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합니다. 2026년에는 우리 사회와 조경계에 평온한 풍경이 가득하길 소망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무엇을 하며 지난해를 마무리하셨나요. 저는 뒤죽박죽 어수선한 책장을 정리하며 한 해 동안 새로 들인 책들을 다시 펼쳐봤습니다. 지난해에는 조경 책이 이례적으로 많이 출간됐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특히 정원을 다루거나 주제로 삼은 다양한 책이 나왔습니다. 정원, 정원박람회, 정원도시로 시끌벅적한 우리 사회의 정원 열풍이 출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겠죠. 정원 가꾸기나 정원 식물과 관련된 기술‧실용서까지 친다면 신간의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환경과조경』의 ‘새책’ 꼭지만 보더라도 이런 경향을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이번 호 ‘뷰’의 ‘미국조경가협회(ALSA) 선정 2025 베스트 북’을 보면 해외와 국내의 동향이 참 다르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지난해 ‘새책’ 꼭지에서 다룬 조경 교양서 몇 권을 추려봅니다. 2025년 8월호에 소개한 황주영의 『정원의 책』(한겨레출판)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정원과 문학이라는 두 세계를 가로지르며 정원의 희망과 상실, 그 기쁨과 그리움을 길어 올립니다. 볼테르가 『캉디드』를 맺으며 던진 “우리의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는 문장에서 출발한 황주영의 정원 탐구는 우리에게 정원은 무엇인지, 지구 정원사로서 우리는 왜 정원을 살피고 돌봐야 하는지 묻고 답을 구하는 여정입니다.
9월호 ‘새책’에 소개한 정해준의 『정원인류』(계명대학교 출판부)는 인류가 꿈꾸어온 ‘낙원의 초상’으로 정원의 역사를 간략히 조망합니다. 서양 정원사 입문서로 읽기에 좋습니다. 12월호에 실은 신지선의 『당신 곁의 한국 정원』(수오서재)은 ‘정원은 식물로 예쁘게 가꾼 곳’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소나무 뒤에 가려진 석축, 무심히 놓인 돌다리, 소박한 연못 등 한국 정원의 다채로운 장면과 그 이면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1월호에서 다룬 박원순의 『인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가져야 한다』(은행나무)는 도심의 자투리 정원부터 수목원과 식물원, 국내외 정원박람회까지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진화해가는 정원의 현재를 살핍니다. 이동협이 지은 『정원의 순간』(목수책방)은 3월호에 소개됐습니다. 한 개인의 정원을 깊숙이 관찰하면서 부담 없이 즐기고 돌보는 ‘슬기로운 정원 생활’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책입니다.
이러한 인문 (혹은 대중) 교양서들과 달리, 2월호 ‘새책’에 실은 임한솔의 『풍경과 다스림: 조선시대 감영 원림의 역사와 미학』(시공문화사)은 지난해 조경계에서 출간된 거의 유일한 학술서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신유학이라는 사상과 감영 원림이라는 정원 유형을 통해 조선의 조경을 탐구합니다. 조선시대 지방의 최고 행정기관인 감영의 원림들이 이루어진 배경과 전개 양상을 밝히고 그 역사적 함의와 미학적 성취를 살핍니다. 같은 1월호에 소개한 김충호의 『공간의 탄생』(한숲)은 한국의 도시화 역사 50년을 가로지르며 공간을 변화시킨 거대한 힘과 사회적 여파, 생태적 영향을 회복탄력성의 렌즈로 탐사하고 비평합니다.
11월에 나온 최영준의 『풍경의 언어』(안그라픽스)는 한국 조경 출판의 역사에서 처음 만나는 인터뷰집입니다. 동시대 공간 문화의 틀과 꼴을 직조하고 있는 신진 조경가들의 ‘속이야기’를 정갈하게 엮은 이채로운 책입니다. 지난 연말 출간된 『ULC 7: 비인간, 도시의 생물들』(유엘씨프레스, 임한솔 편집)은 조경 이론과 실천의 초점을 비인간 담론과 신유물론으로 이동시킵니다. 이번 호 ‘새책’에 소개한 이 책은 콘크리트 틈에 자란 풀, 지면을 들어 올리는 가로수의 뿌리, 공원의 관목 사이에 깃든 새, 담장 위를 거니는 고양이를 통해 지금, 여기의 도시를 다시 읽고자 합니다. 도시에는 다양한 비인간 생명체가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때로는 인간의 눈을 피해, 때로는 인간과 교류하며 도시 곳곳에서 살아갑니다. 도시와 자연의 구분과 대립을 넘어 인간과 비인간이 뒤얽혀 서로 적응하고 개입하는 양상을 조명한 따끈따끈한 신간. 일독을 권합니다.
2026년에는 조경 전문가와 대중의 교집합을 넓히는 교양서뿐만 아니라 조경 이론과 실천을 다각화고 지식의 장을 확장하는 학술서의 출간도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우선 1월에는 신명진이 편역한 『공원의 탄생: 센트럴파크 조경가, 옴스테드의 기록』(한뼘책방)이 나온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조경 역사학자 존 딕슨 헌트의 책을 황주영이 번역한 『정원의 세계(A World of Gardens)』(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도 상반기 중에 출간된다고 합니다.
2026년의 문을 여는 이번 호는 본지가 주최한 ‘제8회 젊은 조경가’ 수상자 백종현(HEA 대표) 특집호입니다. 그가 추구해온 조경 실천의 균형과 감각, 그리고 확장을 다섯 가지 단상과 에세이, 인터뷰, 동료들의 글을 통해 조감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