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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포새빛문화숲 1단계 Dangin-ri Park of Seoul Combined Cycle Power Plant, the 1st Phase
    첫인상: 작동하는 거대한 보일러 그리고 스팀 블로잉 2013년 가을, ‘당인리 서울복합화력발전소 공원화 설계공모’가 시작되었다. 현장을 둘러보면서 무척 낯익은 모습에 가슴이 설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발전소, 서울 마포의 유서 깊은 장소라는 특성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수많은 배관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풍경이 남다르게 보였던 것은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군인 시절 서울구치소에서 보일러병으로 복무할 때 보았던 거대한 보일러와 형형색색의 파이프들이 아직까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각각의 배관 설비가 저마다 기능을 수행하며 작동하는 모습은 마치 전체가 유기체처럼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특히 보일러 배관의 이물질을 청소하는 스팀 블로잉(steam blowing)은 단연 압권이었다. 배관 안의 찌꺼기를 제거하여 거대한 보일러를 다시 새롭게 만드는 역동적인 작업이 수증기를 시원하게 내뿜었다. 마포새빛문화숲, 문화의 새빛을 밝히다 스팀 블로잉을 공원 조성의 기본 개념으로 설정함으로써 자연적·도시적·사회적 과제를 시원하게 날려줄 수 있기를 희망했다. 또 하나의 바람은 서울에서 한강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공원이 되는 것이었다. 마포새빛문화숲의 세부적인 목표는 다음과 같았다. 자연성을 회복함과 동시에 갇혔던 물을 다시 흐르게 하여 땅과 자연과 사람의 관계성을 회복한다. 문화와 예술, 새로운 생각과 사상을 담아내며, 일상과 비일상의 프로그램을 담는 비움의 공간이 되도록 한다. 당인리 발전소의 산업유산적 가치를 되새기며, 경계를 허물고 도시 맥락을 담아내어 지역민에게 일상의 삶과 생동감이 있는 장소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한다. *환경과조경403호(2021년 11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조경설계 이화원 시공 포스코건설, 에코밸리 발주 중부발전 위치 서울시 마포구 당인동 1번지 면적 118,779m2 (공원 면적 95,054m2) 완공 2021. 4. 김이식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에 조경설계 이화원을 설립한 이후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국립생태원, 북서울미술관, 대통령기록관, 당인리 서울복합화력발전소 공원화(마포새빛문화숲) 설계 등이 있다. 조경을 통한 세상의 변화를 꿈꾸며 설계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 김이식 / 조경설계 이화원
  • 남산예장공원 Namsan Yejang Park
    길, 공원, 남산자락, 서울 남산자락과 공원을 관통하는 길이 남산예장공원을 만드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구조를 이룬다. 남산은 서울의 중심이자 풍수지리적으로 안산과 주작에 해당하는 산이다. 설계의 중심이 되는 이야깃거리이지만 너무 깊게 빠져들면 자칫 명확한 공간을 만들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었다. 즉 남산은 설계에 있어 크고 명확한 단서인 동시에 공간 해석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존재였다. 남산이라는 복잡한 대상에 쉽게 접근하고자 설계 요소의 위계를 역으로 짚어보았고, 그 여정의 끝에서 ‘길’이라는 설계의 실마리를 찾았다. 길을 통해 만들어지는 남산 예장자락을 상상했다. 자락의 경관이 도시에 스며들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길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다지 많은 생각이 녹아 있지 않은 것 같은 초벌 드로잉이 설계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중요한 것을 더욱 중요하게, 명확한 것을 더욱 명확하게, 흐릿한 자국을 조금 더 선명하게 그렸다. 명동과 접한 남산 예장자락의 위치적 중요성과 산자락의 명확한 모습을 부각시키고, 그 속에 담긴 근현대사의 기억을 시민들이 조금 더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여러 형태의 공간을 다양한 길의 흐름에 따라 설계하고 배치했다. 