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자연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정원 문화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한 편의 영화가 곧 개봉한다. 원생의 자연을 정원 예술로 승화시킨 메리 레이놀즈(Mary Reynolds)의 실화를 그린 영화 ‘플라워 쇼’는 자연의 위대함을 예찬하며 시작한다. 메리는 정원 ‘켈트족의 성소’로 2002년 첼시 플라워 쇼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그녀의 나이 28세 때다. 영화를 계기로 들여다 본 첼시 플라워 쇼는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스타 가든 디자이너, 오랜 준비와 기획, 막대한 예산과 스폰서, 정원 문화에 대한 관심과 파급 효과 등이 그것이다.
메리는 오래된 산사나무와 야생화, 켈트족의 흔적으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초원에서 뛰어놀며 자랐다. 어릴 때부터 자연을 벗 삼아 자란 사람에게는 꽃과 나무를 책으로 배운 사람과는 다른 어떤 정서가 있다. 배꽃 향기가 하루 중 어느 때 제일 진한지, 산길 모퉁이 빨간 열매는 얼마나 시큼한지 직접 체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어릴 때부터 요정의 들판이니 땅의 정령이니 하는 것을 상상하며 자란 메리가 야생화를 기반으로 지역 정체성을 반영한 정원을 디자인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도시 변두리 골목에서 동네 아이들과 술래잡기와 땅 따먹기를 하면서 자란 조경하는 어떤 여자는 아직도 벌레 한 마리 등장에 기겁을 한다나.
감독은 자신의 집 정원 디자인을 메리에게 의뢰한 것이 계기가 되어 자서전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다. 정원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던 메리는 부푼 꿈을 안고 더블린에 가서 취업했다가 좌절을 겪고 난 후 첼시 플라워 쇼에 도전하기로 마음먹는다. 첼시 플라워 쇼는 1827년에 치스윅 가든에서 처음 열린 치스윅 페트(Chiswick Fete)로 시작한 행사로 그 역사가 깊다. 영국에서는 크고 작은 꽃, 정원 관련 전시회가 연중 1천 회 이상 개최된다. 영국 왕립원예협회(RHS)는 네 개의 정원(Wisely, Rosemoor, Hyde Hall, Harlow Carr)을 소유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 정원들을 통해 교육과 연구를 지속하고 가드너를 배출한다. 협회가 개최하는 첼시 플라워 쇼는 메리와 같은 열정을 가진 디자이너라면 꿈꿀 만한 영국의 대표적인 플라워 쇼다. ...(중략)...
* 환경과조경 342호(2016년 10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영화 속 경관’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겨레 영화 평론 전문 과정을 수료했다. 조경을 제목으로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영화를 삶의 또 다른 챕터로 여긴다. 영화는 경관과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계 맺는지 보여주며 인문학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텍스트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