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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endency of Governance seen in High Line
  • 환경과조경 2010년 4월

하이라인에서 보여진 거버넌스의 동향

하이라인이 약 50년동안 화물수송에 이용되던 고가 철로였으며, 뉴욕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금전적인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6에이커에 해당하는 ‘공원 녹지’를 뉴욕 맨해튼과 같은 고밀도·고지가 지역, 그것도 사유지에 건설하는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하이라인의 디자인은 개장 후 뉴욕 부문 미국건축가협회상(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 혹은 AIA New York Chapter Urban Design Award)을 비롯한 수개의 상을 휩쓸고 각종 매스컴을 장식할 만큼 훌륭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시작, 공원화가 결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친 연구, 그리고 여러 단체들의 관심과 협조가 없었다면 하이라인이 현재의 모습을 지니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하이라인의 설계는 10여 년에 걸친 시간에 의해 마련된 여건을 바탕으로 하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활약한 민간단체인 ‘하이라인의 친구들(Friends of High Line, FHL)’은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하였을까?

하이라인, 어떻게 공원이 되었나?
하이라인 구조물의 소유자는 CXS라 불리던 철도회사였으며, 하이라인 아래 부지의 소유자는 첼시 프로퍼티 오너스(Chelsea Property Owners, CPO)라고 불리던 개인들, 그리고 뉴욕 주였다. 하이라인의 철도로서의 이용이나, 다른 방식으로의 전환, 운영자의 변경은 연방정부의 조직인 지상교통 위원회(Surface Transportation Board, STB)의 최종적인 허가가 있어야 가능한 상황이었다. 1980년 이후 하이라인 철도의 사용이 중단되면서 각기 다른 두 레벨의 소유자들은 하이라인의 존폐 그리고 재이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고 궁극적으로 철거를 고려하였으나, 철거 비용을 부담할수 없었던 CPO, 다른 용도로의 사용이나 철도공사에 매각하는 안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던 CXS, 그리고 각기 다른 비전으로 목소리를 내오던 민간단체들의 오랜 시간에 걸친 공방은, 다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하이라인 공원화 프로젝트를 이끈 민간단체인 ‘하이라인의 친구들(Friends of High Line, FHL)’이 결성된 것도 이 시점이다. 1999년 하이라인의 버려져 있지만 고즈넉한 모습에 매료되어 있었던 첼시 주민들로 구성된 단체인 FHL은 하이라인이 공원으로 남아주기를 바랬을 뿐만 아니라, 공원화가 지닌 경제·사회적 가능성에도 믿음을 가졌다.

연방 정부에 레일 뱅킹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개발 방향에 대한 뚜렷하고 실현 가능하며 매력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함과 동시에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관리할 수 있는 충분한 자본금과 역량이 있음을 증명해야 했다. 부지의 소유자도 아니고, 정부기관도 아닌, 그저 민간단체였을 뿐인 FHL이 택한 방법은 이미 뉴욕 시와 확실한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던 민간단체인 ‘공공 공간을 위한 디자인 트러스트(Design Trust for Public Space, DT)’에 제안서를 낸 것이다. DT는 정부 기관과 지역 주민들을 이어주고, 시로부터 의뢰를 받아 설계자와 발주자를 연결하거나, 혹은 시에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하는, 뉴욕 시를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신념으로 만들어진 단체이다. DT는 FHL에 기금을 보조하여 두 건축가를 고용, 가상의 설계를 의뢰하기도 하고, 이들의 제안 내용을『Reclaiming the High Line』이라는 책으로 출판하는 등의 지원을 한다. 이 책에는 하이라인의 이용 계획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비롯하여, 자금 조성계획 등 구체적이고 심도 깊은 연구가 수록되어 있었다. 이와 함께 FHL은 뉴욕 시, 뉴욕 주와의 협력 관계가 프로젝트의 성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함을 예견하고, 이를 구축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며, 언론을 통해 꾸준히 자신들의 입장을 널리 알렸다.

2002년 FHL은 또 한 번의 연구 용역을 수행하는데, 이는 하이라인의 경제적 타당성 분석이었으며, 해밀턴 라비노비츠 애슐러(Hamilton, Rabinovitz and�Alschuler, Inc, HR&A)에 의해 완성되었다. 이는 공원 조성에 부수적으로 따르게 되는 부동산 가치상승의 통계를 하이라인의 상황에 적용시킨 후, 시에서 얻게 되는 세금 증가를 하이라인 공원화에 소요되는 예산과 비교함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르면 하이라인의 공원화 비용 6천5백만달러를 뉴욕 시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형식으로 지원한 후 2022년까지 세금을 통해 환수하게 되는 돈은 1억 4천4백만달러이며, 이는 뉴욕 시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딜(Deal)이라 할 수 있었다.


FHL이 이끌었던 2008년 제2공구 디자인 공청회


하이라인, 어떻게 설계되었고 공사되었나?

FHL의 설립자는 첼시에 거주하던 두 아티스트인 조슈아 데이빗(Joshua David)과 로버트 해몬드(Robert Hammond)였다. 각각 작가와 화가인 두 사람은 하이라인의 철거를 막기 위해 비영리단체를 만들고 이를 위해 투신할 만큼 문화와 예술에 깊은 애정을 가진 동시에, 하이라인이 위치한 첼시 지역의 장소성에 익숙하고, 이 지역에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깊은 고찰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건축가를 영입하여 디자인 자체에 대한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는데 주력했다. 좋은 디자인에 대한 기대와 그에 대한 존경, 그리고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기꺼이 자금을 조달하려고 하는 노력은 설계자들에게 있어 상당히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FHL이 민간단체이면서도 정부 기관들과 동등함 이상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까닭은 주민들의 의견을 대변한다는 사실이 주는 권위, 그리고 하이라인을 하나의 공원 프로젝트에서 나아가 브랜드로 진화시켰다는 점, 그로 인해 예상을 뛰어넘는 기금 조성에 성공했다는 점 등에서 찾을 수 있겠다.

정확한 비율은 공식화되지 않았으나, 하이라인의 1, 2공구의 총 공사비용인 1억 5천만달러 중 30%가량에 해당하는 자금을 FHL이 담당하였다. 참고로 FHL이 지난 10여 년간 조성한 기금은 1억 3천만달러에 이른다. 주민 공청회에서 만난 두 사람이 생각한 것은 사람들의 하이라인 철거에 맞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자는 단순한 발상이었으나, 그 결과와 파급 효과는 가히 엄청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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