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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에코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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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이야기들] 물까마귀가 사는 강
  • 신영재
  • 환경과조경 202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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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중앙역 아래에서 관찰된 흰목물까마귀 둥지를 짓기 위해 유목 사이에서 자란 이끼를 모으는 중이다. 2025년 1월 기록. 47°37’76.89″N, 8°53’69.19”E

 

 

알프스 북쪽 산지에서 시작해 스위스 취리히시 중심으로 흘러드는 질(Sihl)강은 취리히호수와 호수 서쪽의 위틀리베르크(Uetliberg)산 사이를 흐른다. 강물에 퇴적물이 많고 강수량에 따라 유랑과 유속이 쉽게 변하는데, 도시 안에서는 홍수의 위험이 있어 오랜 시간 제방과 댐으로 길들여 왔다.

 

이 강은 201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재자연화 사업으로 야생성을 조금씩 회복했다. 2018년, 사업의 일환이자 취리히 중앙역 확장 공사에 대한 보상으로 스위스 연방 철도청과 취리히주 정부, 세계자연기금 스위스 지부가 협력해 중앙역 아래에 있던 댐을 철거했다. 댐이 사라진 구간에는 돌과 유목을 배치해 다양한 서식 환경을 만들었다.(각주 1)

 

공사 후 지역의 희귀한 민물고기가 산란에 성공하고 회유성 어류의 이동이 증가했다는 기록은 이 변화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지난 1월, 나는 이곳에서 흰목물까마귀(White-throated Dipper) 두 마리를 보았다. 빠른 물살 속에서 수영하며 먹이를 찾는 새답게, 이들은 물에 반쯤 잠긴 유목 사이를 오가며 이끼를 뜯어 모았다. 모은 이끼는 중앙역 아래에 설치된 인공 새집 안으로 옮겼는데, 둥지를 짓는 모양이다. 이따금 둔치에서 고개를 치켜든 채 도시의 소음 사이로 신나게 노래했다. 취리히에서 가장 번잡한 공간 아래, 작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노랫소리.

 

흰목물까마귀는 전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유럽에서만 지난 12년 사이에 25% 감소했다. 수질 오염에 따른 먹이 감소와 댐, 제방 건설로 인한 유속 변화가 주요 원인이다.(각주 2) 한반도에는 이 새의 친척뻘인 물까마귀(Brown Dipper)가 산다. 산간 계곡에서 흔치 않게 보이지만 큰 도시나 그 주변에서는 보기 어렵다. 한때 서울에서 가까운 남한산성 도립공원에서 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2016년 이후로 공식적인 관찰 기록이 보고된 적은 없다. 그 이후에는 2019년, 2020년, 2021년, 각각 남양주와 중랑천, 하남에서의 관찰 기록이 보고된 바 있다.(각주 3)

 

**각주 정리

1. Silke Schmeing & Claudia Moll, “Die wilde Sihl”, Hochparterre , Jun 25, 2019.

2. BirdLife International, White-throated Dipper Cinclus cinclus: Species factsheet, BirdLife DataZone, 2025.

3. 이버드(ebird), 네이처링 관찰 기록 참조.


신영재는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ETH) 건축학부 조경학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며, 조경설계사무소 초신성의 소장이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아름답고 쓸쓸한 것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