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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웃거리는 편집자] 연결을 기다리는 모스 부호
    다독가는 아니지만, 책 수집을 좋아한다. 수집하는 책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다. 헌책이거나, 헌책이 될 운명을 기다리고 있는 새 책이다. 헌책은 사장님이 직접 타 주시는 맥심 커피가 어메니티(?)로 나오는 단골 헌책방에서 주로 구매하는데, 이유는 제각각이다. 사장님의 책 광고에 혹하거나, 제목에 끌려서, 아니면 책에 적힌 낙서가 웃겨서 구매했었다. 헌책이 될 예정인 새 책은 주로 시집이나 잡지가 대부분이다. 책장에 나열된 시집의 시적인 제목만 읽어도 뭔가 시인이 된 것 같다. 월별로 정리된 잡지를 보면 그것에 깃든 동업자의 노고를 잘 알기에, 전자책으로 살 수도 있지만 늘 종이 잡지로 본다. 설령 내가 만들지 않았을지라도. 수집가라고 했지만, 실상은 나일론 수집가에 가깝다. 안 그런 이들도 있지만, 보통 수집가들은 자신의 물건을 귀하게 여기고 잘 팔지 않는다. 이와 다르게 현실적인 이유로 꾸준히 책을 팔아야만 했다. 나의 작고 소중한 책장은 많은 책을 감당할 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 휴지통 비우듯이 한 번씩 꽉 찬 책장을 비워야 할 때면 그간 안 읽었던 책을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벼락치기로 허겁지겁 읽었다. 그래서 무슨 책을 읽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벼락치기는 약간의 후유증을 동반하는 것 같다. 매번 이러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하지만, 새해에 다짐하는 금연 약속처럼 부질없다. 최근 나일론 수집가가 아닌 진짜 수집가의 집에 다녀왔다. 바로 정릉의 최만린미술관이다. 최만린 작가는 한국 추상 조각의 개척자로 불렸으며, 2020년에 타계했다. 미술관은 그가 오랫동안 터전을 잡고 작업실 겸 집으로 썼던 정릉 자택을 개조한 곳이다. 큰 규모를 자랑하는 미술관은 아니라서, 30분이면 모든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 정원의 중앙에 위치한 아담한 연못과 빨간 벽돌로 세운 담을 에워싸고 있는 초록빛의 나무들. 조경에서 자주 쓰이는 언어로 표현하면 위요감이 충분했다. 특히 2층 오픈 아카이브 방이 좋았다. 수집에 대한 최 작가의 세심한 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평생에 걸쳐 최 작가가 수집해온 자료가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영수증, 설계도, 사진, 잡지 및 신문 기사 등 각종 자료가 가지런하게 파일철로 정리 되어 있었고, 맨 아래 칸에는 최 작가와 관련된 글이 실린 잡지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글이 실린 잡지의 지면에는 일일이 책갈피를 꽂아두었고, 책등에는 해당 지면의 쪽수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 두었다. 『환경과조경』도 그중 하나였다. 잊고 지냈던 초등학교 동창을 지하철역에서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다행히 열람이 가능해서, 후배 동업자(?)로서 기쁜 마음으로 1990년대의 『환경과조경』을 읽다가 왔다. 집에 돌아오면서 문득 잡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봤다. 흥미로운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종이 잡지는 비인기 장르다. 대기업 중고 서점에서는 잡지가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주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왜 잡지를 만들어야 할까?’ ‘종이가 종교도 아니고, 무조건 종이 잡지를 예찬해야만 하는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늘 답을 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넘어가기 일쑤였다. 그런데 진짜 수집가의 집에 다녀오고 나서 약간의 힌트를 얻었다. 물론 디지털 기술이 더 방대하고, 간편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종이를 넘기고, 책갈피를 꽂고, 메모를 하는 것은 기술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다. 수집가의 손때는 다른 이가 짧은 시간 내에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잡지는 살아있는 아카이브이자, 누군가와의 연결을 기다리고 있는 모스 부호일지도 모른다. 일면식 없는 최 작가와 내가 잡지라는 공통분모로 연결됐던 것처럼. 조경의 어제와 오늘을 기록했던 『환경과조경』은 올해 7월 40주년을 맞이한다. 