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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 - 시작 그리고 이의 극복
  • 환경과조경 2005년 1월

시작, 그리고 이의 극복

양재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양재천은 강남구에서 자랑하듯 자연형 하천 복원 사업으로 죽은 하천을 되살린 장소이다. 양재천이 전형적인 하천 정비의 산물인 직강화된 하천, 콘크리트 블록의 대칭적인 호안 단면, 밋밋한 경사의 하도, 둔치의 잔디밭, 주차장, 가끔 가다 보이는 운동시설 등의 획일적인 하천 경관을 자연이 우세한 장소로 바뀌도록 함에 있어 선구적인 역할을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도시민에게 하천을 산책하고 싶은 장소로, 조깅하는 장소로, 여러 가지 식물과 동물을 관찰 할 수 있는 학습의 장소로 탈바꿈시켰고 토목분야가 독점하던 하천에 조경가가 전문가로 참여할 수 있는 기틀이 되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강남구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시민들이, 매스미디어가 앞다투어 칭송하고 전문가들도 자연형 하천 복원사업의 전형(典型)으로 여기는 양재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물음은 새삼스럽다. 그 만큼 양재천을 다른 각도로 보려는 시각은 부담스러우나 양재천 자연형 하천 복원사업이 우리 시대의 ‘시작’이었고 이제 그 시작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우리에게 과제로서 던져져 있기에 눈에 보이는 현상뒤에 놓여진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드러내는 일이 극복의 출발이 아닐까 한다.

복원(restoration)인가?
양재천 사업을 논하는 자리에 빠지지 않고 ‘복원’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양재천에 행해진 일련의 사업들을 ‘복원(restoration)’이라는 용어로 정의할 수 있을까? 복원이라하면 무엇보다도 훼손이전의 복원 대상이 분명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분명해야 하나 시작 당시 양재천에 복원 대상을 미리 설정하고 일련의 사업이 진행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보다는 치수 기능 위주로 조성된 기존 하천에 훼손되지 않은 하천에서 관찰 가능한 식생 저수 호안, 하도내의 여울과 소, 하도 선형의 만곡화 등 자연 요소를 추출, 도입하였다는 진술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양재천은 기존 하천을 자연형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최초의 사례로 실험적인 성격을 강함은 당연하다. 무기 재료 위주의 호안 및 고수 부지 조성 관행에서 탈피하여 자연 소재로 무기 재료가 가진 견고함을 확보하고 동시에 식생의 도입이 가능한 지에 대한 검증이 무엇보다도 우선이었을 것이다. 그런 시행 착오의 검증 과정을 거친 여러 가지 호안 공법은 이제 대표적인 자연형 호안 공법의 모범으로 인식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엄격한 의미의 복원이라는 목표 설정이 기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만큼 양재천에는 하천을 자연형으로 변모시키는 노력과 더불어 ‘주민 이용’이라는 또 다른 가치가 동시에 추구되었다. 때로 과도하게 도입된 친수 시설(親水施設)들은 엄격한 의미의 복원이란 용어의 사용을 어색하게 만드는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태의 두가지 측면

규범으로서의 생태(生態)
이 시대에 지향해야 할 여러 중요한 가치의 하나로 ‘생태’를 내세우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다. 생태라는 용어는 이미 우리시대에 생물학적 의미를 벗어나 사회 규범으로, 철학으로, 윤리로 그 의미의 외연을 넓힌 상태이다. 갖가지 논리로 무장한 ‘생태’는 강력한 외연의 확대 덕에 조경에서 만능의 용어로 사용된다. 어디 조경 뿐이랴, 건축, 토목 분야에서도 생태라는 용어를 빼고 건설사업을 진행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사회 전반에 걸쳐 강력한 공감을 획득한 ‘생태’를 논리 전개의 근간으로 삼는데 앞장서야 할 조경 분야에서 ‘생태’라는 용어의 적정 시비가 있음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생태지상주의’, ‘생태 상업주의’, ‘인간과 자연의 이원화’ 등 생태 만능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조경에서 ‘생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음을 보여 준다.

생태라는 용어가 가지게 된 규범성은 현재 우리 환경의 건강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이의 미래에 대한 어두운 그림자에서 기인된 패러다임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생태 지상주의’, ‘인간과 자연의 또다른 이원화’라는 비판에는 생태라는 용어에 내포된 규범성으로 인해 인간(디자이너)의 상상력과 이용이 제한되어 오히려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소외시킨다고 주장한다. 이의 근거로 자연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토대로 하는 생태학은 과학적 분석 방법에 의존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상호 참여를 가로막는 결과를 낳게 되는 모순에 빠져 있다고 비판한다. 즉, 일방적인 자연 중심적 사고에 대한 비판이다.

김 용 규 Kim, Yong Kyu
일송환경복원(주) 대표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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