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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에코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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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러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지극히 세속적인 노화
  • 허대영
  • 환경과조경 202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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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적힌 글씨를 보며 어떤 이름일까 했다. 뜬금없이 김연수의 짧은 소설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가 생각났다. 이유는 모르겠다.

 

 

날이 갈수록 정수리가 헤싱헤싱해지더니 급기야 머리로 떨어지는 빗방울 숫자를 헤아릴 수 있게 됐다. 애써 위로하는 너스레지만, 어쨌거나 복되게도 모발이 풍성한 사람보다 비 내림을 먼저 알 수 있는 건 맞지 않는가. 찰나의 차이가 그리 대단하냐 하겠지만 이 미미한 선지(先知)가 반복되면 조짐을 알아채게 된다. 그게 차곡차곡 쌓이면 공동체의 위기를 일반인보다 먼저 감지하는 ‘보초’(각주 1) 또는 ‘파수꾼’ 노릇을 한다고 믿는다.

 

어디 사람뿐일까. 모든 것이 낡고 늙으면 바깥에 밝아진다. 경계 주변이 헐겁다. 손아귀로 뭘 움켜쥐기보다 지금 손에 쥔 게 손가락 틈새로 어찌 빠져나가는지 차분히 지켜볼 때가 됐다는 것이다. ‘부천중앙초등학교 학교숲(숲속학교 2호)’은 코로나로 한창 고생하던 때 ‘생명의숲’이 추진한 사업이다. 2019년 10월 설계를 시작했고, 다음해 이른 봄 공사를 벌여서 4월 말 준공했다. 사업 전 이미 이곳저곳 녹지와 나무들이 빼곡히 자리를 잡았고 특히 운동장 옆 아파트 단지와 경계를 이룬 숲도 오래 잘 자랐던 터라, 학교 측과 의논해서 숲을 활용하는 시설물 중심으로 설계했다. 후문과 교사동, 경계숲에 설치하는 스탠드, 앉음벽, 데크 등 다양한 형상의 목재 시설물이 주인공이었다.

 

환경과조경 457(2026년 5월호수록본 일

 

**각주 정리

1. “우리 사회제도의 다양한 곳에서 ‘틈’이 생기고 ‘무언가’ 그 틈으로 침입할 기척이 나면 보초는 그곳으로 달려가 ‘빗장’을 걸고 ‘문’을 닫는다.” 우치다 다쓰루, “보초의 자질”,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 뾰족하게 독해하기 위하여』, 박동섭 역, 도서출판 유유, 2020, p.227.


허대영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설계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으며, 좀처럼 화내지 않는 유능하고 성실한 친구들과 함께 주로 교육·연구 시설과 공공 업무 시설의 외부 공간을 설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