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 십수년전 대학을 졸업하고 조경업을 처음 시작했다. 설레임과 자신감(오만함)으로 현장을 처음 대했을 때에는 모든 일이 내 마음먹은 대로 될 것 같았고, 거칠 것이 없었으며 패기만만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은 정말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님을 깨우쳐 가기 시작했다. 제일 큰 첫 번째의 적은 ‘잠’이었다. 그때는 지금과 달리 대부분의 작업자들이 대중교통으로 현장을 다니던 시절이라 현장이 경기도권만 되어도 일정한 장소에 미리 집결하여(최소한 6시정도에는) 현장기사의 차로 이동하곤 했다. 최소한 5시에는 일어나야 했으니 정말 죽을 맛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비오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두 번째의 적은 ‘한없이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조그만 조경시장, 그 속에서 일개 부속에 지나지 않는 모습의 나. 건축, 토목에서 조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은근이 무시해도 되는 하도업체의 현장기사 혹은 단순히 준공을 위한 작은 공종 - 학교에서는 종합과학예술이라고 배웠는데 - 의
책임자 정도일 뿐이었다. 세 번째 적은 ‘자신이 자신을 용서해야하는 일을 만드는 것, 즉 이해 안되는 일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었다. 나이드신 분들게 일을 시키고 작업지시를 해야하며, 잘못되었을 때 인상을 쓰면서 언쟁을 해야했고, 원칙이 아닌 줄 알면서도, 현장여건 또는 갑의 무지한 지시(횡포)때문에 편법을 써야했으며, 때에 따라서는 거짓말(?)도 해야만 했다. 그 외에도 많은 난관들이 있었지만 앞서 말한 세가지‘잠’,‘ 갑과을의 관계에서 오는 초라함’,‘ 원칙이 무시되는 현실’등이 초년시절의 아픔이었다.
원가절감을 해야겠다는 느낌을 갖던 시절 처음 입사하여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말은 ‘직원은 3년이 지나면서부터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사장님의 말씀이었다. 첫 해에는 수업료를 들여가며(-) 공부를 시켜야하고, 둘째 해에는 밥벌이(0)정도 겨우하고, 비로소 3년째부터 회사에 보탬이 된다 (+)는 것이 당시 사장님의 지론이셨다. 처음에는 그 말에 반감을 가졌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었던 것 같다. 원가절감을 해야 된다는 느낌을 갖기 시작한 것은 하자공사를 하면서부터였다. 하자공사를 시작해 한 두해가 지나면서 산만한 고사목 더미 앞에서 좌절을 해야만 했다. 너무 많은 수업료인 듯했고 꿈속에서는 나무귀신들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자의 원인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였겠지만 하자의 모든 원인이 나의 모자람이라고 생각되어서 회사에 부끄럽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어떻게 해서 하자를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작업자와의 관계 즉, 작업자를 장악(?)해야 된다는 사실이었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많은 작업자들이 하루하루를 때우면 된다는 사고방식들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런 점들이 하자의 근본적인 원인 같아 보였다. 따라서 그런 사고방식들을 버리게 하고 적어도 지시한 것만이라도 정확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숙제였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그동안 해왔던 습성들을 버리지 못했고, 고집이 엄청셌으며 기사·대리 정도의 직원들보다는 자신들의 경험이 훨씬 앞선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바꾸기 위해 회유하고, 협박하고 밤새워 술도 마셔보고 했었다. 지금도 작업자들의 사고방식이 원가절감 효과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두 번째는 자재였다. 그때만해도 조경하면 대부분 식재만을 생각했었다(시설물이라고 해봐야 기본적인 놀이터, 의자, 수경시설 정도였다). 지금은 수목전문 유통업체가 있지만 그 때는 일명 나까마(보따리 장수)들만이 자재수급을 할 때였다. 그러다보니 규격 조금 빠지는 것은 다반사였고, 뿌리분도 엉망인 경우가 많았다. 뿌리분이 손상된 수목은 그만큼 하자율을 높이는데 일조하였던 것이다. 대리직함을 달았던 시절까지는 원가절감을 위해 무조건 ‘하자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업자들과의 원활한 공조’,‘ 양질의 자재수급문제’를 고민하는 정도였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원가절감 방안에 대한 나의 고민은 해를 더할수록 많아졌으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나름대로 정리된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 키워드: 원가 절감방안, 조달청 고시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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