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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 빌드 작은 비즈니스로 강한 커뮤니티를 만든다
    ‘빌드(Build)’는 두 가지 문제 인식 속에 설립됐다. 한국은 가계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이기에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부동산 가치 상승분은 대부분 운영자(임차인)와 이용자(지역 주민)가 아닌 소유자(건물주)에게 돌아간다. 이 같은 구조를 바꿈으로써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공간 운영자와 이용자가 부동산을 공동 소유하는 시민자산화 방식을 도입해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지역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다. 또 하나는 여성에게 결여된 일과 여가의 균형, 관계 맺음의 기회다. 이는 행복의 필수 요건이지만 여성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면 쉽게 잃게 되는 요소다. 이같은 문제를 지역 기반의 공간과 프로그램으로 조금씩 풀어나가고자 했다.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 [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 어반하이브리드 사용자와 지역에 적정한 개발을 통해 지역 사회와 청년을 위한 코리빙, 코워킹 디자인 스튜디오 같은 공유 공간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부동산 디벨로퍼
    어반하이브리드(Urban Hybrid)’는 도시민들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적정 주택(affordable housing)을 비롯한 일상 공간을 공급하고자 설립됐다. 적정 주택을 개발·운영하고 해당 지역의 경제 활성화 전략을 수립·진행하는 영미권의 CDC(Community Development Corporation)를 모델로 한다. 2012년부터 동대문과 창신동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산업 및 개발 연구와 커뮤니티 활동을 했고, 창신동의 주축 산업인 패션 산업의 쇠퇴를 지역 재생과 개발으로 해결해보고자 2013년 회사를 설립했다. 여러 실험과 이벤트를 거쳐 지역 내 산업 문제는 그 산업에 종사하는 개개인의 역량과 가치를 모아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고, 2015년 코워킹 디자인 스튜디오 ‘창신아지트’를 시작했다. ...(중략)...
    • 어반하이브리드
  • [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 콘텐츠로 재생하는 도시 홍주석 인터뷰
    도시 콘텐츠 창작 그룹 ‘어반플레이(Urbanplay)’가 보여온 행보는 남달랐다. 지역 장인이 짜낸 참기름을 파는 카페(연남방앗간)를 만드는가 하면, 연희동의 낡은 주택을 개조해 반려 동식물 애호가들을 불러들였다(연희대공원). 당장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노포를 정성스레 소개하는 잡지(『아는동네』)를 발행하고, 지역 상인 및 크리에이터들과 연합해 동네의 매력을 한껏 뽐내는 마을 축제(연희걷다)를 열기도 했다. 연남동의 작은 작업실에서 시작된 이 스타트업은 따분하고 획일적인 도시에 염증이 난 세대에게 신선한 영감을 선사했다. 어반플레이의 뒤를 이어 비슷한 성격의 그룹이 전국 곳곳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다. 어반플레이는 뭐 하는 곳인가. 왜 이런 일을 하나. 궁금증을 안고 평일 오전의 경의선숲길을 가로질렀다. 먹고 마시고 걷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는 한산했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분위기의 맛집과 카페가 몰려 있는 연남동, 공방과 단독 주택이 고즈넉한 풍경을 만드는 연희동 사이에 놓인 한적한 공간에 도착했다. 붉은 벽돌 건물에 난 통유리 창으로 커다란 샹들리에와 목조 가구가 보였다. 이 연남장은 크리에이터를 위한 로컬 라운지다. 어반플레이는 유리 공장이었던 건물을 카페, 전시 공간, 코워킹 스페이스 등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으로 개조했다. 1층 라운지에 앉아 홍주석 대표(어반플레이)를 기다리며 프로젝트 리스트를 다시 한번 훑었다. 공간 기획 및 운영부터 행사 기획, 로컬 콘텐츠 제작 등 갖가지 내용이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인터뷰의 시작은 산뜻하고 가볍게, 초장부터 형식적인 질문은 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은 홍 대표를 보자마자 사라지고 말았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막 나온 차를 음미할 틈도 주지 않고 첫 질문을 던졌다. “어반플레이는 (도대체) 어떤 회사인가요?” 조급한 인터뷰어와는 달리 인터뷰이는 여유만만해 보였다. 그는 이런 질문이 익숙한 듯 짧은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이어갔다. 어반플레이의 시작 “한 단어로 말하자면 동네 매니지먼트(area management)회사에요. 지역의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지역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를 통해 지역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업 분야는 크게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분야, 그 콘텐츠를 지역의 유휴 공간에 채우는 분야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 어반플레이라는 이름도 독특해요. “장난스럽게 도시재생을 영어로 직역한 이름이에요. 