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동심원
우리는 안계동 대표 휘하 네 개 오피스가 모인 공동체다.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동심원조경)는 3개 설계실(설계1실, 설계2실, 설계3실)과 동심원건설로 구성된다. 어느 실은 실시설계를 주로 맡고, 어느 실은 계획을 주로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우리는 동심원이란 이름하에 네 개의 회사처럼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본인이 속한 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물론 같은 회사 구성원으로서 함께할 때도 있고, 때론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각 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막내들에게 동심원조경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유연한 1실
강하고 매콤한 멤버들이 모여 있다. 기본구상부터 실시설계, 모델링, 현장 답사 등 설계의 전 과정에서 손발을 맞춰 움직인다. 그냥 이것저것 다 해보면서 정신없이 배우는 중이다. 1실의 매력은 ‘유연함’으로, 다양한 변수에 맞춰 빠르게 대처하고 업무 집중도를 높여 야근을 줄이려 노력한다. 매년 5월 전통 정원 답사를 다니고 있는데, 언젠가 1실의 전통 정원 답사기를 쓰고 싶다. (김혜빈)
섬세한 2실
깐깐하고 까다로운 멤버들이 모여 있다. 작은 실수도 용서되지 않고 높은 완성도를 위해 철저한 검토 과정을 거친다. 디자인도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게 까다롭게 작업해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예리함’과 ‘섬세함’을 무기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팀이다. (이우근)
갓생의 3실
모든 멤버가 ‘갓생’(god+생)을 살고 있다. 설계는 물론이고, 일 외의 시간에서도 열정적으로 저마다의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매 프로젝트를 매우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워라밸이 환상적인 팀이다. 높은 업무 집중도와 공간에 대한 열린 사고방식으로 설계를 구현할 수 있고, 갓벽(god+완벽)한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송재안)
동심원건설
동심원건설은 현재 한창 현장에서 바쁘게 시공 중이라 차마 소개 글을 요청하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치열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상급자 혹은 각 실에 대한 찬양에 가까운 칭찬을 가급적 배제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다들 은연중에 본인이 소속한 실을 최고라 표현했다. 지금까지 100여 명의 직원이 동심원조경을 거쳐 갔고 현재 20년 근속기념 금메달 가진 사람 5명, 10년 근속 기념 황금열쇠(10돈)를 가지고 있는 사람 10명을 포함해 총 25명이 근무 중이다. 회사에 고인물(?)이 좀 많은 편이지만, 우리를 거쳐 간 이들은 조경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설계사무소를 운영하거나 교수로 활동하며 조경 분야에서 한가락 하는 중이다.
동심원의 만듦새
동심원에서 일해요
조경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동심원에서 일해요’라고 말하면 ‘유치원에서 일하세요?’라고 묻지만, 조경하는 사람들은 ‘아, 동심원’이라고 답한다. 회사 역사가 오래됐고, 알려진 작품이 많다 보니 조경계에서는 아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슬쩍 (내가 하지 않았지만) 유명한 프로젝트를 말하며 ‘이런 것도 저희가 했어요’ 하며 약간의 자랑도 가능하다. 유명한 작품이 꽤 있다 보니, 동심원조경이 많은 설계공모에 당선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울숲, 춘천 캠프페이지 등 유명한 당선작들이 있지만, 당선작 개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우리도 설계공모에서 숱하게 떨어졌다. 설계공모 당선의 문턱을 기웃거리지만, 우리의 설계에는 약점 아닌 약점이 있다. 화려하지 않고, 기능에 충실하며, 대상지 이외 주변까지 연결하는 실질적 문제에 매달리며 설계를 하지만, 잘 포장(?)하는 것에 약하다. 대신 당선작으로 선정돼서 만들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질적 문제를 거듭 고민하기 때문에 설계공모에서 계획했던 플랜과 최종 플랜이 거의 다르지 않다. 그리고 오래 사랑받는다.
만듦새를 위한 원칙
동심원조경은 설계의 일관된 원칙이 있다. 첫째 지형과 땅이 가진 특성을 꼼꼼하게 읽어내는 땅에 대한 책임감, 둘째 변화하는 삶을 담아내는 진화하는 유연함, 셋째 과도한 디자인과 낭비적 디자인을 경계하는 실용과 절제, 넷째 시공 과정을 이해하고 현장에 적합한 해법과 디테일을 중시하는 실천적 새로움이다. 이런 원칙을 토대로 설계를 진행하다 보니 설계 26년 차인 나도 아직 대표에게 디테일에 대한 검토와 지적을 받는다.