우리의 아카이브가 시간을 넘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는 모스 부호가 되기를 바라며 마친다. [email protected]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너무 바삐 이별하느라 못한 말이 있어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엄마는 상업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욕심부릴 엄두도 못 낸 대학교는 엄마보다 다섯 살 어린, 집안의 장손이 대신 갔다. 그 시절에는 흔한 일이었지만, 다들 그렇다는 사실이 충분한 위로가 될리 없었다. 못다 이룬 학업에 대한 꿈은 자식만큼은 질릴 정도로 공부를 하게 만들겠다는 열망이 되었고, 나는 또래 친구들보다 바쁘게 초등학생 시절을 보냈다. 학교를 다녀와 복습하고, 학원을 다녀오고, 예습하고, 잠시 TV를 보고, 학습지를 풀고, 책을 읽으면 밤이 됐다. 그래서 불행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고, 그 덕에 뜻밖의 취미를 갖게 됐다는 이야기다. 당시 유행하던 영어 학습지는 테이프를 들어야만 풀 수 있었다. 마이마이는 내가 처음으로 갖게된 휴대 전자 기기였다. 그때 라디오의 존재를 알게 됐다. TV는 허락받아야 볼 수 있었지만, 라디오는 몰래 들어도 티가 안 났다. 친구들이 흥얼거리는 대중가요도,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행어도 전부 라디오로 알게 됐다. 공테이프를 사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잽싸게 녹음을 했는데,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DJ의 목소리가 같이 섞여 들어갔다. 처음에는 망쳤다고 괴로워했지만,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테이프를 재생하니 노래에 얽힌 사연이 함께 떠올라 오히려 즐거웠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집중이 더 잘된다는 핑계로 심야 라디오를 들었다. 하늘이 회보라빛에 가까운 새벽, 그즈음 흘러나오는 방송은 낮과 달리 차분하고 축축했다. 가끔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서러워졌다. 라디오는 조금 이상하고 그래서 재밌는 우체국 같았다. 수많은 이가 보낸 사연을 가득 쌓아 두고, 누군가에게 대신 말을 전하고, 위로나 조언의 말을 건네기도 하고, 덧붙여 노랫말을 답장처럼 들려주는 곳. 신기하게도 그 사연에는 주인이 없어 보였다. 누구누구 씨 하고 이름을 불러도, 그게 모두의 이름 같아서 DJ가 들려준 말과 노래들을 내것으로 삼곤 했다. 약속된 시간이 되면 주파수를 맞추는 작업이, 나와 같은 많은 사람을 만나러 갈 준비를 하는 일 같았다. 그래서 깊은 밤에도 외롭지 않았다. 나무요일 뉴스레터를 보낼 때 라디오 DJ가 된 기분에 젖곤 했다. 특히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듯한 문장을 쓸 때는, 더 그랬다. 뉴스레터 발행 목표를 두 가지로 설명하자면, 첫째는 정성껏 만든 잡지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것이었고, 둘째는 독자들의 삶에 좀 더 가벼운 형태로 깊숙이 침투하는 것이었다. 점심시간을 지나 조금 나른하다 느낄 때쯤 울리는 새로운 편지가 도착했다는 노크 소리. 알림을 듣고 ‘일에 집중도 잘 안되고 졸린데 한 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열어보는 데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일상의 루틴으로 각인되는 편지가 되기를 꿈꿨다. 봉투 뜯는 게 귀찮아 내버려 둔 잡지를 뉴스레터를 보고 펼쳐봤다, 기대한 바와 다르겠지만 잡지 콘텐츠는 종이 잡지로 보는 게 더 편하고 뉴스레터용 콘텐츠만 읽고 끈다 등 소소한 피드백을 받을 때면, 오랫동안 기다린 답장을 받은 것 같아 기뻤다. 내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하지만 즐거운 와중에도 고민을 계속했다. 뉴스레터가 잡지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데 효과적인지, 오히려 『환경과조경』의 모든 채널을 섭렵하고 있는 독자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영 자신이 없다. 때마침 온라인 서비스 개편과 함께 나무요일 뉴스레터는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 채 10이라는 숫자도 채우지 못하고 5호에서 안녕을 말하게 되어 아쉽지만, 딱 반절 왔으니 나머지 반을 더 나은 모습으로 채우겠다고 약속드린다. 라디오와 닮았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시청한 TV 프로그램이 ‘이소라의 프로포즈’와 ‘윤도현의 러브레터’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프로그램은 느릿하게 주고받는 편지 같았다. 초 단위로 달리는 댓글과 달리 일주일 내내 사연을 읽고, 그 사연을 생각하고, 사연자에게 보낼 음악을 고심하는 가쁘지 않은 소통. 이소라의 프로포즈 첫 회에서 소개한 엽서 한 장을 잠시 이별하게 된 뉴스레터 구독자에게 보내는 인사말로 대신한다. “당신, 지금 뭘하고 계세요? 제가 없는 가을은 쓸쓸하지 않나요? 슬프지 않나요? 전에, 제가 달리는 차 속에서 당신께 불러드린 노래 기억하나요? 너무 바삐 이별하느라 못한 말이 있어요. 사랑해요. 일산에서, 이소라.” [email protected]
