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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디자인 오피스] 디멘션 조경설계사무소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마음의 창을 디자인하다
  • 이동화
  • 환경과조경 2023년 10월

뜻밖의 선물


근 30년의 세월 속에서 우리가 추구했던 설계 철학을 작업으로 정리해 보았다. 1995년, 우리가 개업할 무렵 대구엔 변변한 전문 조경설계사무소가 없었다. 건축설계사무소도 조경설계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다. 시공사나 건설사의 조경 부문에서 시공용의 식재 계획도 등을 컴퓨터가 아닌 수작업으로 그려서 시공하던 시절이라 캐드로 설계하는 것이 획기적인 일이었다.

 

처음엔 두 소장의 이전 회사 근무 인연 덕분에 건설사의 아파트 설계 전문 건축사무소와 연결돼 주로 아파트 조경설계를 하면서 직원도 늘어나고 차츰 자리를 잡았다. 구·군청과 같은 관광서 프로젝트를 맡아서 수행하기도 했고, 특히 박찬용 교수(영남대학교 조경학과)와 협력해 북구청 관내의 미개발되거나 노후한 공원들을 설계하면서 본격적으로 조경설계사무소의 위상을 높였다.

 

1998년으로 기억되는 ‘해바라기공원’과 ‘운암지 수변공원’의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는 그 당시 이명규 북구청장의 적극적인 뒷받침과 배려로 완공 다음 해(1999년) 대구 경실련 주최 제1회 도시환경문화상 대상을 공동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그 당시의 공원으로는 획기적인 디자인과 시설들로 주목을 받았다. 지금 그 공원들은 다시금 리모델링을 거쳐 많은 주민에게 인기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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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도시환경문화상 대상작, 해바라기공원과 운암지 수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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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운암지 수변공원은 야경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Shutterstock/Ban.J

 

 

밀레니엄과 함께 다가온 기회


새천년의 빛과 정신을 담은 해맞이광장

새천년을 맞이하며 전국적으로 여러 지역에서 밀레니엄 행사가 열렸다. 국가 차원의 새천년 해맞이 행사지로 포항의 호미곶 일원이 지정됐다. 경상북도와 박찬용 교수가 함께 ‘새천년 기념공원 조성 기본 구상도’를 수립했다. 우리는 그 안을 골격으로 2000년 1월 1일 개최되는 ‘한민족 새천년의 해맞이’ 축전을 수용할 수 있는 ‘2000년 해맞이광장’을 설계하는 행운을 얻었다.

 

해맞이광장은 밀레니엄의 기념성, 2000년 첫 해맞이 행사, 파도, 만남, 화해와 통일 염원 등 다양한 의미와 공간 요구를 충족하면서 바다와 해돋이 장면의 직접적인 조망이 가능토록 동·서 방향 폭 50m, 길이 320m 규모의 직사각형의 장방형 중심축을 설정했다. 이 동서축 공간을 해상 및 해변 해맞이 공간, 기념 조형 공간, 공연 및 관람 공간, 서비스 공간으로 분절했다. 분절된 각 공간의 중심에 상징적인 조형 작품 등을 배치해 시각적 지표성과 상징성을 강조했다.

 

특히 해상과 광장에 설치된 조형 작품 ‘상생의 두 손’은 김승국 교수(영남대학교 디자인미술대학)의 작품으로, 해맞이광장의 가장 상징적인 오브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조성 당시와 다르게 많은 시설이 새로 설치되면서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이 공간이 주는 역동성과 상징성은 새천년의 기념 정신을 잘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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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과 광장에 설치된 조형 작품 ‘상생의 두 손’은 해맞이광장의 상징적인 오브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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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맞이광장은 지금도 여전히 역동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Shutterstock/Yeongsik Im

 

 

행운처럼 찾아온 기념광장 설계


대구가톨릭대학교 100주년 기념광장 조성사업 실시설계

개교 100주년 기념 공간을 대구가톨릭대학교 캠퍼스 내 대강당 전면 주차장에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엄붕훈 교수(대구가톨릭대학교 조경학과)의 기본 구상안에 우리 사무소의 정성 어린 보완과 수정 작업을 거친 끝에 모두가 만족하는 100주년 기념광장을 완성했다.

