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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덤 광장 Freedom Square
    프리덤 광장 리뉴얼 설계공모 2016년 파네베지스(Panevėžys) 시의회는 도심의 핵심 광장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목표는 시민들이 야외 활동에 참여하도록 장려하는 열린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기존 광장의 여건은 21세기 유럽 도시의 역동적 비전을 수행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었다. 발티카(Baltica) 철도로의 접근성이 높은 광장은 풍부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강력한 지역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지닌 곳이었다. 시의회는 파네베지스 프리덤 광장 리뉴얼 설계공모를준비하며 연구와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의 3분의 2가량은 광장을 그냥 지나쳐가거나 3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만 머무르다 떠난다고 답했다. 시민들은 광장의 중심에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광장 주변의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가는 것을 더 선호했다. 많은 응답자가 기존 광장도 만족스럽지만 몇몇 종류의 인프라를 개선하면 훨씬 더 좋은 광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계 목표 연구와 조사 결과를 통해 설계 목표를 도출했다. 광장의 형태를 과도하게 변화시키지 않는 섬세한 재설계를 통해 넓은 공공 공간, 오래된 나무들, 기능적인 보행자 동선 등 장점과 잠재력을 극대화해 주민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작은 섬 역사가 깊고 기능에 충실한 광장의 형태를 변경하지않고 현대적이고 발랄한 디자인, 조명, 천연 소재를 통해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기존 광장은 주변부에 상업 기능이 밀집되어 있었고, 중심부는 이벤트 공간, 도시공원 구역, 공공 주차장―현재는 시의회 행사 장소로 사용 중―으로 나뉘었다. 그중 넓은 중심부를 작은 섬으로 분할하고, 섬마다 각기 다른 구체적인 기능을 부여해 공간을 활성화하고자 했다. 어린이 놀이터, 차분한 분위기에서 휴식할 수 있는 식물 섬, 섬과 섬 사이에 마련한 개인적인 공간이 그 예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글 501 architects Lead Architect 501 architects(Martynas Norvila, KęstutisKasperavičius, Mindaugas Karanevskis, Laura Gaižutytė, Austėja Balčiūnaitė) Project Management Mutuus Landscape Design Consultant AOE Lozuraitis Lighting Design Consultant Korgas Civil Engineering Via Projecta Structural Engineering Projektuok.lt Manufacturer iGuzzini Location Panevėžys, Lithuania Area 8ha Completion 2021 Photograph Norbert Tukaj 501 아키텍츠(501 architects)는 맥락에 입각한 설계를 하는 도시계획가와 건축가로 구성된 그룹이다. 파네베지스 프리덤 광장 리뉴얼 설계공모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공공 공간 설계에 적극 참여하며 조경, 주거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엔지니어링과 시공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
    • 501 architects
  • 나투르크라프트 Naturkraft
    새로운 자연을 담은 감각적 멀티버스 덴마크 서해안에 위치한 작은 도시 링쾨빙(Ringkøbing)에들어선 나투르크라프트(Naturkraft)는 새로운 형식의 탐험관이자 자연 체험 공간이다. 50에이커 규모의 새로운 자연과 건물에서 사람들은 자연이 지닌 물리적이고 미학적인 힘을 경험하고, 미래 지속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를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지 살필 수 있다. 핵심 공간은 새로운 자연이다. 이곳에서 신체 놀이, 학습 활동,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직관적으로 이해시키는 공간을 통해 자연의 힘을 깨달을 수 있다. 지역 고유의 지질 다양성, 자연, 문화사에 대한 종합적 연구를 바탕으로 서부 유틀란트(Jutland)의 기존 자연 경관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지르는 17km 길이의 ‘단면’을 조성했다. 이 단면을 토대로 사구, 황야, 습지, 탄소 숲 등 여덟 가지의 자연 유형을 인간이 만든 새로운 형태의 생태계와 결합했다. 그 결과 다양한 유형의 자연이 집약적이고 초감각적으로 병치되는 풍경이 완성됐다. 이는 자연이 우리 생활과 사회의 근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연 기반 도시와 미래 사회를 위한 모델 생명과 삶의 기반으로서의 자연은 나투르크라프트를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한 기본 원리다. 자연의 물리적 현상과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정서적, 인지적 가치에 초점을 맞춰 설계를 진행했다. 인간이 경험하고 사용하며 느끼는 가시적인 자연의 힘뿐 아니라 자연의 미학적 가치를 자연현상을 통해 일깨워주고자 했다. 궁극적으로는 자연적인 과정을 활용하는 것이 미래 도시와 지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줌으로써,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배우고 함께 살아가야 함을 깨닫기를 바랐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글 SLA Lead Landscape Architect(New Nature) SLA Architect(Building, Arena and Experiences) Thøgersen&Stouby Architect Hune & Elkjær Engineers NIRAS, Fuldendt Contractor Hansen & Larsen Client Naturkraft Foundation Supported Financially by A.P. Møller Foundation, Ringkøbing-Skjern Municipality, Realdania, Augustinus Foundation, Vestas, Villum Foundation, Færch Foundation, Tryg Foundation, Velux Foundation, ErhvervsVækst Ringkøbing, Beckett-Foundation, Krogager Foundation, Hedeselskabet. Location Ringkøbing, Denmark Area Site: 50ac Nature Area: 5ac Completion 2020. 6. Photograph Naturkraft, SLA, Thøgersen&Stouby, Torben Petersen SLA는 자연을 기반으로 한 조경, 지속가능한 도시 디자인, 도시계획을 진행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설립되어 지난 30년간 여러 공공 공간과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 공원과 광장에서부터 도시 전역에 걸친 마스터플랜, 국가 단위의 생물다양성 전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다룬다. 현재 유럽, 북미, 아시아, 중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SLA
  • 힐스테이트 과천중앙 HILLSTATE Gwacheon Jungang
    힐스테이트 과천중앙은 과천시 중앙동 38번지 일대에 있으며, 과천 시청·경찰서·정부청사, 정부과천청사역과 인접한다. 도심 속에 위치하면서 관악산과 매봉산의 자연을 바라볼 수 있다는 특징에 착안해 도심의 화려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아내는 야외 미술관 개념으로 접근했다. 갤러리 스퀘어 주출입구에 위치한 갤러리 스퀘어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미술 장식품이 있는 야외 미술관 개념으로 설계한 공간이다. 은행나무가 있는 관문로와 연결되는 열린 공간으로 보행자가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동선을 유도했다. 중심부에는 특색 있는 경관을 조성하고자 조형 소나무와 미술 장식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목을 식재해 아름다움을 더했다. 청량감을 줄 수 있는 수공간을 배치하고, 조형미를 느낄 수 있는 퍼걸러와 통석 벤치를 두어 편안한 휴식과 볼거리가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피크닉 가든 피크닉 가든은 풍성한 녹음 아래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야외 휴게 공간으로 중국단풍이 가로수인 교동길과 이어진다. 상록수인 소나무 위주로 식재해 낙엽수 중심이었던 기존 녹지 공간과 대비되는 늘 푸르른 공간으로 계획했다. 노란 색감의 부정형 판석으로 포장한 산책로는 자연스러우면서 온화한 느낌을 선사한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미술 장식품과 야외 테이블을 만날 수 있고, 아기자기한 데크 공간을 나무와 꽃 사이에 배치해 일상에서의 여유로움과 머무는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글 한규식 씨엔케이 설계팀 소장 조경 설계 씨엔케이 건설 현대건설 시공 조경사엔앤씨 위치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38번지 대지 면적 9,480.18m2 조경 면적 1,537.72m2 완공 2022. 11. 사진 현대건설 씨엔케이(CnK)는 2003년 설립된 조경설계사무소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가치를 추구하며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젊은 시각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 공원, 공동 주택, 공공시설, 쇼핑몰, 테마 거리, 정원 등 조경과 환경 디자인이 필요한 분야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 씨엔케이
  • 언더라인 The Underline