재생을 리제너레이션(regeneration)이 아니라 플레이play로 본 거죠. 당시 도시재생을 정책적으로만 보는 것이 대부분의 견해였는데, 정책보다는 사람에 의한 재생,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플레이하게 만드는 것이 재생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재밌는 프로젝트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도시 기획사를 세우고자 했습니다.” - 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연남동에 작업실을 차렸어요. 초창기 어반플레이의 모습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리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문화적인 프로젝트를 통한 도시 문제 해결을 목표로 2012년 지인들과 모여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었어요. 그때만 해도 스타트업 회사로 키울 생각은 없었어요. 수익을 낼 거라고도 예상 못했고요. 초반엔 주로 전시를 기획했어요. 우리 같은 그룹이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였거든요. 콘텐츠 연구 용역이나 마을 아카이브(archive)등 좋은 콘텐츠를 시각적으로 잘 풀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을 했죠. 이후 프로젝트의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시도하면서 2014년 지금의 어반플레이가 추구하는 방향을 정립했어요. 도시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과 같이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보자는 거였죠.” - 비즈니스로 전환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업으로 삼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던 참이었고요. 지역 아카이브 사업을 기반으로 IT 서비스와 오프라인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그리고 잘못된 생각을 했죠. 그때 멈췄어야 했는데.(웃음) 사업에 대한 개념도 경험도 없을 때라 무작정 덤벼든 거죠. 지금 돌아보면 상당히 이론적인 생각이었어요. 현실은 다르잖아요.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매년 조금씩 성장했어요. 운 좋게도, 콘텐츠가 필요한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온 거죠. ...(중략)... *환경과조경384호(2020년4월호)수록본 일부
  •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
    기억은 유한하지만 기록되는 순간 무한하게 활용될 수 있는 역사가 된다. 개인의 기억은 주관적이지만, 여러 사람의 기억을 모은 집합체는 무언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아카이브archive’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조경 분야에서도 공원과 경관, 정원 등을 기록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 아카이브들은 무엇을 어떻게 수집하여 어떤 형태로 기록하고 보관하며 어떤 방식으로 공유하고 있을까. 그 면면을 들여다보고자 ‘2019 공원학개론’을 주관한 ‘도시경관연구회 보라BoLA’(이하 보라)를 지면으로 초대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시민 주체의 공원 문화를 만들고자 매년 다른 주제로 공원학개론을 개최해 왔다. 보라와 함께한 2019년의 주제는 ‘공원 아카이브.’ 이번 특집에는 그 결과물을 일곱 편의 글로 다듬어 공원 아카이브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통찰을 담았다. 글 사이사이에 배치된 유청오의 사진은 서울숲의 여러 순간들을 기록하고 있다. 어쩌면 지극히 일상적인 이 풍경이 먼 훗날에는 사진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장면이 될지도 모른다. 이번 기획이 공원의 경계를 넘어 우리를 둘러싼 도시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진행 김모아, 윤정훈 디자인 팽선민 지금, 아카이브 _ 서영애 왜, 공원 아카이브인가 _ 박희성 미국의 공원과 경관 아카이브 _ 김정화 영국의 공원과 정원 아카이브 _ 길지혜 함께 찾고 모으고 즐기다, 시애틀 월링퍼드의 경우 _ 채혜인 공원의 기억을 기록하는 법 _ 최혜영 공원 아카이브의 비전과 방향 _ 이명준 서울숲의 기록 _ 유청오
  •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 지금, 아카이브
