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환경과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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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의 공간에서 시간은 그리 환대받지 못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간이 낡고, 바래고, 벗겨지고, 삭고, 번지고, 흩어지고, 무너지는 변화에 우리는 노후, 방치, 노화, 관리 부재라는 이름을 붙인다. 새것의 상태를 기준으로 삼는 시선 속에서 시간의 흔적들은 제거해야 할 흠집으로, 회복해야 할 상처로 여겨진다. 5월호 특집 ‘스러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 배정한
  • 몇 년 전 서울숲에 직접 관리하는 정원을 만든 뒤로 한 달에 두세 번은 그곳을 찾았다. 군마상을 지나 정원으로 가려면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는 서울숲 한가운데의 잔디밭을 가로질러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잔디밭의 사계를 경험했다. 일 년에 한두 번 풀을 베며 관리하는 잔디밭은 족제비쑥, 마디풀처럼 답압에 길든 식물들이 점유한다. 마디풀은 봄부터…
    • 신영재
  • 조경은 시간의 미학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식물이라는 살아 있는 생명을 소재로 삼기도 하고, 생명체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도 하며, 계절의 변화는 물론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때 시간의 ‘흐름’은 다양한 현상을 아우른다. 점점 헐거워지는 벤치의 나사, 햇볕에 조금씩 노랗게 바래가는 벽, 언제부터였는지 금이…
  • 빗물은 작은 골을 따라 아래쪽 연못으로 모인다. 물이 부족하니 잘 모아야 한다. 나무와 풀은 물이 곧 생명이다. 주변에 큰 나무나 지형이 없기에 햇빛은 충분하다. 바람도 잘 통한다. 북쪽이 높으니 삭풍을 막아 줄 수 있어서 좋다. 메마른 땅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쉽지 않다. 나이 어린 나무도 그럴 것인데, 백 년이 족히 넘은 나무들이야 더 말할…
    • 박승진
  • 이곳은 본래 ‘용산’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된 산줄기가 한강까지 이어져 내려오던 곳이었다. 예부터 ‘새창’이라 불리던 고갯길이었지만,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에 경의선 철길이 놓이면서 산줄기는 가파르게 깎여 나가고 옹벽이 세워졌다. 그 결과 기차가 지나갈 수 있을 만큼 깊게 파인 협곡 같은 지형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푹 꺼진 땅을 숲길로 바꾸기 위해 여러…
    • 이남진
  • 2014년 ‘에코스쿨 조성사업’으로 상도동에 위치한 강남초등학교 야외 교실의 설계를 진행했다. 늘 그렇듯 공사비는 부족하고 하고 싶은 건 많았다. 텃밭과 함께 메인 공간이 될 숲속 교실은 경사지를 이용해서 목재 데크로 계획하고, 그 자리에 있던 콘크리트 블록을 진입로에 재활용했다. 계획안을 본 교장은 식재 공사 예산을 사용해 숲속 야외교실을 전부 데크로…
    • 서영애
  • 처음 ‘인포멀가든’을 설계할 때, 보행로와 식재 영역이 분명하게 나뉘어 있었다. 건물의 긴 입면을 따라 놓인 단정한 길과, 그 곁을 따라 흐르듯 이어지는 식재. 질서와 흐름 사이의 균형을 의도한 배치였다. 완공 직후의 풍경은 그 의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식물은 계획된 자리에 머물렀고, 공간은 또렷한 경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때의 풍경은 우리가 그린…
    • 오현주
  • 종종 설계부터 시공까지 프로젝트 전반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있었다. 2019년 준공한 성수동 우란문화재단이 그랬다. 성수동이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하던 시기, 이 건물의 공개공지, 테라스, 옥상 정원의 설계와 시공을 진행했다. 그나마 대중에게 좀 알려진 우리 회사의 대표작 중 하나다. 설계는 아주 간단했다. 자작나무숲과 억새풀, 그 사이의…
    • 원종호
  • 이른 봄 중학교 앞을 지나다 담벼락을 따라 자란 교목들이 경악할 만한 상태로 전정된 걸 보면, 그 시절 짧은 스포츠머리로 제한되었던 두발 규정이 떠오른다. 이건 프루닝(pruning)이 아니라 트리밍(trimming)이다! 지금은 머리 길이에 신경 쓴다. 여름에는 더워서 짧게 자르고, 어떤 시기에는 손질이 번거로워 파마를 유지한다. 하지만 짧은 머리에서…
    • 최윤석
  • ‘동심원’은 몇 해 전 울산 중구 예술공원 내에 한국동서발전의 후원으로 조성한 기부 정원이다. 도심과 이어진 작은 숲 가장자리에, 기업의 나눔과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담고자 비눗방울을 모티브로 한 정원을 구상했다. 조용히 걷다가 잠시 머물고 싶은 곳, 그 안에서 시간이 천천히 스며드는 풍경. 통나무 아치는 그런 마음에서 들여놓은 것이었다. 언젠�…
    • 정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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