    브릭켈 백야드(Brickell Backyard)는 마이애미에서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한 고가 철로 하부 공간을 활용한 선형 공원이다. 언더라인(The Underline)의 첫 번째 설계 구간인 브릭켈 백야드는 자생 식물 정원, 보행자 및 자전거도로, 공공 예술 공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앞으로 언더라인이 어떤 분위기의 공간으로 변해갈지 예고한다. 지역 사회의 참여 초기 프레임워크 계획의 일환으로,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와 언더라인 친구들(Friends of The Underline)은 마이애미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프로젝트 목표를 도출했다. 토론, 커뮤니티 게시판, 설문조사, 지도 그리기 등을 통해 언더라인의 테마, 용도, 비전을 모색했다. 일관성이 있으면서도 역동적 경험을 제공하는 특징적인 구역을 만들어 지역 사회의 필요에 부응하고자 했다. 이 같은 참여 과정을 거쳐 리버(River) 방, 체육 공간, 산책로, 오얼라이트(Oolite) 방 등 일련의 ‘방’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휴식, 커뮤니티, 피트니스, 공연, 예술, 통근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고자 했다. 브릭켈 백야드의 방 모두를 위한 포용적인 공공 공간으로 설계된 언더라인은 휴식과 레크리에이션 사이의 균형을 꾀하며,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활기찬 공간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구분된다. 버스 및 트롤리(Trolley) 정류장과 통근자를 위한 자전거 주차장이 있는 산책로는 커뮤니티 중심 장소로 설계됐다. 무대, 광장, 운동 기구를 갖추고 있으며, 언더라인 친구들이 주최하는 요가 수업, 뮤지컬, 댄스 공연, 가족 참여 프로그램 등 문화 행사가 펼쳐진다. 산책로 북쪽에는 야외 피트니스 수업과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체육 공간이 있다. 농구장이나 축구장이 아닌 다기능 운동 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도록 했다. 언더라인 친구들은 이 공간에서 일 년 내내 건강과 웰빙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북쪽에 자리한 리버 방은 마이애미 강을 조망하고 오얼라이트 산호석에 앉아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역 주민과 애완동물을 위한 장소다. 오얼라이트 방에는 정원이 줄지어 있고 기존 오얼라이트 지형 내부에 보행 및 자전거도로를 만들었다. 토양과 기후에 부합하는 식재 전략을 세웠다. 가뭄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고 나비에게 서식지를 제공할 수 있는 플로리다 남부 지방의 토종 및 자생 식물 식재에 초점을 두었다. 플로리다 소철, 플로리다 블러드베리 등 브릭켈 백야드에 식재된 식물들의 번성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남부 플로리다 고유종인 아탈라(Atala) 나비를 비롯한 다양한 나비들이 목격되고 있다. 마이애미의 열대 기후에 맞춰 세부 요소를 세심하게 설계했다. 모든 하드스케이프(hardscape)에 밝은 색상의 자재를 사용했는데, 특히 자전거도로를 포장한 아스팔트를 밝은 색상의 마감재로 코팅해 열 흡수를 감소시켰다. 큰 규모의 식재 공간과 고가 철로로 만들어진 그늘 덕에 더운 날에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효과적인 우수 관리를 위해 지표수가 식재 구역으로 흐를 수 있도록 정밀하게 지형의 높낮이를 조절했다. 안전하고 복합적인 통로 조성 대상지는 미국 전역에서 자전거 타기와 걸어 다니기에 위험한 지역 중 하나인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Miami-Dade County)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신호등, 횡단보도가 갖춰진 안전한 교차로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용 통로를 마련하고 다양한 이동 속도에 대응할 수 있는 계획 수립을 병행해야 한다. 별도의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도로를 갖춰야 하는 만큼 다양한 교통수단 간의충돌이 최소화되도록 설계했다. 철로 기둥 사이에 자전거도로를 배치해 공원에 있는 버스 및 트롤리 정류장과 자전거가 부딪히지 않도록 했다. 통로의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시야를 확보하고 교차로와 수직으로 만나도록 했다. 언더라인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교통 시스템과 연결되는 보행자 및 자전거도로를 통해 마이애미 도심지와 인접 지역을 연결한다. 항상 자동차 중심이었던 도시에서 이런 변화는 새로운 전환을 의미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선도적 사례인 이 프로젝트는 마이애미 전역으로 이동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네트워크를 확산시킬 기반이 되었다. 영향 2021년 2월에 개장한 언더라인은 대체 교통수단과 지역의 주요 시민 활동의 중추로 자리 잡았다.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를 육성하고 연결성을 향상시켜 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북돋는 공간으로 발전했다. 2021년에는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언더라인을 방문했고, 50건 이상의 무료 행사가 진행됐다. 적극적인 자원 봉사와 홍보 프로그램으로 지역 사회의 지원을 받은 언더라인은 번영과 확장을 꾀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은 마이애미 시내 여러 지역에 공공 보건, 레크리에이션, 도시 숲 조성 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번역 안호균 진행 이수민 디자인 팽선민 글 JCFO Project Lead, Landscape Architecture, Urban Design, MasterPlanning JCFO Civil & Traffic Engineering Kimley-Horn Lighting Design HLB Lighting Identity & Wayfinding Order Horticultural Soils James Urban Structural Engineering Optimus Structural Design, LLC Electrical Engineering H. Vidal & Associates Cost Estimating CMS, Inc. Horticultural Advisor Fairchild Tropical Botanic Garden Miami-Dade County Contractor Central Pedrail Location Miami, Florida, United States Area 16.9km Completion 2021 Photograph JCFO, Robin Hill, S am O berter, G esi S chilling for MONOCLE, Miami-Dade County, Here And Now Agency, Friends of The Underline, the Miami Heat, Miami-Dade County JCFO(James Corner Field Operations)는 뉴욕에 기반을 둔 도시 및 조경 설계 전문 디자인 오피스다. 대규모 도시설계나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프로젝트부터 작지만 섬세한 디테일을 요구하는 디자인까지 다양한 규모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모든 프로젝트에 있어서 사람과 자연의 생태를 연구하고, 생기 넘치고 역동적인 공공 영역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급속한 도시화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자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 JCFO
  • 원 그린 마일 One Green Mile
    MVRDV는 스튜디오POD의 건축가들과 협업해 세나파티 바팟 마르흐(Senapati Bapat Marg) 고가도로 아래 버려진 공간을 새롭게 변모시켜 원 그린 마일(One Green Mile)을 완성했다. 콘크리트 기반 시설을 지역 사회를 위한 공공 공간으로 변화시키고자 편의 시설과 녹지 공간을 추가하고 접근성을 개선했으며 지역 사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이미지를 창출해냈다. 원 그린 마일은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을 위한 접근 방식과 고밀도의 대도시 내 활용도가 낮은 공공 공간을 이용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고가도로의 변신 세나파티 바팟 마르흐 고가도로는 뭄바이 중심부를 관통하는 주요 도로다. 길이가 11km에 달하는 이 도로는 상당한 소음과 공해를 유발하고 인접 지역 간의 교류를 방해하는 장벽이다. 뉴클리어스 오피스 파크(Nucleus Office Parks)는 세나파티 바팟 마르흐를 따라 흐르는 1.8km의 거리 경관과 교통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했다. 대상지인 뭄바이에 기반을 둔 스튜디오POD가 도시 설계와 마스터플랜을 맡았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파럴 바우흐(Parel Baug) 고가도로 아래 200m의 공간이다. 스튜디오POD는 이곳의 부족한 녹지와 체육 공간 문제를 해결하고, 고가도로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 MVRDV에게 협업을 요청했다. 스튜디오POD는 초기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이후 MVRDV는 구불구불한 파란색 줄무늬를 이용해 공간 내 모든 요소를 활용하면서 이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설계안을 완성했다. 이로써 즐거우면서도 포괄적인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원 그린 마일의 기본 개념을 정립했다. *환경과조경417호(2023년 1월호)수록본 일부 글 MVRDV Architect MVRDV Founding Partner in Charge Jacob van Rijs Partner Stefan de Koning Design Team Ronald Hoogeveen, Valentina Chiappa Nuñez, JoseManuel Garcia Garcia, Prajakta Gawde Strategy and Development Sruti Thakrar Copyright MVRDV (Winy Maas, Jacob van Rijs, Nathalie de Vries) Partners Masterplan & Urban Design: StudioPOD Co-architect: StudioPOD Lighting Design: Lighting Concepts Public Art: St+Art Landscape Design: Enviroscape, AMS consultants MEP: Arkk Consulting Client Nucleus Office Park Location Mumbai, India Area 1.8km Completion 2022 Photograph Suleiman Merchant MVRDV는 1993년 비니 마스(Winy Maas), 야코프 판레이스(Jacob vanRijs), 나탈리 더프리스(Nathalie de Vries)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설립한회사다. 전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작업을 통해 도시, 건축, 인테리어, 조경관련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로테르담, 파리, 상하이에 지사를두고 이해관계자, 다양한 전문가와 함께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협업을 주로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2000년 하노버 엑스포의 네덜란드 기념관, 암스테르담의 플래그십 매장 크리스탈 하우스와 로이드 호텔, 상하이의 홍차오 오피스 캠퍼스, 로테르담의 디든 빌리지(Didden Village) 옥상 증축, 스페이케니서(Spijkenisse)의 북마운틴 공공 도서관, 서울 강남구의 청하빌딩 등이 있다.
