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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도시, 부유하는 공공미술
  • 환경과조경 2010년 7월

Flowing City, Floating Public Art

“나는 오브제가 아니라 공간을 만드는 작가다”영국의 조각가인 수잔나 헤론Susanna Heron은 유럽연합 이사회 빌딩의 공공미술 작품 <Slate Frize>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술에 있어서, 아니 최소한 동시대 공공미술에 있어서는 그리 새삼스럽지 않은 언급이 되었다. 이 말은 미술이‘자기 지시적self-reference’인 것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모더니즘 미술에서 회화와 조각의 경계 너머의 공간은 일종의‘비장소non-site’처럼 존재해왔다. 관람자들이 주목한 곳은 작품 속에 재현된 장소다. 2차원적 캔버스의 프레임과 3차원적 조각의 경계 바깥의 장소는 단지 배경에 불과하거나, 아예 배경조차도 못되는 것이다. 그 장소는 사실 작품의 존재에 필수적인 조건임에도 작품 의미의 영역에서는 배제된다. 모더니즘 미술에서 극대화된 이 같은 인식은‘예술로서의 예술’‘, 작가주의’와‘오리지널리티’의 신화를 공고히 하게 된다. 초창기 공공미술이 장소, 공간을 대하는 태도 역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공공미술 자체가 미술관과 갤러리 등 전시장이라는 모더니즘의 폐쇄적인 회로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졌지만 초기 공공미술은 대체로 건축물을 장식하거나, 지도자와 영웅,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기 위한 수단에 머물렀다. 물론 이 같은 공공미술의 쓰임은 지금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예술로서의 예술’이라는 신화는 마치 조경에서 픽쳐레스크 조경이나 옴스테드식의 공원처럼 오랜, 그리고 끈질긴 생명력을 갖는다.

미술이 프레임을 벗어나 장소site1를 새롭게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관람자의 지각과 물리적 장소를 중시했던 미니멀리즘에서다. 모더니즘에 대한 반대 입장에서 미니멀리즘은 실제 장소를 작품으로 끌어들인다. 또한 장소 자체가 작품이 되는 대지미술이나 미술관과 상업적 시스템에 대한 제도비판미술, 그리고 설치미술이나 해프닝, 퍼포먼스와 같이 탈장르화하는 경향을 통해 장소특정성site-specificity이 주요한 개념으로 떠올랐다. 장소특정성은 공공미술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사용된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관통하면서 공공미술에 대한 가장 큰 논의는 공공미술이 독립 된 작품free-standing Object이어야 하느냐, 물리적인 환경, 장소에 통합되어야 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당시의 공공미술은 국제주의 건축양식의 사각박스 형태의 매스와 콘크리트가 지배하던 잿빛 도시에 일종의 장식을 더해주는 역할이었다. 특히 미술관 속 현대미술을 접하기 어려운 시민들에게 당대의 최고 작가(칼더나 헨리 무어, 피카소, 이사무 노구치 등)의 작품을 공공의 장소에서 감상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1‘.site’는 아마 조경에서는‘부지’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미술에서는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장소에는‘place’를 사용하고, 공간들이 맺고 있는 비가시적인 상호관계를 전제로 할 경우에는‘site’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1960년대 이후‘장소특정성site-specificity’은 현대미술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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