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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감] 경의 풍경, 서석지
  • 김용택
  • 환경과조경 2016년 9월
경의풍경.jpg
서석군을 살려 연못을 만들고 전면에는 강당인 경정을, 측면에는 서재인 주일재를 두었다.

 

영양에 있는 서석지瑞石池는 조선의 3대 민가 정원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겨울 스튜디오 직원들과 서석지를 답사하고 나서 같이 보고 싶은 마음에 멤버들을 설득해 두 번째 길에 올랐다. 여름 정원을 보고 싶어서다. 아쉽게도 정원이 보수 중이라 고즈넉함은 느끼기 어려웠지만, 겨울 정원을 상상하며 정원에 담긴 의미들을 되새기고 정원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보았다.

서석지는 석문 정영방石門 鄭榮邦(1577~1650)이 광해군의 실정에 벼슬을 포기하고 낙향하여 만든 정원이다. 마음을 달래고 학문을 익히며 그가 생각한 이상향을 만들었을 터다. 그래서 정원 곳곳에 그의 사상과 철학이 배어있다. 사소한 바위 하나에도 이름을 지어 의미를 두었다. 작은 마당에 있던 서석군瑞石群을 살려 연못을 만들고 전면에는 강당인 경정敬亭을, 측면에는 서재인 주일재主一齋를 두었다. 작은 마당엔 연못 이외의 다른 요소가 없다. 담장과 연못 사이에 통행을 위한 좁은 통로만 있을 뿐이다. 경정은 연못에 떠 있듯 놓여있고, 주일재의 연못 기단은 기단의 일부를 앞으로 내밀어 사우단四友壇이라는 화단을 두었다. 경정이 다소 불안하게 마당을 채우고 있는데, 이를 주일재가 낮고 편안하게 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사람들과 모여 토론하는 자리는 웅장하게, 자신이 공부하는 공간은 편안하게 만든 것이다. 경정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씩씩하다. ...(중략)...

 

* 환경과조경 341호(2016년 9월호) 수록본 일부

 

이 연재를 위해 factory L의 이홍선 소장,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용택 소장, 디자인 스튜디오 loci의 박승진 소장 그리고 서울대학교 정욱주 교수와 서울시립대학교 김아연 교수 등 다섯 명의 조경가가 의기투합하여 작은 모임을 구성했다. 이들은 새로운 대상지 선정을 위해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공간들을 세밀한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며, 2014년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유쾌한 답사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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