 

대강당 건물 주변에 차도를 두고 광장 북측엔 주차장과 이벤트 마당, 조형 안개 분수와 녹음 군집 식재를 배치해 남측 광장의 빈 공간을 보완했다. 주출입 동선의 남측 광장에 설치한 100주년 기념 원형 문주와 가운데 바닥분수는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됐다. 또한 전체적으로 화강석과 잔디 포장의 격자형 바닥 패턴을 통한 미니멀한 경관을 연출해 기념광장의 상징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주차장 입구 모퉁이 공간에 100주년 기념 조형 작품을 배치해 광장의 시각적 인지성과 상징성을 배가했다. 북측 주차 공간은 기존 녹음수를 최대한 존치하면서 경계 식재를 연출했다. 조형 안개 분수 주변은 대왕 참나무 군집을 식재하고, 기념 원형 문주 광장의 동·서측 가장자리엔 메타세쿼이아를 열식해 광장에 위요감을 불어넣었다. 남측 경사지는 계단식 화계를 조성해 경관성을 도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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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학교 100주년 기념광장은 화강석과 잔디 포장의 격자형 바닥 패턴을 통한 미니멀한 경관을 연출했다.

 

 

공동주택 조경설계


남산그린타운

이 아파트는 대구도시개발공사(이하 대구도시공사)가 발주한 프로젝트였다. 협력사인 환경건축이 수주한 프로젝트로 우리는 하도급 설계를 맡았다. 당시 대구도시공사의 조경 부문 담당자가 비교적 우리의 설계 의도와 공간 디자인에 대한 배려를 많이 해준 덕분에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임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타 아파트에 비해 지상 주차장을 최소화하여 지상 공간에 대부분 광장, 놀이터, 조경 녹지와 산책로, 운동 공간 등을 배치했다. 덕분에 남측 공간이 다소 높았던 2단의 공간에 역동성과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더구나 남·북의 두 광장에 조형성이 높은 게이트형 구조물과 어우러진 분수 시설을 배치해 공간의 상징성과 풍부한 경관성을 부각하면서 원형 및 격자형 포장 등을 적절히 도입하여 독창적인 공간감을 부여했다.

 

놀이 시설도 그 당시 각광을 받았던 다양한 색상과 기능미, 조형미가 뛰어난 테마형 조합 놀이대를 선정해 어린이들의 모험심과 상상력을 자극시킬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2005년 대구시 조경상 우수상을 받아 대구도시공사로부터도 인정받은 프로젝트였다.


캐슬골드파크

캐슬골드파크는 지금까지도 대구 최대의 재건축사업으로 꼽히는 황금주공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탄생했다. 당시 4,256세대의 거대한 클러스터를 연상시키는 대규모 사업으로 당초 인·허가 설계를 무시하고 우리는 조경 특화설계를 맡게 되어 상당한 부담과 책임감으로 임했다.

 

물소리·바람소리 어우러지는 정겨운 마을마당, 보행축을 따라 숲이 그려지는 싱그러운 초록 마을이라는 개념 아래 전체 5개 단지별 특징적 공간과 시설물, 식재 기법을 도입하여 차별성을 부여했다. 도시공원 요소를 도입한 열린 가로 공원을 조성하고 단지 주요 공간에 조형 작품을 설치해 생활 속의 예술 공간을 마련했다. 결절 지점에 소광장 및 휴게 공간을 만들었다. 입구의 상징성을 위한 문주 및 조형물, 수경 시설을 배치하고, 지형 극복을 위한 화계 조형 옹벽, 계류, 돌담 등을 조성했다. 다양한 색감의 포장 재료와 패턴으로 시각적, 경관적 흥미를 더하는 화려한 단지 공간을 연출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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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그린타운 원형 및 격자형 포장 등을 적절히 도입하여 독창적인 공간감을 부여했다.

 

 

공원 리모델링


상록어린이공원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에 위치한 상록어린이공원은 주변의 저층 아파트와 주거 지역으로 둘러싸인 공간으로 유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동네 공원이다. 노후화된 공원을 현 실정에 맞도록 새롭게 재정비해 주민들에게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다.

 

공원을 둘러보며 걸을 수 있는 산책로와 체력 단련 시설, 모험성과 유지 관리성이 우수한 놀이 시설물과 적절한 휴게 시설을 배치하여 통합된 공원의 역할을 부여했다. 기존의 대형 수목을 최대한 보존하고, 하부에 지피류와 화관목을 대량 식재하는 등 다층 식재 구조를 통해 풍부한 식생 경관을 만들고자 했다.


