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중학교 앞을 지나다 담벼락을 따라 자란 교목들이 경악할 만한 상태로 전정된 걸 보면, 그 시절 짧은 스포츠머리로 제한되었던 두발 규정이 떠오른다. 이건 프루닝(pruning)이 아니라 트리밍(trimming)이다! 지금은 머리 길이에 신경 쓴다. 여름에는 더워서 짧게 자르고, 어떤 시기에는 손질이 번거로워 파마를 유지한다. 하지만 짧은 머리에서 다시 길러 가는 과정, 혹은 파마가 풀려 가는 그 중간의 상태는 늘 어정쩡하다. 정돈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자연스럽지도 않은 그 시기는 흔히 ‘관리의 공백’처럼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거울 속 모습에서 낯설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관리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솔직하고 의도되지 않았기에 드러나는 본연의 상태랄까.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란 말에 체념할 법도 하지만 자기만족과 기분 전환을 이유로 그 시기를 견디며 계속 때를 기다린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 어정쩡함 속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경험하거나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환경과조경 457호(2026년 5월호) 수록본 일부
최윤석은 경희대학교에서 환경조경디자인을 전공했다. 선진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조경레저부에서 실무를 익히고, 2008년 그람디자인을 설립했다. 아이디어와 디자인에서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명쾌함을 추구한다. 2011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정원사친구들은 정원 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작업을 통해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장소만들기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조경 설계도 하고 정원 관련 시공 일도 하며 정원 문화에 관심이 많다. 어떤 장소나 소재의 가치를 발견해 돋보이게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