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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로 푸는 조경 디테일] 경관의 깊이와 질감을 만드는 돌
  • 환경과조경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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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진입부의 미러폰드 거친 돌로 야생의 경관을 연출했다.

 

 

돌을 잘 아는 친한 몇 사람이 있다. 이들은 자신을 자칭 돌쟁이라 일컬으며 돌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이들을 알게 시점이 카스카디아 CC를 설계하며 이끼와 돌을 가지고 씨름할 때였다. 발주처는 늘 세상에 없던 것, 단 하나뿐인 경관을 요구한다. 그에 걸맞은, 세상에 없던 설계비를 주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새로움에 대한 짜릿함은 언제나 과한 도전정신과 창조의 고통 사이로 나를 내던진다. “멋진 거 한번해 보죠”라고 큰소리치고 온 마당에 뭔가 해내야지 어쩔 수 없다.

 

바로 이 세상에 없던 걸 만들던 시절, 나의 구세주 돌쟁이들이 돌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국의 돌은 지역에 따라 매우 다양한 패턴을 보이고, 특히 절단면이 자아내는 신비로움이 엄청난데 이를 바로 보여주지 못함을 안타까워한다. 애추사면(바위가 부스러져 쌓인 돌더미의 사면)에 대한 과도한 집착까지 보이기도 한다. 역시 한국인은 돌을 좋아한다며, 돌에 대한 예찬은 밤새 술잔을 기울여도 끝이 나질 않는다. 덕분에 나는 원하는 돌을 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던 불안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돌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카스카디아 CC는 자연의 압도적인 힘에 인간이 도전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조경 콘셉트는 태초의 자연이었다. 거침없는 암석과 땅의 지형, 지질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 자연을 향한 경외심을 느끼게 하고 한편으로는 두려움의 존재가 된다. 여기에 도전하는 골퍼들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 때 느끼는 쾌감은 가히 독보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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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의 끝자락에 얹은 스타트하우스에서 필드를 조망하며 계절의 변화감을 느끼게 된다.

 

 

진입 도로에서부터 클럽하우스까지 펼쳐지는 조경은 인간이 만들어낸 피조물과 조화를 이루어 자연을 회복하는 과정을 상징한다. 장엄한 바위, 이끼, 안개, 거대한 팽나무와 느티나무로 표현한 태초의 자연은 클럽하우스 건축의 절제된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대비된다. 곳곳에 조성한 정원은 홍천 숲속의 감동을 이용객에게 전한다. 고목, 이끼, 안개, 숲속을 연상시키는 식재, 암석 등으로 자연의 신비와 편안함을 표현했다.

 

세 개 골프 코스의 조경 콘셉트는 돌, 물, 나무(숲)였다. 부지의 암반 지형을 그대로 드러내 표현한 거친 암석 경관은 카스카디아의 도전정신이고, 케이브 폭포를 따라 내려오는 7단 폭포에서 퍼지는 생명의 기운은 카스카디아의 역동성을 상징한다. 구만산 수림대를 받아들여 코스 내로 연계한 트리 코스는 자연에 순응하는 카스카디아의 철학이다.

 

거친 대지의 틈에서 생명이 움트는 형상을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돌과 인조암을 사용했다. 이렇게 많은 돌을 설계해본 적은 처음이었다. 덕분에 나와 돌쟁이들은 강원도 산골에서부터 전라도 하천까지 전국을 돌며 적당한 돌을 구하기 위해 갖은 고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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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암석 경관을 보여주는 스톤 코스

 

 

환경과조경 433(2024년 5월호수록본 일부


이형석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풍경디자인, 현대건설,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를 거쳐 오지영 대표, 김건영 실장과 함께 본시구도를 열었다. 환경이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킨다고 믿으며, 지금보다 더 나은 꿈을 꾸며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조경을 인간의 생활과 삶의 터전을 바꿀 수 있는 직접적인 작업이자 세상을 바꿀 힘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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