우리의 프로젝트
동심원조경은 지금까지 500여 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단지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가 적을 뿐 대표작은 손에 꼽기가 어려울 정도로 너무 많다. 난지 한강 공원, 서울국제금융센터, 서울시청, 노들섬, 화담숲 2차 설계,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 골프 코스와 빌라, 래미안 신반포팰리스 등 시간과 지면만 주어진다면 계속 늘어놓을 수 있지만 특별히 엄선한 대표작부터 작년에 준공한 최신작까지 시간순으로 살펴본다.
월드컵 평화의공원(2002)
서울 월드컵경기장 대회 시설의 일부로 주변의 난지공원, 하늘공원 등과 차별화된 문화 활동 중심의 도시공원으로 조성했다. 월드컵경기장의 축과 직교하며 호수변을 따라 원호 형태로 조성한 광장에서는 수변음악회, 정원박람회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린다.
율수원(2013)
경상도 사대부가 고헌 고택을 확장, 개축한 전통 한옥 숙박 공간이다. 전통 조경을 제대로 구현해보자는 목표 아래 설계부터 시공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다. 전통 사상과 관습을 토대로 식재 수종을 선정하고 방위에 따라 배식, 전통적 소재와 기법을 사용한 포장, 첨경물 등을 설치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2014)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유기체적 건축물의 형태와 외부 공간이 잘 어울리도록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에 초점을 두었다. 지상에서부터 건축물의 옥상까지 공원의 흐름이 이어진다.
경의선숲길(2015)
경의선 복선화 사업으로 생긴 유휴 철도 부지를 공원화한 선형 공원으로 풍부한 녹음을 제공한다. 도시와 단단하게 연결되어 시민들의 편리한 접근도 가능하다. ‘연트럴파크’라고도 불리는 공원은 활기찬 도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시민 휴식 공간이다.
부산 래미안 장전(2017)
부산에서 드문 평지형 단지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시원하게 뻗은 통경축을 확보한 선형 공원을 조성했다. 구간별로 잔디광장·숲·야외카페·멀티폰드를 설치해 다채로운 여가 활동이 일어나는 일상적 공간으로 만들었다.
성문안 CC 클럽하우스(2022)
2022년 9월 준공했으며 클럽하우스 주변 및 암벽면 설계와 시공을 진행한 현장이다. 깊은 계곡 속 와일드 가든이라는 콘셉트로 건축물과 야트막한 돌산에 둘러싸인 지형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계획했다.
우리의 공간
대형 공원 첫 당선작, 서울숲
2000년대 초 밀레니엄 공원 기본계획 및 설계와 평화의 공원 설계를 진행했지만, 대형 공원 설계공모 첫 당선작인 서울숲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다. 2002년 마침 성수동으로 사무실을 옮겼고, 이듬해 설계공모에 당선되며 설계를 진행했다. 꼬맹이 시절이라 설계에 대한 참여는 적었지만 시공 담당자와 친한 덕분에 공사 전 부지를 자주 드나들며 시공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근처에서 일하며 서울숲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봐왔다.
세월이 흐르며 지켜본 서울숲에서는 공간이나 시설의 물리적 변화보다는 사람들의 공원을 활용하는 방법, 문화가 변하는 것이 보인다. 유튜브 영상에서 어떤 댄서가 춤추는 걸 보면서 ‘저거 서울숲에서 찍었네!’ 하며 소릴 질렀다. 아직도 이런 장면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만든 지 20년 훌쩍 넘은 공원이 성수동의 힙한 문화와 함께 하는 모습은 설계자들에게 큰소리칠 기회가 된다.
동심재와 푸르너스
우리만의 특별한 직원 복지도 있다. 하나는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커피다. 원래 동심원조경 사옥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카페로 활용 중인 푸르너스에서 직원들은 하루 한 잔의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점심 식사 후 푸르너스에서 내린 커피를 들고 서울숲을 거쳐 사무실로 돌아오는 건 동심원조경 직원들의 소소한 점심 루틴이다.
다른 하나는 춘천호 근처에 동심원조경 직원들의 휴양소 ‘동심재’가 있다. 직원들은 한 달에 한 번 사용 신청을 할 수 있다. 주말은 언제나 예약이 꽉차기 때문에 잽싼 예약이 필요하다. 필요한 시설은 다 갖춰져 있어, 주변 풍광 아름다워, 사람 없어, 캠핑이 이에 비할까. 꽃놀이, 겨울철 빙어 잡이, 불멍 등 계절별로 모든 종류의 휴식이 가능하다. 게다가 보트를 타거나 낚시도 할 수 있다. 주변 사람의 방해 없이 놀 수 있다 보니 언제나 인기 만점이다.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는 땅이 가지고 있는 힘을 충실히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과도한 수사적인 디자인을 경계하고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변화하는 삶을 담아내는 설계를 지향한다. 더 나은 삶의 문화를 이끄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