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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틱해에서 쓴 편지
  • 환경과조경 2008년 9월
K형! 발틱해에서 이 글을 씁니다.발틱해는 아시다시피 북위 54도~66도, 경도 5도~30도상 유럽 북쪽에 위치합니다. 서쪽으로는 북해와 노르웨이해와 맞닿고, 동쪽으로는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남쪽으로는 덴마크, 독일, 북쪽으로는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를 끼고 위치해 있습니다. 그동안 세계의 많은 나라를 여행해 보았지만, 이번 여행만큼 특별했던 여행도 흔치 않았던것 같습니다. 21세기 세상사에 때묻지 않은 곳, 도시의 문명이 주요도시에 존재하긴 하지만 그래도 서방세계나 미국, 일본지역 등에서 볼 수 없는 자연과 인심이 묻어나는 곳, 그런 대상지들을 수많은 격랑을 겪어왔던 중년시대를 넘어, 동반자와 함께 떠나니 더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지난 1998년 부도를 맞고 갠지스강에서 형에게 편지를 쓸때만 해도, 2003년 대수술로 사경을 헤맨 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쓸때만 해도, 피로와 고뇌가 축척된 상태에서 썼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2008년 50대 후반기를 훌쩍 넘어 다시금 형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저 아름다운 자연에 심취되어 세상을 폭넓게 관조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이번 여정은 7월 16일~27일까지로, 첫날은 모스크바에서 원인도 모르는 비행기 결항으로 싸늘한 로비 바닥에서 고생하면서 보냈고, 다음날부터는 다행히 순조롭게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릴레함메르, 그리고 피오르드가 시작되는 중심도시 베르겐과 수백㎞에 이르는 피오르드 협곡에서 구심점을 이루는 소도시인 보스, 구드방겐, 나르달, 플롬, 미르달, 야일로, 헬싱보르에 이르는 멋진 주로 자연탐방여행을 했습니다. 그러나 다음은 다소 모험심으로 흥분되면서도 위험요소가 따를 수 있는 실자라인(silza line)을 따라 움직였던 코펜하겐과 스톡홀름, 그리고 핀란드 투르크와 헬싱키의 여정이 이어졌으며 귀국길에 문화와 예술의 아름다운 도시 페테르부르크에서의 일정이 있어서 여행을 더욱 의미있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여행 중 보았던 도시경관들은 가는 곳마다 이색적이었고, 농촌이나 산촌의 자연경관들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익사이팅(exciting)한 것들이었으며, 문화적 측면에서는 현대의 조경을 보는 눈을 자연으로 돌려서 사물을 원초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당연성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K형!노르웨이 오슬로에 도착해서는 “노르웨이가 북쪽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이 있듯이 내가 세계지도상 최북단에 와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노르웨이라는 나라는 인구 490만명에 면적이 한반도의 2배나 되고 해안선은 피오르드를 포함하면 2만㎞가 넘고, 북쪽 끝 ‘노르카프곶’에서 남쪽 끝 ‘크리스티안산’까지는 직선거리로 1,750㎞에 이르는 긴 나라입니다. 해안선은 내륙으로 최대 200㎞나 들어가고, 해발 1,000m의 높은 절벽이 수면에서 곧게 솟아있는 피오르드 지형주위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최고의 관광명소였습니다. 오슬로는 외해에서 100㎞쯤 떨어진 피오르드 깊숙한 곳에 있는데 한 나라의 수도치고는 깨끗하며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녹음이 풍부하고 조용한 도시여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투명한 공기, 하얗게 빛나는 도시의 햇볕속에서 인간의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눈으로 보는 듯했습니다. 오슬로에서는 중앙역을 뒤로하고 곧게 뻗어있는 칼 요한거리가 제일의 번화가이면서 시내관광의 중심인데 그 끝나는 지점에 공원으로 둘러싸인 왕궁 ‘데트 콩젤리제 슬로트(Det Kongelige Slott)’가 보입니다. 노벨평화상이 매년 주어지는 시청사 건물과 그 안의 유럽에서 제일 크다는 거대한 유화(24×12.6m)가 눈길을 끕니다. 1층과 2층에도 다양한 벽화가 있고, 2층에는 노르웨이가 낳은 위대한 화가 뭉크의 “인생”이란 그림이 실려 있어 매년 12월10일 수여하는 노벨평화상의 분위기를 고조시킬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또한 오슬로에서는 정면입구부터 보리수가로수길, 인공호수에 걸쳐있는 다리와 동상, 인간의 일생을 묘사해 놓은 분수, 남녀노소를 막론한 121명의 인간 군상들 조각, 17m, 260톤 규모의 화강암과 해시계 등 860m의 거리에 193개 조각품이 늘어서 있는 비겔란 공원이 깊은 인상을 줍니다. 이곳에 있는 조각품을 감상하며 산책하다 보면, 인생의 축소판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들 작품을 조각한 구스타프 비겔란(Gustav Vigeland)은 “해석은 관람자의 몫”이라고 하면서, 작품 설명을 일절거부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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