샛자락 그리고 사람, 문화, 역사, 나무의 길 남산예장공원 프로젝트의 목적은 남산의 자연 경관 복원과 도시 문화 공간 연결이다. 경관을 재생하며 만드는 길의 위치적 특성, 켜켜이 싸인 숲과 산이 지나온 시간으로 완성되는 남산예장공원은 복합 기능을 갖춘 도시 녹지 공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띠게 된다. 건축 기능 공간을 지하화해 예장자락의 표피를 남산 숲자락의 확장 공간으로 만들고, 길이 있어야만 하는 곳에 원래 있던 것 같은 편안하고 친숙한 분위기의 길을 놓아 연결함으로써 활기를 불어넣었다. 내부화된 기능 공간과 남산 숲자락의 확장은 ‘샛자락’(『환경과조경』 2016년 4월호 참조)이라는 자락 경관의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복합화해야 하는 장소를 해석하는 데 명쾌한 해답이 되었다. 디자인 철학과 장소의 기억에 편중된 방향으로 전개되는 설계를 지양했다. 명동과 남산, 관광객과 케이블카, 아픈 역사와 남산2청사, 남산 위의 소나무, 문화거리 등 복잡한 요소가 얽힌 예장자락에 네 개의 길을 스며들게 함으로써 이 장소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고자 했다. 남산예장공원은 퇴계로와 접한 들머리 진입 광장과 예장숲을 기점으로 시작돼 남산을 향하는 나무의 길과 사람의 길을 통해 이어지고, 소파로와 접한 문화의 길은 서울애니메이션 센터와 연결되며, 남산2청사가 있던 공간은 역사의 길로 계획되었다. 하지만 예장자락이 근현대사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해 나무의 길은 남산 위에 저 소나무 길로, 사람의 길은 사람숲으로 조정되었다. 역사의 길로 조성될 계획이었던 남산2청사 부지에서는 공사 중 조선총독부 관사 유구가 발견되었는데, 이를 개방형 유구 보존의 방식으로 남겨 ‘기념6’이라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지하에는 남산과 명동 방문자를 위한 버스전용주차장과 서울시가 추진하여 개관한 이회영 기념관, 실내 문화 공간인 예장마당이 마련되었다. *환경과조경403호(2021년 11월호)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 조경설계호원 건축 설계 시아플랜 조경 시공 안산조경건설 위치 서울시 중구 퇴계로26길 36 일대 면적 22,832.62m2 완공 2021. 6. 조경설계호원은 유형의 물적 공간을 구현해 삶의 다양한 변화를 추구한다.디자인의 창의적 사고와 공간 구현의 기술적 사고를 중시하며, 치밀하게 계산된 공간의 이미지 연출을 위해 조경이 행하는 모든 영역의 조력자로서 디자인 행위를 추구한다.
    • 김호윤 / 조경설계호원
  • 대치 르엘 Daechi LE|EL
    대치 르엘은 대치유수지체육공원을 비롯해 양재천, 탄천, 한강으로 이어지는 수변 녹지 공간과 가까워 일상 속에서 풍부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단지다. 특히 양재천에서 뻗어 나온 수변 녹지를 단지 내부로 연결하고자 했다. 곳곳에 수경 시설을 배치해 언제나 수변 공원에 온 듯한 청량감을 느끼게 하고, 다양한 규모의 휴게시설을 연계해 쾌적함을 더했다. 설계를 시공으로 구현하며 가장 고민한 부분은 건물과 조경 공간의 조화였다. 6개동 중 4개동이 7층 이하인 저층 주거 단지이기 때문에 고층 주동으로 구성된 일반적인 단지와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다. 건물과의 조화를 고려해 대형목보다는 수형을 조형적으로 다듬은 수목을 선별해 식재하고, 특정한 공간에 힘을 주기보다는 단지의 전 공간이 고루 균형을 이루도록 했다. 동일 수종의 교목을 군식하기보다 다양한 수종을 공간의 분위기에 맞춰 배치하고, 하부 식재를 정형화해 정돈 된 이미지를 연출했다. 물소리가 흐르는 단지 청량한 물소리가 문주에서부터 사람들을 반긴다. 부드러운 곡선과 직선을 조합해 설계한 문주 한가운데 워터 커튼 형식의 수경 시설을 설치했다. 이로써 사람들은 도심 속 주거 공간에 드나들며 물소리를 듣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문주를 지나면 일렁이는 물결을 연상시키는 형태의 캐스케이드가 나타난다. 캐스케이드와 연계된 녹지에 다채로운 초화를 심고 학 조형물을 설치해 동양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여울폭포를 완성했다. 이외에도 대형 티하우스와 결합된 폰드, 석가산과 연못으로 구성된 물의 뜰 등 다양한 수경 공간이 생활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배치 했다. *환경과조경403호(2021년 11월호)수록본 일부 조경 설계 라모디자인그룹 시공 롯데건설 조경 시공 아세아종합건설 시설물 스페이스톡, 원앤티에스 위치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977 일원 규모 273세대 대지 면적 12,456.3m2 조경 면적 3,900.04m2 완공 2021. 9.
