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된장국과 봄동겉절이, 쑥전과 달래장, 두릅숙회. 봄나물이 제철이다. 봄이면 어머니가 동네에서 산 나물로 이것저것 맛있는 제철 요리를 만들어 식탁에 올리셨다. 지금은 한반도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스위스에서 봄을 맞는 나에게 참 그리운 감각이다.
흔히 삼겹살과 함께 먹는 향긋한 명이나물 역시 그리운 봄나물 중 하나다. 산마늘이라고도 불리는 명이나물은 이른 봄에 눈을 뚫고 새순을 올린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했던 울릉도 초기 정착민들에게 이 새순은 목숨을 이어주던 소중한 먹거리라 ‘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사는 스위스에도 산마늘과 매우 닮은 식물이 자란다. 봄이면 저지대 숲 바닥을 뒤덮으며 수두룩하게 올라온다. 곰이 먹는 마늘이라 하여 바를라우흐(bärlauch)―독일어로 곰은 bär―라고 부르는데, 여린 순의 알싸한 맛을 이곳 사람들도 잘 알아 산에서 채취해 페스토로 만들어 먹는다.
몇 주 전 봄을 맞아 취리히에서 오래 산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산에서 바를라우흐를 한가득 땄다. 딴 잎들을 간장에 푹 담가 장아찌를 담았다. 그 맛이 한국에서 먹던 명이나물장아찌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한국에 살 때는 한 번도 스스로 하지 않았던 일이다. 낯선 곳에서 가장 한국적으로 맞이하는 봄.
신영재는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ETH) 건축학부 조경학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며, 조경설계사무소 초신성의 소장이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아름답고 쓸쓸한 것에 관심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