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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환경과조경

월간 환경과조경
[슬기로운 공원 생활] 뚝섬 1936‧2026년 봄
  • 환경과조경 202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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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식당의 탁 트인 창밖으로 강 건너편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김정은

 

 

1930년대 뚝섬유원지

1936년 봄을 경성에서 지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각주 1) “산으로 물로 꽃구경, 술타령을 떠나는 사람의 홍수를 벗어나 푸른 잔디, 맑은 하늘을 둘이만 즐길 곳을 찾는다면, 전차를 타시오. 동대문에서 내리거든 남쪽에 솟아 있는 2층 양관으로 들어가시오. 이곳이 뚝섬 가는 궤도차의 정거장인데, 10전을 내고 30분에 한 번씩 떠나는 이 차를 타면 25분 만에 뚝섬유원지에 도착합니다. 뚝섬유원지에서 모래밭을 걷다 보면 기름 같이 흐르는 한강, 꽃잎 대신 흰 돛이 손짓을 하고, 버들가지가 인사를 드리고, 봄바람이 웃음을 치오리다.”(각주 2)

 

위 인용문은 극작가 이서구가 1936년 잡지 『삼천리』에 기고한 “애인 다리고 갈 사랑의 ‘하이킹 코-스’”에서 뚝섬유원지 관련 대목을 추려 현대어로 재구성한 것이다. 동대문 밖, 한강과 중랑천 사이에 자리한 뚝섬 일대는 조선 시대 국마를 기르던 목장과 내농포가 있던 교외 지역이었다. 일제 식민지기, 조선총독부는 잦은 범람을 막기 위해 제방을 쌓아 농지를 조성했고, 그 유실을 방지하고자 강변에 포플러나무를 심었다. 경성 시민들에게 이곳이 행락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 중반, 동대문에서 왕십리를 거쳐 뚝섬까지 연결되는 경성궤도주식회사의 교외 철도가 개통되고 유원지가 조성되면서부터다. 당시 신문은 경성을 “살풍경한 도회의 더위”와 “매연에 찌든 소음의 거리”로 묘사하곤 했다. 그런 도시의 삭막함과 대비되는 뚝섬의 전원적 풍경은 매력적인 볼거리로 부각됐다.

 

1938년 봄, 문학가 임화는 화가 구본웅 등과 함께 뚝섬유원지에 취재 여행을 다녀와 「동아일보」에 ‘경궤연선(京軌沿線)’이란 제목의 산문을 기고했다.(각주 3) 그는 이른 봄,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빽빽이 늘어선 사이로 궤도차 선로가 쭉 뻗어 있는 풍경이, 마치 영화에서 본 산림 철도 같았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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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역 앞 광장. 2026년 4월 Ⓒ최순영

 

 

 

* 환경과조경458(2026년 6월호)수록본 일

 

 

**각주 정리

1. 이 글의 제목과 첫 문장은 김승옥의 단편 소설 『서울 1964년 겨울』(1965)의 제목과 첫 문장을 변용한 것이다.

2. 이서구, “애인 다리고 갈 사랑의 ‘하이킹 코-스’”, 『삼천리』, 1936년 6월호.

3. 임화 글·구본웅 그림, “경궤연선(京軌沿線) 下”, 「동아일보」 1938년 4월 17일.


김정은은 성균관대학교에서 건축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2017년 ‘유원지의 수용과 공간문화적 변화 과정: 창경원, 월미도, 뚝섬을 중심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역서로 『정원을 말하다: 인간의 조건에 대한 탐구』, 공저로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이 있다. 『건축인(POAR)』, 『SPACE(공간)』, 『건축리포트 와이드(WIDE AR)』, 『환경과조경(laK)』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SPACE(공간)』의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건축과 도시, 조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금 여기’의 건축 문화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