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문화제조창 한국공예관 옥상정원은 떠돌던 풀씨의 거처가 되었다. 배롱나무는 반쯤 고사목이 되었고, 히어리, 조팝나무, 흰말채나무, 수크령은 각자도생으로 흩어져 살아남았다. 그 외는 호명되지 못했던 풀들의 자리가 되었다. 개망초, 바랭이, 방가지똥, 쇠뜨기, 애기똥풀, 괭이밥, 질경이, 민들레, 강아지풀, 제비꽃, 조록싸리, 당키버들이 자라는 ‘엉망진창 정원’(각주 1)이다. 설계할 때 공예관의 옥상정원이니 시설물도 손끝에서 나오는 공예의 감각으로 만들어지는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다며 디자인하고 도면을 꾸렸다. 시공 또한 도면에 충실하였지만, 만들어진 정원은 도면의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 환경과조경 457호(2026년 5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윌리엄 스타이그, 『엉망진창 섬』, 조은수 역, 비룡소, 2002.
이수학은 아뜰리에나무 소장이다. 우주의 극소미립자로 지구별에서 조경 설계를 했다. 지은 책으로 『태도_조경 | 행위 | 반성 | 시작』(2003), 『초벌그림을 그리다』(2006), 『태도 I·II』(2023), 『태도 III | 소거_서소문역사공원 설계 도집』(2025), 『태도 IIII | 때때로 반가운 비를 뚫고 향기 전해오네』(2026)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