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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디자인의 발견] Case Study: 피에트 우돌프 자생력 강한 초원 식물 디자인
  • 에코스케이프 201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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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의 초청전.스위스의 건축가 피터 춤토르(Peter Zumthor, 1943~)가파빌리온 디자인을 맡고 피에트 우돌프가 식물 디자인을 맡았다.피에트 우돌프의 식물 디자인은 자생종의 이용,다양한 수종의 사용, 많은 양의 식물 심기,자유분방한 식물 심기 기법으로 전 시대와는 확연하게 다른식물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19세기, 20세기의 식물 디자인의 전개 

피에트 우돌프(1944~, 네덜란드, 원예가, 식물 디자이너)의 식물 디자인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가장 최근 식물 디자인 중의 하나다. 그의 식물 디자인이 태어나기까지는 앞선 19세기, 20세기에 활동했던 가든 디자이너들의 경향과 움직임이 큰 밑바탕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이 시기 영국에서는 거트루드 지킬Gertrude Jekyll(1843~1932, 영국, 가든 디자이너)에 의한 색으로 연출되는 식물 디자인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이어 마저리 피시 Margery Fish(1892~1969, 영국, 정원사)가 큰 나무에서 발밑에 이르는 식물까지 수직(층)의 개념이 강조된 식물 디자인을 선보인다. 이때 영국의 식물 디자인은 인간에 의해 개발된 재배종과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외래식물 등의 구별 없이 관상용 식물에 집중됐다.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서는 영국과는 다른 차원의 식물 디자인이 싹튼다. 빌리 랑에 Willy Lange(1864~1941, 독일, 가든 디자이너)는 “자생종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식물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런 자생종을 이용한 식물 디자인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칼 푀르스터  Karl Foerster(1874~1970, 독일, 식물 재배가) 의 공이 컸다. 그는 베를린에서 태어나 원예를 전공한 후 식물 재배 농장을 만들어 그동안 잡초로만 여겨졌던 갈대Grass sp.를 정원용 식물로 개발했다. 


한편 네덜란드의 민 루이스 Mien Ruys(1904~1999, 네덜란드, 가든 디자이너)는 영국과 독일 그리고 모국인 네덜란드의 특징을 결합시킨 독창적인 가든 디자인의 세계를 선보였다. 그녀의 디자인은 간결, 단순하고 여백의 미를 잘 살리는 특징이 있다. 다년생 초본식물과 꽃을 피워내는 관목을 이용한 내추럴한 식물 디자인을 결합시킨 것으로 ‘모던 식물 디자인’의 세계를 열었다고 평가된다. 그녀로부터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이가 바로 피에트 우돌프다. 하지만 그는 루이스의 디자인에서 정형성을 벗어내고 자생종을 이용한 내추럴 식물 디자인을 극대화시킨 또 다른 차원을 만들어 내게 된다. 


결론적으로 피에트 우돌프의 식물 디자인의 세계는 ‘초본식물을 이용한 색의 정원’을 연출했던 거트루드 지킬, ‘자생종을 활용한 식물 디자인’의 빌리 랑에와 칼 푀르스터, ‘미니멀리즘의 모던 식물 디자인 세계’를 연 민 루이스 등의 선배 디자이너의 축적된 디자인 노하우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개념을 이끌어 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초원으로부터의 배움

피에트 우돌프의 스승은 자연이었다. 그의 식물 디자인은 자연이 연출하고 있는 식물 디자인을 연구하는 것으로부터 식물 디자인 노하우를 만들어 나갔다. 그는 자연은 어떻게 식물을 분포시키는지, 어떻게 스스로 지속가능하게 생존이 가능한지, 그것을 우리 정원에서 연출할 방법은 없을지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 


특히 그는 키 낮은 초본식물들이 무리를 지어 피어있는 초원(prairie)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어느 날 기차를 타고 가면서 보게 된 창밖의 초원에서 큰 영감을 얻게 된다. 초원엔 맨땅이 없을 정도로 풀이 가득했는데 그 풀들이 피워내는 꽃으로 사계절 그 색감이 달라지고 있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겨울이 되면 모든 것이 사라진 듯 황폐해지지만 다시 봄이 오면 초원의 모습을 되찾는 힘이었다. “어떻게 이런 지속성이 생기는 것일까?”, “어떻게 계절에 따라 마치 누군가 일부러 연출한 것처럼 하나의 식물 무리가 꽃을 피우고 나면 다음 풀의 꽃이 올라오고 이런 시간의 디자인이 가능한 것일까?” 이런 의문의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그는 그간 전통적으로 만들어 왔던 인간의 정원과 초원에 많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피에트 우돌프는 이런 초원과 정원의 비교를 통해 정원의 화단을 초원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 내는 방법을 연구하게 된다. 이것이 오늘날의 피에트 우돌프식 식물 디자인의 기초가 됐다. 지금은 피에트 우돌프 외에도 많은 가든 디자이너들이 이른바 ‘초원식물 디자인(Prairie Planting Design)’이라는 방식의 식물 디자인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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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즐리 가든, 영국. 초원(Meadow)에서는 정원보다 훨씬 더 다양한 식물의 종과 훨씬 더 많은 식물이 빽빽하게 피어난다.그리고 이 다양성과 복잡함이 잡초를 이겨내고, 스스로 생태 질서를 만들어 자생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한다.피에트 우돌프는 이런 초원이 보여주는 식물 디자인의 세계를 정원으로 끌어들인 디자이너라고 볼 수 있다.

