 접근이 좋겠다. 그런데 왜 은유인가. 인간은 전체 감각 세포의 60%가 시각에 할애된 시각화에 특유된 포유류다. 이미지를 기반으로 사고한다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니다.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 정보들은 뇌에 이미지로 저장되는데, 인간의 사고력은 유사성을 가진 몇 이미지들을 중첩시켜 떠올릴 수 있다. 덕분에 우리는 “그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행을 동물에서 식물로의 변신이 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이 능력을 은유라 부른다. 은유는 문자를 만나면 시가 되고, 선율이 더해지면 노래가 된다. 그리고 땅을 만나면 조경가 정영선이 말하는 땅에 쓰는 시, 조경이 될 것이다. 온천이라는 무대 위에 은유라는 장르로 전통과 현대, 자연과 사람을 주제로 한 음악을 합주할 기회를 얻었다. 공연의 악기는 변치 않았고 변치 않을 것들인 이 땅의 물, 돌, 풀이다. 고리타분한가. 음악은 피타고라스 음률 12개로 무한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지 않나. 물, 돌, 풀이 만들어낼 은유의 경관은 끝이 없다. *환경과조경445호(2025년 5월호)수록본 일부 글 장혁준 비오이엔씨 실장 조경 설계·시공 비오이엔씨(BEOH) 건축 설계 와이그룹(Y GROUP) 인테리어 C.C.P, 와이그룹 조명 설계 비츠로앤파트너스(Bitzro&Partners) 위치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주정산로 6 면적 12,000㎡ 완공 2023. 9. 사진 장혁준, 박영채 비오이엔씨(BEOH)는 감각의 명료한 구축을 추구하는 조경설계사무소다. 작은 정원에서부터 도시 규모에 이르는 다양한 공간을 다루고 있다. 설계는 물론이고 그것의 구현을 가치 있게 생각해 시공, 감리, 관리까지 공간 만들기의 모든 업역을 가로지르며 이상을 실천하고 있다.
    • 비오이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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