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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환경과조경

월간 환경과조경
삶을 배웅하는 제의의 기록
신재은 개인전 ‘가이아-피식의 서’
  • 환경과조경 202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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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의 사후 경직을 푸는 손 마시지를 연상시키는 영상을 통해 죽음을 배웅하는 손짓을 표현했다. Ⓒ이동웅

 

 

모든 생물은 포식과 피식(被食)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역설적으로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은 뱃속에 미생물이라는 포식자를 품고 산다. ‘먹는 존재’로서 삶을 살아가지만, 사후에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며 ‘먹히는 존재’가 된다. 이처럼 인간도 피식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신재은 작가는 비인간의 소멸과 인간이 가진 피식의 운명에 주목했다. 그동안 퍼포먼스, 조각, 설치 등 다원적 매체를 활용해 가축과 미생물부터 플라스틱, 폐기물까지 폭넓은 물질을 다루며 인간 중심적 ‘자연’의 경계를 해체해 왔다. 2018년부터 가이아 시리즈를 통해 돼지, 닭, 유충 등 타자의 죽음을 통해 순환의 구조와 인간 중심적 위계 안에서 발생하는 폭력성을 다뤘다. 최근에는 장례지도사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소멸에 대해 탐구하며 피식의 운명을 조명했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2026 신진미술인 지원 프로그램’(각주 1)에 선정된 전시로 전시장 ‘hall 1’에서 6월 15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됐다. 전시는 가이아 시리즈의 최종장으로 죽음, 소멸, 순환의 감각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며 피식의 운명을 담아냈다. 복합 설치, 퍼포먼스 등을 통해 인간 역시 자연의 순환 속에서 끊임없이 먹히고 분해되는 피식의 운명을 지닌 필멸의 존재임을 상기시키며, 관람객을 순환의 법칙을 목격하는 관찰자이자 출연자로 초대했다. 나아가 미생물과 인간, 삶과 죽음이 통합된 순환의 리듬을 담았다.

 

 

* 환경과조경458(2026년 6월호)수록본 일

 

**각주 정리

1. 서울시립미술관은 역량 있는 신진 미술인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08년부터 전시 지원금, 멘토링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선정된 작가는 전시 공간을 직접 선정해서 전시를 운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