    • MVRDV
  • 한강변 보행네트워크 Pedestrian Network along Han River Waterfront
    한강코드의 탄생 ‘한강변 보행네트워크’는 거창한 이름처럼 한강변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한강의 수변 접근성이 자주 문제로 거론되지만, 이미 현실이 허락하는 선에서 도시와 기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여의나루에서 동작역까지의 네트워크를 재정비하려 했을까. 이 구간은 세 가지 특성에서 다른 한강변과 구별된다. 우선, 여의도 구간을 제외하곤 한강공원으로 이용되는 강변 둔치의 면적이 거의 없이 도시와 급격한 경계를 형성한다. 그렇기에 제방은 옹벽으로 처리한 경우가 많다. 옹벽과 그 하부에 위치한 광역상하수도관 상부면을 이용해 설치한 좁고 긴 광역 자전거도로가 이동 체계의 중심이다. 또한 올림픽대로의 교량화 구간인 노량대교가 전 구간의 40%가량(한강철교~반포천 합류부)의 하늘을 가리고 있다. 자전거에 치여 설 자리가 비좁은 보행자는 하늘도 한강도 바라보기 어려운 고립되고 어두운 환경을 걸어야 한다. 도시 지역과 한강변을 연결하는 나들목의 출연 빈도도 다른 한강공원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여러 오픈스페이스와 관계를 맺을 주요한 연결점에 위치하고 있어 네트워크에서 전략적 축을 이룬다. 유난히 추웠던 2019년 11월, 일정 중복으로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국회대로 상부 공원 설계공모’를 떠나보내고 며칠 뒤 ‘한강변 보행네트워크 설계공모’에 접수 등록을 했다. 랩디에이치 팀원 5명은 우리 스튜디오 나름의 문화인 ‘사이트 디자인 데이’를 진행했다. 대상지 답사 직후 남아 있는 현장감을 살려 인근 카페에서 가벼운 구상안 샤레트를 하는 참여적 설계공모 문화다. 여의나루역에서 동작역까지 긴 답사를 마치고 다시 흑석역으로 돌아와 원불교 1층 카페에서 몸을 녹이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구상안은 거의 그리지 못했다. 길이가 길고 구간마다 특수성이 다양한 답사 내용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며칠이 지나 팀원들은 자신이 맡은 구간에 대한 구상에 살을 더하며 정리하기 시작했고, 계획안에서 공통의 자취가 읽히기 시작했다. 그 자취의 집합은 모든 팀원의 지향점과 이용자들을 이끌고자 하는 방향성이 동시에 읽히는 어떤 패턴이었다. 한강을 향해 숨통을 여는 방향의 선형이 있었고, 선형들의 집합은 저마다 다른 율동감을 보이며 보행로를 따르고 있었다. 현재의 보행로와 자전거도로에 선의 집합이 더해지며 만들어지는 의미가 생각보다 컸다. 우리는 이를 ‘한강코드’라 이름 지어 제출하고 당선됐다. 우리가 한강변을 따라 찍는 한강코드들은 수변 길의 속도와 경험의 방향을 유도하고, 새로운 쉼터의 영역으로 그 자취를 확장하게 만드는 조작을 가능하게 하며, 해당 구간의 정체성을 새겨주는 지문이다. 이를 통해 세 가지를 성취하고자 했다. 가장 큰 목표는 보행자의 안전 확보였다. 좁은 보행로에서 자전거는 생각보다 위협적인 존재다. 보행로와 자전거도로의 적절한 분리를 유도해 보행자의 안전을 제고하려 했다. 안전한 보행로가 없는 구간에는 공중에 뜬 보행데크나 보행소육교를 제안했다. 다음 목표는 풍성한 보행 경험의 제공이었다. 한강 지천과 만나고 여러 교량 시설물이 혼재한 구간에서 영화 ‘괴물’의 한 장면 같이 예상하지 못한 경관 경험을 선사하는, 머물 만한 지점들을 찾을 수 있었다. 반면 긴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쉼터가 없어 오랫동안 단조로운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 하는 구간도 있었다. 특색 있는 경관 포인트에 전망휴게쉼터를 제안하고, 매력적인 길을 따라 걷는 경험을 선사할 벚꽃둔덕길, 억새띠녹지길 등 주제가 있는 길을 고안했다. 마지막 목표는 한강의 환경적 가치를 고취할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실현하지 못했지만, 이 목표는 보행로와 노량대교와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특수한 조건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구교와 신교 사이 1m 정도의 틈에 놓인 철재 덮개를 걷어내 선형 스카이라이트를 설치함으로써 하부의 미기후를 건강하게 바꾸고, 그 아래에 레인가든을 두어 한강으로 방류되던 우수의 표면 유출수 일부를 여과하고 땅에 침투시키고자 했다. 눈에 드러나는 시설물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태도였다.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은 연결거점이라 이름붙인 보행 거점이자 쉼터다. 설계공모 지침에 9개의 연결거점 중 1~2개소를 제외하고는 다른 설계사무소와 협업해 만들어 통일성과 장소적 개성을 동시에 성취해야 한다고 지시되어 있었다. 연결거점이라는 생소한 개념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이 작업의 시작이자 첫 번째 난관이었다. 마스터플래너와 협의를 거쳐 도출한 개념은 ‘쉴 만한 영역을 땅에 각인하기’였다. 언젠가는 낡을 오브제 같은 시설물을 설치하는 일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한강변 공공 공간이 가져야 할 일종의 덕목 같은 기본 태도를 규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7개 협력 팀은 지면의 형상에 집중한 땅의 설계와 이를 뒷받침하는 물성의 정의를 통해 다른 보행로와 구분되는 영역성을 만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마치 짜놓은 것처럼 9개소의 주 재료와 마감이 달랐다는 점이다. 잔디 블록, PC 콘크리트 블록, 골재 노출콘크리트, 목재 루버링, 조형 PC 블록, 테라조 콘크리트, 벽돌, 자연석, FRP 패널 등 외부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물성의 재료가 다양하게 적용됐다. 우리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거나 인근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해 대상지에 대한 이해가 깊은 팀을 초대해 7개 협업 팀을 구성했다. 성공적인 협업으로 각자의 개성이 살아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글 최영준 한강코드의 상세 5.6km의 선형 대상지는 조사·설계 과정에서도 중간에 한 번은 쉬어야 할 긴 연장이었다. 따라서 유사한 조건의 세부 구간으로 면밀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했다. 전체 구간은 한강공원 연접부(여의도공원 P1), 노량대교 하부 및 전후 구간(P3/P4/P5), 지천 합류부(샛강 P2, 반포천 P6)로 나눌 수 있다. 한강공원 내 성격, 인접 도심지의 특징, 노량대교 및 한강다리와의 관계 등에 따라 마스터플랜 단계에서 6개 구간으로 나누고, 내부적으로 한 번 더 구분해 12개 구간으로 작업했다. P1 구간은 여의도 한강공원의 중앙부에서 동쪽 끝까지의 영역이다. 이미 시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고 자전거도로와 멀찍이 분리되어 있지만, 많은 인파가 몰리는 주말에는 보행자뿐 아니라 퍼스널 모빌리티와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로 보행로가 혼잡해지고 충돌 위험도 커진다. 폭원이 넉넉한 공원 내 보행로이기에 띠 녹지를 2/3 지점에 불연속적으로 놓아 빠른 길과 느린 길로 구분하고, 녹지 영역 안쪽에는 더 느린 걸음의 호젓한 산책로를 두었다. 길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던 휴게 시설과 대피 시설을 활용한 휴게 시설을 제안함으로써 보행자 통행량의 분산과 머무르는 시민의 영역 분산을 꾀했다. P2 구간은 63빌딩 앞 문화마당과 샛강의 합류부다. 여의도 한강공원의 주변부에 방치된 공간이 있어 공간적 여유가 있었다. 문화마당 앞길은 자전거도로와 분리된 보행자만을 위한 길이었는데, 너비가 8m로 매우 넓고 문화마당을 둘러싼 유려한 지형의 후면이 안정감을 형성해주는 데다 길 양편에 벚나무가 심겨 있었다. 이 길의 중앙에 벚나무를 심은 20개의 연속된 둔덕을 계획했다. 둔덕의 안쪽은 여의도를 상징하는 3열의 벚나무 아래에서 율동감 있는 지형을 느끼는 ‘벚꽃둔덕길’이 된다. P3 구간은 노들섬과 한강철교가 중앙에 있어 보행 환경이 가장 좁고 열악한 곳이다. 보행로 폭원을 확대하고 넉넉한 휴게 공간을 한강철교 양편에 하나씩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올림픽대로를 받친 제방의 사면 하단에 개비온 옹벽을 쌓아 제방을 육지로 밀어 넣음으로써 여유 공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해 보행자와 자전거도로를 분리하고 경관을 개선하는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결과적으로 쉼터 2개소만 실현됐다. 바지선을 한강에 띄워 어렵게 제방에 기초를 설치한 전망휴게쉼터 2개소를 만들었다. 자전거 거치대와 바 테이블 역할을 하는 안전 난간의 다기능 디자인에 초점을 두었고,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모두 강의 시원한 경관과 질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환경과조경416호(2022년 12월호)수록본 일부 글 최영준 Lab D+H 디렉터,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조성희 조경Onn 실장 이정빈 HLD 팀장 권순엽 SOAP 소장 이남진 VIRON 소장 강한솔 ALIVEUS 소장 이치훈 SoA 소장 김지환 LADIO 소장 조경 설계 랩디에이치 조경설계사무소(Lab D+H seoul, 디자인팀: 최영준, 심보원, 최병길, 조애려, 조재연, 조상은, 강재우, 서규원) 협력 조경Onn(조경설계사무소 온), HLD(에이치엘디자인), SOAP(에스오에이피 건축사사무소), VIRON(조경기술사사무소 바이런), ALIVEUS(얼라이브어스), SoA(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LADIO(조경작업장 라디오) 구조 설계 BASE구조(베이스구조기술사사무소) 경관 조명 설계 및 전기 시공 경관 조명 설계: SAAD(라이팅스튜디오 사드) 경관 조명 및 전기 시공: 루미터치 시공 에이스종합건설 발주 서울특별시 도시공간개선단 위치 서울시 한강변(여의나루역~동작역) 길이 약 5.6km 설계 2019. 12. ~ 2020. 10. 공사 2020. 12. ~ 2021. 12. 완공 2021. 12. 사진 김지환, 김진환, 유청오, 최영준 랩디에이치(Lab D+H) 조경설계사무소는 설계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확산하고자 하는 조경 중심의 디자인 그룹이다. 한국, 미국, 중국 등의 문화를 기반으로 정원부터 마스터플랜까지 다채로운 성격과 규모의 프로젝트를 다룬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되어 현재 한국의 서울, 중국의 상하이에 오피스를 두고 있다.