    한국 공원의 역사가 100년을 넘었다. 탑골공원이나 남산공원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변화해온 대표적 근대 공원이다. 선유도공원, 월드컵공원 등 2000년대의 공원도 조성된 지 2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공원을 만드는 일보다 원래 있던 공원을 재조성하거나 도시 인프라스트럭처 부지를 공원으로 탈바꿈하는 사례가 더 많아졌다. 이쯤에서 공원의 변화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공원의 현황 통계 자료뿐만 아니라 누적된 변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할 시점이다. 공원에 관한 기록을 공원 아카이브(archive)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건설 백서나 공원 역사책과는 어떻게 다른가. 공원 아카이브의 특성은 무엇인가. 공원 아카이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카이브 열풍 바야흐로 아카이브 시대다. 아카이브의 사전적 의미는 역사적 자료와 기록물의 컬렉션이며 그러한 자료와 기록의 소장처까지도 포괄한다. 요즘은 더 광범위하게 쓰고 있다. 생활사부터 국가적 기록에 이르기까지 범위와 깊이도 다양하다. 주요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자료실이라는 카테고리 명칭을 아카이브로 바꾼 사례도 눈에 띈다. 종이 자료가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보관이나 활용이 쉬워졌다. 최근 아카이브를 주제로 한 행사와 전시가 눈에 띄게 많아진 점에도 주목할 만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와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이 아카이브 형식으로 기획됐다. 현대카드, 제주도청, 원오원 아키텍츠가 협업한 ‘가파도 프로젝트’, 문화역서울 284의 ‘커피사회’, ‘DMZ’, ‘호텔사회’를 비롯해서 2018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근대 한국건축과 김수근’도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한 전시다. 지난 1월 10일에는 ‘디자인 아카이브 포럼’과 ‘디지털 아카이빙, 기록과 연결’ 세미나가 같은 시기에 각각 열렸다. 2019년에는 지방기록물 관리기관으로는 최초로 서울기록원이 개원했다. 세종시 국립박물관단지에 국립도시건축박물관과 국립디자인박물관이 계획되면서 디자인계와 건축계는 2010년부터 이에 대비한 아카이브 기초 연구를 시작했다. 2019년 세종로에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개관한 것을 계기로 건축 관련 자료 보관, 전시, 포럼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한국영화에 나타난 도시경관의 의미해석’으로 석사 학위를, 서울대학교에서 ‘역사도시경관으로서 서울 남산’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으로 일하며, 연세대학교 겸임교수로 가르치고 있다. 근대 공간, 리질리언스, 금강산전기철도, 아카이브 등 다양한 주제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연구는 설계 작업과 상호보완적(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존경하는 동료들과 함께 하는 협업은 상상할 수 없는 시너지를 낳는다.
  •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 왜, 공원 아카이브인가
    10년 전쯤, 서울 남산 예장자락에서 한양도성을 발굴하던 때다. 1969년에 만든 옛 남산식물원 앞 분수대를 철거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한창 논의가 있었다. 1970년대 남산의 흔적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이유로 분수대의 존치가 결정됐지만, 설득 과정에서 조경 분야는 ‘국내 최대 규모의 분수대’라는 사실 외에 별다른 논거를 내세우지 못했다고 한다. 분수대가 한국 조경에서 그토록 기념비적인 것이라면 누가, 어떤 의도로, 무엇에 근거하여 만들었는지, 한국 공원사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시설인지, 재료와 색감, 형태 등에서 어떤 시대적 특징을 보여주는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런 질문에 증거가 되는 ‘기록’이 있었다면 존치의 당위성을 더 확실하게 인정받았을 테다. 기록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지금의 상황이 여러모로 민망하고 아쉬울 따름이다. 현재, 한국 조경의 기록을 ‘날것’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기록 부재에 대한 불편함은 오직 연구자의 몫일 뿐, 여전히 공원을 포함한 조경 기록물의 아카이빙은 낯선 일이다. 아카이브의 확산 기록물 또는 기록물의 보관소로 정의되는 아카이브(archive)는 어떤 대상이나 사건의 진위를 보여주는 가장 일차적인 자료가 된다. 기록은 기록하는 자의 산물이다. 자의든 타의든 순수하게 객관적으로 기술하기 어렵고 기록물을 완벽하게 수집하는 것 또한 불가하므로 기록의 불완전함과 왜곡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기록이 의미 있는 이유는 항상 존재한다. 기록의 집적물인 아카이브는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진정성에 기반을 둔 두터운 스토리텔링을 구축할 수 있는 토대이며 과거와 미래와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도 힘을 갖는다. 최근 국내외 전반에 아카이브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사실을 눈여겨보자. 다양한 분야에서 아카이브를 활용한 작품을 생산하고 있으며,1도시와 건축 분야는 개발로 사라져가는 많은 도시 경관과 건축물을 기록하는 일을 더는 수고스러운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2여기에는 근대가 조명받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근대는 가까운 과거로, 정서적인 교감이 남다른 특징이 있고 다양한 유형의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아카이브가 사회 전반에 유행하고 근대의 면면이 주목받는 지금, 공원 아카이브를 논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공원 아카이브를 논해야 하는가....