 

피에트 우돌프식 식물 구성의 특성 

피에트 우돌프의 식물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화단 전체가 어떤 모습을 갖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식물을 고른다. 그의 식물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다음 네 가지 원칙이다. 


1) 자생가능한(spontaneity): 피에트 우돌프는 대부분 자생종 식물만을 사용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직접 씨를 뿌려 땅에서 발아를 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단 발아가 되면 이후는 인간의 특별한 물주기, 영양 공급하기 등의 도움 없이 스스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해 진다. 

2) 자유분방함(randomness): 특별한 형태와 구성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하게 식물 심기를 연출한다. 이런 자유분방함은 키우고자 하는 식물의 씨앗을 엄선한 뒤 혼합시켜 뿌려주는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 

3) 고밀집(high density): 식물의 양을 많이 쓰기 때문에 식물들 스스로 경쟁을 하고, 그 안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식물 스스로의 ‘질서’가 생긴다. 그리고 이런 치열한 자연 경쟁이 다른 잡초가 들어설 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게 한다. 

4) 군락으로 심기(community planting): 개별적 식물 심기가 아니라 여러 종의 식물을 혼합시켜 하나의 군락을 만들고 이 군락을 반복해 준다. 이렇게 군락이 형성되면 이 안에서 작은 또 하나의 ‘생태 시스템’이 생겨난다. 


피에트 우돌프의 식물 구성법 

그렇다면 이렇게 식물 스스로 자생 가능한 정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식물을 심어야 하는 것일까? 피에트 우돌프는 식물을 크게 3가지의 그룹으로 나눴다. 


1) 중점 식물(primary plants) 

화단 속에서 가장 뚜렷한 특징을 잡아주는 식물로 이 식물군을 반복시켜 화단의 특징을 선명하게 해 준다. 

① 네덜란드의 반 베겔 가든(van Veggel garden)에 쓰인 중점식물군은 Hosta ‘Halcyon’(청록색의 잎), Aster oblongifolius (보라색 들국화), Polystichum set iferum (연초록의 고사리 잎), Polygoantum × hybridum (진초록의 잎과 흰방울 꽃), Tr icyr t i s formosana(연분홍의 난꽃), Salvia pratensis (보라색의 꼬리 형태의 꽃), Thalictrum delavayi (보라색 안개꽃 형태)의 혼합 심기였다. 

② 위의 중점 식물들의 특징을 종합해 보면 보라, 분홍의 꽃과 다양한 톤의 초록 색상이 혼합돼 있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③ 더불어 이 중점 식물은 초여름, 여름, 늦여름, 초가을, 늦가을 등의 다섯 시기로 세분화돼 한꺼번에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피어날 수 있게 조율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④ 피에트 우돌프는 이런 식물을 도표화시켜 사계절 화단의 색상을 정확하게 예측한 뒤 디자인에 활용했다.


2) 바탕 식물(Matrix Planting) 

좋은 바탕 식물은 조용하고, 부드럽고, 튀지 않는 형태를 지닌 식물군이 좋다. 피에트 우돌프는 이 바탕 식물로 ‘관상용 갈대종의 식물’을 선호했다. 

① 피에트 우돌프가 선호한 식물종은 Miscanthus , Calamagrostis ‘Karl Foerster’, Deschampsia cespitosa, Molinia caerulea, Calamintha, Sporobolus heterolepis , Carex , Liriope, Luzula, Ophiopogon, Heuchera, Tellima, Epimedium, Saxifraga 등이다. 

② 위의 바탕 식물군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이 갈대종의 식물이지만 그렇지 않은 Liriope, Ophiopogon, Heuchera , Tellima, Epimedium, Saxifraga, Calamintha 등도 보인다. 그러나 갈대종은 아니지만 ‘갈대와 비슷한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을 공통적으로 볼 수 있다. 

③ 바탕 식물은 선명한 색상의 꽃보다는 풍성한 잎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식물로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④ 피에트 우돌프는 갈대종 외에도 특별한 그룹의 바탕 식물군의 모델을 만들어 냈다. 그중에는 갈대종 보다는 촘촘한 잎을 지니고 있는 초본식물로 구성된 Geranium, Anemone, Amsonia, Eupatorium, Darmera peltata, Deschampsia ‘Goldtau’(솜털 모양의 갈대종), Aster tataricus , Briza media 등의 혼합식물군도 있다. 

⑤ 중요한 점은 피에트 우돌프의 식물군 조합은 정원의 위치, 기후, 그곳에 어떤 식물이 자라고 있는지에 대한 자생종 조사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디자인 하는 정원마다 그 구성이 매우 달라진다는 점이다.


3) 흩뿌리는 식물군(Scatter Plants) 

불규칙적으로 흩뿌리듯 연출하는 식물군을 말한다. 

① 보통은 군으로 묶기보다는 개별 식물로 흩뿌려 주듯 심는 것이 특징이다. 

② 흩뿌리는 식물은 꽃, 잎, 잎이 지고 난 후의 씨앗의 맺혀진 형태까지 다른 어떤 식물보다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고, 지속성이 가능한 식물로 선택된다. 

Baptisia alba(연보라의 종꽃이 주렁주렁 매달리는 형태), Macrophylla (프렌치 수국) 등이 있고, 작은 규모일 경우에는 Dianthus carthusianorum(키가 크게 올라오는 패랭이꽃)도 적합한 식물로 추천된다.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위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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