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땅의 건축, 땅의 도시’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번 비엔날레는 서울도시건축관, 서울시청 시민청, 그리고 열린송현녹지광장(이하 송현광장)에서 열린다. 경복궁 인근에 있는 송현광장은 지난 110년간 도시의 외딴섬처럼 닫혀 있던 공간이다. 일제식민지기에는 조선식산은행 사택, 광복 후에는 주한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로 사용되다가 2022년 10월이 되어서야 꽃과 식물이 심긴 너른 녹지로 개방되었다.
현장프로젝트는 도시적, 역사적, 지리적으로 함의하는 바가 다층적으로 쌓인 송현광장의 공간적 가능성을 실험한다. 도시적 맥락에서 시민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꾀할 뿐 아니라 야외에서만 벌일 수 있는 특수한 방식의 전시를 시도하고, 날씨 변화에 따른 다각적 경험을 의도했다. 현장프로젝트를 기획한 김사라 큐레이터는 “다양한 파빌리온과 연계 행사를 통해 기억이 없는 땅, 송현동의 장소성을 되찾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축이 되는 작품은 주제전의 일부인 ‘하늘 소’와 ‘땅 소’다. 하늘 소는 주변 산세와 송현동 부지의 관계, 한양의 배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제안된 구조물이다. 계단에 오르면 북한산, 북악산, 경복궁의 배치 관계를 엿볼 수 있으며 익숙한 도심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와 반대로 땅 소는 몸을 낮추어 낮은 곳에서 송현동 부지와 그 주변의 땅의 기운을 느끼기를 유도한다. 주변의 산세를 본떠 작게 만든 것 같은 굴곡진 언덕은 하늘 소와는 다른 높이의 감각을 선사하고, 중앙의 못에는 주변의 풍경이 담긴다.
곳곳에 설치된 다양한 유형의 파빌리온은 2년간 시민에게 개방되는 송현광장이 한시적 장소로써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일반적으로 파빌리온이나 폴리가 이벤트 장소나 건축적·예술적 설치물 역할을 한다면, 송현광장의 파빌리온은 도시와 송현동이 관계하는 여러 방식을 제안하며 동선을 안내하고, 독립적인 공간으로서 체험적 노드로 기능한다.
* 환경과조경 426호(2023년 10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