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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특정적 예술, 명품공간으로 거듭나다
  • 환경과조경 2010년 7월

Site Specific Art, Turn Over Masterwork Space

최근 계획되는 경관, 도시, 건축, 조형분야 프로젝트에서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예술분야, 특히 입체조형이라 할 수 있는 건축, 조경, 미술 등이 경계를 넘어 Cross-over되고 서로 상호 보완되면서 상생 발전하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는듯하다. 이러한 협업과 상생은 마땅히 장려되고 독려되어 권장되어야 하는 좋은 본보기이다.

“Everybody is an Artist”는 말 그대로 미의식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예술가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는 아름다움이라는 미의식은 개개인의 일상 속에 항상 나타나고 있다. 옷을 고르거나 집안에 필요한 소품이나 인테리어 제품을 선택할 때 세련되고 예쁘고 실용적이거나, 혹은 독특하거나 평범하거나 등 자신들만의 미의식이 작동된다. 미술을 전공하거나 그 분야에 종사하지 않아도 누구나 미의식은 가지고 있다. 이러한 미의식을 가진 평범한 주민들이 전문가와 시공자, 장인들, 계획 입안자와 결정권자들이 협업을 통해 함께 주인이 되고 아티스트가 되어 우리 삶의 공간을 만들어간다면 도시는 각자 자기들만의 색깔을 가지고 그 장소만의 그 공간만의 독창적인 개성만점의 환경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요로천명반전지
“하늘의 명이 뒤집어진 곳”이란 의미의 ‘천명반전지(天命反轉地)’는 예술가 슈사쿠 아라가와(Shusaku Arakawa, 나고야, 1936~ )와 소설가이자 시인인 매들린 긴즈(Madeline Gins, 뉴욕, 1941~ ) 부부가 예술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1960년대 초기부터 30년 이상 구상해 온 것으로 전 생애 동안 준비해온 대규모 예술작품이다. 아라카와와 긴즈가 요구하는 새로운 컨셉의 건축은 상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온통 굴곡으로 이루어진 바닥과 변화무쌍한 언덕과 경사도 문제지만, 그 위에 비스듬히 서 있는 건물을 짓는 것은 평평하게 닦은 도로와 수직벽면과 천정으로 지금까지의 건축에 대한 상식과 관례를 버리고, 새로운 공법을 찾아내기 위한 실험을 반복하며, 시행착오를 통하여 예술가의 생각을 끝내 실현하였다. 예술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기술자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함께한 실험의 결과물이 바로 천명반전지이다.
천명반전지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누구나 언젠가는 사라진다. 죽음과 인간 존재의 사라짐”, 즉 인간은 누구나 죽게 되어있는 당연사실에 대한 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평평한 바닥, 수직 벽, 능률에 맞는 공간 구성 등 기본적인 건축적 상식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건축물과 조경을 체험하고 탐험함으로써 정신과 육체를 모두 사용하는 이성과 감성이 만나는 특별한 장소성, 창조세계에 유일무이한 철학공원으로서 현실화된 사례이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
경제, 문화적으로 변방이었던 나오시마 섬은 ‘어린이를 위한 섬을 창조하고 싶다’는 테수히코 후쿠타게(Tetsuhiko Hukutake, 현 베네세 그룹 회장의 선친)의 작은 염원이 1987년부터 ‘나오시마 프로젝트’로 현실화된 곳이다. 물질만능의 현대 사회에서 자연과 인간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현장으로 전 세계인들로부터 주목받고 있으며, 대도시 미술관들과 달리 섬 전체가 미술전시장으로서 방문자들이 일상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자연과 예술 공간에서 자신의 존재의미와 바람직한 삶을 탐색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한 베네세 그룹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한 국가의 경제를 리드하는 대기업이 그들의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으로는 단발적이고 의례적인 선심성이 아닌 미래를 보고 꿈을 실현해 나가는, 그것도 지역 및 주민과 더불어 점진적으로 주민들의 의식이 변화되는 것을 기다리면서 지속적으로 실천해나가는 극히 드문 모범사례이다.

나오시마와 천명반전지의 성공은 기적도, 운도 아닌 온전히 지역을 사랑하고 예술의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가슴에서 우러나온 치열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모든 일에는 그 일에 임하는 사람들의 진정성과 본질에 대한 의미를 잃지 않으려는 의지에 따라 일의 가치나 성패가 좌우된다.

앞서 가볍게 서술한 요로천명반전지, 나오시마는 모두 자기들만의 독창적 개성을 가지고 그 장소, 그 지역에만 존재할 수 있는 Site Specific한 컨텐츠로 자신들의 입지를 견고히 하고 있다. Site Specific 아트의 해답은 그 지역의 역사, 그 장소의 환경, 지형, 그곳의 사람들에게 있다. 지역성, 장소성이라는 단어를 피상적인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들여다 볼 때 그 땅에서 그 땅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다. Site Specific한 구상을 통해서 계획을 하고 설계, 시공, 활용이 왕성하고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 도시는 진정한 디자인 도시로서 경쟁력을 갖고, 차별화된 공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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