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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에코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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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공원이 정원을 만났을 때
  • 환경과조경 2026년 7월호

 

좋은 공원을 만드는 건 무엇인가. 체계적인 계획과 면밀한 설계? 건강한 숲처럼 풍성하게 자란 나무들? 기능적으로 짜인 다양한 공간?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이벤트? 주변 도시 환경과의 긴밀한 연결? 좋은 공원의 조건에 대해서는 수많은 답을 낼 수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좋은 공원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2005년 문을 연 서울숲공원(이하 서울숲). 어느새 성년을 넘어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다. 서울숲의 전신은 경마장과 골프장, 정수장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의 왕실 사냥터이자 목마장이었고, 근대기에는 유원지로 쓰였다. 여가 장소와 기반 시설이 자리하던 땅이 시민의 공원으로 전환된 것이다. 서울숲이 개장했을 때 많은 언론은 이곳을 서울의 센트럴파크라고 불렀다. 그 표현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서울숲이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가 어렵게 확보한 대형 오픈스페이스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서울숲의 가치는 설계의 디테일이나 시설의 밀도가 아니라 공간의 스케일에 있다. 도시에서 숲으로 이행하는 경관의 흐름, 강과 하늘로 열린 장쾌한 풍경, 넓은 잔디마당과 수림지의 대비, 여유롭게 이어지는 산책의 동선,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활동과 우연한 사건을 수용하는 넉넉한 공간감이 서울숲을 특별하게 만든다. 서울숲은 ‘무엇이 있는 공간’이라기보다 ‘무엇이 가능한 공간’이다. 그 잠재력은 여백에서 비롯된다. 20년 동안 이 여백 속을 걷고 뛰고 쉬고 만나며 축적한 시민들의 시간은 설계 도면에 없는 또 하나의 공원을 만들었다.

 

이번 7월호 특집은 서울숲을 무대로 펼쳐진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토론의 장에 올린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성장을 거듭했다. 정원이 도시 문화를 매개하는 유력 콘텐츠로 떠올랐고, 정원박람회는 서울시의 녹색 정치를 실행하는 주력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올해 서울숲과 성수동 일대에 조성된 167개의 정원은 정원 유행의 사회적 확산과 도시적 확장을 보여준다. 정원을 전시하는 행사를 넘어 공원의 구조와 경관을 바꾸는 수단이 된 정원박람회. 정원이 공원의 어제를 지우고 미래를 그리는 매체가 되었다. 이번 특집에 담은 세 편의 비평은 개별 정원 자체보다 공원과 정원의 관계를 질의하는 데 초점을 둔다.

 

임한솔의 “눈앞의 정원과 손안의 공원”은 박람회 개최지 서울숲이 아니라 대형 공원 서울숲의 공간 구조와 경험에 주목한다. 박람회의 전시 정원들은 익숙한 공원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전체를 하나의 풍경으로 묶는 연속성을 바탕으로 작동하던 공원에 정원들은 새로운 자극과 경험을 더하지만, 동시에 공원의 구조와 리듬을 바꾼다. 일상의 산책 장소가 감상의 전시장이 되고, 연속적 풍경은 개별 장면으로 분절된다. “손안의 것”―사용하는 것―에서 “눈앞의 것”―바라보는 것―으로의 변화는 공원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공원에서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공터의 감각, 여지의 오픈스페이스를 위해”에서 신명진은 공터의 잠재력에 논점을 두고 공원과 정원박람회의 관계를 묻는다. 오늘날 많은 도시가 공원에 새로운 콘텐츠를 더하고 프로그램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활력을 모색하고 있으며, 정원박람회 개최 역시 그러한 흐름 속에 있다. 하지만 공원의 공터는 미완성의 공간이 아니다. 미래를 위한 여지이자 예측하지 못한 활동을 품는 여백이며, 공원과 도시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남겨둔 가능성의 공간이다.

 

이명준의 “가든 어바니즘, 도시를 달리는 정원”은 박람회장 주변 성수동 일대의 공개공지, 사유지, 고가도로 하부, 자투리 공간 등에 만든 ‘이음정원’들의 의미를 짚는다. 전시 정원들의 결합체로서 정원박람회를 넘어 일상의 도시 조직으로 스며드는 정원의 역할. 하지만 정원이 ‘그린 어바니즘’의 매체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행사용 조성의 일시성을 극복할 수 있는 장기 계획과 단계별 프로젝트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정원박람회는 본질적으로 전시다. 정원에 관한 새로운 생각과 실험을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행사 이후 전시 정원을 철거하거나 이전하는 일반적인 정원박람회와 달리, 한국의 최근 사례들은 행사 기간이 끝나도 대부분을 공원에 그대로 남기는 추세다. 정원박람회가 일시적인 이벤트라기보다 공원의 공간 구조와 이용 방식을 변화시키는 일종의 설계 행위에 가까워졌다. 따라서 정원의 개수나 방문객 수보다 중요한 건 그러한 변화가 공원의 시간과 어떻게 조응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공원의 시간은 느리다. 나무가 자라고 숲이 무성해지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 사람들은 같은 벤치에 앉고 같은 길을 걷으며 장소에 대한 기억을 쌓아간다. 반면 박람회 전시 정원들의 시간은 빠르다. 짧은 기간 안에 새로운 장면을 만들고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이번 특집은 이 두 시간의 어색한 만남과 긴장에 대한 작은 기록이자 토론의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