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도면은 전문가의 영역으로 간주된다. 해석이 필요한 암호 같은 전문 용어가 가득하고, 어떤 틀을 벗어나서는 안되는 불가침의 영역. 하지만 도면은 그리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사를 앞두고 가구를 어떻게 배치할지 상상하며 종이에 끄적인 그림도 일종의 도면이다. 도면 그리는 일은 설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이기도 하다. 선의 두께를 통해 위계를 배우고, 잘 그린 도면을 따라 그리며 구성을 이해하고, 수목과 시설 등 여러 요소를 배치하며 스케일 감각을 익힐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조경 도면에 관한 교육은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원이나 관련 전공을 가르치는 학교에서만 이루어진다. 조경에 관심이 있어 가볍게 도면에 대해 배우고 싶어도, 조경을 전공하거나 비싼 수강료를 내고 자격증 학원에 등록하지 않으면 도면 그리는 법을 익힐 기회가 드물다.
조경 도면 그리는 법을 배우고 싶은 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 김혜주(IL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는 ‘도면 그리는 터’를 열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2025년 10월 ‘도면공방’이 문을 열었다. 조경과 정원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면공방에서 조경 드로잉을 배울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학연, 지연, 혈연, 학력, 나이, 전공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다. 김혜주는 “도면공방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조경을 향한 열망이며, 도면공방은 이들 뒤에서 응원하고 지원을 보내는 퍼실리테이터가 되고자 한다”고 전했다.
* 환경과조경458호(2026년 6월호)수록본 일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