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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에코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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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음도공원 설계공모] 시간 위의 풍경 우음도
당선작
  • 지드앤파트너스(이세환, 최영선, 최은지, 박초현, 이한비, 김민정, 서보윤, 유현지, 이진솔, 이정빈, 이원영, 이송연)+ 삼안(이주민, 김중재, 배한수, 최지영)+동부엔지니어링(이강문, 신경석, 김규영, 김미경)
  • 환경과조경 202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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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음도에 쌓아온 시간의 층

우음도는 시화호의 섬들 가운데 특별한 기억을 품은 섬이었다. 풍부한 물이 흘러 논농사가 가능했고, 사람과 자연이 기대며 살아가던 터전이었다. 방조제 건설로 물길이 끊어지고 삶의 리듬은 단절됐지만, 우음도의 땅은 여전히 생명의 기억을 품고 있으며 자연은 스스로 회복하며 잊힌 풍경을 되살려내고 있다. 우리가 주목한 것은 바로 이 ‘시간의 기억’이다. 시간의 기억을 미래의 풍경으로 확장하여 사람과 자연이 다시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하고자 했다. 이 축적된 시간과 기억을 바탕으로 복원, 보호, 창출의 세 가지 전략을 설정하고 이를 공간으로 풀어냈다. 철새 서식지, 시화호 습지와 맞닿아 있는 전이 공간은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이 이어온 시간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보존하고자 했다.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우음도의 시간적 층위를 공간으로 드러내고 우음도를 기억과 회복, 공존과 실천이 만나는 풍경으로 전환시키고자 했다.

 

전략 1. 복원-물의 흐름을 다시 잇다

언덕에서 시작된 작은 물길은 우음계곡을 지나 우음 습지로 이어지도록 단계화해 저류-여과-침투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수순환 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단순한 수공간의 조성이 아니라, 비가 내릴 때마다 빗물이 머물고 땅속으로 스며들며 다시 흐르는 과정을 반복하게 함으로써 자연의 호흡을 되살리는 과정이다. 이러한 흐름은 수질을 정화하고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처를 되살려, 생태계가 스스로 순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작은 물길에서 시작된 흐름은 결국 우음도의 풍경 전체로 확산되어, 생명의 리듬을 되찾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풍경으로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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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고개나루터 옛 나루터의 기억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만남과 교류의 열린 마당

 

전략 2. 보호-기억의 숲을 지키다

우음도의 숲은 상수리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활엽수 가 어우러져 형성된, 살아 있는 기록의 숲이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오랜 세월을 증언하듯 서 있고, 숲의 하부에 들어서면 외부의 소음은 잦아들며, 고즈넉한 정취 속에서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이 숲이 지닌 고유한 리듬과 경계를 존중하며 스스로의 호흡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계획했 다. 핵심·완충·전이 구역으로 나누어 관리 체계를 설정하고, 관찰·교육·체험이 자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스케일과 이용 속도를 세심하게 조절했다. 이 숲은 단순히 나무들이 모여 있는 녹지가 아니라, 우음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품은 생태적 아카이브이자 세대를 이어 전승될 귀한 그늘이다. 이 숲을 통해 자연이 기록해온 시간을 다음 세대가 체험하고 배우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다시금 깨닫기를 바랐다.


전략 3. 보존-자연의 시간이 흐르도록 두다

철새 서식지와 습지 경관이 잘 남아 있는 근린공원 15호와 경관녹지 2호 구역은 우음도의 생태 가치를 대표하는 핵심 공간이다. 이곳에 인위적인 조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이 지닌 본래의 흐름을 존중하는 최소 개입 원칙을 적용했다. 탐방로 또한 새로이 데크를 설치하지 않고 기존에 형성된 길을 그대로 활용해 불필 요한 훼손이나 부담을 줄였다. 안내 체계 역시 저명도의 소박한 장치로 계획해, 접근의 가시성은 낮추되 이해는 높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방문객이 자연 속 에서 조용히 걸으며 관찰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적극적인 개발이나 시설 도입보다 수동적 재생을 우선해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고 진화하는 과정을 온전히 드러내고자 했다. 이 구역은 단순한 경관녹지가 아니라,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자연의 시간이 차분히 흐르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생태 적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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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음계곡 물길의 리듬을 간결하게 담아낸 한국적 계곡 풍경

 

전략 4. 창출-사람의 시간을 다시 짓다

우음도의 과거 생활과 이동의 거점이었던 나루터의 기억은 단순한 흔적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던 소통의 무대였다. 이 기억을 오늘의 공원 프로그램으로 확장해 누구나 머물고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넓은 잔디마당과 물과 접하는 친수 공간은 만남과 체류의 장소가 된다. 소규모 공연이나 장터, 지역 축제를 열 수 있는 무대는 계절마다 다른 풍경과 문화를 품는다. 휴식과 놀이, 교류와 축제가 공존하는 이 공간은 지역 주민에게는 친숙한 일상의 마당으로, 관광객에게는 새로운 체험의 거점으로 작동한다. 과거의 흔적 위에 오늘의 이야기를 더하고 사람들의 발길과 목소리를 다시 불러들임으로써, 우음도는 단절된  기억을 잇고 지역과 방문객이 함께 누리는 일상의 중심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시간 위의 풍경 우음도

보편적인 복원·보호·보존·창출이라는 전략은 자연기 반해법NbS에서 흔히 제시되는 원칙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전략들이 우음도의 맥락 속에서 구현될 때, 그것은 단순한 이론적 틀을 넘어서는 깊은 의미를 갖는다. 우음도에서의 복원은 끊어졌던 물길을 되살려 과거의 리듬을 이어주는 일이 되고, 보호는 숲과 생태의 시간을 존중하며 미래로 전승하는 일이 된다. 보존은 최소한의 개입으로 자연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지켜내는 것이며, 창출은 옛 나루터를 오늘의 문화와 생활의 무대로 재해석해 사람과 자연이 다시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조성된 우음도공원은 단순히 기능적 요소들을 배치한 공간이 아니다. 옛 나루터에서 시작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녘을 거닐며 계절의 숨결을 품고, 계곡을 따라 흐르며 물의 기억을 이어간다. 다시 숲으로 들어가면 세월이 축적된 고요와 깊이를 느낄 수 있고, 마지막으로 습지에서는 자연의 회복과 생명의 순환을 직접 마주하게 된다. 공원 전체는 이처럼 사람의 시간, 자연의 시간, 생태의 시간, 그대로의 시간이 서로 겹쳐지고 교차하는 서사를 담는다. 


우음도공원은 그래서 단순한 풍경의 집합이 아니라, 시간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내는 ‘두터운 이야기’의 장이다. 각각의 공간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방문객이 공원을 거닐 때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중첩되는 경험을 하게 한다. 결국 우음도 공원은 보편적인 전략 속에 지역 고유의 기억과 이야기를 불어넣어, 시간을 두텁게 쌓아가는 공원, 다시 말해 기억과 회복, 그리고 공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장소로 태어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