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 원고 청탁을 받았다. 청탁 메일을 열어보던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수히 많은 공원을 설계하고 수많은 공원을 경험했는데, 나에게 진정 행복을 준 공원은 어디인가, 그리고 내가 갈망하는 공원은 어떤 곳인가.
어릴 적 친구들과 뛰어놀던 뒷동산, 처음으로 공원 설계공모 당선의 기쁨을 안겼던 춘천 우두지구 봄봄공원, 지금 설계하고 있는 대구, 구리, 화성의 여러 공원들. 참 많은 공원이 기억의 잔상을 남기며 떠올랐다. 지금도 많은 공원과 소통하며 만들고, 느끼고, 경험하고 있다. 공원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도시민의 삶에 없어서 안 될 필수 불가결 요소라는 건 이제 조경가들만 아는 사실이 아니다. 그런데 나에게 가장 소중한 추억을 선사하고 지금도 함께하는 공원이 어디인지 고민해 본 적은 드물었다.
책상에 앉아 원고를 쓰려고 하는데, 공원 아닌 공원 같은 곳이 머릿속에 맴돌며 떠나지 않는다. 바로 양재천이다. 이곳을 주제 삼아 써도 될까 하는 의문이 든 찰나에 문득 ‘양재천 공원화사업’ 팻말이 생각났다.
양재천의 역사
양재천은 조선시대에는 ‘공수천(公需川)’ 또는 ‘학탄(鶴灘)’이라고 불렸다. 학탄은 하천의 여울에 백로가 자주 날아들어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의 이름인 ‘양재천’은 인근 지역인 양재동에서 유래됐다. 양재동은 ‘쓸 만한 인재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현재도 쓸 만한 인재들이 많이 모여 들고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고 살아가고 있다.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양재천은 한강으로 직접 흘러들었으나 도시 개발과 수로 변경 공사로 현재는 탄천의 지류가 됐다. 특히 강남 개발과 함께 하천은 직강화되었고 자연스러운 곡류의 모습은 사라졌다.
1995년, 양재천은 국내 최초의 생태하천복원사업이 시작된 곳이다. 양재천 공원화 사업을 통해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식생 호안을 도입해 생물 서식처를 마련했다. 이로 인해 양재천은 단순한 하천을 넘어 생태계의 보고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2015년에는 서울시 미래 유산으로 선정됐다. 양재천을 처음 알게 된 시기도 복원 사업이 진행된 시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교수님 심부름으로 도면을 전달하러 찾아 간 건설사 현장사무소에서 공사 중인 양재천을 봤다. 그래서 양재천을 지저분한 하천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무엇 하나 볼 것도, 기대할 것도 없었던, 냄새나는 도심지의 하천. 그랬던 양재천이 지금의 나에게는 운동과 산책을 넘어서 가족과의 추억을 만들어주는, 없어서 안 될 장소가 되었다.
* 환경과조경 452호(2025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오화식은 조경사무소 사람과나무 대표다. 1999년에 설립된 사람과나무는 자연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디자인을 모토로 독창적이고 진보적 사고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고 있다. 다가오는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보다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열정적인 자세로 최선을 다해 조경 설계에 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