    • 김승태 / 라모디자인그룹, 롯데건설
  • 서울공예박물관 Seoul Museum of Craft Art
    구법의 기술 처음 방문한 풍문여고의 흙 운동장에 반해서,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무조건 프로젝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적어도 지금의 폐쇄적인 담장만 허물 수 있다면, 도시의 인상적인 오픈스페이스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공공 공간을 설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프로젝트 초청 당시 서울공예박물관장이 오피스박김에게 보여준 신뢰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자문과 심의 그리고 동료의 불평 불만 속에서 초기안은 당연히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그동안 만들고 구현한 ‘박김사례’의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었고, 그 안에 담겨진 구법의 기술은 수많은 사변을 넘어서는 동력이 되어주었다. 구법의 진화 형태나 형상이 아닌 과거의 물성―풍문여고의 흙 운동장, 안동별궁 터의 지형 언덕―을 구현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를 위해 재료 실험을 했고 수차례에 걸친 목업시공을 통해 배수가 잘되며 하이힐을 신고도 편히 다닐 수 있는 흙 포장을 구현할 수 있었다. 관행적인 흙포장의 한계를 넘어서는 이 새로운 흙 포장은 야구장에서 착안한 것으로, 마사토와 섞였을 때 점성이 생겨부드럽지만 단단한 경도를 갖는다. 수직으로 단절된 축대 위에 놓인 400년 수령의 은행나무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완만한 지형 언덕을 구상했다. 이미 사라진 안동별궁의 지형을 재현하되 오피스박김만의 진화된 방식으로 제안했다. 선형의 콘크리트는 지형의 높이와 함께 경관에 변화를 만들어내며, 지형의 미세한 차이를 더욱 드러낸다. 우리는 이 선형의 콘크리트를 ‘지형틀’이라고 불렀다. *환경과조경402호(2021년 10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및 시공 감리 오피스박김(박윤진, 김정윤) 시공 아이엠유건설(김충호) 발주 서울공예박물관 위치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3길 4 면적12,830m2 준공2021 사진 김종오 오피스박김(PARKKIM)은 2004년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에서 박윤진, 김정윤이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다. 2006년 서울로 이전했고, 2018년 김정윤 대표의 하버드 GSD 교수 임용을 계기로 보스턴 지사를 개소했다.
    • 박윤진, 김정윤
  • 블랙메도우 Black Meadow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연작’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을 만들고 있었다. 그것들을 관통하는 것은 ‘바닥’이다. 낮게 깔리는 것, 내려다봐야 하는 것, 수평적인 것, 그리고 우리가 하찮게 여겨왔던 것. 풍경을 구성하는 근원적인 기하학은 바닥 면과 그에 직각으로 선 것들이다. 인류는 직립 보행을 시작하며 손의 자유를 얻었고, 그로 인해 두뇌가 발달하며 다른 동물들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갖게 됐다. 나아가 지표면에 수직적인 것들을 세우기 시작했다. 대표적 사례가 건축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조경 작업을 건축적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힘들어졌고, 자연과 경관에 내재한 고유의 언어와 법칙으로 우리의 작업을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산다. 아마도 수직에 저항하는 것, 높은 것에 반대되는 것, 보잘것없는 배경이나 바탕으로 치부되는 것, 손이 아닌 발의 영역에 속한 것에 대한 반항적 끌림이 지구의 표면, 풍경의 바닥으로 향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지구의 표면에는 어마어마한 생태계가 존재한다. 그중 하나인 메도우(meadow)는 천이의 초기 단계에서 볼 수 있는 초지로, 숲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는 동시에 사람들에 의해 쉽게 영향을 받는 취약한 생태계다. 2021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에 설치된 블랙메도우(black meadow)는 초록과 생명이 사라진 자연을 의미하는 바닥 설치물이자 빗자루로 만든 카펫이다. *환경과조경402호(2021년 10월호)수록본 일부 작가 김아연 디자인팀시대조경(안형주,최진호,송민원,김현근,나준경,이온),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김희원,김선주,이필립,이주은,윤정원,진소형,오혜지,손영호,김단비,박정은,김현정,박공민,한지훈,강건희,강성수,이현우,이영현) 전시 기획2021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추진단 위치 이탈리아 베니스 카스텔로 공원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면적50m2(지름 약8m) 재료 빗자루,마대 설치2021. 