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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가 김영민] 뜨거운 심장을 가진 육각형 조경가
  • 환경과조경 2024년 1월

김영민 교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7년이었다. 당시 국내 조경 분야 베스트셀러였던 노란색 표지의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조경, 2007)을 접하면서, 번역자인 그의 이름이 유난히도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해는 내가 조경에 입문한 첫 해였고, 새로운 학문을 접한 나에겐 너무나도 어려운 책이었다. 이런 난해한 내용의 책을 직접 한 줄씩 풀어서 써내려간 사람도 있는데, 나는 그 글을 이해조차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큰 충격이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개념이 한국에 소개되어 유행하던 시기였고, 지면이나 수업에서 자주 언급되던 핫한 키워드였기에 더욱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김영민은 나에게 벽과 같은 존재였다.

 

김영민 교수를 다시 만난 건 그가 서울시립대학교에 부임한 이후 몇년이 지난 2017년 겨울이었다. 그의 존재를 알게 된 지 10년 만에 처음 실제로 만나게 된 것이다. 젊은 조경가 몇 명의 사적 모임(그 이후 ‘조경이상’이라는 모임으로 발전하게 됐다)이었는데, 그 자리에서도 그는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조경과 건축, 그리고 철학의 대서사를 역설하고 있었다. 여전히 지적 소화력이 평균 이하였던 나에겐 그의 똑똑해 보이는 두상이 빛나보였다. 이후 몇 번의 모임을 더 가지고 두세 건의 프로젝트를 같이 할 기회가 생기면서 조금씩 친밀도를 높여갔지만 여전히 거리감을 느낀 건사실이었다. 나와는 차원이 다른 스펙과 범접할 수 없는 해박한 지식을 갖춘 그와 대화를 하게 되면 나의 무지함이 쉽게 드러날 것만 같았다.

 

2020년 3월, 강아람 대표, 김영찬 소장과 함께 조경기술사사무소 바이런(VIRON)을 창업했다. 소소한 시작을 응원하기 위해 몇몇 조경가가 새 사무실에 와 저녁 식사를 함께했는데, 그때 김영민 교수도 기꺼이 참석했다. 많은 격려를 받으며 앞으로의 험한 과정을 헤쳐 나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헤어졌는데, 당시 김영민 교수의 마지막 인사가 아직도 생생하다. “도움이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기억하기로 똑같은 말을 그날에만 세 번 정도 되풀이했다. 한두 번이었으면 예의상 파이팅하라는 뜻으로 알고 가볍게 넘겼을 텐데 그날의 인사는 진심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김영민 교수와 함께 작업할 기회를 계속 엿보게 되었던 것 같다.

 

환경과조경 429(2024년 1월호수록본 일부

 

이남진은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조경기술사사무소 바이런(VIRON)을 이끌고 있다. 좋은 설계는 좋은 회사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설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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