    • Lab D+H
  • 가야 롯데캐슬 골드아너 Gaya Lotte Castle Gold Honor
    가야 롯데캐슬 골드아너는 부산광역시 가야동 186 일대에서 진행된 재개발 사업으로 조성되었으며, 동의대역과 바로 인접한 단지다. 가야동은 엄광산(504m)과 수정산(315m), 팔금산(236m)의 산지 지형의 높낮이에 따라 도시화가 진행된 동네이며, 단지 내부에 약 10m의 고저차가 있다. 단차가 있는 단지의 외부 조경 공간을 레벨별로 나눠 구성해야 했다. 테라스 경관을 중심으로 공간을 나누며, 테라스에서 경치를 즐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먼 테라스 가든으로 조성하는 것이 설계의 목표였다. 공간 내부의 각 가든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갤러리로드와 외곽 순환 산책로에는 초봄부터 겨울까지 절기마다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일곱 색상의 식재를 배식해 다채로운 경관을 선사하고자 했다. 워터밸리플라자 중앙 공간인 워터밸리플라자는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부대시설 전면에 위치한 공간이다. 선형의 녹지에 위치한 대규모 석경관은 부대시설 내부 혹은 외부, 석가산 인근에 조성된 휴게 공간 등 다방면에서 초점 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깎아지른 절벽에서 흘러내리는 폭포를 연상시키는 세 개의 석가산의 높이를 서로 다르게 구성했으며, 바위틈 사이로 소나무를 식재해 생동감을 더했다. 서로 다른 레벨의 조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이용자에게 색다른 경관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고, 석가산 폭포 특유의 청량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든갤러리 가든 아름드리 팽나무 하부에 조성한 산책로의 디딤돌을 따라 들어서면 그라스 초화와 작은 관목들 사이에 고즈넉한 분위기의 휴게 공간이 나타난다. 갤러리의 작품을 감상하듯 자연의 배경을 구경하며 삼삼오오 모여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공간을 분리했고, 정적인 휴식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구성했다. *환경과조경416호(2022년 12월호)수록본 일부 글 노용연 우리엔디자인펌 설계팀장 사진 유청오 조경 기본설계 우리엔디자인펌 조경 특화설계 우리엔디자인펌 건축 설계 신도시건축사사무소 시공 롯데건설 조경 시공 다원녹화건설 놀이 시설 드림월드, 원앤티에스 휴게 시설 스페이스톡 위치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가야동 186 면적 대지면적: 32,201.90m2 녹지면적: 12,517.28m2 준공 2022. 9. 우리엔디자인펌의 ‘우리엔’은 우리(Uri)와 환경(Environment)의 약자로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환경을 지향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우리엔이 꿈꾸는 세상은 삶이 빚어내는 정겨운 이야기를 담은 따스한 소통의 장이다. 자연 속에서 호흡하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소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한다. 나아가 무절제한 훼손으로부터 되살아나는 자연, 그 네트워크 속에서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꿈꾼다.
    • 우리엔디자인펌
  • mrnw 미래농원
    교외의 농원 그렇게 높지 않고 적당히 안쪽이 들여다보이는, 꽃나무가 새겨진 하얀색 철제 대문이 한눈에 들어왔다. 문주에는 ‘미래농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요즘에도 이런 대문을 만들까. 녹이 약간 슬었지만 여전히 우아한 아치형태를 가지고 있는 농원의 대문은 정원 안의 높고 굵게 자란 나무들보다 이곳에 새겨진 시간을 더 잘 드러내고 있었다. 이 오래된 대문을 남기고 다시 활용하는 것에서부터 설계가 시작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의 북쪽은 좀 낯설었다. 기차역에서 차로 불과 20분 정도면 다다르는 가까운 거리지만, 시내를 벗어난 느낌은 확연했다. 금호강을 경계로 분위기가 달라진다. 서변동이라고 하면 대체로 대로 서쪽의 복잡한 아파트 단지를 말하므로, 농원이 서변동에 있다고 말하면 택시 기사들이 늘 의아해한다. 동네가 많이 변했다고 한다. 큰 길이 뚫리고 아파트 단지가 잇달아 들어서면서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한다. 객지 사람의 눈으로도 쉽게 감지가 된다. 길들의 방향이 서로 어긋나 있고, 옛 길과 새 길의 위계에 두서가 없었다. 바로 옆으로 간선도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주변은 온통 비닐하우스 단지인데 대체로 화훼류를 생산하는 곳이었다. 새로 뚫린 도로변 농장은 사람 키보다 큰 간판을 내걸었고, 8차선 도로를 내달리는 트럭들의 소음이 끊임없이 들렸다. 소나무 밭 미래농원(mrnw) 부지는 좁고 오래된 옛길과 새로 뚫린 큰 도로 사이에 남겨진 땅이다. 옛길은 낮고 새 길은 높다. 두 개의 필지는 붙어 있고, 나머지 필지는 타인 소유의 토지 너머에 동떨어져 있다. 농장을 관리하기 위한 주택이 한 채, 그 옆으로 창고 같은 슬래브 건물이 또 한 채, 소나무 밭 안에 낡은 헛간이 두 채. 초라한 건물들에 비해 나무들은 달랐다. 앞밭, 뒷밭으로 불리는 소나무 밭의 상태가 깔끔했다. 높이가 대체로 6~7m에 이르는 소나무들이 잘 관리되고 있었다. 많은 땅이 도로 개설 시 편입되었고, 이제 여기 두 곳이 마지막 남은 소나무 밭이라고 들었다. 주택 주변은 정원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키 큰 감나무들이 정원의 시선을 끌고, 아담하고 잘생긴 분재형 소나무들이 집을 장식하고 있었다. 석류나무, 배롱나무, 동백, 모과나무, 단풍나무가 마당을 채우고 있었고, 집 한편에는 무성하게 자란 사철나무가 줄지어 심겨 있었다. 나무를 심은 원칙과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관리 상태는 좋았으므로, 이 나무들을 다시 활용하는 것은 오롯이 조경건축가의 일이 되었다. 정원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반들반들한 강돌로 사방을 쌓아 올린 둥근 모양의 연못이다. 깊이는 그렇게 깊지 않았으나 언제나 물이 마르지 않고 주변 나무 그늘로 인해 어둡고 깊게 보였다. 동떨어진 뒷밭의 나무들은 좀 더 다양했다. 소나무 말고도 제법 오래된 향나무들이 두 줄로 나란히 심겨 있었다. 담장 경계를 따라 둥근 소나무, 입구 쪽의 대형 팽나무, 반대쪽의 큰 배롱나무 외에도 건축주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소소한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복합문화공간과 견고한 경계 건축 설계를 맡은 SoA와는 통의동 브릭웰에 이어 두번째 작업이다. 오래된 농원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건축주의 생각으로, SoA와 함께 우리가 이번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공간의 성격상 건축과 조경이 설계 초기 단계부터 협업하면서 여러 논의가 이뤄졌다. 개발제한구역에 들어서는 건축물에는 많은 제한이 따랐다. 기존 건물 중 어떤 것을 남기고 어떤 것을 철거할지, 규제가 많은 대지에서 허용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일지, 두 개의 위계가 다른 도로 중 어떤 쪽을 입구부로 계획할지, 주변의 어수선한 경관과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 인근 대구 비행장에서 시시때때로 출격하는 전투기의 소음은 또 어떻게 극복할지, 모든 것이 ‘복합문화’를 달성하기에 유리하지 않았다. 기존 대지에 허용되는 건축 면적이 작다는 것은 옥외 공간의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랫동안 농원으로 쓰였고 나무들도 많이 있으니 유리한 점이 많았다. 건물을 하나의 덩어리가 아닌 분절되는 행태로 계획하면 그 사이사이에 자연을 개입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다. 본관이 놓이게 될 대지와 그 옆의 ‘앞밭’을 하나의 영역으로 묶으면, 비좁은 건물에 한정하지 않고 고객들의 활동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이 경우 대지 경계를 따라 어느 정도 높이를 가지는 견고한 담장이 필요한데, 도로의 소음을 차단하고 어수선한 주변 풍경을 제어할 수 있어서 공간을 내밀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었다. 다만 공사비에 부담을 줄 수 있었다. 복합문화공간은 불특정 다수의 고객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식음과 전시를 즐기는 공간이므로 옥외 공간, 즉 정원 공간의 분위기가 중요했다. 비록 비용의 부담이 있더라도 내부 공간과 정원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영역으로 묶이려면 견고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당초의 생각으로 의견을 모았다. 중정 안의 숲 건물은 크게 두 개 동으로 나뉜다. A동은 1층부터 2층 및 옥상층에 이르기까지 모두 전시를 위한 공간이다. 건물이 가운데 놓이고 그 양쪽에 타원형을 반으로 잘라놓은 중정 두 개가 같은 크기와 형태로 위치한다. 관람자들은 가운데 서서 유리 너머로 보이는 똑같은 정원을 바라보게 된다. 크기와 형태뿐 아니라 모든 식재수종이 동일하게 구성된 이 쌍둥이 중정은, 이용자들로 하여금 순간적으로 방향 감각을 잃게 함으로써 건물 내부가 거친 숲 한가운데 놓여 있다는 착각을 들게 하는 장치로 계획되었다. 다듬어진 정원이 아니라 거친 숲의 느낌이 들려면 키 큰 나무부터 중간 층위, 낮은 층위, 바닥 층위에 이르기까지 중첩되는 식재 층위가 필요하다. 키 큰 모감주나무, 중간 키의 히어리와 진달래, 낮은 키의 산수국, 더 낮은 키의 여러 종류의 양치류와 이끼를 심었으나, 주변에서 간간이 날아드는 종자들에서 발아되는 식물들을 배제하지 않았다. B동은 3개 층이다. 1층은 카페와 레스토랑, 2층과 3층은 전시 공간과 숍으로 운영된다. 가운데 타원형 중정은 미래농원의 상징 공간이다. 솔리드한 구조로 둘러진 공간에 빛을 끌어들이는 거대한 광창의 역할을 한다. 설계 당시에는 이 공간에 꽤 규모가 큰 나무를 식재하는 계획이 검토되었으나, 디자인 감리 과정에서 다간형 히어리 몇 주를 심는 것으로 변경했다. 비워진 공간만의 장점을 살리고자 한 조치였다. 