5. 사진 김아연, 2021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전시추진단 김아연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동대학원 및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했다.조경 설계 실무와 설계 교육을 넘나드는 중간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국내외 정원,놀이터,공원,캠퍼스,주거 단지 등 도시 속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담당해 왔으며 동시에 자연과 문화의 접합 방식과 자연의 변화가 드러내는 시학을 표현하는 설치 작품을 만들고 있다.자연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아름다운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조경 설계라고 믿고,이를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일을 중요시한다.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이자 스튜디오 테라 대표다.
    • 김아연
  • 메도우카펫 Meadow Carpet
    한국의 주거 유형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다. 부동산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약속되는 아파트는 ‘집’이라는 삶의 영역이 아닌 정치의 영역이 되었다. 이웃과 소통하고 기억과 이야기가 축적되는 ‘마을만들기’로서의 주거 단지 개념은 설계 스튜디오나 설계공모 안에서만 힘을 얻는 것 같다. 설계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아파트 설계가 제일 어려웠다. 익혀야 할 공식과 규칙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인동간격처럼 다양한 계산식을 통해 도출되는 단지 배치의 구조뿐 아니라 자연을 다루는 조경 역시 관습의 영역에 있었다. 단지 입구에는 소나무를 군식한 뒤 석가산을 만들고, 출입구와 시선이 꽂히는 모퉁이에는 선주목, 생활 가로에는 왕벚나무, 주동 측벽에는 메타세쿼이아를 심어야 한다. 1m2당 심어야 하는 식물의 밀도가 주요 수종별로 정해져 있고, 녹지 경계에는 회양목과 철쭉을 밀식하고, 수급과 관리가 어려운 초화류는 준공 직후 입주민들을 ‘웰커밍(welcoming)’하는 용도로는 쓰되 과도하게 사용하면 안 된다. 화목류를 중간중간 섞어 계절감을 살리고 겨울철 녹시율과 상록수 법정 의무 비율을 채우기 위해 경계부나 군식 녹지대에는 저렴한 스트로브잣나무를 심는다. 건설사와 공사는 촘촘한 그들만의 공식을 정해두었고 설계사의 창의성은 그 안에서만 허락된다. 아마 입주민의 민원을 최소화하는, 수십 년 동안 검증된 노하우가 만들어낸 안전장치였을 것이다. IMF 시대를 거치면서 아파트 조경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했다. 건축 설계의 하도업이 아니라 아파트의 브랜드 가치를 좌우할 핵심 상품이 됐다. 건설사의 조경팀은 주택상품개발부서에 편입되고, 매해 상품 개발을 위해 경쟁한다. 상품은 끊임없이 개발되고 곧 복제된다. 새로운 상품의 개발은 곧 새로운 공식의 생산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시장이고, 아파트 조경은 시장에 내놓은 상품이다. 이러한 아파트 조경의 자기 복제성이 가장 장소적이어야 할 집과 동네를 비장소적, 탈장소적으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파트는 한국을 전형적인 ‘무인도시’1로 만드는 주범이자 그 결과물이다. *환경과조경402호(2021년 10월호)수록본 일부 디자인팀 스튜디오테라(안형주, 최진호, 오혜지) 시공 스튜디오 이레, 다원녹화건설 위치 서울시 강남구 일원동 690-1 면적 약 200m2 재료 식물, 목재, 석재, 타일 등 복합 재료 완공2021. 1. 사진 현대건설 김아연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동대학원 및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했다.조경 설계 실무와 설계 교육을 넘나드는 중간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국내외 정원,놀이터,공원,캠퍼스,주거 단지 등 도시 속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담당해 왔으며 동시에 자연과 문화의 접합 방식과 자연의 변화가 드러내는 시학을 표현하는 설치 작품을 만들고 있다.자연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아름다운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조경 설계라고 믿고,이를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일을 중요시한다.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이자 스튜디오 테라 대표다.