  • [COMPANY] 일진글로벌 쾌적한 삶을 지향하는 토탈 솔루션
    일진글로벌은 식물을 소재로 조경 기획부터 설계, 제작 및 시공에 이르는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조경 전문 회사다. 전시 기획, 꽃 조형물, 빛 조형물 등 전시 조경과 관련된 노하우를 수년간 축적해왔으며 다양한 조경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꽃이나 빛 축제 등의 기획부터 시공과 유지·관리를 책임지는 전시 기획 사업, 축제나 행사시 홍보나 랜드 마크로 활용할 수 있는 꽃 조형물 사업, 실·내외 조경과 더불어 화훼류 재배 등 조경 및 조경 자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일진글로벌은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 듯 세심한 정성을 들여 조형물을 만든다. 2016년부터 매년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2016년에 선보인 작품은 신한류와 세계의 융합을 만남에서부터 결혼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비유했다. 신한류라는 콘셉트에 담긴 한국적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서 전통 혼례를 올리는 여성상을 화단으로 연출했다. 당시 다양한 시각 자료를 찾아보며 가장 한국적인 여성상을 구현하기 위해서 힘썼다고 한다. 또한 매력적인 전시 조경의 콘셉트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7년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는 ‘꽃으로의 초대’를 테마로 각기 다른 소주제를 가진 2개의 화단을 이어주는 알록달록 정원을 조성했다. 높이가 점점 작아지는 10개의 아치는 꽃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고, 플라워 볼과 조명 볼을 통해 꽃들의 품속에 안긴 것 같은 느낌을 연출했다. 야간의 은하수 조명과 조명 볼은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최근에는 팬더믹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시민들에게 위로를 전하기 위하여 인천광역시(계양공원사업소)에서 발주한 ‘인천시청 앞 애뜰광장 사계절 꽃이 피는 시민들의 뜰’ 조성사업을 수주하여 시공하였다. ‘시민의 사계 with 꽃길’이라는 주제로 7개의 화단과 조형물이 포함된 포토존을 만들었다. 각 화단에는 데이트로 설레는 봄, 한여름 밤의 꿈, 코로나19 극복 등 다양한 테마를 주제로 화단과 조형물을 연출했다. 계절별 다양한 수종을 즐길 수 있도록 1년간 총 4회 식재와 즉각적인 보식, 유지·관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길을 밝히는 등대의 이미지를 활용해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는도시 브랜드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이를 위해 본관 계단에는 한국 최초의 등대인 인천 팔미도 등대를 연상시키는 조형물과 함께 등대 모양의 화단을 연출했다. 현재 일진글로벌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축적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방면으로의 확장을 꿈꾸고 있다. ‘가드닝’과 ‘풀멍’이 2022년 트렌드로 부상 중인 만큼 조경이 필요한 사업 분야에서의 협업과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조형물 설치뿐만 아니라 임대 서비스 사업도 진행 중이다. 쾌적한 삶을 위한 토탈 솔루션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글 금민수 사진 일진글로벌 TEL. 032-566-6611 WEB. www.iljinglobal.co.kr
