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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에코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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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청과물 시장에서 도시 과수원으로
  • 환경과조경 2026년 3월호

봄을 여는 이번 호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수상작들과 근작 세 점을 싣는다. 본지가 전권 특집으로 다룬 바 있는 Z+T 스튜디오(409호, 2022년 5월)와 스뇌헤타(419호, 2023년 3월)의 새 작업도 주목할 만하지만, 1:1 란스카브Landskab가 설계한 ‘그뢴토르브스 공원Grønttorvsparken’은 공원을 통한 도시재생의 혁신 사례라는 점에서 비평과 토론을 초대한다.

 

덴마크 코펜하겐 중심가에서 자전거로 20분 거리인 발뷔 지구. 근대 산업 단지에서 현대적 주거 공간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이 지역에 그뢴토르브스 공원이 들어섰다. 평탄한 녹지와 산책로로 구성된 7천 평가량의 검박한 공원이지만, 공원 곳곳에 자리한 강철 골조와 콘크리트 기둥은 이곳이 한때 코펜하겐의 식탁을 책임지던 덴마크 최대의 청과물 도매시장이었음을 웅변한다. 1958년부터 2016년까지 반세기 넘게 상인들의 활기로 가득했던 땅이 공원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건축 비평가 홀게르 달은 덴마크의 대표 일간지 「베를링스케」에 이 공원의 설계 철학을 상찬하면서, 재개발 과정에서 철거하지 않고 남긴 옛 시장 건물의 거대한 구조를 “산업 시대의 폼페이”라고 지칭했다(Berlingske , 2023. 8. 11.). 화산재 속에 박제된 고대 로마의 도시처럼, 1:1 란스카브는 과거 도매 시장의 물리적 뼈대를 보존함으로써 그 시절의 노동과 역동을 그뢴토르브스 공원의 DNA에 새겨 넣었다. 세월과 풍화를 이겨낸 묵직한 구조물이 이제 공원 산책로의 지붕이자 조명 지지대, 동네의 역사를 증언하는 상징 조형물로 기능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청과물 시장의 기억을 즉물적으로 담아낸 이곳은 실제로 과일을 재배해 나눠 먹는 공원이기도 하다. 공원의 과실수에 열린 과일을 이용자가 직접 따서 먹을 수 있다. 중도좌파 성향 신문 「폴리티켄」의 건축 에디터 카스텐 이페르센은 이 공원 특유의 “식생 공유”와 “나눔의 미학”에 주목한다(Politiken , 2023. 7. 5.). 특히 그는 공원에 심은 280여 그루 사과나무, 배나무, 자두나무와 식용 허브가 주민들에게 자연의 결실을 직접 수확하는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며, 이 공원을 “코펜하겐의 새로운 도시 과수원”이라 명명한다. 도시 과수원의 열매를 먹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커뮤니티의 소속감이 형성된다. 공원 중앙의 유리 온실인 ‘오랑주리’는 식문화 중심의 공동체 의식을 더욱 공고히 하는 장치로, 사계절 내내 이웃들이 모여 요리하고 소통하는 거실 역할을 한다.

 

이페르센은 날카로운 비판도 잊지 않았다. “아름다운 새 동네를 얻었지만, 여전히 ‘하지만’이 남는다”라는 기사 제목처럼, 그는 공원 주변 주택 단지의 고밀도 개발 문제를 지적한다. 공원 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아파트 건물들을 매우 빽빽하게 배치해 일부 세대의 일조권이나 사생활 보호에 한계가 생겼다는 것. 이처럼 높은 밀도가 도시계획상의 타협점이었음을 꼬집으면서도, 그는 그런 만큼 이 공원이 주민들에게 더욱 절실하고 소중한 숨구멍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뢴토르브스 공원은 아파트 단지와 분리된 섬이 아니다. 주거동 옥상에 설치된 여러 온실이 지상의 공원과 시각적으로 연결된다. 주민들은 지상의 공동 과수원에서 얻은 영감과 기쁨을 자신의 집 옥상 정원으로 이어가며 단지 전체를 하나의 수직 농장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얀 겔의 도시설계 철학 이후 코펜하겐이 계속 추구해온 도시 혁신과 맥을 함께한다. ‘수페르킬렌’이 저소득층 주거지의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한 실험이었다면, 그뢴토르브스 공원은 산업 유산과 식용 식물의 결합을 통해 일상의 문화를 가꾸고 돌보는, 도시재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그뢴토르브스에서 우리는 도시의 기억을 연결하는 공원과 주민에게 쉼과 먹거리를 선사하는 공원의 공존을 목격할 수 있다.


『환경과조경』에서 가장 열독률 높은 김모아 기자의 인터뷰 꼭지, ‘어제의 대화, 오늘의 재구성’. 이번 3월호에선 김 기자가 다른 김 기자를 만났다. 최근작 위주로 편집한 지면들을 지나치게 빨리 넘겨버리셨다면, 동아일보 30년차 기자이자『 정원의 위로』(민음사, 2024) 저자인 김선미의 이야기에 시선을 멈춰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