    • 김아연
  • 가든카펫 Garden Carpet
    서구식 근대화를 꿈꿨던 고종은 대한제국을 공간적으로 근대화하기 시작했다. 도시적으로 독립문과 파고다공원 건설을 포함한 도시 개조 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건축적으로 덕수궁 내 서양 공관들을 건설하고 서구식 생활 양식을 도입했다. 서구식 공간은 건축물의 구조와 외관뿐만 아니라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 자체를 바꿨으며, 근대적 생활 양식에 걸맞은 가구가 도입되면서 황실의 바닥 역시 변화했다. 그렇게 근대의 삶 바닥에는 카펫이 놓였다. 카펫은 공간의 영역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장치이자 그 자체로 정원을 상징하기도 한다. 깔개 하나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간편한 창의성과 깔개 문양의 상징 체계가 만들어내는 한시적 헤테로피아(heterotopia)의 상상적 측면은 나를 매료시킨다. 나아가 문명이 만들어내는 수직적 기념비와 대비되는 수평적 공간은 두께를 갖는 대지의 표면이자 낮은 곳에 주목하게 하는 지구의 근원적 기하학이다. 카펫(carpet)은 ‘털을 뽑다pluck’라는 의미의 라틴어 카르피타(carpita)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서아시아나 유럽의 건조하고 냉랭한 기후에 버티기 위한 유목민의 생필품이었던 카펫은 서구의 상류 계층에 소개되면서 신분과 문화적 취향을 나타내는 기호품이 됐다. 또한 종교 예술과 결합해 낙원을 상징하는 화려한 문양과 상징체계를 가지게 됐고, 각국의 왕실은 권력을 과시하는 화려한 카펫을 수입하거나 제작했다. 가든카펫의 문양은 1918년 「매일신보」에 게재된 고종 황제 일가의 사진 한 장으로부터 시작됐다. 대한제국의 황궁인 경운궁 석조전에 도입됐던 가구들은 영국 메이플사Maple & Co의 제품으로 추정된다.1 주문 제작이 아닌 기성품을 수입했다는 사실은 당시의 국력을 보여주는 쓸쓸한 증거다. 카펫에 대한 단서는 남아있지 않지만 가구와 함께 수입되었을 것으로 추측될 뿐이다. 그렇다면 정원으로서의 카펫, 황실의 상징으로서의 식물 문양을 새롭게 구성하여 상상의 정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일반적으로 카펫의 문양은 구성 방식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석조전의 카펫은 올 오버(all over)구도, 즉 중심부에 메달(medal2)과 같은 핵심 상징이 없이 바탕에 같은 문양이 반복되는 유형3으로 볼 수 있다. *환경과조경402호(2021년 10월호)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김윤희, “대한제국기 덕수궁 석조전 건립과 서양가구 유입”, 『문화재』 47권 3호, 2014, pp.4~23. 2. 신의 눈 혹은 눈물을 상징하는 신성한 문양으로, 이를 상징하는 화려한 패턴이 중심에 자리한 패턴을 메달리언(medallion) 구도라고 부른다. 디자인팀 안형주, 최진호, 박근우, 오혜지, 손영호, 하영권, 이필립, 이주은 시공 쌔즈믄 식물 천지식물원 크기900×1,800×40cm 재료 식물, 목재 등 복합 재료 전시명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 전시 위치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99 덕수궁 정원 및 전각 전시 주최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 전시 기획 박혜성(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전시 기간2021. 9. 10. ~ 2021. 11. 28. 사진 김경태, 김아연
    • 김아연
  • 일분일초 Production of Atmospheres
    오픈 뮤지엄 가든: 우리들의 정원 소다미술관은 경기도 화성시 최초의 사립 미술관이다. 건설이 중단된 후 오랫동안 방치된 대형 찜질방을 디자인·건축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문화 예술 재생 공간이다. 지난 5월, 소다미술관이 선보인 ‘오픈 뮤지엄 가든(Open Museum Garden): 우리들의 정원’ 전은 조경가와 디자이너, 예술가가 모여 미술관 앞마당을 관객이 소요할 수 있는 야외 정원으로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다. 팬데믹 시대, 미술관이라는 용도에서 잠시 벗어나 지역민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구현하고 그곳에 예술을 얹어 공동체가 함께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그 의도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공간에 일분일초라는 주제의 정원을 조성했다. 일분일초 일분일초(一分一初)는 극히 짧은 시간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 시간성에 일분일초一盆一草(하나의 분, 하나의 식물)라는 자연의 의미를 더했다. 