다간형 수목의 경우 눈높이에서 녹음 효과가 크므로 하늘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지상층의 시선 차폐, 동선 유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옛 정원과 소나무 숲 옛 정원은 B동과 넓은 앞밭 소나무 숲 경계부에 남겨진 정원이다. 주로 소나무와 향나무가 심긴 옛 정원은 당시의 정원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곳이다. 원형 연못, 연못가 작은 대나무 숲, 배롱나무, 동백나무가 남겨졌다. 이곳은 오랜 시간 동안 건축주와 가족들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다. 비록 건물은 새것으로 대체됐어도 정원의 흔적은 한 곳에 오래도록 남겨두는 것이 좋겠다는 설계 초기의 생각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일부 수목의 위치를 조정하고 하부의 묵은 관목들을 지피식물로 대체했으나, 정원의 원형은 유지되었다. 앞밭 소나무 숲은 긴 회랑을 경계로 B동과 마주하고있다. 키 큰 나무로는 오로지 소나무만 가득하다. 당초 미래농원의 주력이 소나무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솔숲 사이에 남겨진 낡은 헛간 두 채는 규모와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붕만 거친 목재로 변경되었다. 목재위에 얹힌 투명한 아크릴판은 빛을 통과시키면서 빗소리는 튕겨내 묘한 운치를 더한다. 거의 공예에 가까운 작업으로 SoA가 많은 수고를 했다. 처음 농장을 방문했을 때 이 공간의 가능성에 모두가 흥미를 보였는데, 그 의도가 끝까지 반영된 곳이다. 솔숲 사이를 지나는 떠 있는 메탈 브리지 역시 초기의 생각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B동의 레벨이 솔숲보다 높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단차 없이 이동하기에 이 방식이 유리했다. 때로는 동선을 통제하고 유도하는 것이 공간에 깊이감을 더하고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일 때가 있다. 소나무들 사이사이에는 히어리, 물철쭉, 생강나무를 심었다. 키가 비교적 큰 편이라 소나무 하부층을 적절히 구성하면서 브리지 위를 이동하는 관람객들을 살짝 감춰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대지 경계를 따라 둘러친 담장 안쪽에 SoA가 미러 효과를 가지는 스테인리스 판을 설치해 솔숲이 확장되는 시각적 효과를 만들었다. 괄호의 정원 괄호의 정원이라 이름 붙인 뒷밭 영역은 본관 영역(A동, B동, 앞밭)과는 동떨어진 곳에 있다. 별도의 전시 프로그램 공간으로 운영된다. 두 줄로 나란히 심긴 오래된 향나무가 설계의 실마리였다. 바닥에서 살짝 띄운 데크길이 이 향나무 식재열을 기준으로 뻗어간다. 오래된 농장의 바닥면은 단단하지만 약간의 굴곡이 있어서 보드워크board walk 형식의 동선이 유리하다. 본관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늑한 장소인데, 도로의 소음과 시선 차폐를 위해 비교적 높은 목재 담장을 두르고 대나무를 심었다. 소규모 모임이 가능하고 어수선함을 피해 한적하게 차를 마시며 호젓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정원 한편에는 요철 문양의 철판으로 둘러친 또 하나의 작은 정원이 있다. 정원 속의 정원이다. 좁고 긴 장방형 수조 주변으로 여러 종류의 야생초화가 피고 진다. 서로 다른 스케일의 공간을 하나의 영역에 중첩시켜 정원의 체험을 입체적으로 하게 하자는 생각이 반영된 곳이다. 미래농원은 기후위기 시대에 장기간의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젊은 MZ세대의 취향과 관심이 어떻게 변화하고 표출되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mrnw’라는 브랜드명은 오래전 이곳의 이름 ‘미래농원’을 의미한다. ‘여기가 옛날에 농원이었어?’라는 흥미로운 스토리, 도시에서 나무와 식물이 주는 위로와 편안함, 여유로움에 많은 방문객이 공감하고 있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연은 우리에게 무엇인지, 묻게 된다. 누군가는 ‘오래된’, ‘미래’농원에서 어쩌면 그 해답에 근접하는 하나의 단초를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도심 속 자연의 숲을 구현하다 박승진 인터뷰 숲으로 만든 미로 같은 느낌이 든다. 대상지의 어떤 맥락에 접근해 디자인을 풀어냈나? 설계를 할 때 늘 장소 지향적으로 접근한다. 조경은 결국 땅에 구현되는 것이며, 땅은 특정한 장소를 말하는 것이고, 그 장소는 우주에 붕 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어떤 맥락이 존재한다. 클라이언트가 이 공간을 왜 의뢰했는지, 원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이고, 활용할 수 있는 대상지의 요소와 도시적인 맥락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상이 다르겠지만 미로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옥외공간이 넓고 관리가 잘된 수목이 많은 농원이 있었다는 장소적 특징에 주목했고, 궁극적으로 제대로 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조경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디자인했다. 기존의 농원과 사택이 있는 상태였는데, 무엇을 철거하고 남길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을 것 같다. 일단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장소의 쓰임새가 달라졌지만, 농원이라는 기존의 조건을 지금의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면밀히 살펴봤다. 워낙 오래된 탓에 대부분 건축물을 철거했지만, 헛간 두 채와 소나무 밭 등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슬레이트 지붕의 헛간은 근처의 소나무 밭과 잘 어울려서 고쳐 쓰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을 걷어내고, 목재 위에 아크릴판을 올려서 빛이 오묘하게 들어오는 휴게 공간으로 만들었다. 고쳐 쓰는 임무를 맡은 SoA가 고생이 많았다. 건축주는 그동안 애써서 키우고 관리했던 나무들이 옮겨지더라도 재활용되기를 원했다. 물론 이전과 공간의 성격이 굉장히 바뀌었지만, 수목의 상태가 매우 좋았기 때문에 가급적 활용하기로 했다. 실제로 키 큰 소나무는 몇 주를 제외하고 그대로 두었고,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고 모여 있던 군락을 산개시키기 위해 중간 키 수목의 위치를 이동시켰다. 농원에 있는 나무를 식재로 활용할 때 취사선택의 기준은 무엇이었나? 전체적으로 숲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이 드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대상지에는 소나무, 단풍나무, 모과나무 등 잘생긴 교목들이 많았지만 낮은 키의 관목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대체로 큰 나무들은 그대로 활용하고, 낮은 키의 관목들을 새로 심어 숲에 온 듯한 느낌을 보여주고자 했다. 특히 쌍둥이 중정 안의 정원에는 모감주나무를 심었다. 여름에 꽃이 피는 나무들이 드문데, 모감주나무는 여름에 꽃이 피는 나무 중 하나다. 손님이 많이 오는 공간인 만큼 꽃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좋을 것 같았다. 아울러 키 큰 나무, 중간 키 나무, 작은 나무 등 다양한 높이의 나무들을 심어 공간에 오는 순간 순수한 야생의 자연을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소음 등 주변 여건이 공간 조성에 어려운 점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대상지 주변이 좀 복잡하다. 공간의 앞뒤로 큰 도로와 옛날 도로가 지나가고, 인근 공군 비행장에서 하는 훈련으로 인해 소음이 많이 생기는 공간이었다. 전투기 소음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었지만, SoA와 협의하면서 최대한 소음을 못 느끼고 이 공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공간의 바깥에 꽤 견고한 테두리를 만들어 외부의 어수선한 경관을 가리고, 공간 안에 집중할 수 있는 내부 지향적인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외곽에 두꺼운 담장을 쌓고 담장 안에 건축물이 있고 건축물 안에 다시 중정이 나오게 했다. 안으로 계속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해서 공간의 내부에 집중하게 만들고 싶었다. 중정 안에는 마치 숲 한 덩어리를 꽂아놓는 형태로 만들어서 건물 내부에서 숲의 가운데 있다고 느끼도록 했다. 공간의 경험이나 모든 것들이 바깥으로 퍼지는 것이 아니라 공간 안으로 향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옥외 공간이 넓은 공간인 만큼 조경의 역할이 중요해보인다. 특히 복합문화공간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를 유인하는 요소에 대한 고민이 깊었을 것 같다. 요즘은 워낙 인스타그램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어떤 풍경을 좋아할지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주위의 MZ세대를 보면서 그런 선입관을 가지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연 속에서 자라보지 않은 MZ세대가 많지만, 자연에 대한 친밀감이 기성세대와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등산 동호회도 만들고 식물도 키우는 등 아버님, 어머님이 할 것 같은 취미를 고스란히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자연은 전 세대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조경은 결국 자연의 일부를 장소에 구현하는 일이기에 특정 세대를 겨냥하는 대신 전 세대가 자연을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환경과조경』 2014년 3월호)에서 “설계자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시키는 방법으로 물성을 조작하고 배열하는 사람이다”라고 정의한 구절을 읽었다. 