(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2019년 12월,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주관한 ‘지워지는 공간, 덧쓰여지는 기록’은 아카이브의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두 개의 주제 발표 가운데 하나인 ‘변화하는 도시, 이미지 아카이빙’에서는 재개발 주거지의 장면을 아카이빙해 사라진 장소를 환기하고자 한 안세권 사진작가, 공원의 미시적 흔적을 아카이빙해 설치 작품을 생산한 문경원 교수(이화여자대학교), 방송 아카이브를 이용해 88서울올림픽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태웅 PD(KBS)의 활동상이 소개됐다. 2. 도시와 건축 분야는 20여 년 전부터 아카이빙 활동을 시작했다. 근대 건축 도면의 발굴, 원로 작가 구술 채록 출판 사업, 한국 건축 아카이브 구축 사업 등을 통해 꾸준히 성과물을 내놓고 있다. 경관 기록 보존 프로젝트, 로컬 공간 기록 프로젝트 등 민관 협치 사업 또한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옥 등 건축 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의 지정, 도시재생 사업의 붐업,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건설 등 일제히 쏟아지는 이 같은 상황이 단지 시류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전문가 중심의 아카이브 연구와 저술 활동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구조로 확장되고 국토 개발에 영향을 주는 제도의 구축, 건축 도시 아카이브 전문 기관의 생성까지 견인한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원 아카이브 사업을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도시 및 건축 분야의 행보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 미국의 공원과 경관 아카이브
    아카이브(archive)라는 용어는 이제 카페 이름으로도 쓰일 정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공원과 아카이브의 결합은 어떠한가? 과연 필요한 것인가? 가능한 것인가? 공원을 왜 기억해야 하며, 그 방식은 무엇인가? 복고 유행에 편승하는 일인가? 기껏해야 150여 년밖에 되지 않은 공원이 고고학의 대상이 된 것인가? 이미 공원 아카이브가 존재하고 아카이빙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의 사례로부터 공원 아카이브가 왜,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떠한 가치를 보이는지 살펴보자.1 센트럴 파크 아카이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센트럴 파크 아카이브들이다. 뉴욕 시 공원휴양국(New York City Department of Parks & Recreation)홈페이지는 센트럴 파크를 포함한 뉴욕 시 공원의 연례 보고서와 회의록 등의 공공 기록물을 PDF 파일로 제공한다.2 문건은 유형에 따라 다섯 가지로 구분되며, 파일은 시간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클릭 한 번으로 1857년도 보고서1857 Central Park Commissioners Annual Report를 다운받으면 공원 조성 당시 1년 동안의 안건과 결정 사항, 사용한 용어, 관계자, 예산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센트럴 파크 도면은 뉴욕 시 기록정보서비스국NYC Department of Records & Information Services(DORIS)의 아카이브에서 찾을 수 있다. 1977년에 설립된 이 기관은 뉴욕 시의 이민 역사, 행정 변천사, 도시 건설사 등 공공 기록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 아카이브(municipal archives)3를 구축했다. 이 아카이브는 누군가 찾아주길 바라며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소장처에 그치지 않고, 뉴욕의 역사와 문화를 재발견하고 조명하는 전시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다. 기관이 특히 자랑하는 자료는 1,500점에 이르는 센트럴 파크 도면과 문서로, 옴스테드의 센트럴 파크 마스터플랜 ‘그린스워드(Greensward)’는 2017년에 디지털화됐다(그림 1).4 ...(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이 글은 필자가 ‘2019 공원학개론’ 2회에서 발표한 내용과 다음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이명준, 김정화, 서영애, “미국 조경 아카이브 구축 동향과 특성 연구”, 『한국조경학회지』 47(6), 2019, pp.1~11. 2. www.nycgovparks.org/news/reports/archive 3. www.archives.nyc 4.www.archives.nyc/blog/2017/12/21/digitizing-the-greensward 김정화는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강사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공부한 뒤 우리엔디자인펌, 조경설계 서안, 서안알앤디조경디자인에서 설계 실무를 거쳤다. ‘우리나라 식물원의 기원과 진화’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 고등인문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도시경관연구회 보라(BoLA)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목원, 호텔 정원, 백화점 옥상 정원, 캠퍼스 정원 등에 나타나는 근대 조경의 양상을 살피고 있다.