  • [PRODUCT] 도심에서 즐기는 스마트 힐링, 스마트 티하우스 IoT 기술로 만든 쾌적한 휴식 공간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기술 중심으로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스페이스톡이 공간 디자인에 I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휴게 공간을 출시했다. 스페이스톡은 2002년 설립 이후 조경 시설, 놀이 시설 등 다양한 시설물을 제작해왔으며, 지난해 스마트 공간 솔루션 ‘넥스트톡Nexttalk’을 선보였다. 넥스트톡은 각 공간에 스마트 기술을 융합한 라잇플Life+(휴게 공간), 핏플Fit+(운동 공간), 플레잇플Play+(놀이 공간) 솔루션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라잇플은 편안한 휴식 생활을 지원한다. 특히 스마트 티하우스는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스마트한 힐링 공간이다. IoT 기술을 바탕으로 쾌적한 실내 휴게 환경을 구현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도심 속 문화 커뮤니티 공간의 가치를 더한다. 탑재된 스마트 에어 센서는 실내 공기 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스마트 에어 커튼은 미세먼지를 차단한다. 스마트 그린 월은 식물 기반의 친환경 공기 청정기 역할을 한다. 또한 유용한 정보와 더불어 휴식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스마트 글라스를 통해서 재생되는 미디어 콘텐츠와 터치를 통한 별풍선 터뜨리기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시간별 맞춤 오디오 재생을 통해 여유롭게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다. 날씨, 뉴스, 광고 등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디지털 디스플레이도 이용 가능하다. 이 모든 기능은 스페이스톡 통합 제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 스마트 티하우스의 기술은 다양한 휴게 공간에 적용된다. 등·하교 시 안전하게 차량과 학부모를 기다리는 스마트 키즈맘 스테이션, 냉·난방 조절과 미세먼지 차단 기능을 갖춘 스마트 버스 정류장, 주차장 쉼터와 같은 스마트 셸터, 스마트 북카페·키즈 셸터 등 쾌적한 휴게 공간이 필요한 곳에 모두 활용 가능하다. TEL. 02-525-3274 WEB. www.spacetalk.co.kr
  • 캄 칼란데 우승민, 2022 영국왕립원예협회 사진 공모전 수상
    2022 영국왕립원예협회 사진 공모전 지난 4월 1일, 2022 영국왕립원예협회 사진 공모전(RHS Photographic Competition, 이하 RHS 사진 공모전)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1804년 창립된 영국왕립원예협회는 정원·원예 관련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왕립원예협회가 주관하는 RHS 사진 공모전은 정원 가꾸기와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작품 접수 비용을 받지 않고 사진 촬영 기종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참여 부문은 매년 조금씩 변한다. 올해에는 정원, 야생 식물, 식물, 매크로, 창의성, 실내 가드닝, 소셜 미디어, 11~17세, 11세 미만, 포트폴리오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캄 칼란데 실내 가드닝 부분에서 2위를 차지한 우승민의 ‘캄 칼란데(Calm Calanthe)’는 국립세종수목원 난과식물전시온실에서 촬영한 새우난초 사진이다. 우승민은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 마음에 희망의 빛이 스몄다. 도심 속 일상에 자리한 수목원, 그곳에 꽃이 있고 행복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우승민은 RHS 사진 공모전의 3년 연속 수상자가 됐다. 그는 2020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거울연못을 촬영한 ‘드리미 모닝Dreamy Morning’으로 기념 정원 부문 2위, 2021년 양평 산나무 테마공원 두메향기에서 산부추를 촬영한 ‘트윙클링 앨리엄Twinkling Allium’으로 식물 부문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환경과조경409호(2022년 5월호)수록본 일부
    • 이형주
  • 망망대해를 함께 항해할 선원을 찾습니다! 『환경과조경』의 새로운 엔진, 뉴스레터와 유튜브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영화 ‘베테랑’에 나온 명대사다. 다소 거친 표현이지만 저 한마디는 베테랑 형사인 서도철이 형사로서 갖고 있는 자부심을 잘 보여준다. 극중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서 형사처럼 환경과조경도 나름 조경계에서 베테랑(?)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긴 세월을 버텨왔다. 『환경과조경』은 50년에 달하는 한국 조경의 역사를 곁에서 지켜보며 동고동락했다. 올해 『환경과조경』은 창간 40주년을 맞이한다. 동시대의 잡지들이 줄줄이 창간과 폐간을 반복할 때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어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고, 앞으로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다고 감히 단언할 수도 없다. 