학산공원

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에 위치한 학산공원은 10층 규모의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유치원이 있는 오래된 택지개발지구 내의 공원으로 상당히 노후화되어 재정비가 시급했다. 공원 내 기존의 화장실이 얼마 전 리모델링됐고, 오랜 시간 정리가 되지 않았던 기존 수목들은 다소 무질서하게 자란 상태였다. 다만 일부 낙엽수들은 좋은 수형을 가지고 있어 그 자리에 그대로 보전하기로 했다. 공원 외곽에 시설과 수목 사이를 지나는 순환 산책로를 새롭게 만들고, 진·출입 동선은 지형적 한계로 기존의 출입구를 유지하면서 폭과 형태를 보완했다. 진입 동선은 중앙광장과 놀이 공간으로 집중되도록 조정하면서 곳곳에 정자 등 휴게 시설을 배치했다. 음수대도 기존 위치에 새로운 형태로 재설치하여 편의성을 도모했다. 아이들의 놀이 행태를 고려한 산책로, 남측에 모래 놀이터와 놀이 시설은 이곳만의 시그니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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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 산책로를 새롭게 만든 학산공원

 

 

채정공원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에 위치한 채정공원은 시장, 어린이집과 저층 주거지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주택가의 마을 공원으로서 오래된 택지개발지구의 공원 중 하나다. 도시재생 부서의 마을재생 프로젝트공모에 선정되어 재정비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보름달에 꽃비가 내리는 마을마당’의 개념 아래 다음 두 가지를 설계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다. 첫째, 하늘의 보름달처럼 환하고 축복처럼 꽃비가 내려 마을마당이 꽃동산으로 물든다. 둘째, 달빛이 비추는 분수에서 풍요의 결실이 샘솟아 넘쳐흐르고, 채정 마을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한다. 여러 안을 협의하면서 수경 시설 제안과 동선이나 시설물의 위치와 사양들도 여러 번의 수정·보완을 거친 후 결정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설계안을 완성할 수 있었다.

 

특히 공원 중앙의 테마형 조합 놀이 시설은 안개 분수를 갖추고 있으며, 조형 분수대는 달빛을 연상하는 조명과 커튼처럼 낙하하는 분수가 야간 조명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기존의 양호한 큰 수목들은 존치하면서 계절감과 향기, 질감 등을 잘 나타내는 화관목과 지피류를 집중적으로 도입하여 사계절의 변화감과 풍성한 경관을 느낄 수 있게 식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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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정공원은 안개 분수 등 수경 시설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름다운 경관을 꿈꾸며


요즈음 조경업계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발주처의 터무니없는 갑질, 회사 운영을 위한 박리다매 수주, 권위주의적이고 일방적인 각종 위원회와 트집 잡기 문화, 타 분야에서의 영역 침범, 좋은 인력을 뽑지 못해 발버둥치는 소규모 회사들과 공공 부문과 대기업만 선호하는 전공 졸업생,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 등 이런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조경계 전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조경의 본질은 새로운 경관, 인간을 위한 공간을 꿈꾸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우리들의 보람은 이 꿈과 이상을 현실로 바꾸는 힘과 과정에 있다. 좋은 공간, 아름다운 경관에 대한 상상(꿈, 염원)은 새로운 경관을 만드는 조경 행위를 발생시키는 원동력이다. 더 나은 세상, 더 좋은 삶에 대한 집단적 상상력과 실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현장에 대한 치열한 탐구와 더 좋은 것에 대한 꿈과 비전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좋은 결실을 맺으면 전문가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확신과 믿음에 따른 배려와 대우가 따라주지 않을까.



 

1995년, 디멘션조경설계사무소는 이동화 소장이 영남대학교 조경학과 1년 후배 김맹곤 소장과 의기투합해 대구에서 거의 처음으로 연 조경설계사무소다. 20여 년간 이어오다 김 소장이 시공사 대표로 독립한 뒤 지금까지 이동화 대표가 이끌고 있다. 좋은 공간, 아름다운 경관에 대한 상상(꿈, 염원)은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원동력이라 믿는다. 서두르지 않는 세심한 디자인으로 모두가 원하는 조경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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