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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의 식물이야기(5): 약용식물이야기, “흙의 꽃”
  • 환경과조경 2010년 9월

-약초를 배우려면 우선 땅을 배워야 한다. -
한 이탈리아의 약초전문가

1부: 고대편

약용식물의 유래와 역사
언제부터 인류가 식물을 의약으로 쓰기 시작했는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어쩌면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된 것일 수도 있다. 한국의 경우 고대 의학에 대한 자체 기록이 없어 처음부터 중국의 영향을 받아 온 것으로 안팎에서 당연시 여기고 있는데 우리의 고대문명에 대한 연구가 빈약하다 보니 고유의 의약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중국으로부터 받아들였는지 알 도리도, 증명할 방법도 없다. 앞으로 이 방면에서 집중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서 우리의 깊은 뿌리에 대해 좀 알고 사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의 고대의약과 관련하여 유일하게 흔적이나마 엿볼 수 있는 것은 환웅이 신시를 정하고 360가지 일을 맡아 인간세계를 다스렸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이다. 그 360가지  일 중에 병을 다스리는 일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 때 주술과 약초를 썼을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마늘과 쑥이라는 구체적인 식물이 거론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이들이 과연 곰을 인간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신통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늘과 쑥의 강한 효능에 대한 지식이 존재했던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한국의 고대의학은 약물요법보다는 주술에 더 크게 의존했을 것이라고 이야기들 하고 있다. 그런데 고대의 주술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어느 문명권에서건 의술행위와 연계되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었다. 고대 이집트의 기록을 보면 상처에 가제를 댈 때와 뗄 때 각각 별 개의 주문을 외웠다고 한다2. 그리스에서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이며 의사였던 테오프라스트가 말하기를 사랑의 약초로 알려진 맨드레이크Mandrake를 캘 때는, 칼로 식물 주위를 세 바퀴 돌리고 얼굴을 서쪽으로 향한 뒤 캐 되, 뒤에서 다른 이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심마니들이 산삼을 캘 때처럼 길일을 정하고 몸과 마음을 정하게 하며 신령님께 절을 올리는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중세 때에는 약초를 캐는 적절한 시간, 계절, 별자리 등에 대한 지침이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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