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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환경과조경

월간 환경과조경
[스러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설계된 질서 위에 우연히 내려앉은 생명
  • 환경과조경 202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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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하게 구분되던 영역이 겹치고 스며드는 하나의 풍경으로 읽히기 시작했다. 2024년 9월 30일.

 

 

처음 ‘인포멀가든’을 설계할 때, 보행로와 식재 영역이 분명하게 나뉘어 있었다. 건물의 긴 입면을 따라 놓인 단정한 길과, 그 곁을 따라 흐르듯 이어지는 식재. 질서와 흐름 사이의 균형을 의도한 배치였다. 완공 직후의 풍경은 그 의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식물은 계획된 자리에 머물렀고, 공간은 또렷한 경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때의 풍경은 우리가 그린 선이 비교적 정확하게 구현된 상태에 가까웠다. 의도는 비교적 선명하게 읽혔고, 공간은 설계자의 언어로 설명 가능한 상태였다.

 

시간이 지나며 그 선 위로 작은 균열이 생겼다. 어디선가 날아온 씨앗들이 자리를 잡았고 계획되지 않은 자리에서 자라기 시작했다. 그 식물은 부들레야였다. 처음에는 그것이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요소일지 고민했다. 설계된 구성을 흐리는 우연으로 보였고, 제거하는 것이 맞는 선택이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손을 대기보다 변화를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그 작은 유예의 시간이 결과적으로는 공간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환경과조경 457(2026년 5월호수록본 일


오현주는 2016년 이범수와 함께 조경 스튜디오 안마당더랩을 설립했다. 개인의 성장과 내면의 변화를 중요하게 여기며, 주도적 삶을 살기 위해 도전과 실패를 주저하지 않는다. 삶 속 서사와 감정을 사랑하고, 이를 공간 속에 섬세하게 녹여내고자 한다. 머무는 사람의 시선과 움직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전해지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늘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