미래농원에서 이용자들에게 공간의 어떠한 물성과 감각적 체험을 보여주고자 했나? 각 공간마다 접근법이 달랐다. 전시 공간의 쌍둥이 중정에는 동일한 형태의 쌍둥이 정원을 만들었는데, 동일한 규모와 수종의 식재를 통해 이용자들이 마치 같은 공간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고자 했다. 건물의 전체적인 외형을 느낄 수 없는 중정 안에 똑같은 정원을 만들어 마치 숲 한가운데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듯한 체험을 선사하고자 했다. B동 앞 소나무 정원에는 지면으로부터 60cm 가량 띄운 금속망을 연결해 본관과 소나무 정원을 잇는 동선으로 만들었다. 단차가 있는 메탈 브리지는 이용자들에게 지면으로부터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식물이 주는 물성과는 다른 금속 재료의 느낌이 미적 쾌감을 제공한다. 또한 건축이 설치한 소나무 정원의 거울은 공간을 확장시키는 효과가 있다. 괄호의 정원에는 물결을 연상시키는 굴곡진 스테인리스 판을 설치했다. 미러 마감을 하면 아주 선명한 상이 거울처럼 드러나겠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 상이 비치는 입면의 형태를 의도적으로 쭈그려서 비치는 상의 형체가 사라지게 했다. 대신 색깔이 분해된 이미지를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반사되는 미러 마감 철판에서 느낀 경험을 철저히 배반할 수 있도록 한 의도적인 연출이었다. 균질적인 공간의 체험이 주는 안정감도 좋지만, 이질적 공간이 보여주는 생소함이나 흥미로움이 즐거운 미적 체험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의동 브릭웰 프로젝트와 구조가 비슷해 보이는데, 동일한 디자인 언어를 사용했나? 타원형으로 개방된 하늘이 들어오는 중정의 구조는 건축적으로 봤을 때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맥락적으로 다른 점이 많다. 일단 브릭웰은 미래농원보다 작은 면적이었고 기존 수목이 전혀 없는 상태에 새롭게 수공간을 만들고 새롭게 나무를 심은 프로젝트다. 미래농원은 그에 비해 수목이란 재료가 풍부한 상태로 출발할 수 있었다. 물론 자연의 숲을 공간 안에 들여온다는 점은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브릭웰은 전시 공간이었고 이곳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는 공간이기에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무를 수 있게 하는 게 관건이었다. 되도록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고, 화려한 원예종으로 이목을 끄는 정교한 정원은 지양했다. 대신 숲이나 자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식물을 식재하면서 도심에서 보기 힘든 거친 자연의 느낌을 살리고자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듬어지지 않는 정원, 즉 주변에서 날아드는 종자가 자리를 잡아도 이상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정원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물을 자주 활용했다. 수공간은 설계자와 건축주에게 까다로운 요소다. 그동안 수공간을 조성하는 노하우가 생겼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수공간 만드는 걸 좋아한다. 다만 유지와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늘 건축주에게 미리 물어보고 양해를 구한다. 물이 공간에 선사하는 효과와 더불어 관리의 힘든 점 등을 상세히 알려준다.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면 억지로 넣지는 않는다. 그러나 요사이 수공간의 좋은 사례들이 생겨나면서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건축주가 많아졌다. 나로서는 기쁜 일이다. 조경에서 흔히 식물은 소프트한 소재로, 돌과 철 등은 하드한 소재로 분류된다. 물은 양쪽 모두에 속하지 않는, 말하자면 울트라 소프트 소재인 것 같다. 물성 자체도 변화무쌍하다. 반사의 효과를 일으키는 잔잔한 수면, 물결이 일 때 생기는 리듬감, 힘차게 뿜어져 나올 때의 역동적 에너지, 청각을 자극하는 물소리 등 여러 가지 감각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재료가 물이다. 그래서 가급적 공간에 물을 두려고 노력한다. 미래농원에는 아주 많이 쓴 편은 아니다. 농원에서 사용하던 옛 정원의 오래된 연못은 그대로 활용했다. 세상과의 소통, 자연과의 교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들었다. 이 두 가지 철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19세기 중반 도시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탄생한 것이 현대 조경이다. 물론 고대부터 등장한 정원은 늘 우리 곁에 존재하며 삶의 위로를 주는 존재였다. 하지만 19세기부터 사회적 필요에 의해 발명된 것이 바로 공원이다. 파괴된 자연을 회복하고 도심 속의 쾌적한 삶과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조경 작업에 임할 때 늘 두 가지를 생각한다. 나의 작업이 사회적 기능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늘 끊임없이 자문한다. 일종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19세기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경이 탄생했던 것처럼, 앞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많은 공공 조경 프로젝트가 등장하기를 바란다. 브릭웰이나 미래농원처럼 도시의 공공 정원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어떤 형태의 공공 정원이 도시에 필요할까? 예전에는 다소 건축적인 공간을 많이 만들었다면, 지금은 가급적 식물을 많이 쓰려고 한다. 지금의 기후위기와 팬데믹은 굉장히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기후위기로 초래된 생태계 파괴 등이 팬데믹이란 구체적이고 확실한 증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식물을 번성케 하는 것이다. 그게 조경이든 조경이 아니든 상관없이 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무분별하게 훼손된 산림을 다시 복구하고, 식물의 자리를 밀어내고 콘크리트로 채운 도시에 식물의 공간을 더 확장시키는 것이 조경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 설계자로서 가급적 식물을 많이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다. 앞으로 도심에서 식물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져야 한다. 스스로를 조경건축가로 소개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조경건축가로 기억되고 싶나? 대중에게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조경건축가로 소개하고 있다. 조경가라는 단어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기 때문이다. 생태 전문가도 조경가가 될 수 있고, 조경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이도 조경가가 될 수 있다. 조경가란 단어가 너무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우리의 업을 정확하게 전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건축의 설계를 도맡아 하는 사람을 건축가라고 부르듯이, 공간에서 조경의 설계를 도맡아 하는 이를 조경건축가로 부르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실제로 이렇게 소개했을 때 이전보다 더 쉽게 이해하는 반응이 많았다. 조경건축가로서 보다 좋은 조경 공간을 만들고 싶다. 메타버스 등 IT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며 무엇이든 구현이 가능한 세상이 됐다. 하지만 디지털로 구현하는 자연은 진짜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풍경화 한 장이 자연을 대체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좋은 조경 공간을 통해 생생한 자연이 만들어내는 순수한 체험을 많은 이들에게 선사하고 싶다. 회사명인 엘오씨아이(loci)는 라틴어로 장소를 의미하는데, 궁극적으로 좋은 장소를 많이 만드는 조경건축가로 기억되고 싶다. 글 박승진 디자인 스튜디오 loci 대표 사진 유청오 조경 설계 총괄 디자인 스튜디오 loci(박승진) 조경 설계 진행 디자인 스튜디오 loci(박승진, 최상민, 오지훈, 고희선) 조경 디자인 감리 디자인 스튜디오 loci 건축 설계 SoA 식재 공사 태극조경 시설물 공사 미래로 발주 노타이틀(Notitle) 위치 대구광역시 북구 호국로 300-22 일대 면적 6,300m2 완공 2022. 7. 디자인 스튜디오 loci는 작은 설계 회사다. 푸른 별 지구, 우리가 사는 곳곳, 자연과 도시와 정원,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고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 통의동 브릭웰 정원, 오목공원 리노베이션 등 사람과 자연을 잇는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박승진은 아직까지 조경 설계라는 마당을 떠난 적이 없으며, 이 마당에 맞닿아 살고 있는 다양한 이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웃거리고 있다. 조경이라는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가치 있고 정교한 작업을 늘 꿈꾸지만 그것도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읽고, 쓰고,가르치며, 배우는 일상에 감사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 디자인을 공부했고,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조경설계 서안에서 설계 실무를 거쳐 2007년 디자인 스튜디오 loci를 열었다.