자연은 짧은 순간에도 변화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은 공간에 분위기를 생성한다. 자연은 물리적으로 객관화된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자연을 모방하거나 변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으로 들어가 자연을 관조한다. 바라보며 떠올린 감정으로 자연 안에서 정서적 관계를 맺게 된다. 이러한 관계는 분위기로 연출되며, 분위기를 지각하는 주체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자연을 이해한다. 분위기는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 자연을 경험하는 주체가 무의식적으로 떠올린 경험이 각기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일분일초라는 시간 속에서도 일분일초라는 자연 속에서도 무한한 공간의 분위기가 생산된다. 하나의 건축물 안에도 어떤 곳은 빛이, 어떤 곳은 바람이 잘 통하는 등 다양한 조건의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을 이용해 부서져 들어오는 햇살과 교목의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분위기, 돌과 건축물이 만나 보여주는 물성을 극대화한 분위기, 바람에 흔들리는 꽃과 풀의 분위기를 담는 세 개의 공간을 계획했다. 나무, 돌, 풀의 재료를 각 공간에 분리하여 배치해 재료 자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도출했다. 어느 시점에서는 재료들이 겹쳐지며 조화를 이루게 된다. *환경과조경402호(2021년 10월호)수록본 일부 정원 기획·설계·시공 안마당더랩(이범수, 오현주, 이상아, 김명천, 이주현, 백찬민) 전시 기획 소다미술관(장동선, 류다움, 김민정)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전시지원팀 위치 경기도 화성시 효행로707번길 30 전시 기간2021. 5. 1. ~ 2021. 10. 31. 사진 소다미술관, 유영진(255mov), 박성욱(still negative club) 안마당더랩(Anmadang the Lab)은 이범수, 오현주가 2016년 공동 설립한 조경설계사무소로, 조경 지식을 기반으로 외부 공간을 기획, 설계, 시공하는 디자인 작업실이다.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외부 공간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작동하지 않던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자 한다. 섬세함이 만드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예술성과 대중성의 중간에서 새로운 환경을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공공 공간, 상업 시설, 개인 주택, 전시, 실내 연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이범수, 오현주, 이상아
  • 어반 포레스트 가든 Urban Forest Garden
    남산 자락에 위치한 피크닉(Piknic)은 1970년대 지어진 제약 회사 사옥을 리모델링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카페, 레스토랑, 전시관을 갖춘 이곳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공간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전시를 기획해 왔다. 올해 열린 ‘정원 만들기’ 전은 외부 공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시다. 그 일환으로 건물 옥상과 지상 외부 공간에 정원을 조성해 전시가 열리는 봄부터 가을까지 정원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게 했다. 인공 지반에 마련된 숲과 초원 어반 포레스트 가든(Urban Forest Garden)은 도심 속에서 오래된 숲과 자연스러운 초원을 경험할 수 있는 정원이다. 단순히 식물로 가득 채워진 녹지가 아니라 건강하게 살아 숨 쉬는 생명을 들여 진정한 자연의 분위기를 연출하려 했다. 자연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이 자연이 지닌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로 인해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를 바랐다. 취향 또는 필요에 의해 만들어져 그저 구경거리나 즐길 거리에 그치는 정원이 아닌, 다양한 생명을 담는 정원을 만들고자 했다. 콘크리트 위에 재현한 초원과 숲의 식생에는 생태적 식재 기법과 정원 조성 기술이 적용됐다. 