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준영·신재호·백지웅(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일대는 8,000년에 달하는 긴 시간에 걸쳐 형성된 송도 갯벌이 있던 곳이다. 풍부한 해안 생태계가 형성된 생명의 터였지만, 행락지가 개발되며 32헥타르의 갯벌이 간척되었고 송도유원지가 조성됐다. 송도 해상 신도시 개발이 시작된 후 기존 갯벌의 절반 이상이 간척되었고, 대상지의 일부도 콘크리트로 매립됐다. 그 과정에서 도시 한가운데 위치하게 된 송도유원지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줄어들었고, 결국 폐장되어 현재는 중고차 수출단지로 이용 중 이다. 2020년부터 도시공원 일몰제로 인해 유원지 용도 구역이 해제되었고, 난개발이 우려되어 2023년까지 개발행위허가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상황이다.
도시와 자연
난개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과연 보편적인 도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옳은 방향일까. 대상지가 속한 연수구가 대도시로 성장함에 따라 기존의 개발 논리보다 더 고양된 방향성이 필요하다. 송도 갯벌의 원형 경관 복원과 해안 서식처의 회복은 중요한 과제다. 다만 도시 개발의 속도는 자연적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빠르다. 자연이 온전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자연의 섭리 속에서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연수구는 문명의 혜택을 누린 시간만큼 자연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공동의 기억과 도시의 성숙
구 송도유원지 일대는 도시의 문화적 장소였지만, 콘크리트 복개로 인해 장소성이 소멸하고 그 기억의 흐름도 끊어졌다. 옛 기억과 공동이 만들어 가는 기억으로 도시는 점차 성숙해간다. 기억의 흐름을 다시 연결하면 대상지는 사람들의 기억과 개성, 자부심 있는 연수구 시민들을 키워낼 것이다. 갯벌, 송도유원지,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기억이 중첩되며 대상지는 함께 배우고 만들어가는 원도심과 송도 국제도시의 화합의 장이 된다.
* 환경과조경 426호(2023년 10월호) 수록본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