    • 디자인 스튜디오 loci
  • 광화문광장 Gwanghwamun Square
    열린 광장과 도시 숲 계획안에 세 번의 큰 변화가 있었다. 당선된 뒤, 8개월간 설계공모안의 지하 광장과 선큰 광장의 규모를 현실적으로 정리했다. 2019년 말 시민 토론회를 거쳐 지상 중심의 ‘공원 같은 광장’으로 계획안을 변경했다. 2021년 공사 중 문화재가 발견됐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했다. 역사적 의미를 강화하고 다양한 수경 시설을 보완해 현재 모습으로 광화문광장을 개장했다. 광화문광장의 골격은 중앙의 열린 광장과 서측의 도시숲으로 나뉜다. 그리고 내자동 지하차도를 기점으로 북측의 역사광장과 남측의 시민광장으로 구분된다. 중앙의 열린 광장은 2009년에 조성된 광장의 구조를 유지하며 부분적으로 개선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 주변에는 역사적 의미를 보완해 승전비와 미디어 게이트를 설치했다. 해치마당스탠드 구간은 18m 폭원의 좁은 기존 구조를 26m로 확장해 그늘을 제공할 수 있는 녹지대를 조성하고 직립형 느티나무를 식재했다. 램프로 인해 생기는 거대한 삼각형 벽에는 LED 패널을 설치해 다양한 영상을 담았다. 잔디마당은 광화문에 가깝게 북측으로 옮겼다. 광장 서측은 도시에 면한 토지 이용에 따라 수목으로 채워진 5개의 숲과 비워진 3개의 마당으로 계획했다. 세종대로 사거리 입구에 있는 광장숲에는 느티나무, 느릅나무, 팽나무를 5.4m 간격으로 촘촘히 식재해 풍성한 녹음을 만들었다. 이 숲은 소규모 상점들을 지나 현대해상 건물까지 이어진다. 서측 도심에서 이어지는 세종대로23길과 지하철 5호선으로 이어지는 해치마당스탠드가 만나는 지점은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다. 지하고가 최소 5m를 넘는 정자목들을 심고 바닥에는 조각보를 콘셉트 삼아 여러 지역의 돌을 깔았다. 수형이 좋은 현장 내 은행나무 가로수 2주를 이식하고 11주의 신규 수목을 식재했다. 팽나무 7주 수형의 편차가 커 식재 위치와 수목 방향을 정하는 데 많은 고민이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앞에는 문화 쉼터를 계획했다. 설계공모 때부터 제시했던 참나무 숲은 도심에서 수목이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으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 다행히 시공 과정에서 어느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도록 적응 기간을 거친 훈련목들을 발견해 갈참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로 숲을 만들 수 있었다. 세종로공원 전면부에는 사계정원을 조성했다. 수십 여 종을 심는 식재 계획으로 인해 적합한 수목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렵게 찾은 수목의 수형이 예상과 달라 배식 도면이 여러 번 변경됐다. 시민광장 끝자락에 위치한 시간의정원에는 강릉에서 찾은 소나무 14주를 식재했다. 숲 아래 진달래를 심었는데, 어렸을 적 매일 뛰어놀던 뒷산 풍경에서 영감을 받았다. 다양한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스타벅스 앞 한글바닥분수와 세종문화회관 2곳의 계단 앞을 비워 두었다. 깊이와 표면 깊은 표면(deep surface)을 연상시키는 지층의 흔적을 담은 거대한 선큰 광장은 사라졌다. 하지만 공사 과정에서 발굴된 유구의 흔적을 노출한 시간의정원은 설계공모안의 개념인 ‘깊은 표면’을 새로운 방식으로 드러낸다. 광장보다 2.5m 아래에서 발견된 유구와 1.4m 단차로 조성된 벽천과 선큰 광장, 광장 레벨에 조성된 소나무정원은 물과 숲 그리고 역사의 흔적을 모두 담고 있다. 유구의 흔적을 발아래 두고 벽천의 물소리를 들으며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광화문과 백악산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주는 가장 의미 있는 장소다. 촛불 문양처럼 보여 말이 많았던 돌 포장은 설계공모안대로 구현됐다. 신기하게도 남측 방향에서 볼 때 버너로 마감된 돌이 빛을 반사시켜 중앙의 물방울 패턴이 주변보다 밝아 보인다. 반대로 북측 방향에서 보면 중앙의 물방울 패턴이 더 짙게 보인다. 비가 오면 돌 입자에 따라 문양이 더 짙어지는 것이 있고 옅어지는 것도 있다. 빛과 날씨에 따라 그 모습이 바뀌는 ‘반응하는 표면’이다. 물길과 수공간 2021년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뒤 광장 내 물의 요소가 많아졌다. 2009년에 조성된 물길과 공사 과정에서 발굴된 육조거리 배수로를 모티브 삼아 광장 전체를 관통하는 역사물길을 조성했다. 조선 건국 1392년부터 2022년 개장까지의 역사적 사건을 물길 바닥에 새겼고, 이 물길을 따라 여러 수공간을 배치했다. 주변을 비추는 수반과 단차를 활용한 벽천, 사헌부 터에서 발견된 우물에서 영감을 받은 바닥우물, 검은색 돌 표면을 따라 물이 흘러내리는 샘물탁자, 광복 이후 개장까지 77년의 성장을 상징하는 터널분수, 세계적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로고를 닮은 한글분수, 이순신 장군 동상 분수를 북측 광장에서부터 순서대로 배치했다. 물은 열린 광장과 도시숲 사이에 위치하며 두 개의 공간을 매개하는 요소로 활용됐다. 또한 한여름 복사열로 데워진 광장의 표면을 어느 정도 식혀주는 기능을 한다. 물로 인해 광장의 풍경이 풍요로워졌고 시민들의 이용 방식은 다채로워졌다. 숨겨진 한글 역사적 의미를 광장에 담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쉽게 이해하며 즐길거리도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때론 흥미롭고 재치 있는 방식이 즐거움과 더 많은 감동을 주기도 한다. 설치미술가 허산의 작품과 동화책 ‘월리를 찾아라’에서 영감을 받아,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 28자를 광장 곳곳에 숨겨두었다. 어릴 적 즐겼던 보물찾기처럼, 광장에서 숨겨진 글자를 찾는 재미와 그 속에 숨은 의미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숨긴 한글 낱자는 지금은 쓰지 않는 글자―ㅿ(반시옷), ㆆ(여린히읏), ㆁ(옛이응), ㆍ(아래아)―를 포함한 자음 17자와 모음 11자다. 모음과 자음의 배치 방식을 달리했다. 모음의 경우, ㅏ와 ㅓ처럼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이처럼 헷갈릴 수 있는 모음은 쌍으로 붙여 시설물에 배치했다. ㅕ와 ㅑ는 문화쉼터의 모두의 식탁 양끝에 배치했다. 여야 테이블이라고도 불리는데, 여와 야의 대표가 이 공간에서 화합하며 간단한 식사라도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이 글자들을 놓았다. 자음의 경우, 대부분의 모양이 특색 있다. 또한 낱말을 쉽게 유추할 수 있어 의미를 담은 배치가 많다. 해치마당스탠드에 새긴 ㄱ, ㅎ, ㅁ은 광화문을 의미하고, 소셜스텝 앞에 새긴 ㅈ, ㅇ, ㅅ은 세종대왕 시대 훌륭한 업적을 남긴 역사적 인물을 의미한다. 밤에만 찾을 수 있게 조명으로 만든 글자도 있다. 다양한 의자 완성된 광장에서 시민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나가며 휴게 시설을 디자인했다. 공간 쓰임새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시설을 계획했다.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 위에 목재 패널을 얹은 와이드벤치는 평상과 각도가 다른 등받이를 결합해 디자인했다. 앉아서 친구를 기다리거나 누워서 수목 사이로 비치는 하늘을 보며 ‘하늘멍’을 즐길 수 있다. 해치마당스탠드 상단에 위치한 바 테이블은 84cm 높이의 철제 구조물 위에 폭원 20cm, 두께 2cm의 기다란 마천석돌을 얹어 완성했다. 음료 한 잔을 올려놓고 기대어 미디어월의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물길을 따라 놓은 ㄱ자 모양의 통석 벤치에서 더운 날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나무 그늘 아래 앉아 광장을 즐길 수 있다. 이동식 테이블과 의자는 많은 걱정과 반대를 무릅쓰고 끝까지 설득해 지켜냈다. 개장 초기에는 최소 수량만 배치했는데, 우려와 달리 유실과 훼손이 없어 수량을 늘렸다. 많은 시민이 자유롭게 위치를 옮겨가며 사용하고 있다. 글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사업 책임 CA조경기술사사무소(진양교) 설계 총괄 및 감리 CA조경기술사사무소(조용준) 설계 CA조경기술사사무소(강인화, 김재환, 김수린, 엄성현, 이상민, 이지현, 신원재, 김병철, 오혜지)+유신+선인터라인건축사사무소+김영민(서울시립대학교, 현상 참여) 시공 신성종합조경+대정골프엔지니어링+보훈종합건설+스마일그룹 관목, 지피 식재 공사 제이제이 가든(JJ garden)+하승호 발주 서울시 도시재생실 광화문광장추진단 위치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1-67, 1-68 광화문광장 일대 면적 약 40,300m2(당초 약 18,840m2) 완공 2022. 8. 사진 서울시 제공, 이성우, 조용준 2004년 설립된 CA조경기술사사무소는 작은 공간의 설계부터 도시 스케일의 계획에 이르는 국내외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공공을 위한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한다. www.cadesign.co.kr
    • CA조경기술사사무소
  • [광화문광장] 디자인 노트: 세 마디 말 정치와 공공 프로젝트 사이의 역학 관계
