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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장묘문화 기대
  • 환경과조경 2006년 4월

부모님 돌아가시고 애달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살아계실 때 섬김 다 못한 것이 한으로 남아 후손들은 그저 어떻게 하든 더 잘 모시려 애쓴다. 거금을 들여 좋다는 땅을 매입하고 값비싼 비석을 세우기도 하고, 공동묘원에 미리 넓은 묘자리를 확보하는데 무리함을 서슴지 않는다. 자식으로서 할 도리를 다했음을 다른 사람들에 보여야 한다는 오래된 체면문화도 한몫을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생활방식에 적잖은 영향을 미쳐온 풍수지리설에 따라 소위 명당이라고 하는 좋은 터에 조상을 모시면 나와 내 후손들까지 대대로 복을 받는다 믿었으니 더더욱 앞 다투어 행해왔으리라. 그러나 현대화, 산업화와 더불어 국토의 개발이 가속화되고 인구가 늘면서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각종 부지확보문제에 더해 묘지부족은 심각한 국가이슈로 부각됐고, 이대로라면 해마다 여의도 면적 정도가 계속 묘지로 바뀔 것이라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핵가족화가 본격화되면서 한 곳에 오래 정착하기보다는 자기계발의 기회를 찾아 도시로의 이주인구가 늘면서 조상묘지 관리는 점차 허술해져 갔다. 묘지공원의 경우에서조차 거금을 들여 묘를 쓰고서도 3~4년 지나면 찾는 발길이 뚝 떨어져 방치되는 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사용가능한 나라 땅이 줄어 가고, 묘지용 부지도 부족한 현실에서 설상가상 방치되는 묘지가 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묘지란 말인가.

장묘문화도 이제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바뀌어가야 한다. 망자에 대한 슬픔과 아쉬움, 애정과 존경의 마음은 남기되 형체는 자연에 부담을 주지 않는 친환경방식으로 맡기려는 의식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우리가 남길 것은 그분들의 사상이고 바른 정신이다. 시대의 큰 흐름에 따라 문화도 변혁을 이뤄야 할 것이며, 그 시작을 ‘지속가능한 장묘문화’로 해봄은 어떨까.

몇 해 전부터 환경을 논의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전 세계 공통화두인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 SD)’의 이념은 ‘현세대가 누리고 있는 수준 이상의 삶의 질을 후대가 누리도록 우선 배려함’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토지, 에너지, 물 등 모든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바탕으로 세대 간의 형평을 지향하는 것이다.
지난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는 지속가능발전 중 환경과 관련된 구체적인 실천 전략 및 목표로서 지방자치단체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각 지자체의 특성에 맞는 ‘지방의제 21(Local Agenda 21)’의 수립 및 실천을 강조한 바 있다. ‘지속가능’은 즉, 실천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가장 하부단위의 조직, 마을, 지역, 지자체들이 지속가능의 ‘실천의 장(place)’이 돼야한다는 의미다. 지역의 특성을 바로 알고 원칙을 세워 그에 맞는 단계적 실천없이는 ‘지속가능’도 없다. 시신을 화장한 뒤 남은 뼛가루를 산이나 바다에 뿌려 자연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친환경적 장례인 ‘에코다잉(eco-dying)’은 그야말로 지속가능발전의 중요한 실천이 아니겠는가.

이를 위해 국가차원에서 장묘문화를 바꾸도록 주도해야 한다. 행위의 규제보다는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지역단위로 실천이 가능하도록 국가가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다만 자칫 수백, 수천만원씩 하는 고가의 사치스러운 수목장 조성 등 원래취지를 벗어나는 행위를 지양하기 위해 수목장의 규격 등 최소기준은 정하고 이 기준에 따른 대안을 만들어 선택케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또한, 수목장의 무분별한 훼손을 사전 방지해야 하는 바, 이를 위해 국공유림을 이용해 수목장림사업을 지방자치단체 관할로 추진토록 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에코다잉에 대한 꾸준한 환경교육, 지속적인 홍보계도는 두말할 것 없는 필수 사항이다.

김 익 수 Kim, Ik Su
(주)환경일보 편집국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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