  •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 영국의 공원과 정원 아카이브
    알다시피 영국에서 공원과 정원은 그 역사가 깊고 일상의 삶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만큼 영국의 공원과 정원 관련 정보를 웹 공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공원과 정원에 대한 역사적 자료들은 대부분 영국의 공원과 정원Parks and Gardens UK(이하 공원과 정원)과 히스토릭 잉글랜드Historic England, 전 잉글리시 헤리티지(English Heritage)1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 공원에 대한 이 둘의 자료가 같다. 자료는 공원과 정원 아카이브가 더 방대해서, 공원과 정원 아카이브가 히스토릭 잉글랜드 자료를 포함하는 모양새다. 영국에는 내셔널 트러스트나 개별 가든 트러스트에서 운영하는 공원 아카이브도 있지만, 공원과 정원 그리고 히스토릭 잉글랜드를 공식 아카이브로 볼 수 있다. ‘영국의 공원과 정원’, 시작과 그 이후 공원과 정원 프로젝트는 역사적 공원과 정원, 디자인된 경관designed landscape에 대한 자료를 국가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기 위해 시작됐으며 웹사이트(www.parksandgardens.org)가 그 결과물이다. 가든 트러스트 연합The Association of Gardens Trusts과 요크 대학교University of York가 협력해 2005년 히스토릭 잉글랜드에서 운용하는 문화유산복권기금Heritage Lottery Fund 100만 파운드를 지원받으면서 시작한 사업이다. 약 15억 원의 꽤 큰 금액이다. 그렇지만 영국 전역의 공원과 정원을 대상으로 흩어져 있는 도면, 사진, 문서 등의 자료를 디지털화해 정리하는 작업이라 비용이 넉넉하지는 않았을것이다. 공원과 정원 아카이브는 무료로, 누구나 접근 가능하며, 정확하게, 많은 정보를 담도록, 높은 기대 속에서 구축됐다. 그러나 2009년 예산이 소진된 후부터는 현상 유지만 하게 된다. 애써 만든 아카이브가 정체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에 좀 더 전략적으로 아카이빙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1. 히스토릭 잉글랜드는 문화유산 관리와 보호 업무를 실행하는 영국 공공 기관이다. 영국 정부의 디지털, 문화, 미디어, 스포츠부 산하 기관이지만 부처에 속해 있지 않아 행정 자율성이 보장된다. 잉글리시 헤리티지라는 기관명으로도 익숙할 텐데, 2015년 구조 개편으로 히스토릭 잉글랜드는 문화유산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업무로, 잉글리시 헤리티지 트러스트는 실제 보전을 실행하는 업무로 분할됐다. 길지혜는 연세대학교에서 주거환경과 생활디자인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코모스(ICOMOS) 한국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면서 문화유산, 역사도시경관, 도시공원을 키워드로 도시 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 함께 찾고 모으고 즐기다, 시애틀 월링퍼드의 경우
    어느 소소한 동네 모임 2018년 5월의 어느 평일 저녁, 동네 초입에 위치한 예배당. 스크린에는 50~10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흑백 사진부터 최근의 것으로 보이는 사진, 오래된 지도와 문서 등이 차례로 비추어지고, 스크린 옆에 자리한 강연자의 자유로운 진행으로 자료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주말이 아닌데도 예배당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거의 다 찼다. 강연자의 질문은 간단했다. “여기가 어디일까요?” “이것을 알아보겠나요?”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대략 이랬다. “40번가 식료품점이에요. 제가 근처에서 컸는데, 하굣길에 그 옆 빵집에서 도넛을 사 먹곤 했죠.”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어요. 12살 때 이 (사진 속) 다리가 완성됐는데, 아버지와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고 개통식에서 처음 다리를 건너셨대요.” “이건 35년 전 사진인데, 아직 저기 살아요.” “여기 민들레 꽃밭이 정말 멋졌어요.” 사진 속 풍경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에 청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하고 질문 세례로 환호하기도 했다.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된 이 행사는 미국 시애틀 북쪽에 위치한 주거지, 월링퍼드(Wallingford)에서 열린 ‘폴 도르팻과 함께하는 저녁(An Evening with Paul Dorpat)’이라는 공동체 행사다. 목적은 마을의 역사와 주민 개개인이 가진 기억을 소환해 공유하고 즐기는 것. 