    3년 반 동안 광화문광장(이하 광장)의 설계 내용이 수차례 수정됐고, 다른 프로젝트에 비해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순탄치 않았다. 그러다 보니 보고 자료와 회의록을 참고해야만 그 과정을 명확하게 되짚을 수 있다. 그런데 광장 준공 2개월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순간들이 있다. 기억은 희미해지기 마련이지만, 몇몇 말들은 내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다. 지상을 중심으로 한 광장이 필요한 거야, 진양교 공모전 제출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리뷰 시간을 가졌다. 설계 전략 중 하나로 지상 광장 아래 거대한 지하 광장을 계획했다. 레벨이 다른 이두 개의 광장을 매개하기 위한 네 개의 선큰 광장을 제시했다. 깊은 표면(deep surface)이라는 개념을 형상화하고, 여름철 더위와 겨울철 추위에도 일상적인 광장의 활용을 위한 제안이었다. 그런데 진양교 대표(CA조경기술사사무소, 이하 CA조경)는 이 전략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지하 광장이 과도하게 넓고 선큰 광장 또한 너무 크다는 지적이었다. 어바니즘 관점으로 볼 때, 도시의 활력을 위해 지상 광장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선 이후 광화문광장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제기됐다. 2019년 초반 실시설계를 진행하며 지하 광장은 해치마당과 세종이야기 지하 공간을 연결하는 정도의 규모로 축소했다. 선큰 광장은 서측 세종대로23길과 만나는 지점과 북측 세종로공원 앞의 두 개 구역으로 축소했다. 당선안의 1/3 정도 규모다. 당선안의 개념을 어느 정도 지키면서 도시에 면한 지상 광장의 크기와 공간의 활용도도 높였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와의 마찰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설계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시민 토론회가 열렸다. 다양한 의견을 수용한 끝에 비용을 줄인 지상 위주의 ‘공원 같은 광장’으로 방향이 변경되었다. 진양교 대표의 통찰력과 합리적인 선택들이 계획안에 스며들며 새로운 골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와 팀원들은 설계공모 때 제시한 몇 가지 개념과 아이디어를 새로운 틀 속에 어떻게 담을지 고민했다. 계획안은 고 박원순 서울시장 기간을 거쳐 오세훈 서울시장 때 정리되었는데, 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다양한 수경 시설과 한글 테마 관련 시설, 문화재 발굴에 따른 재현과 노출 시설이 새로 추가된 내용이다. 두 개 안 모두 열린 광장과 숲으로 이루어진 비슷한 골격을 가지고 있지만, 박원순 시장 때 계획안은 수많은 절차와 서로 다른 의견을 수용해야 했기 때문에 논쟁이 될 만한 내용들이 사라지면서 단조롭게 정리되었다. 그에 반해 오세훈 시장 때 계획안은 설계사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적극적으로 수용되어 여러 가지 스토리텔링과 다양한 시설이 담기게 됐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상 광장의 설계 내용이 풍부해졌다. 이번에는 조경가가 당선 되었습니다, 김영준 당선 소식을 듣자마자 언론 발표 작업을 위해 김재환 소장(CA조경)과 서울시로 향했다. 김영준 총괄건축가를 먼저 만나 덕담을 나눈 뒤 시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박원순 시장이 들어오며 김영준에게 “이번에도 저 힘들게 하시지 않을 거죠?”라는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하자, 김영준이 “이번에는 조경가가 당선 되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아마 서울로 7017로 많이 힘들어서 그런 질문을 했다고 생각했다. 내 추측이 맞든 틀리든 김영준의 답변은 매우 의외였다. 마치 박원순 시장에게 이번에는 조경가가 당선되었으니 저번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을 주고 싶은 모양새였다. 문득 제임스 코너(James Corner)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하이라인의 성공이 조경가가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당시 JCFO라는 회사 이름 대신 조경가라는 단어를 사용한 점에 놀랐었다. 특정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험하고 실력을 쌓아온 전문가의 영역은 꽤나 견고하다. 광장은 도시계획가, 건축가, 조경가 등 공간을 다루는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설계할 수 있는 곳이지만, 그곳에 자연을 들여와야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왜 조경가가 오픈스페이스를 다뤄야 하는지, 현대 도시의 공공 공간에서 자연이 더 이상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닌 필수 요소인지, 3년 반의 설계 과정 속에서 나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설계가의 콘셉트 그게 문제예요, 오세훈 광장 개장을 앞둔 7월 말, 오세훈 시장이 현장 점검을 위해 광장을 방문했다. 도시기반시설본부, 광화문광장추진단, 감리단, 현장 소장 등 30여명의 프로젝트 담당자들이 오세훈 시장을 뒤따라 공사 진행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현장 감리를 하고 있던 나와 강인화 팀장(CA조경)은 인근 카페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다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합류했다. 개장을 일주일 앞두고도 여전히 공사할 곳이 많아 오세훈 시장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긴장감이 이어졌다. 그런데 시간의정원에 도달하자 오세훈 시장은 꽤 만족한 표정으로 소나무가 식재된 풍경을 보며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광장의 빈 공간에 이러한 소나무가 왜 식재되지 않았는지 물었다. 모두가 나를 바라봤다. 나는 도시 숲 콘셉트를 설명하며 식재된 수목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답이 끝나기 무섭게 오세훈 시장이 “설계가의 콘셉트 그게 문제”라며 내 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그의 반응에 나는 아무 말도 잇지 않았다. 회사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나의 좌뇌는 다시 한번 설계 과정을 되새기고 있었고, 우뇌는 소나무로 더욱 채워진 광장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광장 내 숲은 설계공모 때부터 유지해온 전략이었다. 김영민 교수(서울시립대학교)가 제안한 동궐도의 풍경은 숲을 계획하는 데 큰 영감이 되었다. 그래서 백악산과 경복궁에 심긴 수종을 비롯해 다양한 수목을 심으려 노력했다. 단일 수종, 몇 개의 수종으로 숲을 만드는 전략은 설계 초기부터 배제했었다. 실시설계가 여러 번 바뀌는 과정에서도 끝까지 유지했다. 단지 수종이 자문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변경됐을 뿐이다. 소나무 숲은 설계 초기 내자동 지하차도 북측으로 명명된 역사광장 주변으로 조성했다. 너른 잔디마당에 꽤 많은 소나무를 군식하고 사이사이에 화강석으로 휴식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런데 광화문광장위원회의 역사전문위원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조선시대의 육조거리와 관아 터에는 나무가 없었기 때문에 소나무 숲을 만들면 과거 풍경이 왜곡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에 따라 역사광장에는 키 큰 나무를 심지 않았다. 결국 역사광장에서 가장 가까운 시간의정원에 소나무 11주를 군식했다. 좁은 지면으로 인해 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 예를 들어, 박원순 시장 체제와 오세훈 시장 체제에서 이루어진 계획안의 변경 과정 비교는 정치와 공공 프로젝트 사이의 역학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또한 국제 설계공모의 당선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절차와 무분별한 의견 수용, 행정 안일 위주의 결정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조용준은 서울시립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기본 및 실시설계’를 이끌고, ‘워커힐 더글라스 정원 기본 및 실시설계’, ‘이스탄불 하천 회복 프로젝트’, ‘종로구 통합청사 설계공모’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개인 자격으로 즉흥적인 기획, 전시하지 않는 그래픽 작업 등을 즐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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