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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식물원과 수목원
  • 환경과조경 2006년 6월

용어
독일 식물원의 현황을 설명하기 전에 우선 용어부터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독일어에는 한 가지 사물에 꼭 한 가지 이름이 따른다. 잔을 예를 들어보면, 유리잔은 “글라스”이고 손잡이가 달린 도자기로 잔은 “타쎄”이며, 손잡이가 없는 잔은 “베혀”그리고 머그잔은 “포트”라고 한다. 독일 사람과 같이 식사를 하는 데 테이블위에 빈 유리잔이 하나 놓여 있다고 하자. 물을 마시려고 그 유리잔을 건네 달라고 부탁할 때 잘못해서 글라스라고 하지 않고 타쎄를 달라고 하면 그 사람은 십중팔구 유리잔을 그대로 둔 채 자리에서 일어나 손잡이가 달린 도자기 잔을 찾아가지고 올 것이다. 독일의 경우 매사가 이런 식으로 분명하다. 그러니 식물원도 식물을 연구하는 곳, 식물을 생산 판매하는 곳, 판매만 하는 곳 등 성격에 따라 각각 명칭이 따로 있다.

식물에 관한 연구만 하는 곳은 Botanischer Garten(Botanic Garden)이다. 생산 판매업체 중에서도 수목전문업체는 Baumschule(Plant Nursery)이고, 초화류 전문업체는 Staudengaertnerei (Perennials Nursery) 다. 생산은 하지 않고 판매만 담당하는 곳 중에서도 분이 달린 정원용 식물을 판매하는 곳은 Gardencenter 혹은 Gaertnerei라 하고, 우리의 꽃집에 해당하는 곳, 즉 절화나 발코니용 작은 화분을 판매하는 곳은 Blumenladen(Flower Shop)이다. 이 명칭들을 서로 혼동해서 부르지 못한다. 식물원, 수목원, 무슨 원예, 무슨 농원 하면 두루 다 통하는 우리의 실정과는 사뭇 다르다.
고민스러운 것은 국내에선 아직 용어가 세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어떻게 번역하면 좋은가 하는 것이다. 고민하다 원고 마감 날짜를 넘기고 말았다.

Botanic Garden을 사전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식물원”으로 칭하고 식물을 생산, 판매하는 곳 (Plant Nursery) 중에서 목본류만 다루는 업체를 수목원이라 하자. 독일어로는 바움슐레 (Baumschule) 라고 하는데 원어를 그대로 쓰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초화류만 다루는 곳은 국내에 아직 통일된 명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는 편의상 숙근초 전문업체라 하겠다. 우리는 초화류를 통상 지피식물이라 부르는데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이것도 정확한 표현이 못된다. 지피식물은 지표면을 뒤덮는 피복성이 강한 식물을 말한다. 이 중 줄사철이나 상록아이비는 목본식물이다. 게다가 초화류 중 피복성이 없는 것이 상당수이다. 원추리, 붓꽃 등이 이에 속한다.


식물원 Botanic Garden

식물원은 순수하게 식물연구를 위해 조성된 곳으로 대부분 대학에 부속되어 있다. 독일의 대학이 모두 국공립이니까 식물원도 자연히 모두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기관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식물원은 알려진 바 없다. 우리나라처럼 개인이 커다란 정원을 짓고 이를 개방한다고 하면 이 경우 그 규모가 아무리 크고 식물이 제아무리 많다고 해도 끝까지 정원이라는 명칭을 벗어버릴 수 없다.
식물원이라는 명칭을 쓰기 위해서는 공공성 외에도 많은 조건이 따라 붙는다. 우선 식물 수집과 연구가 주 목적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다양한 수종을 보유해야 한다. 또 식물학에서 인정한 분류시스템에 의해 구획을 나누어 심어줘야 한다. 지정학적 분류가 일반적이다. 북아메리카대륙식물, 알프스식물, 지중해연안식물, 중앙아시아식물, 동아시아식물 등등으로 나누어줘야 한다. 그리고 판매를 위한 식물생산이 허용되지 않는다.
식물학과 외에도 식물을 다루는 학과들이 있다. 조경과나 원예학과가 이에 속하는데 이 학과에 딸려 있는 것은 실험실습장 (Versuchsanlage) 이라고 한다. 절대 식물원이라고 하지 않는다.

독일에 식물원이 처음 생긴 것은 1580년 라이프치히에서였다. 곧 이어 1586년에 예나, 1593년에 하이델베르크, 1609년에 기쎈 그리고 1620 프라이부르크가 그 뒤를 따랐다. 당시의 식물원은 Hortus Medicus라고 하여 의과대학에 속해 있었다. 식물학이 의학의 한 분야였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복잡해진 식물학이 의학에서 분리되어 나와 별개의 학문이 되었고 이와 병행하여 Hortus Medicus가 Botanic Garden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수집된 식물의 종류도 약용식물의 범주를 훨씬 뛰어 넘어 다양해졌기 때문에 체계적인 식물분류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식물분류가 식물학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식물분류시스템에 기초를 두고 조성된 최초의 식물원은 1669년에 설립된 북독의 킬 대학 식물원이었다. 이 식물원은 지금도 존재한다.
식물원의 주목적은 식물학 연구를 위한 장소의 제공이지만, 독일의 식물원은 대부분 대중에게 개방되어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므로 당연한 일이다.


고 정 희 Go, Jeong Hi
(주)삼성에버랜드 환경개발사업부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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