우리가 처한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물성을 가진 책이란 장르가 공급자들에게만 매력적인 장르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돈 주고 잡지를 사서 읽는 일은 독자들에게 매우 낯설다. ‘요새 무슨 책 읽어?ʼ가 아닌 ‘요새 넷플릭스에서 뭐봐?ʼ가 스몰토크의 주제로 오르내린다. 코로나19를 지나는 동안 넷플릭스는 상한가를 친 반면에 국내의 한 대형 서점은 문을 닫았다. 사실 우리는 망망대해에 선 돛단배와 같다. 언제 반파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파도가 언제 닥칠지 예상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파도를 읽지 못하면 파도 타는 법을 배워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많이 넘어져 봐야 비로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모터, 뉴스레터와 유튜브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기 위한 모터를 야심차게 만들고 있다. 하나는 뉴스레터, 다른 하나는 유튜브다. 지난 3월 31일 1호 발송을 시작으로 나무요일 뉴스레터는 한 달에 두 번 구독자의 메일함을 두드린다. 잡지에 소개된 최신 프로젝트와 과월호 연재의 전문을 뉴스레터로 볼 수 있다. 올해 열리는 IFLA 관련 Q&A와 최신 소식, 장면으로 보는 한국 조경의 역사, 설계 도면에서 읽을 수 없는 조경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 어디서 볼 수 없는 콘텐츠도 뉴스레터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개봉을 앞둔 콘텐츠가 편집부의 컴퓨터 속 폴더에서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도 받은 메일함에 뉴스레터가 없다면 링크(page.stibee.com/subscriptions/173067)에 접속해서 구독하기를 누르면 된다. 다음 호를 기다리는 것이 지루한 이들을 위해서 지난 뉴스레터 보기(page.stibee.com/archives/173067)도 제공하고 있다. 영화를 통해서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자고 말했던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처럼 활자의 벽을 뛰어넘고자 유튜브(www.youtube.com/c/환경과조경) 영상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환경과조경ʼ을 통해서 잡지나 책에서 활자로 만나던 인터뷰이와 저자를 소개하거나, 최신호 잡지를 미리 만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IFLA 대학생 서포터즈인 리플러들이 MBTI 여행, 브이로그 답사기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ʼ를 소개하고 있다. *환경과조경409호(2022년 5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식물도
    나무에 하나둘 색이 입혀지고 있다. 출퇴근길 15분 남짓의 버스 안에서 형형색색 풍경을 보면 절로 마음이 들뜬다. 코로나19로 지난 봄들을 집에서만 보냈던 나의 야심찬 첫 번째 계획은 봄나들이였다. 밖에서 놀고 싶어 근질근질했던 몸을 이끌고 친구들과 노들섬으로 향했다. 파워 J인 성향인 나(ESFJ)는 어디든 가기 전 미리 그곳이 어디이고 어떻게 가야하며 무엇을 꼭 봐야 하는지 메모해놓는다. 이번에도 사전 조사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들려야 할 곳은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이다. 노들섬 공식 홈페이지에서 스크롤을 내리다가 ‘식물도’에서 멈췄다. 이 지면의 소재를 고민하던 중 구세주 같이 등장했다. ‘도시 속 나를 위한 작은 식물섬’이라는 뜻의 식물도는 초록 크리에이터와 함께 만들어가는 체험형 식물 문화 공간이다. 식물 컬래버레이션 전시와 식물 상담, 가드닝 수업, 정원 가꾸기, 식물 크리에이터 강연 등 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식물도는 식물을 모티브로 향기 작업과 퍼퓸 오브제를 선보이는 작가 공간인 아뜰리에 생강, 식물이 필요한 공간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앤드어플랜트, 누구나 쉽게 식물과 친해질 수 있는 가드닝 편의점 형태의 서울 가드닝 클럽, 꽃과 식물을 이용해 원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우리애그린, 네 개 공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친구들을 만나기 전 식물도에 가보기 위해 약속보다 두 시간 빨리 노들섬에 도착할 계획을 세웠다. 