빛과 어둠, 생기 있는 것과 시든 것, 있다가 사라지고 없다가도 다시 생겨나는 것들의 반복을 통해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매 순간 다른 모습으로 보이고자 했다. 거대한 빌딩숲으로 둘러싸인 주변 풍경까지 아름다워 보일 수 있도록 메마르고 황량한 도심 속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오아시스와 같은 숲을 구상했다. *환경과조경402호(2021년 10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더가든(김봉찬, 신준호, 지소희) 시공 더가든(김봉찬, 신준호, 지소희, 박선영), 김미홍 시설물 에스디레이저 설비 금강SK 전시 기획 피크닉(Piknic) 위치 서울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면적 276.8m2 준공 2021. 4. 사진 더가든, 이형주, 피크닉 김봉찬은 서귀포에서 나고 자라 제주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생태학을 전공했다. 자연과 식물 사회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정원 공부를 시작했으며 평강식물원, 백두대간수목원, 서울식물원 조성에 참여했다. 자연의 원리를 이용한 생태정원과 자연주의정원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최근 베케정원을 비롯해 아모레 성수, 모노하 한남 등에 정원을 조성했다. 신준호는 강원도 원주 출신으로 서울시립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조경을 전공했다. 2007년 미국조경가협회 학생부문과 2008 함부르크 국제정원박람회 학생공모전에서 수상했다. 2015년부터 더가든에서 근무하며 김봉찬과 다수의 정원 작업을 함께 했으며, 2021년 7월 ‘자연스럽게 심는 집’이라는 뜻의 가든 스튜디오 연수당(然樹堂)을 개소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김봉찬, 신준호
  • 나의 정원 My Garden
    “나만의 정원을 갖는다는 건 그저 몽상에 불과한 걸까?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노력은 그것이 결코 불가능한 꿈만은 아님을 일깨워 준다. 흙을 가꿀 한 뼘의 땅이 아직 없다 해도 상관 없다. 실내든 옥탑이든, 설령 너무 비좁거나 그늘진 공간밖에 없어도 괜찮다. 시작하는 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은 풀 한 포기에 기울이는 관심과 사랑, 자연과 생명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이다.”(피크닉 ‘정원 만들기’ 전 작품 소개문 일부) 나의 정원은 피크닉 ‘정원 만들기’ 전시의 일환으로 만든 정원이다. 지난 4월에 시작한 이 전시는 정원을 통해 헌신과 돌봄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확인하게 하고, 나아가 모두가 자신만의 한 평 정원을 만드는 꿈을 꾸도록 독려한다. 전시는 늦가을인 10월에 마무리되지만 전시관 4층 옥상에 조성된 나의 정원은 존치된다. 나의 정원 아무리 작은 공간이라도,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 있어도, 한결같이 아름다운 풀과 꽃과 나무를 불러 모아 정원을 만드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서울은 흔히 난개발의 도시, 밀도 높은 고층 아파트로 꽉 찬 도시로 인식된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남산을 비롯한 산들로 켜켜이 둘러싸여 있고 한강이 유유히 흐르며, 옛 궁궐들이 남아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건물 옥상, 테라스, 베란다, 밋밋하게 솟아오른 건축 벽면을 활용한 정원은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게 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풍요로움을, 나아가 자연과의 교우를 선사할 것이다. *환경과조경402호(2021년 10월호)수록본 일부 설계 조경설계 서안(정영선) 시공 조경설계 서안 전시 기획 피크닉(Piknic) 위치 서울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면적 230m2 준공 2021. 4. 사진 조경설계 서안, 피크닉 정영선은 1941년 대구에서 출생한 한국의 조경가다. 1987년 조경설계 서안을 설립했다. 주요 작품으로 호암미술관 전통정원 ‘희원’, 예술의전당, 선유도공원, 국립중앙박물관, 청계천, 광화문광장,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기본 및 실시설계 등이 있다. 희원으로 환경문화대상(1998), 선유도공원으로 서울시건축상(2003), 세계조경가협회 동부지역회의 조경작품상(2004), 미국조경가협회 프로페셔널어워드(2004), 한미 원불교 원다르마센터 조경설계로 미국건축가협회상(2013)을 받았다.
    • 정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