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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환경과조경

월간 환경과조경
가능성을 향한 질문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 환경과조경 2026년 5월호

미스터 데스(death). 죽음의 예술가. 영국의 현대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를 부르는 말이다. 주로 인간의 노골적인 욕망과 죽음을 다루는데, 논란과 호평을 오간다. 논쟁 자체도 예술의 일부로 수용하는 허스트는 아름다움과 종교, 과학,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성을 탐구하며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과 욕망, 이를 부추기는 사회적 구조의 실체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현대미술의 문법을 탈피한 실험적 시도를 줄곧 해왔다. 1988년 런던 골드스미스대학교 재학 시절 동시대 젊은 작가들과 함께 그룹전 ‘프리즈(Freeze)’를 직접 기획했다. 스스로 작가 겸 큐레이터를 자처하며 갤러리 도움 없이 방치된 부둣가 창고를 활용해 직접 전시 공간을 연출했다. 당시 전시에서 다양한 재료와 독특한 형식을 결합한 작품을 선보였던 개성 강한 작가들이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Young British Artists)(이하 YBA)라 불리는 새로운 예술가 세대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이후 프리즈는 영국 현대미술의 지형을 바꾼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았다.

 

YBA의 대표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 ‘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6월 28일까지 열린다. 쓰레기 더미에서 찾은 오브제를 콜라주한 초기 작품부터 잘린 소머리와 상어를 활용한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다소 불쾌감을 유발하지만 인간의 욕망과 가치, 믿음을 해부하는 그의 고유한 예술관을 살펴볼 수 있다. 나아가 상업적 성공과 더불어 끊임없는 논란이 따라다니는 허스트의 이면에 존재하는 예술가로서의 시도와 철학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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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미언 허스트는 다양한 조형 언어를 탐구하며 회화, 콜라주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Installation view, Damien Hirst: 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 (2026),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조형 언어를 찾는 과정

초창기에 허스트는 자신에게 맞는 조형 언어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주변의 일상적인 사물을 조합해 세계를 구축하는 콜라주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작고 붉은 바퀴로부터의 확장’은 수집광이었던 옆집 노인이 사라진 뒤 빈집의 잡동사니를 보고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인간의 손길은 남았지만 주인의 부재로 쓸모없어진 잡동사니를 조합한 콜라주를 통해 인간의 삶, 그리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을 표현했다.

 

그는 설치미술뿐만 아니라 회화에도 관심이 많았다. 때론 빈 캔버스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며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형태와 색채, 구조를 탐구한 콜라주 작업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회화를 구축해나갔다. 알록달록한 점이 무수히 찍힌 ‘스팟 페인팅’ 시리즈를 통해 색채를 그림의 주요한 재료이자 주제로 다루며 스스로 고유한 구조를 만들어냈다. 시리즈 초기작의 점들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세포처럼 화면을 빽빽하면서도 리듬감 있게 캔버스를 채우지만, 후기로 갈수록 같은 색을 반복하지 않고 간격을 엄격하고 동일하게 유지하는 등의 규칙을 만들었다.

 

조형 언어를 찾는 과정

초창기에 허스트는 자신에게 맞는 조형 언어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주변의 일상적인 사물을 조합해 세계를 구축하는 콜라주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작고 붉은 바퀴로부터의 확장’은 수집광이었던 옆집 노인이 사라진 뒤 빈집의 잡동사니를 보고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인간의 손길은 남았지만 주인의 부재로 쓸모없어진 잡동사니를 조합한 콜라주를 통해 인간의 삶, 그리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긴 여정을 표현했다.

 

그는 설치미술뿐만 아니라 회화에도 관심이 많았다. 나아가 회화의 형식을 확장했다. 새로운 형식의 회화를 통해 미술 시장 시스템의 현실을 드러냈다. ‘스핀 페인팅’ 시리즈는 마치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을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아래에 설치된 전동 모터를 통해 돌림판처럼 회전한다. 회전하는 캔버스 위에 물감을 부어 제작하는데, 회전 속도와 물감의 유동성, 색상 선택에 따라 끝없는 변주가 가능하며 우연성과 즉각성, 통제 불가능성을 드러낸다. 기계를 활용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워크숍을 통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이처럼 기계가 만든 우연성으로 결합된 작품을 통해 작가의 권위를 해체하고, 예술이 온전히 작가의 독창성으로 만들 수 있는지 묻는다. 일반 시장의 원리라면 희소성이 낮은 제품이라 싼 가격으로 유통되겠지만, 이 작품은 현대미술 시장에서 작가의 명성 때문에 높은 가격에 유통된다. 이를 통해 미술 자본 시스템 안에서 작품이 소비되는 예술계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환경과조경 457(2026년 5월호수록본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