노들역에 내려 한강대교를 따라 걸었다. 아직은 찬 강바람에 휘날리는 긴 머리카락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기를 반복하다 그 틈 사이에서 안녕로를 가로지르는 노들섬이 나타났다. 노들섬은 보통의 공원과 달리 음악을 매개로 한 복합문화기지다. 다양한 복합문화공간 속 식물도에는 초록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길치인 사람도 한눈에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초록색이 가득하다. 도시 속 나를 위한 작은 식물섬이란 콘셉트에 진심인 듯 보였다. 온통 식물로 꾸며져 있어 어디에 눈을 두어도 식물과의 눈 맞춤을 피할 수 없었다. 베테랑 식집사(식물과 집사의 합성어로 반려 식물을 키우며 기쁨을 찾는 사람을 뜻한다)인 부모님을 따라 종종 양재동 꽃시장에 들러 식물을 키워 보았지만 나는 식물 키우기에 영 소질이 없다. 어깨너머 부모님을 따라하기도 하고 블로그나 유튜브로 공부도 해봤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죽기 일쑤였다. 식물도에 있는 많은 식물을 보니 잠자고 있던 식물 심기 욕망이 깨어났다. 식물 씨앗을 하나 살까 고민하던 중 ‘식물 복덕방’(식물 씨의 좋은 집 구하기)이 눈에 띄었다. 이왕 온 김에 씨앗 하나를 사서 집에 있는 빈 화분에 이사시켜주고 싶어졌다. 친구들과 한바탕 수다를 떨고 한 손에는 바질 씨앗이 든 봉지, 다른 한 손에는 식물 이사 준비물이 든 봉투를 흔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에 가는 전철 속에서 바질 키우는 법을 검색하다 다 키운 바질로 샌드위치를 만드는 방법까지 섭렵했다. 아직 화분에 흙을 담지도 않았는데 벌써 바질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문 것처럼 행복해졌다. 식물원을 연상케 하는 카페는 많이 가봤지만 식물을 콘텐츠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식물도는 그 어느 곳보다 신선했다. 집으로 데리고 온 바질 키우기에 한창 재미를 붙였다. 쉬는 날이면 밖에 나가 돌아다녀야 하는 E 성향이 강한 내게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가 생긴 셈이다. 집에서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하는 I에게도 꽤나 잘 맞는 취미 활동이지 않을까. 참, 집에 심어둔 바질은 이제 검은 흙을 비집고 싹을 틔우려 한다. 5월호가 나올 시점에는 녹색 줄기가 다 돋아 있기를, 이번에는 죽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email protected]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사랑은 구름 넘어 환상은 아니지만 멍청한 믿음은 좀 필요로 해
    L을 만나러 일 년에 너덧 번 정도 부산에 간다. 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부산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 아침 해에 빛나는 해운대와 광안리의 바다를 눈앞에 두면 여전히 가슴 속에서 뱃고동이 울리지만, “부산에 왔으면 바다는 꼭 보고 가야지” 생각하는 관광객의 마음가짐에서는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산에 갈 때마다 일정 짜는 게 만만치 않은데,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는 쉽게 정해졌다. 공사를 막 끝낸 부산 롯데월드가 개장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인파가 어마어마하다는 경고를 각종 SNS에서 읽은 터라, 이른 아침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놀이공원으로 직행했다. 일반적인 놀이공원과 달리 테마파크에는 콘셉트가 있기 마련이다. 놀이 기구도 중요하지만, 방문자들을 일상과 동떨어진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세계에 얼마나 깊게 몰입시키는 지가 테마파크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요정의 나라, 마법의 세계 같은 말도 안 되는 설정에 사람들을 푹 빠트리려면 여러 장치가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길고 긴 진입로다. 파스텔톤 페인트로 치장한 실제로 오를 수 없는 성의 입구를 통과한다고 다른 세계가 펼쳐질 리 없다고 생각하는 이를 위한 점진적 환각제다. LA 디즈니랜드는 다리가 아플 정도로 긴 진입로에 20세기 초 미국 교외를 떠올리게 하는 빅토리아풍 건물을 잔뜩 세워 거대한 쇼핑 타운을 조성해 놓았다. 가짜라 생각하기엔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리조트 내 호텔로 향하는 관광객들이 바쁘게 끄는 캐리어 바퀴 소리도 디즈니랜드를 하나의 나라로 느끼게 만드는 데 한몫한다. 서울 롯데월드는 섬이 가진 독특한 특징을 이용한다. 