이날 행사는 내게 꽤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이곳에서 본 다양한 양질의 역사 자료와 주민들의 열성적인 참여가 생경하면서도 반가웠기 때문이다. ‘도시경관연구회 보라BoLA’(이하 보라)는 공원 아카이브와 함께 도시공원의 보존에 대해 연구해왔다. 두 활동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고 상보 작용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앞서 소개한 공동체 행사를 주관한 ‘히스토릭 월링퍼드(Historic Wallingford)’라는 비영리 주민 단체의 활동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 단체는 동네의 풍경과 장소를 보존하는 것을 사명으로 다양한 공동체 활동 및 지역 역사 아카이빙 작업을 하고 있다. 즉, 보존을 위한 실천적 활동으로서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활동을 살펴보며 보존과 아카이브의 긍정적인 공존에 대한 단서를 찾아보고자 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채혜인은 서울대학교에서 조경과 도시설계를 공부했다. 한국에서 도시설계 실무를 경험하고 현재는 시애틀 소재 워싱턴 대학교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다. 일상에서 접하는 오래된 것들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일상적 경관의 보존 가치와 의미를 탐구해왔다. 현재는 같은 주제를 사회, 경제, 정치적 측면에서 바라보며 이에 기여하는 자발적이고 공동체적인 보존 주체로 관심을 확장해 연구하고 있다.
  •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사이] 공원의 기억을 기록하는 법
    ‘2019 공원학개론’을 기획하기 위해 서울시 공무원들과 함께 월드컵공원에 모였던 날이 떠오른다. 지난 3년간 성공적으로 개최됐던 공원학개론을 돌아보며 2019년의 행사를 엮을 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만장일치로 공원 아카이브archive가 선정됐다. 서울의 도시공원은 지난 120여 년간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도시민들은 공원에서 여가 시간을 보내며 일상의 문화를 즐기게 됐다. 공원은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으며 기억의 한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장소가 되었지만, 여전히 공원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인프라스트럭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 중심에는 도시공원을 ‘이야깃거리’ 즉 문화 콘텐츠로 보지 않는, 공원 문화에 대한 인식의 부재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도시공원을 생성하고 운영해 나가면서 만든 수많은 자료―사진, 이미지, 공문서, 구술 채록 등―의 중요성을 간과했고 제대로 보관하지 않았다. 이런 1차 자료가 남아있다면, 공원의 이야기를 재생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 가공된 새로운 콘텐츠는 동시대 공원을 사용하는 도시민들의 경험과 기억에 담겨 또 다른 공원 문화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공원 문화 콘텐츠의 부족함에 대한 아쉬움과 반성, 그리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공원과 관련된 콘텐츠를 모으고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절실함으로 ‘2019 공원학개론’이 기획됐다. 부제는 ‘공원 아카이브: 기억과 기록’. 조경 분야에서 아카이브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기획을 하면서 인접 분야를 살펴보니 아카이브는 이미 ‘핫’한 이슈였다. 건축, 예술, 디자인 분야에서 아카이빙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미국, 영국 등 서구권에서는 공원, 경관, 건축 등에 대한 아카이브가 오래전부터 구축되어 왔다. 기록화 작업을 하고 분류 체계를 조직하는 아키비스트archivist라는 전문 직종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매우 적절한 시기에 공원 아카이브에 대한 논의의 장을 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환경과조경383호(2020년 3월호)수록본 일부 최혜영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에이컴(AECOM, 전 EDAW)과 West8에서 설계 실무를 했으며, 2017년부터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에서 조경학 전공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용산공원과 리질리언스에 관한 연구로 서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