사방을 둘러싼 호수, 오로지 다리를 건너야만 들어설 수 있다는 점이 놀이공원을 낭만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장소로 만든다. 부산 롯데월드에서는 특이하게도 공원으로 향하는 지하철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놀이 공원은 울산 태화강과 부산 부전을 잇는 동해선의 오시리아역에 있다. 지상철이라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의 변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센텀시티와 벡스코를 지나치면 건물과 건물 사이의 간격이 점점 커지고, 낮고 넓은 땅을 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도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게 하는 이 짧은 여정과 놀이공원이 들어선 기장은 부산에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곳이라는 L의 설명이 설렘을 더했다. 한창 벚꽃이 만개했을 때라 꽃들이 남긴 분홍 궤적이 창문 아래쪽에서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한껏 달아오르던 마음이 식기 시작한 건 오시리아역에 내려서는 순간부터였다. 먼저 거대한 아울렛이 시선을 빼앗았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모티브로 삼은 건지 모서리마다 푸른색 선을 두른 흰색 등대 형태의 둔탁한 건물이 이제 막 연녹색 잎을 틔우기 시작한 산 앞에 좀 머쓱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오르막이 많은 부산의 특성상 놀이공원의 모습을 바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4차선 도로를 건너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 정신 없이 길을 오르다 보면 널찍한 주차장과 외로운 섬처럼 놓인 테마파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공원 주변이 봄기운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황량한 이유는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한 오시리아 관광단지가 아직 전부 완성되지 않은 탓이었다. 남은 1년 동안 테마파크 일대는 아쿠아 월드, 호텔, 복합 쇼핑몰, 골프 리조트를 갖춘 관광단지로 바뀔 예정이란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조감도 속 도로에 둘러싸인 테마파크의 진입로를 보면 볼수록 입안이 텁텁해졌다. 마법의 숲(부산 롯데월드의 주요 테마)과 현실을 잇는 옹색한 다리와 좁디좁은 성의 앞마당. 환상과 현실의 급격한 전환은 다시 이곳에 오고 싶다는 아쉬움보다는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눅진한 피로감을 안겨주었다. 쓸쓸한 숲의 풍경을 뒤에 두고 내려오는 내내 즐겨 듣는 노랫말이 가슴 속에서 뱃고동 대신 둥둥 울렸다. “사랑은 구름 넘어 환상은 아니지만 멍청한 믿음은 좀 필요로 해”(‘용맹한 발걸음이여’, 잔나비) 적당한 강도의 환상에 푹 젖는 경험은 일상을 좀 더 힘차게 견디게 하는 동력이 되곤 한다. 그것이 비록 멍청한 믿음에 기반할지라도 말이다. 이번 달 나의 환상은 환경과조경의 뉴스레터가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는 것, 또 유튜브의 구독자와 좋아요 수가 폭발하는 것이다. 당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면, 지금 당장 세 쪽 앞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email protected]
  • [PRODUCT] 자연을 닮은 모험 놀이터 허니콤과 어드벤처 코스 다양한 조합으로 즐기는 친환경 놀이 시설
    자연은 오감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놀이터다. 자연을 닮은 놀이터가 있다면 어떨까? 아이붐(I-BOOM)은 예건(YEKUN)의 복합 놀이 시설 브랜드로 아이들을 위한 친환경 놀이터를 제작하고 있다. 여러 놀이 유닛을 다양하게 조합한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흥미로운 모험을 즐기며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각 유닛에 적용된 1~2등급 목재 고유의 따뜻한 색감과 촉감은 아이들의 오감 발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허니콤은 육각형 유닛 구조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하여 만드는 놀이 시설이다. 벌집의 육각형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정육각형 구조는 외부에서 가해진 힘을 분산시켜 안정적일 뿐 아니라 견고한 것이 장점이다. 단차가 있는 구조물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대소 근육을 쓰도록 만들고, 이런 활동은 아이들의 신체적 발달을 돕는다. 벌집 구조로 이어진 각 유닛 사이를 이동하는 동선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편안한 느낌의 목재와 무독성 소재를 사용해서 친환경적이다. 스테인리스 망을 통해 언제든지 부모가 아이를 확인할 수 있어 미연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어드벤처 코스는 아이붐 비밀 아지트 시리즈 중 하나로, 10가지 이상의 유닛 구조물을 자유롭게 배열한 놀이터다. 천연 원목이 가진 특유의 곡선을 활용했으며, 아이들이 인위적이고 획일적인 놀이터에서 벗어나 자연친화적이고 창의적인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숲 속에서 뛰어놀듯이 놀이대를 오르내리는 활동은 도심지 어린이들에게 부족한 자연 경험을 채워주며 신체 능력과 창의력도 키워준다. 각 유닛은 개별적으로도 설치가 가능해 소규모 공원이나 개인 정원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TEL. 02-324-0070 WEB. www.iboom.co.kr
  • 공예의 새로운 태도 사물을 대하는 태도
    지구는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로 땅과 바다가 오염됐고, 공기 속에서 퍼지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존재하는 ‘인류세’와 ‘자본세’의 시대에 살고 있다.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인간과 사물, 자연의 수평적인 관계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예에서도 생명 없는 재료로만 취급해온 다양한 사물과 생명체에 대한 존중, 천연 자원의 남획과 인공 재료의 남용으로 인한 환경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인간 중심의 ‘일방적 세계화’와 ‘자본세’에 맞설 공예의 윤리적·사회적 실천, ‘기계적 유기체(AI, 사물인터넷)’와 공존하는 공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시 ‘사물을 대하는 태도’는 현시대에 대응할 새로운 공예와 디자인을 모색하는 동시에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바탕으로 한 공예의 태도와 실천을 보여준다. 인간 중심의 공예에서 벗어나, 재료, 사물, 기계, 환경 등과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추구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다. 인간을 위한 공예도 필요하지만, 인간 이외의 모든 존재들을 함께 존중하는 태도가 이 시대 공예의 새로운 윤리이며 사회적 실천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인류세와 자본세에 포위되어 소외되고 고립된 공예, 작가들의 존재와 가치를 복원하는 길이다. 대지, 생활 그리고 반려까지 ‘사물을 대하는 태도’는 2021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공예를 통해 조망했던 전시로 현지에서 찬사를 받았다. 당시 전시를 개최했던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한국 관객들을 위해 동명의 주제로 이번 전시를 마련했으며, 2021년 밀라노 한국공예전 출품 작품과 더불어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공간에 재구성했다. 공예, 디자인, 사진, 영상 등 참여 작가 38팀의 290여 작품은 크게 세 가지 주제를 다룬다. 1층은 하늘과 땅,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대지의 사물들’, 2층에서는 한국의 다양한 생활문화를 담은 공예 ‘생활의 자세들’, 인간과의 지속적인 삶을 이어가는 소중한 반려로서 공예를 바라보는 ‘반려 기물들’을 이야기한다. 공예는 인간, 사물, 자연이 상호 매개되고 결합된 광범위한 결과물의 총체다. 이들 사이의 다양한 관계는 결합 과정에서 그 의미가 끊임없이 변화되고 새롭게 생성된다. 공예는 단순히 고정된 물건이 아니라 인간, 사물, 재료, 기계 등과 결합과 배열을 통해 새로운 상징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전시는 ‘대지의 사물들’을 통해 전통과 현대, 공예와 예술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공예의 사물성을 보여준다. 또한 코로나19와 관련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한선주 작가는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을 위로하고, 일상의 아름다움을 회복하길 고대하며 화려한 색감의 대형 직물 ‘봄날은 온다’ 시리즈를 1층 중앙홀에서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